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얼음집 안에 서툴게 집어넣은 영화들과 상영관들. (2006.10.23~)
by 배트맨

아이언맨 2 - 디지털 (Iron Man 2)
아이언맨이라는 캐릭터의 매력은 슈퍼 히어로물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오만함입니다. 부와 권력의 상징인 로봇 슈트를 착용한 채 거리낌 없이 대중들 앞에 나서는 것을 좋아하며, 환호를 보내는 수많은 팬들에게 호탕하게 사인까지 해주는 슈퍼 히어로입니다.

이번 속편에서는 오락성의 범위를 대폭 확장시켜놓았네요. 슈퍼 히어로의 사명감에서 찾아오는 갈등과 깊은 고뇌 등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자신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한탄하며 오히려 추태를 부리며 망가져 버리는 그입니다.

그런데 이런 존 파브로 감독의 연출이 마음에 듭니다. 여러 슈퍼 히어로들 중에서 토니 스타크의 캐릭터에 독창성과 정체성을 잘 부여하고 있으며, 아이언맨만의 차별화된 매력을 표현해놓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체적으로 무거운 요소들은 의도적으로 제거해놓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실패한 슈퍼 히어로 작품들처럼 가벼움만 추구하지도 않습니다. 전편보다 규모가 더욱 커지면서 무려 2억불을 쏟아부은 블럭버스터 작품이지만, 오락성만을 확장시키는 것에 주력한 것이 아니라 내러티브를 구축하며 진행을 시키려고 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오락적인 요소들은 선택과 집중을 하며, 화려한 액션 시퀀스들의 배치 또한 적절합니다. 배우가 바뀐 제임스 로드(돈 치들)(1)는 워 머신으로 캐릭터가 자연스럽게 바뀌어가고 있고, 블랙 위도우(스칼렛 요한슨) 같은 캐릭터도 플롯 안으로 자연스럽게 추가되고 있더군요.

닉 퓨리(사무엘 L. 잭슨)가 등장하는 동시에 아이언맨 주변 캐릭터들의 규모 또한 커지고 있는데 적절히 삽입을 하며, 전체적인 밸런스를 잡아나가는 배치가 인상적입니다. 전편에 이어서 이번 2편까지 관람을 하면서 느껴지는 것은, 존 파브로 감독이 매우 영악한 연출과 재능을 보여준다는 겁니다. 저는 이 양반의 연출 기획과 선택이 참 마음에 드네요. 극장가에 선을 보인 두 편으로 봐서, 시리즈 전체가 매우 기대가 됩니다. 존 파브로라면 해낼 수 있을 거예요.


존 파브로 감독이 아마도 가장 큰 고심을 했을 부분은, 아이언맨과 위플래시(미키 루크)(2)의 마지막 결투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선과 악을 대표하는 두 캐릭터의 대결이 의외로 빨리 끝난 감이 없지 않지만, 존 파브로 감독의 그런 선택이 존중되었던 이유는 그럼으로 인해서 밸런스가 유지되었다는 점입니다. 위플래시가 조종하는 수많은 워 머신들의 액션 시퀀스가 삽입이 되었는데, 다시 또 마지막 판을 화려하게
가려고 했으면 분명히 지루함을 피할 수 없었을 거예요. 아무리 비주얼을 현란하게 뽑아냈어도 말입니다. 연출의 - 불필요한 부분의 - 욕심을 버림으로써 전체적인 흐름과 균형이 잡힌 셈입니다.

캐릭터의 차별화, 전체적인 밸런스, 절제의 미학 등을 잘 아우른 작품이 이번 속편입니다. 무겁지도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게 연출을 하고 싶어하는 슈퍼 히어로물 감독들에게, 아이언맨은 롤 모델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끝으로 1편의 엔딩 크레딧이 모두 올라간 후 나오는 보너스 컷을 못 본 관객이라면, 조금씩 출연 비중이 커지고 있는 쉴드의 국장 닉 퓨리의 등장에 어리둥절해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속편 또한 엔딩 크레딧이 끝난 후, 전편처럼 보너스 컷이 나오더군요. 짧지만 향후 기획을 암시하는 의도가 삽입되어 있기 때문에 볼만한 필요가 있습니다. '극장이 좋아요' 카테고리에서 보너스 컷은 따로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1)
테렌스 하워드와 돈 치들 두 명 모두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들이라서, 돈 치들의 제임스 로드도 꽤 좋았습니다.

