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얼음집 안에 서툴게 집어넣은 영화들과 상영관들. (2006.10.23~)
by 배트맨

어글리 트루스 (The Ugly Truth)
가을은 로맨틱 코미디의 계절이라고 할 수 있는데, 장르의 특성상 주 관객층은 여성들입니다. 이렇다보니 로맨틱 코미디 영화에는 여성 관객들을 염두에 둔 여러가지 요소들이 삽입되고는 합니다. 얼마 전에 개봉이 된 <프로포즈>가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오락성과는 별개로 진부한 연출과 엉성한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지만,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지향해야 하는 요소들을 모두 삽입해 놓은 영화라고 할 수 있겠네요. 주 관객층을 제대로 공략하는 이른바 기획이 잘 된 영화였습니다. 
 
이 작품 또한 같은 장르이지만 좀 다르게 기획이 되었네요. 포스터를 보면 한 눈에 바로 영화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는데, 여성 관객 뿐만이 아니라 남성 관객들까지 모두 상영관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의도가 보입니다. 때문에 코미디 요소는 유지가 되지만, 로맨틱한 요소들은 상당 부분 제거가 되어 있더군요. 물론 플롯의 구성은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적인 공식에서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지만요.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1)라는 책이 대중들에게 - 연애가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은 이들에게 - 인지도를 얻을 정도로, 남성과 여성은 서로에게 바라며 꿈꾸는 애정관에 있어서 차이가 있는 것이 사실이며 현실인데요. 그 부분을 매우 노골적인 음담패설로 그려나가면서 웃음을 안겨줍니다. 아니, 음담패설이라고 표현하면 안되겠습니다. 상당 부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사실적인 대화(2)로 그려나가면서 웃음을 안겨줍니다.

로맨틱한 요소들이 의도적으로 많이 제거가 되어 있기는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겉 모습과는 달리 결국에는 이 작품 또한 남성 관객들 보다는 여성 관객들을 향해서 연출이 된 작품이네요.

주의 : 지금부터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 속의 남성 캐릭터를 보면, 전혀 다른 타입의 남성 캐릭터를 복수로 그려나가고 있는데요. 제라드 버틀러가 직설적이며 터프한 마초적인 이미지의 남성 캐릭터라면, 에릭 윈터(의사역)는 젠틀하면서도 부와 명예를 다 갖춘 남성으로 나옵니다. 에릭 윈터는 사회적으로나 사적으로나 완벽한 남성상으로 그려지더군요. 거기에 더해 잘 생기고, 키도 훤칠하며 근육질의 탄탄한 몸매까지 갖춘 모든 여성들의 로망인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들 중 한명을 선택하게 되는 캐릭터는 당연히 여성인 캐서린 헤이글이고요. 즉 선택권이 여성에게 있는 것인데, 결국에는 능동적인 여성상을 그리고 있는 것이지요.

엔딩도 여성들이 꿈꾸는 방향으로 귀결이 됩니다. 머리로는 에릭 윈터를 원했겠지만, 가슴으로는 제라드 버틀러를 느끼면서 둘 사이에서 갈등을 하게 되는데, '사랑은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여주더군요. 살다보면 머리로 하는 사랑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마음으로 하는 사랑을 선택하는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분명한 것은 선택 여부와 상관없이, 우리 모두가 꿈꾸는 사랑은 후자가 아닐까 싶고요. 정서적으로 여성 관객들의 이러한 부분을 대리만족 시켜주는 영화라고 해야 할까요.

이 작품의 장르적인 백미라고 한다면 LA의 호텔 복도에서 제라드 버틀러가 왔다 갔다하며 고민을 하는 씬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런 장면에 딱 알맞는 음악까지 흘러나오면서 로맨틱 영화다운 정서를 잠깐이나마 안겨주더군요. 이러한 정서를 상영관에서 좀 더 만끽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말입니다.

1989년작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3)를 패러디하는 레스토랑에서의 시퀀스가 있던데요. 그 때나 지금이나 남성과 여성의 차이, 즉 서로 다른 애정관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 시퀀스가 아닌 두
영화의 비슷한 소재로 보았을 때 - 멋진 시도였습니다. 주연 배우들도 모두 바뀌었고, 영화를 바라보는 관객들 또한 이제는 모두 세대가 바뀌었지만 남성과 여성의 애정관은 오늘도 변한 것이 없습니다. 다음 세대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요. 이런 작품은 다음 세대에서도 계속 기획이 될 거고요.


