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얼음집 안에 서툴게 집어넣은 영화들과 상영관들. (2006.10.23~)
by 배트맨

태그 : 스티븐스필버그
2008/10/10   이글 아이 - 디지털 (Eagle Eye)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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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 아이 - 디지털 (Eagle Eye)
영화에 있어서 배경이 되는 시간대의 - 또는 시대의 - 설정은 매우 중요합니다. 관객으로 하여금 영화라는 문화 장르를 영화 그 자체로서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암묵적인 합의가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이와같은 소통이 전제되기 때문에 스크린으로 펼쳐지는 과거 혹은 미래를 넘나드는 배경에
몰입하며 즐거워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처럼 개연성의 범위에는 시간적인 배경이 포함되어 있는 것일텐데요. 이러한 설정 등이 관객들로 하여금 별 다른 거부감 없이 영화를 즐길 수 있게 하는 매력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영화와 관객 사이의 암묵적인 합의가 이루어질 수 없는 작품이네요. 오늘날 가능한 디지털 문명과 결코 가까운 미래 안에는 실현될 수 없는 문명이 뒤섞이게 되면서 개연성이 붕괴되고, 결국 117분동안 오락성 하나에만 모든 것을 쏟아붓는 작품이 되고 맙니다.

물론 이 작품처럼 기획 의도가 명확해보이는 팝콘 영화에서 완성도를 따지는 것은 어쩌면 무의미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티켓값을 기꺼이 지불한 대부분의 관객들이 기대하는 요소는 오락성 한가지뿐일테니까요. 이처럼 억지에 가까운 허점 투성이의 작품이라고 할지라도, 오락적인 면에서 만족을 시켜주면 팝콘 영화로서의 소임은 다 해낸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개인적으로 느낀 실망감은 바로 이 부분이기도 합니다. 할리우드의 팝콘 영화다운 앵글과 비주얼을 전개하지만, 재미가 그와 비례하지는 않더군요.

전반부는 매우 스피디하게 진행이 되며 기대를 갖게 하지만 중반부가 지나면서 긴박함과 액션이 모두 소멸되기 시작하고, 그 정체가 드러나는 순간부터는 스릴러 장르의 요소들도 실종되어서 맥빠진 전개만이 되풀이될 뿐입니다. 

이 작품은 스티븐 스필버그가 밀어주고 있는 감독과 배우를 볼 수 있습니다. D.J. 카루소 감독과 샤이아 라보프가 그들인데, 후자의 경우는 확실히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만족을 시켜준 것은 샤이아 라보프의 재능뿐이였던 것 같습니다. 필모그래피가 팝콘 영화로만 채워져 있는 배우라서 연기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좀처럼 없었던 것 같은데, 앞으로는 드라마 같은 장르에서 한번 샤이아 라보프의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하게 만들더군요. 

하지만 액션 시퀀스의 배치가 전반부에만 편중되어 있어서 균형을 맞추지 못하고, 또한 퍼즐을 맞춰나가는 묘미를 제대로 살려내지 못한 작품에서 만족감을 느끼기란 참 힘든 일입니다. 엉성한 구성과 전개를 덮어줄 수 있는 오락성조차 찾기 힘든 이러한 작품은, 팝콘 영화의 탈을 뒤집어 쓰고 있는 깡통 영화라는 생각까지 드네요. 

8천만$라는 거대 자본이 투입되었고 스티븐 스필버그가 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유명 배우들을 캐스팅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완성된 것을 보면, 흥행을 위한 요소들은 때로는 영화 외적인 것에 존재하기도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씁쓸한 의문도 듭니다. 영화 자체로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팝콘 영화를 가을중에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by 배트맨 | 2008/10/10 08:19 | 영화를 보고온 후 | 트랙백(4) | 덧글(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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