(2) 우리 세대라면 이 배우가 젊은 시절에 얼마나 멋졌었는지 알고 있습니다. 조연이고 악역 캐릭터지만 이런 블럭버스터 작품에서 다시 만나볼 수 있는 것 자체가 너무 반갑네요. 지구 반대편에서도 여전히 그를 응원하고 있는 팬들이 여러 명 있다는 것을 그가 알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미키 루크, 당신은 여전히 멋지더군요. 세월이 모든 것을 지워가지만, 팬들의 마음과 기억까지 지우지는 못하니까요.
by 배트맨 | 2010/05/09 14:10 | 영화를 보고온 후 | 트랙백 | 덧글(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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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수룡 at 2010/05/09 14:19
전 사실 F1 경기장에서 미키 루크님을 응원했... 멋지더라고요!
Commented by 배트맨 at 2010/05/09 17:23
별 다른 대사 없이 청바지만 입고 있는 씬에서조차도 아우라가 풍기더군요. 저도 그를 응원하고 있습니다. ^^*
Commented by 소시민 at 2010/05/09 18:13
전 전작을 보지 않고 이번 2편만 봤는데 저에게는 잘 맞지 않더군요.

스토리 전개가 그리 매끄럽지 못하고 액션신도 슈퍼히어로만의

아우라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셜록 홈즈에서 그러했듯이 중후

하면서도 귀엽더군요. ㅎㅎ
Commented by 배트맨 at 2010/05/09 23:50
저는 이번 속편도 좋더라고요. 나름대로 내러티브를 세워가며 진행하려 한 점도 마음에 들었고요. 소시민님께서도 만족스럽게 보셨으면 좋았을 텐데요. (제가 너무 오랜만에 극장에 가서 그랬던 걸까요? 흑~)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드라마 장르에서도 아주 제대로 연기력을 보여주는 참 좋은 배우입니다. 천의 얼굴을 가진 배우인 것 같아서 좋아합니다. ^^;
Commented by Uglycat at 2010/05/10 05:25
전 토니 스타크와 이반의 대결구도가 기대한 만큼 다뤄지지 않아서 실망했어요... -┌
Commented by 배트맨 at 2010/05/11 09:23
토니 스타크와 이반의 직접적인 대결은 화려하지 않았지만, 이반이 조종한 워 머신들의 액션 시퀀스가 이미 전개가 되었기 때문에 저는 오히려 존 파브로 감독의 그런 선택이 존중되었어요.

과유불급으로 영화가 산으로 가는 경우를 많이 봐서요. T.T
Commented by 스릴머신 at 2010/05/22 14:11
저는 그쪽세대는 아니지만(아닌것 같네효 ㅎㅎ^^)
미키루크 처음 봤는데 카리스마 장난 아니더라구요.
진짜 아이언맨에서 제일 멋졌음... 최고!!!
젊었을때보다 더 카리스마 넘침
Commented by 배트맨 at 2010/05/23 16:44
미키 루크가 젊었을 때는 한 시대를 대표하는 섹시 아이콘이었는데, 세월의 무게와 인생의 역정이 험난해지면서 오늘날에 이르게 되었네요. 그래도 몇 년 전부터 보란듯이 재기에 성공하고 있는 것 같아서, 저를 포함한 주변 친구들은 다들 반가워합니다. ^^;

젊었을 때는 영화 제목 앞에 '미키 루크의..'라는 표현이 항상 포스터에 들어갔을 정도로 인기가 좋았었습니다.

<아이언맨 2>에서는 청바지만 입고 있는데도 여전히 멋지더군요. 스릴머신님께서는 역시 아시네요. ^^*
Commented by 빨간꿀 at 2010/05/24 21:07
앗 저도 아이언맨은 보았습니다! 개봉한 걸 알고 부리나케 달려가서 봤어요!

2편은 2편 나름대로 재미있게 봤지만 전 음, 1편이 훨씬 더 낫지 않았나 싶기도 했어요. 다만 1편도 좀 길게 늘어졌던 감이 있었는데 2편은 그런건 없었다 싶었구요. 아, ... 너무 옛날(?)에 봐서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ㅠㅠ

전 스칼렛 요한슨이 한참 옷갈아 입고 나서 미키루크의 사무실(?)로 침입해 들어갈 때 '헉스 미키루크랑 대결하러 가는 거야?'라고 엄청 깜짝 놀랐었고, 그리고 스칼렛 요한슨 얼굴이 클로즈업 될 때마다 '뒷통수 때리면 어떡해!!' 라고 걱정했지 뭐에요 -.-; 미키루크가 사무실(..)을 빠져나가는 씬을 찍어주었으면 제 이해에 훨씬 도움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ㅠㅠ

그나저나, 아이언맨의 친구인 미군 중령(이름이;;)이 그 수트를 입고 조종을 당하는데, 저게 과연 가능한지에 대해서 좀 생각을 했었습니다. 혹은 가능 하더라도, 미군 중령의 몸이 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요. .. 좀 심각한 생각일 까요? ^^;;

엔딩 크레딧은 못 보았습니다 ㅠㅠ 잽싸게 밥먹으러 갔어요 ㅋ
Commented at 2010/05/24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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