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얼음집 안에 서툴게 집어넣은 영화들과 상영관들. (2006.10.23~)
by 배트맨

마이클 잭슨의 디스 이즈 잇 (Michael Jackson’s This is it)
어떤 스타를 표현할 때 미디어와 대중들은 앞을 다투어 온갖 화려한 어구로 치장을 해주고는 합니다. 하지만 마이클 잭슨만큼은 그 어떤 화려한 어구로도 그의 음악 인생을 결코 표현할 수 없을 겁니다. 인간의 언어로는 그것을 대신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King of Pop' 또한 그에게 어울릴만한 표현은 아닙니다. 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겠죠. 그래서 나는 그 어떤 표현도 찾지 못한 채 이 한마디 밖에 하지 못하겠습니다. "마이클 잭슨, 당신은 정말 최고였어요."

음악 다큐멘터리 영화이기는 하지만 상당히 다른 형식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이런 장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연출인 지인들의 인터뷰를 삽입했다던가, 해당 인물이 걸어온 길을 반추할 수 있도록 시공간을 넘나드는 모습 등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극 중에서의 인터뷰도 리허설을 함께 했었던 스탭으로만 제한이 되어 있더군요. 이름 모를 백댄서들까지도 인터뷰에 참여를 하지만, 퀸시 존스 같은 기대했었던 인물은 볼 수 없었습니다. 상영 시간 내내 영화의 공간도 리허설을 진행하는 실내 공간으로만 한정되어 있고요. 왜 그랬을까요? 일반적인 음악 다큐멘터리 영화처럼 입체적인 구성을 해서, 관객의 감정선을 크게 끌어올리는 동시에 극적인 완성도를 더 높일 수도 있었을 텐데요.
 
아마도 마이클 잭슨의 마지막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고 했었던 것 같습니다. 팬들에게 마지막으로 다가서기 위해서 그가 준비한 모든 것들을 말입니다. 온갖 루머와 미디어의 조롱 속에서 지칠만도 했을법한 그였지만, 주저앉을 것만 같았던 그였지만, 마지막 커튼콜을 준비하고 있던 그는 여전히 음악에 대한 열정과 팬들에 대한 사랑을 가득 발산하고 있었습니다. 상영 시간 내내 관객이 없는 그곳에서 스크린을 향해 이렇게 속삭이는 것 같더군요. "나는 아무 것도 변한 것이 없습니다. 나는 어제도, 그리고 오늘도 마이클 잭슨입니다."

때문에 연출적인 기교 또한 자제한 채 그의 리허설 모습만을 덤덤히 보여줍니다. 감성적인 부분도 의도적으로 배제된 편집을 보여주더군요. 케니 오테가 감독이 리허설 무대에서 마이클을 바라보는 그 시선을, 관객 또한 그대로 바라볼 수 있도록 말입니다. 다큐멘터리 장르임에도 이러한 구성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마이클 잭슨이기 때문에 가능했었던 것이 아니였을까 싶네요.


감성적인 요소를 단 한 차례 삽입해놓기는 합니다. 잭슨 5 시절의 모습을 잠시 비춰준 후, 리허설에서 마이클 잭슨이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남매의 - 잭슨 5의 - 이름을 한 명, 한 명 부르는 모습이 보이더군요. 매우 짧게 삽입이 되어 있는 이 모습을 보며 가슴 한 편이 뭉클해져 왔습니다. 그가 걸어온 음악 인생을 짧지만 매우 함축적으로 그려주는 것 같아서요. 하지만 이런 감성적인 접근은 단 한 차례에 불과하며 찰라와 같이 지나갑니다. 

어쩌면 이러했던 구성과 연출이 세상을 떠난 그에게 보내는 최소한의 예의가 아니였을까도 싶네요. 감성적인 연출을 시도하며 포장하고 이미지를 그려내면, 평생을 루머 속에서 시달려온 그에게 또 다른 짐을 지게 한 채 떠나보내는 것이였을 테니까요. 마이클 잭슨의 평상시 모습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대로 보여준 것이, 우리 팬들에게 보내준 마지막 선물이였던 것 같습니다.

