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얼음집 안에 서툴게 집어넣은 영화들과 상영관들. (2006.10.23~)
by 배트맨

태그 : 서영희
2008/02/21   추격자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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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격자
감독 데뷔작을 범죄 스릴러 장르로 시도하기란 참 어려운 일입니다. 탄탄한 시나리오와 더불어 완성도 높은 연출이 요구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한국 영화계에서는 좀처럼 시도되지 않는 장르이며,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은 작품은 보기가 매우 힘들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대부분의 한국 감독들이 조폭 소재와 엮어서 끊임없이 재탕 삼탕이나 하고 있고, 가벼운 웃음 위주의 작품으로 관객들에게 손짓하고 있을때 <범죄의 재구성>이라는 장르 영화로 데뷔를 한 최동훈 감독은 그래서 저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습니다. 그 해 한국 영화 최고의 발견이였다고 지금도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관객들은 이러한 장르에, 그리고 완성도에 항상 갈증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추격자>를 관람하면서 최동훈 감독의 데뷔작과도 같은 커다란 임팩트를 느끼지는 못했지만, 나홍진 감독이라는 새로운 발견은 기쁜 일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추격자>는 처음부터 범인이 누구인지 가르쳐주고 시작합니다. 미궁에 빠진채 허우적거리는 경찰들과는 달리, 관객들은 영화의 친절한 서술로 인하여 범행 동기와 과정도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
플래쉬백 같은 연출의 기교도 최대한 배제된채 시간순대로 123분이 진행됩니다. 이러한 의도된 것들은 관객이 범죄보다는, 그리고 범인보다는 이 모든 것들을 혼자서 쫓는 김윤석에게 몰입하게 해줍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 박진감이 넘친다던가, 팽팽한 긴장감을 느낄수는 없었습니다. 감독과 관객이 서로 머리 싸움을 할 수 있도록 진행이 되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시종일관 유지되는 흥미로움과 - 범행으로 인한 - 치가 떨릴 정도의 안타까움입니다. 

상업적인 재미가 가득한 영화는 아니였지만, 장르적인 흥미는 가득했었던 영화였다고 할 수 있겠네요. 
마지막 페이지까지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었던 한권의 책과도 같았다고 해야할까요.
기교가 배제된 강력한 내러티브가 이 영화의 매력이더군요.

하지만 종반부에서의 완성도는 아쉬움이 남는 시퀀스가 있기도 합니다. 어떠한 식으로도 설명되지 않는 - 이해되지 않는 - 장면은 이와같이 톱니바퀴 물려서 돌아가듯이 맞춰줘야 할 장르에서는 더욱 큰 아쉬움으로 남네요.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았을때 영화의 매력은 생생하게 살아서 움직입니다. 내러티브의 재능은 이번 작품을 통하여 마음껏 보여주었으니, 차기작에서는 기교가 가미된 그의 재능을 확인해보고 싶습니다. 올해 최고의 발견이라고 선뜻 단정하기는 쉽지 않지만 새로운 발견임에는 분명하니까요.

여기부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를 관람하지 않으셨다면 읽지 마시길..

위에 언급한 시퀀스는 바로 슈퍼마켓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종반부의 마지막 격투중 발생하는 마무리입니다. 슈퍼마켓에서 주인 아주머니가 하는 대사들이 너무 개연성이 떨어지더군요. 손수 망치까지 들려주는 모습까지도요. 그리고 종반부의 마지막 격투중 수사팀이 어떻게 그곳을 알고 찾아올 수 있었을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경찰보다는 그 직업이 딱 알맞을 정도로 양아치였던 주인공의 내면이 변화하게 되는 매개체가 여자 아이죠. 엔딩씬에서 그가 바라보게되는 도심의 밤 풍경은, 이 세상에서 그러한 직업과 일들이 없어지기를 바라는 암울한 내일이겠지요. 죽기전 음성 메시지를 남기는 아이 엄마의 목소리와 매치가 되더군요. 꼬마를 남자가 아닌 여자 아이로 설정한 것과 더불어서 말입니다.

몸과 마음 모두 망신창이가 되어버린 주인공의 회한이 제 가슴속에도 몰려오던 순간이였습니다.
by 배트맨 | 2008/02/21 12:06 | 영화를 보고온 후 | 트랙백(6) | 덧글(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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