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얼음집 안에 서툴게 집어넣은 영화들과 상영관들. (2006.10.23~)
by 배트맨

태그 : 두쿠백작
2008/09/06   스타워즈 : 클론 전쟁 (Star Wars : The Clone Wars) [26]
|

스타워즈 : 클론 전쟁 (Star Wars : The Clone Wars)

실사 영화가 아닌 애니메이션 작품이라는 점이 아쉽기는 했지만 <스타워즈>를 다시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는 설레임 때문에 국내 개봉을 얼마나 기다려왔는지 모릅니다. 조지 루카스가 말해온대로 이제 다시는 극장에서 <스타워즈>를 만나지는 못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국내와는 달리 <스타워즈> 팬층이 매우 탄탄한 북미(1)에서조차 혹평을 받고 있었고, 박스오피스에서는 3주차에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2천 9백만$ 밖에 못벌어들이는 참패를 당하고 있었지만 개의치 않고 상영관으로 향했습니다.

오프닝부터 실사판과 애니메이션 버전의 간극만큼이나 차이가 있더군요. 스타워즈 특유의 로고로 시작되지도 않고, 그 순간 상영관의 스피커에서 불을 뿜듯이 터져나오던 메인 테마곡도 없습니다. '옛날 옛적 은하계 먼곳에..'라고 글씨가 나오면서 우주로 사라져가는 자막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동안 상영관에서 <스타워즈> 특유의 오프닝을 보면서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짜릿함과 흥분을 느껴왔었는데 많이 서운하더군요.   

이번 애니메이션 극장판은 20세기폭스에서 워너브라더스로 배급사가 바뀌었다고 하던데 그런 부분이 영향을 준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조지 루카스가 실사 극장판과는 차별을 두고 싶어한 것이 아니였을까 싶기도 하고요. 아울러 가을부터 북미에서 100편짜리 TV 시리즈로 방영될 예정이라는 애니메이션은 이번과 같은 밋밋한 오프닝으로 매회 시작될 것 같습니다.

조지 루카스의 인터뷰를 보니 '애니메이션 장르의 장점을 살려서, 실사 극장판으로는 표현할 수 없었던 부분들을 보여주고 싶다'라고 했던데 이 말은 맞는 말이기도 하고 거짓말이기도 합니다.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에 규모가 매우 큰 스펙터클한 클론 전쟁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었지만, 이미 <EP2>와 <EP3>에서 보여준 바 있는 전투씬의 규모와 임팩트를 상쇄하는 시퀀스를 보여주지는 못합니다. <스타워즈>의 명성이나 블럭버스터라고 소개되기에는 터무니없는 액수인 3천 5백만$
의 제작비가 투입되었다고 하는데, 비주얼의 규모에 있어서 태생적인 한계가 명확했던 작품이였네요.

이 작품에서 규모를 포기한 대신에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비주얼의 묘미는 디테일에 있습니다. 특히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제다이 기사들에 가려져서 소모품으로 취급된 캐릭터인 클론 병사들의 색다른 모습들을 보여주는 것에 꽤나 신경을 쓴듯 합니다. 이것은 매니아들과 일반 관객들의 시각적인 차이가 두드러지게 갈릴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한데요. 애니메이션의 표현력과 창의성에 기대를 한 관객이라면 실망을, 기존에 볼 수 없었던 디테일을 즐길 수 있는 매니아라면 만족을 할 수도 있는 요소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치명적인 단점이 보입니다. 이미 애니메이션판의 규모와 창의성에 절망을 한 관객이라면, 거기에 더해서 치를 떨게 할 정도로 플롯이 단순하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 부분은 디테일한 연출에 비교적 만족스러워한 관객들에게도 실망감으로 다가왔을 것 같습니다. 한줄로 요약이 가능할 정도로 단순한 플롯에, 비주얼의 규모와 창의성이 실종되어 있기 때문에 기존의 <스타워즈>를 떠올리며 상영관을 찾은 관객들에게는 상당한 배신감을 안겨줄 수 있는 작품입니다. 이러하니 일반 관객층에게 어필하기는 더욱 더 어려워진 것일테고요.

조지 루카스는 각본과 연출에서 모두 빠진채 제작만 담당을 하고, 데이브 필로니 감독이 연출을 맡았는데 제작비의 한계인지 재능의 한계 때문인지 팬 서비스 하는 것에 90분을 소비하고 맙니다.  아미달라 등 주변 캐릭터들을 살짝씩 보여준다던가, 듀얼 대결씬을 어김없이 삽입하고 비행정의 전투씬까지 대부분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 작품의 오프닝 씬처럼 모든 연출이 오리지널의 퀄리티를 전혀 보여주지 못한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개인적으로 듀얼 대결은 <EP1>의 콰이곤 진과 다스몰의 대결을 가장 좋아하는데, 그런 긴장감 넘치며 포스가 가득한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때 흘러 나오는 'Dual Of The Fates'라는 곡도 무척이나 좋아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OST의 감흥도 찾을 수 없습니다.

예전에 <EP3>가 개봉을 했을때 스타워즈를 한번도 보지 못했다는 친구를 극장에 데려간 적이 있었는데 나오면서 "생각외로 정말 재미있었다"라고 말하던 기억이 납니다. 스타워즈를 한번도 접하지 못했음에도, 그리고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대만족을 했더군요. 그런데 이번 작품은 매니아들만 상영관으로 향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TV 시리즈의 홍보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관객의, 관객에 의한, 관객을 위한 <스타워즈>는 <EP3 : 시스의 복수>로 완전히 끝난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추억할 일만 남아있는 것이지요. 

(1) 프리뷰 포스트에서도 말씀드린바 있지만, 북미 박스오피스 역대 흥행작 탑10에 무려 3편이나 올라 있을 정도로 <스타워즈>는 북미에서 매우 탄탄한 팬층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1977년작 <스타워즈>가 역대 흥행 3위에, 1999년작 <스타워즈 EP1>이 6위에, 2005년작 <스타워즈 EP3>가 9위에 랭크되어 있습니다.


by 배트맨 | 2008/09/06 22:53 | 영화를 보고온 후 | 트랙백(4) | 핑백(1) | 덧글(26) |
<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
이글루 파인더
최근 포스트
카테고리
태그
최근 등록된 덧글
최근 등록된 트랙백
셜록 홈즈 / Sherlock H..
by 지구 616
셜록홈즈에게 액션이라는..
by 컬쳐몬닷컴
디스트릭트 9
by bada's style
해운대
by bada's style
2012
by bada's style
rss

skin by jes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