(1)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 제목과는 달리, 금성에서 온듯한 제가 화성에서 온듯한 여성을 만나서 연애를 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 책은 바로 쓰레기통으로 던져버렸습니다. 개인적으로 연애에 있어서 가장 위험한 것은 '일반화의 오류'라고 생각을 하고요. '일반화의 오류'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 때, 비로소 상대방을 존중하며 좀 더 아름다운 연애를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2) 언젠가 TV에 박수홍씨가 나온 적이 있었습니다. 여성 패널들이 "박수홍씨는 여성의 어느 부분에 매력을 느끼느냐?"고 질문들을 던지더군요. "예쁜 손", "눈" 이런 것 말고 솔직히 말해달라면서요. 그러자 웃으며 "엉덩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며 꽤 솔직한 대답, 하지만 쉽지만은 않은 대답을 한다는 - 긍정적인 - 생각을 했었습니다. 저 또한 여성의 엉덩이에 가장 큰 매력을 느낍니다. 

(3) 이 멋진 작품을 꽤 우울한 시기에 관람을 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제 기억이 맞다면 당시 서울극장에서 심야로 관람을 했었는데, 이 작품의 상영을 마지막으로 국내의 극장가에서는 한동안 심야 영화가 사라지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심야 영화를 볼 수 있다며 극장을 찾았었던 암울한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전기를 절약하자며 심야 영업에 대한 규제가 시작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by 배트맨 | 2009/09/19 21:48 | 영화를 보고온 후 | 트랙백 | 덧글(10) |
트랙백 주소 : http://gilwon.egloos.com/tb/2430091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위장효과 at 2009/09/19 22:00
제라드 버틀러가 간만에 식스팩 복근 자랑안하고 영화에 나오는 겁니까?^^
-한동안 나온 영화가 툼레이더2에 300에 타임라인, 레인오브파이어같은 경화들이니 뭐...(정작 식스팩 자랑은 300정도였구나^^)-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9/09/20 01:05
식스팩 자랑은 다른 배우(에릭 윈터/의사역)가 하더군요. 잘 생긴 얼굴하며 슬림한 근육 라인하며, 제라드 버틀러가 꼬랑지를 내릴 수 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

제라드 버틀러가 1969년생이던데, 여전히 남성적인 이미지의 캐릭터들만 연기를 하네요. 이 작품에서도 외모상 아주 딱 알맞아 보이는 캐릭터로 나옵니다. ^_^

이미지 변신을 하려고 출연한듯한 작품들은 북미 시장에서 다 말아먹고, '역시 내가 갈 길은 이 길 밖에 없다'라고 생각한 것이 아닐까 싶네요. T.T
Commented by 수룡 at 2009/09/20 00:27
미국에서는 망한 쪽에 가깝다던데-_-; 미국 정서를 보면 이해가 되기도 하고... 그래도, 참 말그대로 웃기는~ 영화였어요.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9/09/20 01:12
음.. 딴지를 드리는 것은 아니고요. 북미에서의 성적은 괜찮았습니다. 제작비가 3천8백만불인데, 북미에서만 8천8백만불을 벌어들였으니까요. 쉽게 계산해서 제작/배급사와 극장측이 반반씩 나눈다고 볼 때, 손익분기점은 이미 북미시장에서 돌파를 한 셈이예요. 월드와이드 스코어는 현재 1억불을 넘기고 있고요. 제라드 버틀러의 신작 <게이머>는 망할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T.T

야구장 시퀀스에서 정말 한참 웃었네요. 상영관 안의 반응도 가장 뜨거웠었고요. ^^*
Commented by 무비조이 at 2009/09/30 14:42
안녕하세요. 무비조이입니다.

무비조이에서 오른쪽 항상 따라다니는 아이콘으로 매일 1분의 블로그 글을 추천해서
링크 시켜드리는 서비스를 베타테스트 중에 있습니다.

오늘의 배트맨님의 <어글리 트루스> 글을 선정했습니다. 오늘 오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10시까지 링크 걸리게 됩니다.

무비조이 사이트 http://www.moviejoy.com 을 방문하시면 확인이 가능합니다.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9/10/02 01:33
제가 무비조이님의 댓글을 너무 늦게 보는 바람에 미처 확인해보지는 못했네요. 졸필임에도 불구하고 추천 링크글로 선정해주셔서 고맙습니다. ^_^

추석 보름달 만큼이나 무비조이님 사이트에도 밝은 일들로만 가득한 가을이 되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Commented by 레비 at 2009/10/13 19:44
오랫만입니다 ! 배트맨님 :) 평소에도 자주 그래야하는데 좋은 영화를 보고나면 어김없이 제일 먼저 떠오르는분이 배트맨님이 되는건 이제 어쩔수 없네요 ..ㅎㅎ;; 사실 어제 휴가에서 복귀해 부대에서 이렇게 쓰고있답니다. 짐작하시겠지만 이번 휴가땐 오랫만에 영화를, 그것도 <어글리 트루스>를 보고와서 '혹시 배트맨님은 이 영화를 어떻게 생각하셨을까' 하는 생각에 쭈욱 찾아보니 이 포스팅을 찾을수 있었네요 :) 평소에도 자주 방문해야하는건데 요즘 이글루 관리에 소홀하다보니 이웃분들께 안부조차 남기기 힘들어 죄송합니다 ^^;;

