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추석 주간의 라인업은 절망스러울 정도입니다. 단 네 편만이 개봉을 하는데 누가 가을 시즌 아니랄까봐 다 고만 고만한 작품들이 마치 블럭버스터인 것 마냥 탈을 쓰고 개봉이 되네요. 추석 주간인데 라인업을 보면서 '해도 좀 너무하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죽했으면 치를 떨리게 했었던, 조나단 모스토우 감독의 작품을 메인으로 뽑았겠습니까! 참고로 메인 이미지는 '배트맨이 들려주는 프리뷰'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추석 연휴가 사흘 밖에 안되는 점이 빈약한 라인업을 구성하게 한 결정적인 요인이 아닐까 싶은데요. 다행이라면 10월의 전체 라인업은, 지난 9월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꽤 화려한 편입니다. 반드시 봐야 하는, 기다리고 있었던 작품들도 몇 편 눈에 띄이고요.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께서도 아마 10월 중에는 극장가를 찾으실 일이 한차례 이상은 있으실 겁니다. (총알을 비축해 놓으세요.)
한가지 안타까운 점이라면 엄청난 재능을 보여주고 있는 조 라이트 감독의 <솔로이스트>가 개봉일을 못잡고 있군요. 북미에서 재미를 보지 못한 것이 국내 개봉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은데, 가을 시즌 중에 만나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꼭 개봉시켜주세요. 그럼 10월 첫째주의 추석 개봉작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참고로 포스트에서 다루는 프리뷰는 주관적인 성향이 많이 반영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RSS 리더기로 읽으시는 분들께는 포스트의 레이아웃이 산만하게 보여지고 있습니다. 프리뷰 포스트 만큼은 블로그로 들어오셔서 원문을 읽으시면, 제가 의도한 레이아웃으로 편하게 읽으실 수 있습니다.
----------------------------------------------------------------------------------------------------------------

써로게이트 (Surrogates)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88분
조나단 모스토우 감독하면 <터미네이터 3 : 라이즈 오브 더 머신>이 떠오르고, 그 전설과도 같았던 명작 시리즈를 망가뜨려 놓은 대표적인 감독으로 정의가 됩니다. 3편을 연출했었던 무능한 감독이라는 꼬리표가 치욕처럼 붙어다녔었죠. 이런 그에게는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얼마전 <T4>를 연출한 맥지 감독도 비슷한 처지가 되었지만요. 능력이 안되면 욕심을 낼 것이 아니라, 정중히 거절할 줄도 알았어야 했는데 말입니다.
이번 신작은 이런 깊은 상처를 안고 있는 - 정말로 상처가 깊었을 겁니다 - 조나단 모스토우 감독이 재기를 노리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북미에서는 지난주인 9월 25일에 와이드 릴리즈되어서 2위로 데뷔를 했습니다. 그런데 평단과 관객들의 반응이 시덥지 못한 편이고, 스코어 또한 좋지 않아서 현재 1천7백만$를 기록하고 있네요. 참고로 제작비는 8천만$를 투입했습니다. 가을 시즌에 개봉시킨 작품치고는 꽤 많은 제작비가 들어간 영화인데요. 북미 시장에서의 제작비 회수는 물 건너 간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현재까지의 반응을 보면, 2주차부터는 드랍율이 꽤 크게 나올 것 같고요.
브루스 윌리스 형님께서 출연하기 때문에 기대하시는 분들이 많으셨을텐데, 감독을 봤을 때 저는 이런 결과가 그리 놀랍지는 않습니다. '미워도 다시 한번'이라는 표현이 있죠. 추석 주간의 라인업이 당혹스러울 정도여서 그냥 이 작품을 볼까 생각 중입니다. '미워도 다시 한번'이라기 보다는 '마지못해 다시 한번'이라는 표현이 더 올바른 것 같지만요.
게이머 (Gamer)
18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94분
국내에서는 추석 주간에 개봉이 되고 있지만 북미에서는 지난 9월 4일에 와이드 릴리즈 되어서 흥행에 참패를 한 작품입니다. 현재까지 2천만$를 겨우 넘기고 있네요. 흥행이 안좋으면 반응이라도 좋아야 다음 기회를 기약할 수 있을텐데, 평단들은 일제히 혹평 세례를 보냈고 관객들의 반응도 좋지 않습니다. 기댈 곳이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마크 네벨딘과 브라이언 테일러 감독이 공동 연출을 했는데, 이 둘의 공동 연출은 이번 작품이 처음이 아닙니다. <아드레날린 24> 등 연출을 같이 해오고 있네요. 몇 편 안되는 연출 커리어를 보면 다 B급 액션 영화들 뿐이기 때문에, 이번 신작 또한 어떤 방향으로 연출이 될지 짐작이 되었습니다. 결과 또한 뻔히 보였고요. 그런데 제라드 버틀러의 생각은 달랐었던 걸까요?
이제는 인지도를 꽤 얻고 있는 배우이지만 제라드 버틀러를 볼 때 마다 참 작품을 고르는 눈이 없다는 생각이 들고는 합니다. <300> 이후의 작품들을 보면 이미지가 고정될까봐 몸부림을 친 흔적이 보였고, 그래서 영화들이 - 흥행 결과와는 별개로 - 실망스러웠어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었는데요. 다시 이런 작품에 출연하는 것을 보면 대책이 없다는 생각까지도 듭니다.