그의 수 많은 히트곡들이 상영 시간 내내 흘러나오는데요. 그의 대표곡을 따로 꼽을 수가 없을 정도로, 모든 곡들이 다 보석과도 같았던 음악들이였습니다. 라이브로 음악을 부르며 춤을 간단하게 추는 모습을 보니, 전성기 시절의 그가 끊임없이 오버랩 되더군요. 그래서 탄성을 지르게 하는 곡들이 연이어 나올 때마다 희열과 함께 울컥해지는 기분을 끊임없이 느껴야만 했습니다. 특히 'Human Nature' 음악을 부를 때는, 지난 1980년대의 어느 날 라디오로 들으며 따라 부르던 기억이 불현듯 떠올라서 감정을 주체하기가 힘들더군요. 네. 그렇게 마이클 잭슨의 마지막 모습을 마음속 깊은 곳에 묻고 왔습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후 보너스 컷(1)이 나오더군요. 본편이 음악과 팬들에 대한 변함없는 열정과 사랑을 보여줬다면, 보너스 컷은 그것과 더불어 그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했었던 것이 뭐였었는지 보여줍니다.



(1)
'극장이 좋아요' 카테고리에서 따로 다뤄보겠습니다.
by 배트맨 | 2009/10/31 11:33 | 영화를 보고온 후 | 트랙백(1) | 핑백(1) | 덧글(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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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이카의 뒤죽박죽 장난감.. at 2009/11/11 11:58

제목 : [영화] 마이클 잭슨의 'This is it'
This is It- 감독 : 케니 오테가 - 출연 : 마이클 잭슨 외- 일시 : 2009.11.9(월), 6:20 PM- 장소 : 코엑스 메가박스 2관 : 미리 밝혀둡니다. 저는 마이클 잭슨의 팬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그의 노래들을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는 사람도 아니었습니다. 마이클 잭슨은, 저와 '먼 세계'에 있는 존재였지요. 그러던 어느 날, 저는 마이클 잭슨의 부고를 전해듣습니다. 그걸 전해준 사람에게 제가 내뱉......more

Linked at 배트맨이 들려주는 이야기. 레.. at 2009/10/31 11:43

... 꽤나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은 보너스 컷이였네요. 이제는 부디 편히 쉬세요. 당신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마이클 잭슨의 디스 이즈 잇 (Michael Jackson’s This is it) 리뷰 새창으로 가기 ... more

Commented by infini at 2009/10/31 23:14
"The Man" 이죠...정말.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9/11/01 01:57
마이클이 세상을 떠난 후, 성추행을 당했었다고 그를 고소했었던 어느 남성이 양심 고백을 했더군요. 당시 돈에 눈이 먼 아버지가 시켜서 꾸민 일이라고, 마이클에게 잘못을 빈다고요.

평화와 사랑을 외쳤던 그의 따듯했었던 모습을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Commented by K at 2009/11/01 01:09
'King of Pop' 또한 그에게 어울릴만한 표현은 아닙니다. 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겠죠.

라는 표현이 정말 마음에 와 닿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마이클 잭슨에 대해서 그의 노래 제목을 따라 Speechless라고 평합니다. 뭐라 평할 도리가 없다는 뜻으로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루이스피구 at 2009/11/03 15:26
주말에 볼 생각이라 글은 중간까지만 읽고 건너 뛰었습니다
전 영화를 아무 정보 없이 보는 사람이라 -_-

영상으로 보는 마이클이라.. 한번도 마이클의 공연을 직접 본적이 없어서 보다가 울지도 모르겠네요 안타까움 반 반가움 반의 감정일듯..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9/11/04 09:14
연출에 기교를 부리거나 입체적인 구성으로 마이클을 조명하는 작품이 아니기 때문에, 특별히 스포일러라고 할만한 것은 없을 거예요. 다만 엔딩 크레딧이 모두 올라간 후 보너스 컷이 나온다는 말씀은 꼭 드리고 싶습니다. ^^

끝도 없이 계속 이어지는 그의 히트곡들을 들으며, 희열과 함께 울컥함이 계속 올라오더군요. 이제는 다시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상영관을 나서면서 말로 표현 못할 그런 기분이 들었습니다.
Commented by 심혜영 at 2010/05/03 21:57
마이클이 너무 그립고 보고 싶습니다
저는 3번이나 봤는데 마이클 기일이나 생일에 맞춰 재상영 해서 많은 사람들이 보고 감동을 받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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