집에서 가까운 강남역 시너스지에서 봤는데, 상영관은 작았지만 남녀관객이 거의 반반이었습니다. 재밌었던건 웃음코드였는지, 남자관객들 웃음소리만 들리는 장면과 여자분들만 웃는 장면들이 각각 달랐던게 재밌던 기억으로 남네요 ㅎㅎ; 로맨틱 코메디에 큰 흥미도 없고 마땅히 볼게 없어서 (디스트릭트9을 보고싶었지만 여친은 재미없어할듯해서 보잔말을 못했습니다 ^^;;) 기대를 안하고 봐서 그런지 시간가는줄 모르고 빠져들며 봤답니다. 기획뿐만 아니라 구성이나 전개도 빼곡히 잘 차여져있는 영화였습니다 :) 특히 복도에서의 제라드버틀러의 씬이 저 역시 가장 인상깊었습니다.

사실 엔딩 크레딧때 나온 신나는 비트의 OST가 다시 들어보고싶어서 찾아보기 시작한게 발단이 되서 여기까지 오게되었네요 ^^; 더 자주 왔었어야했는데 - 아무튼 날씨가 부쩍 추워지고 있습니다. 건강 유의하시고 항상 행복하세요 ~ ^^*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9/10/13 21:36
무척 반갑지만 "오랜만입니다"라고 인사를 드리지는 않을께요. 마실을 오셨으면 편하게 제 글들을 둘러보시고 가셔야 하는데, 자칫 본의 아니게 레비님께 부담을 드릴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이렇게 잊지 않고 마실을 와주시니 저야말로 그저 감사드릴 뿐입니다. 더군다나 '어김없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영화 블로거가 저라고 말씀해주시니 고맙고 영광스럽네요. ^_^

그리고 딴지는 아닌데요. <디스트릭트 9>은 금주에 개봉될 예정입니다. 아직 개봉을 안했어요. 보시면 좋으실 작품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

말씀하신 제라드 버틀러가 호텔의 복도를 오가며 고민하는 씬이, 장르적인 정서를 가장 잘 살려낸 영화적인 쾌감일텐데요. 아마 그런 맛에 이러한 장르의 영화를 보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주 못오셔도 레비님의 마음이 저를 훈훈하게 해주시네요. 답글을 적으면서 블로깅을 하는 큰 즐거움도 느낄 수 있었고요. 날씨가 쌀쌀해지고 있는데 레비님께서도 건강 관리 잘 하시고요.

항상 고맙습니다.
Commented by 레비 at 2009/10/15 19:48
<디스트릭트 9>이 아직 개봉을 안했군요 ㅇㅅㅇ!! 한달전 9월 휴가때부터 영화관 외벽에 큼지막하게 붙여있길래 당연히 지금쯤에는 개봉중일줄 알았습니다..ㅎ 11월 첫주에 또 휴가가 있는데 그때 여유있게 봐야겠네요 ^^*

오랫만임에도 늘 변함없이 반갑게 맞이해주시는 배트맨님 감사합니다 :D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9/10/16 01:19
11월 첫째주면 앞으로 3주 후가 되시겠네요. 그 때 쯤이면 아마도 제한 상영을 하고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놓치지 마시고 꼭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개봉일에 보고 왔는데 영화 정말 잘 만들어졌네요. (방금 리뷰 작성을 마쳤습니다. 발행은 날이 밝으면 하려고요. ^^)

저에게 감사하시다니요. 별 말씀을요. 자주는 못오시지만 잊지않고 마실을 와주시니 오히려 제가 감사를 드려야죠. 비록 컨텐츠는 별 볼 것이 없지만, 커피를 드시며 영화 잡지를 읽으시는듯한 느낌을 드리고 싶네요. (3류 영화 잡지요. 그래서 무료입니다. T.T)

:         :

:

비공개 덧글

이글루 파인더
최근 포스트
카테고리
태그
최근 등록된 덧글
아무래도 같은 서비스가..
by 루이스피구 at 00:54
제가 영화를 가장 많이 본..
by 루이스피구 at 00:51
스카라 극장하니까 <자..
by 배트맨 at 12/09
예전에 을지로에 있는 ..
by 다이나모 at 12/09
당시 영화를 좋아하든,..
by 배트맨 at 12/09
최근 등록된 트랙백
뒤늦은 부산 방문기
by 항상 엔진을 켜둘께
[영화] 닌자 어쌔신(20..
by 도링닷컴 이글루스지점³
[영화] 닌자 어쌔신(20..
by 도링닷컴 이글루스지점³
닌자 어쌔신 보고 왔어요.
by 먹보
'닌자 어쌔신' 정지훈 ..
by 영화리뷰전문 무비조이
rss

skin by jes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