작은 얼음집 안에 서툴게 집어넣은 영화들과 상영관들. (2006.10.23~)
by 배트맨

태그 : 이브
2008/08/15   월-E (Wall-E) [56]
|

월-E (Wall-E)
가족 영화의 테두리 안에서 성인이 같은 상영관 내의 어린이들 만큼이나 만족하면서 즐길 수 있는 영화는 찾기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연출의 포인트를 성인 취향에 맞추다 보면 관람 등급 문제 등 가족 영화의 범위를 벗어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아무래도 연령대가 낮은 관객층에 좀 더 포커스를 맞추게 되기 마련입니다.

이 작품이 올 여름 시즌 최고의 가족 영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상영관 내의 모든 연령층을 만족시키는 오락성과 완성도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은 성인 관객들도 상영관을 나서면서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울 수 있는 애니메이션입니다. 

이 작품은 팝콘 영화의 범주에 머무르는 것을 거부하며, 가족 영화의 한계를 깨뜨리고 있습니다. 장르와 관람 등급을 보았을때, 저는 이 작품에도 삽입된 유명한 명곡 'Also Sprach Zarathustr
a'를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됩니다. 그렇습니다. <월-E>는 3D 애니메이션의 위대한 진화이며, 위대한 발견입니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연출한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인류의 조상이 도구를 사용하게 되면서 새로운 역사의 출발을 알리는 장면을 상징적으로 묘사했듯이, 이 작품은 애니메이션 역사의 새로운 출발을 알리게 될 것 같습니다. 스탠리 큐브릭의 명작을 가족 영화 장르로 끌어내려서 친근하고 쉽게 펼쳐놓은 작품이라고 표현한다면 지나친 표현일까요. 애니메니션 작품에서 'Also Sprach Zarathustra'를 듣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네요. 저는 이 애니메이션에 어떤 수식어를 써서 찬사를 보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1억 8천만$라는 엄청난 제작비가 투입되었는데 비주얼적인 완성도 또한 흠잡을 곳이 없습니다. 월-E가 지구에서 생활하는 시퀀스들을 보면 CG를 사용한 이질감조차 찾아볼 수 없습니다. 비주얼의 스킬이 애니메이션의 완성도에 절대적인 요소는 결코 아니지만, 이 작품은 비주얼적인 묘사들조차 퍼펙트하더군요. 물론 성인 관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드라마의 완성도와 오락성 또한, 비주얼의 퀄리티를 상회하니 관객에게 이보다 더 좋은 선택은 없을 것 같습니다.

여기부터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를 관람하지 않았다면 읽지 마시길..


상영에 할애되는 104분은 아날로그와 디지털, 그리고 원시 시대와 최첨단 문명을 가진 먼 미래의 어느 날로 극명하게 대비를 시키며 완성도와 오락성을 증폭시켜줍니다. 월-E가 오락을 즐기는 모습을 보니 디지털이라는 단어의 정립조차 안되어 있었던 1980년대에 유행을 했었던 게임이더군요. 또한 반복해서 즐겨보는 영상의 포맷은 아날로그 시대의 상징처럼 느껴지는 비디오 테이프입니다. 그 영상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또한 올드팝 감성이 가득 묻어 있습니다. 자가 인식이 가능하고 레이저까지 사용하는 로봇 월-E이지만, 이렇듯 지구에서 그가 함유하는 일상은 모두 아날로그 문명뿐입니다. 이러한 의도적인 공간의 설정과 월-E가 머무르는 문명은 중반 이후부터 극명하게 대비가 - 이브와 우주선 - 됩니다.

또한 라이터는 인류가 불을 발견한 것을 암시하는 도구입니다. 우주선의 어느 두 남녀가 우연히 손을 잡게 되면서 처음 느끼게 되는 감정을 순간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을 보면 그들이 사랑으로 - 섹스로 - 우주선 안의 사람들을 만든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인류가 사랑으로 소통하며 섹스를 하는 시대가 아닌, 인류의 아득한 선조들 - 유인원 같은 - 시대와 같아져 버렸음을 나타내는 것 같더군요. 최첨단 우주선 안에서 살고 있지만, 불을 발견했던 그 당시 선조 인류의 문명 생활과 다를바 없는 것을 묘사하는듯 했습니다.

104분은 인류의 역사 그대로 흘러가게 됩니다. 불을 발견하듯이 라이터를 서로 켜보게 되고, 월-E와 이브는 사랑을 느끼며 명령어 외의 것들을 자각하게 됩니다. 로봇들도 느끼는 감정들을 단 한번도 자각하지 못한 우주선 안의 인류들도 결국은 사랑을 느끼게 될 터이고, 지구에 도착해서 그들은 섹스로도 소통을 하며 인간다운 문명 생활을 시작할 수 있게 되겠지요. 영화에서는 그 부분까지 직접적인 묘사를 하지는 않지만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때 나오는 삽화 형식의 그림들은 이 모든 것을 그 이상으로 명쾌하게 알려줍니다. 오늘날 우리들이 벽화 등을 통해서 선조의 발전 모습과 시대상을 들여다 볼 수 있었듯이, 그 벽화의 모습을 지구에 도착한 그들이 다시 걷게 되는 셈입니다. 

이 모든 새로운 출발은, 위대한 발견은 귀에 익숙한 음악 한곡이 모든 것을 상징합니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인류의 선조가 위대한 발견인 도구를 사용할때 흘러나오는 'Also Sprach Zarathus
tra'는, 선장이 위대한 발견이 되는 지구를 향해서 모든 운명과 결심을 하게 되는 장면에서도 흘러나오니까요. 상당히 탁월한 선곡이였다고 해야 할까요. 

인류의 흐름과 문명의 발달, 그리고 사랑 등의 메시지를 함축적으로 그려내며 영화의 완성도를 탄탄하게 보여주는 이 작품을 어린이들이 얼마나 이해하며 보았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러한 부분만큼은 픽사가 성인 관객들에게 안겨주는 선물이였을 겁니다. 어린이들에게는 비주얼과 함께 이러한 영화적인 장치들과는 무관한 쏠쏠한 재미 이상을 가득 안겨주었을테니까요. 

드라마적인 완성도, 메시지, 내러티브 등에서 팝콘 영화가 아닌 가족 장르 애니메이션을 보았더니, 상영관을 나서면서 즐거움을 넘어서는 충격이 느껴졌습니다. 이러한 요소들을 바탕으로 시간 가는줄 모르고 빠져들게한 오락성까지 정말 대단한 애니메이션이였습니다. 픽사 그들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이 작품에 참여한 모든 스탭들에게 기립 박수를 보냅니다.

by 배트맨 | 2008/08/15 18:53 | 영화를 보고온 후 | 트랙백(15) | 덧글(56) |
<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
이글루 파인더
최근 포스트
카테고리
태그
최근 등록된 덧글
최근 등록된 트랙백
셜록 홈즈 / Sherlock H..
by 지구 616
셜록홈즈에게 액션이라는..
by 컬쳐몬닷컴
디스트릭트 9
by bada's style
해운대
by bada's style
2012
by bada's style
rss

skin by jes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