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 감독, 재능이 있는 감독입니다. 그 재능이 한 장르에만 한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코미디 장르에서 그처럼 재능을 보여주는 국내 감독은 아직까지 못 본 것 같습니다. 이런 그가 외도를 했었던, 이를테면 <박수칠 때 떠나라> 같은 작품을 볼 때는 상영관에서 깊은 절망감도 느껴야만 했었지만, 전작들에서 그의 재능을 봐왔기 때문에 관객으로서 그와 마주 잡은 손을 놓아버리기는 싫었습니다.
이번 신작은 그가 잘 해낼 수 있는 코미디입니다. 대통령이 한 명도 아닌 세 명이나 그려지는 작품이라고 하니, 그가 보여줄 장르적인 오락성과 더불어 풍자의 범위와 깊이가 내심 기대되었습니다. 물론 소재가 많이 다르기는 하지만 임상수 감독의 <그때 그 사람들> 같은 정치 풍자극을, 그런 수작을 오랜만에 또 한 편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 말입니다.
그런데 이 작품, 코미디는 살아있지만 풍자하는 모습은 좀처럼 찾아보기가 힘들더군요. 안전하게 가자는 것이지요. 아니, 쉽게 가자는 연출입니다. 팝콘 영화의 영역에서 단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으려고 한 작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을 바보로 아는지, 엔딩 씬에서 나레이션으로 다시 한번 이 작품의 기획 의도를 천천히 읽어줍니다. 혹시라도 잘못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시선이 있을까봐 그렇게도 두려웠던 건가요? "당신 그렇게 이번 작품을
만들지도 않았잖아요." 아니면 관객의 이해력과 지적 수준이 못미더웠던 겁니까? 내 생애 상영관에서 경험해 본 최악의 나레이션이였습니다.
현실(역사 속의 대통령들)과 이상(영화 속의 대통령들) 사이의 괴리를 지워나가는 창작물을 보여주는 것이 영화라는 예술 문화의 큰 매력 중 하나인 점은 맞습니다. 정치인이 주요 캐릭터로 그려진다고 해서, 반드시 역사의 시간들을 들춰내고 캐릭터에 반영해야 할 이유도 없을 테고요. 그런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가끔씩 웃어가며 볼 수 있는 팝콘 영화입니다.
다만 장진 감독처럼 코미디 장르에서 독보적인 재능을 갖고 있는, 그런 위치에 올라 있는 감독이였다면 장르적인 오락성은 유지를 하되 폭 넓고 깊은 풍자도 같이 띄워놓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이 듭니다. 그런 것을 기대하며 상영관을 찾았던 저로서는 완성도에 대한 실망이 이만 저만이 아니였고요. 장진 감독은 보편적인 코미디물을 만들고 싶어했었던 것 같고, 제가 원했던 것은 특별한 코미디물이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풍자가 살아 숨쉬는 코미디물이 과연 '특별함'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야 하는 작품인 걸까요.
장진 감독이 그려가고자 하는 코미디물에서는 철학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 댓가로 박스오피스에서 돈을 쓸어담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결코 그 어떤 트로피도 당신의 품에 안기게 되는 일은 없기를 바랍니다. 가벼운 웃음만을 파는 당신의 재능이 아까울 뿐입니다.

이 작품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작이였었죠. 정치적인 해석에 따른 오해와 부담에서 벗어나고자 캐릭터들의 색깔들을 모두 지워버렸고, 작품성과 완성도가 갖춰진 작품이라고는 볼 수 없는 범작이라고 생각을 하는데요. '대통령이기 이전에 그들도 평범한 한 사람이다'라는 주제 의식을 가볍게 담아낸 팝콘 영화에 개막작의 당위성을 부여할 수 있었던 건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지향하는 색깔은 대중성입니까? 작품성입니까? 도대체 뭡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