기획 의도, 감독의 커리어, 시나리오 이런 것들을 보면 제라드 버틀러도 분명히 알았을텐데요. 더군다나 캐스팅이 안되는 배우도 아니고요. 본인도 고민이 되겠죠. 마초적인 이미지로 굳어질까봐 두렵기도 할테고, 나이를 봐서는 이제 연기력으로 승부를 걸어야 하는 시점으로 접어들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런 작품으로 죽을 쑤면 드라마 작품이 의뢰가 가겠습니까? B급 액션 영화를 즐기시는 분이시라면 상관이 없으시겠지만, 이런 작품이 추석 라인업에 올라와 있다는 것에 좌절하게 됩니다.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4 (The Final Destination)
18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82분
3년 주기로 선을 보이고 있는 이 시리즈가 계속 제작이 되고 있는 이유는, 전작들의 스코어를 보면 답이 나옵니다. 2편의 제작비가 공개되지 않았었지만, 1편과 3편의 제작비가 2천3백만$~2천5백만$였던 것을 보면 대략 짐작이 가능하고요. 이처럼 저예산을 투입하고 있는 시리즈가 지난 세 편 모두 월드와이드 흥행에서 1억$ 내외(1)를 벌어들였으니 계속 제작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겁니다. 북미 스코어를 보면 제작비는 이미 북미 시장에서 회수를 했었을 것으로 보이고요.
달러를 긁어모으고 있는데 평단과 관객이 혹평을 하든 말든 신경을 쓸 이유가 없는 것이겠죠. 평단이 지난 세 편에 모두 혹평 세례를 보낸 반면, 관객들은 지난 1편에 꽤나 지지를 보냈었는데 이제는 관객들의 평들도 평단과 크게 다를 것이 없는 시리즈가 되어버렸습니다.
1편과 3편의 연출은 제임스 웡 감독이 맡았고, 이번 신작은 지난 2편을 연출했었던 데이빗 R. 엘리스 감독에게 다시 메가폰을 안겨줬네요. (제임스 웡 감독은 나름대로 공을 들였을 다른 신작(2)이 올해 봄에 두고 두고 회자가 될 만큼 크게 망가졌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 5편도 제작에 들어갈 겁니다. 시리즈 사상 가장 많은 제작비로 보이는 4천만$를 이번 4편에 투입했는데, 북미 스코어와 월드와이드 스코어에서 역대 시리즈 중 최고의 흥행을 기록하고 있으니까요.
북미에서는 지난 8월에 와이드 릴리즈되어서 6천4백만$를 기록했고, 월드와이드 흥행은 현재 1억5천만$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신작은 지난 1편처럼 참신한 아이디어로 연출이 된 건가요?"라고 궁금해 하실 분들이 계실 것 같으신데, 관객들과 평단의 반응은 그야말로 참담할 정도입니다. 이런 작품이 추석 라인업에 끼어 있으니 한숨이 나온다는 겁니다.

벨라 (Bella)
연소자 관람가
상영시간 91분
작품의 완성도가 높다면 제작 연도가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추석 주간인데 2006년작을 개봉시키는군요. TV의 추석 특집 라인업도 아닌데 말입니다. TV 방송국들 조차도 추석 때는 그래도 성의는 보이지 않습니까?
미국과 멕시코의 합작 영화인데 드라마적인 완성도는 비교적 잘 나온 것 같습니다. 인지도가 있는 영화제들은 아니지만 6개의 트로피를 들어올렸네요. 그런데 북미의 평단은 혹평을 한 것이 좀 이상합니다. 관객들은 지지를 보냈던데요. 평단과 관객들의 반응이 극과 극으로 갈린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2006년 10월에 제한 상영이 되어서 북미 스코어는 8백만$로 마감을 했네요. 처음 들어보는 이름의 멕시칸 감독 알레한드로 고메즈 몬테베르드가 연출을 했습니다.
----------------------------------------------------------------------------------------------------------------
상영관 예절 캠페인을 빼놓을 수 없겠죠. 상영관과 집을 구분하지 못하는 이기적인 무개념 관객 - 이라 적고 짐승이라고 읽습니다 - 들을 가끔씩, 아니 자주 만나보게 됩니다. 핸드폰을 열어보는 짐승, 통화 하는 짐승, 잡담 나누는 짐승, 큰 소리내며 먹는 짐승, 발로 앞 좌석을 차는 짐승, 지나친 스킨십을 하는 짐승 등은 상영관에서 영화를 볼 자격이 없습니다. 그냥 집에서 혼자 DVD나 보세요.
상영관은 혼자서 전세를 놓은 문화 공간이 결코 아닙니다. 얼마나 이기적이고 개념이 없으면 공공 장소인 상영관에서 그런 민폐되는 행동들을 하는 겁니까? 상영관 예절 만큼은 우리 모두 꼭 지킵시다! 극장에 갈 때 마다 스트레스가 이만 저만이 아니네요. 영화를 집중해서 보고 싶은데 말입니다.
----------------------------------------------------------------------------------------------------------------
배트맨이 들려주는 프리뷰는 다음주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극장에서 영화와 함께 하는 즐거운 추석이 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1) 2편의 월드와이드 흥행만 1억$에 다소 못미치는 9천만$를 기록했습니다.
(2) 드래곤볼 에볼루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