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소머즈 감독은 대자본이 투입되는 작품에서 오락적인 재능을 꾸준히 보여준 감독입니다.개인적으로는 그가 연출했었던 최근의 세 작품을(1) 모두 재미있게 관람한 바 있습니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1999년작 <미이라>를 들 수 있겠네요. 그의 출세작이기도 하고요. 당시 별 기대를 안한 채 극장을 찾았다가, 그의 재능에 매료되어서 꾸준히 그의 연출작들을 챙겨 보고 있습니다.
그의 최근 세 작품을 보면 CG를 삽입하여 오락성을 드러내는 것에 매우 능수능란한 감독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할리우드의 블럭버스터 작품들을 보면 대부분 내러티브는 포기한 채 규모와 비주얼, 특히 CG를 이용하는 볼거리 등에만 역량을 집중시키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는데요. 최근의 이러한 트렌드를 봤을 때, 스티븐 소머즈 감독은 할리우드의 스튜디오로부터 매우 환영을 받는 유형의 감독(2)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인지 파라마운트에서 그의 신작에 무려 1억7천만$라는 어마 어마한 제작비를 투입시켰고, 돈을 많이 쓴 흔적이 스크린에 가득히 보이는 영화이기는 했습니다.
기획 의도가 이처럼 명확한 블럭버스터에서 이런 저런 것들을 바라며, 관람하는 것은 어쩌면 바보 같은 기대와 요구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미이라> 1편에서 보여준 오락성과 완성도를 봤을 때, 스티븐 소머즈 감독이 자신의 재능을 모두 보여주는 작품은 아니더군요. 득세하는 CG가 그의 또 다른 재능까지 잠식해버리는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강렬한 오락성은 비주얼 하나의 요소만 가지고 전달할 수 있는 쾌감이 아니니까요. 여름 시즌에 흔히 볼 수 있는 가벼운 블럭버스터일 뿐입니다.
그의 전작들을 돌이켜 봤을 때 이번 신작에서 보여주는 엉성한 내러티브와, 캐릭터의 연속성이 - 일관성이 - 부여되지 못하는 점은 의아스러운 부분이기도 하고요. 아무리 오락성에 집중을 하는 작품이라고 하지만, 스티븐 소머즈의 연출이 이 정도로 엉성했었던 기억은 없었거든요.
<더 록>과 <아마겟돈> 등과 같이 강렬한 오락성을 만끽하게 해준 대표작들을 보여주다가, 모든 것을 CG에 의존하게 된 뒤의 마이클 베이 작품들을 봤을 때, 스티븐 소머즈 감독 또한 비슷한 길을 걷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드는 겁니다. 물 만난 고기처럼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 기술력 - 갖춰진 것, 그리고 이러한 요소들에 거대 자본이 투입되고 있는 것은 감독과 관객 모두에게 축복과 같은 일이기도 하겠지만요. 그것에만 의존하여 기획이 되고, 연출을 집중하는 것이 과연 관객에게도 축복 받은 일이 될 수 있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대부분의 씬들이 블루 스크린 앞에서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이번 신작에서 스티븐 소머즈 감독이 그래도 기대했었던 재능을 드러내며 임팩트를 안겨주는 시퀀스가 있는데, 바로 파리에서 벌어지는 액션 시퀀스가 그것입니다. 그야말로 강렬한 오락성과 함께 감탄이 나올 정도더군요. 이 작품의 백미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시퀀스를 118분 내에 요소 요소 잘 배치하여 전체적인 밸런스를 맞춰 나갔으면 꽤나 강렬한 오락성을 유지시키며 관객들에게 쾌감을 끊임없이 전달할 수 있었을텐데요. '역시 재능은 확실히 있는 감독이야'하는 생각과 함께 큰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그 외의 씬들은 육지 뿐만이 아니라 바다와 하늘까지 배경으로 하며 화려한 CG를 보여주지만, 이런 시퀀스들은 이미 흔하디 흔한 비주얼이 되어버려서요. 특별히 오락성이라던가 그의 재능을 느끼지는 못하겠더군요. 파리의 시퀀스처럼 역동적이며 강렬한 오락성이 느껴지는 시퀀스를 몇 부분에만 할애하고 잘 배치한 후, 내러티브를 좀 더 살려냈다면 만족스러운 작품이 되었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아날로그 시절에 대부분의 감독들이 집중하고자 했었던 내러티브 말입니다. 현대의 블럭버스터 작품들에서는 점점 그 자취를 찾아볼 수 없는 내러티브적인 요소들 말입니다. 이번 신작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오락성에 노골적인 집중을 하는 작품이라고 하더라도, CG에서는 보여줄 수 없는 외적인 즐거움을 삽입하여 배치하는 것이 스티븐 소머즈 감독의 잃어가는 재능을 다시 살려내는 길이 아닐까 싶은 겁니다.
한 여름에 맛보는 블럭버스터 작품으로서는 별 손색이 없는 영화이기는 하지만, 10년 전에 봤었던 스티븐 소머즈 감독의 재능이 세월과 기술에 편승만 하고 있을 뿐, 연출적인 발전은 보이지 않는 것 같아서요. 그가 떠난 후 망가져 버린 <미이라 3>처럼 이 작품을 롭 코헨이 연출했다면 이런 느낌은 들지 않았을 겁니다. 스티븐 소머즈 감독의 연출작이여서 아쉬움이 드는군요.
1억7천만$가 아니라, 만약 1억$ 내외의 제작비만 쥐어줬다면 10년 전의 재능을 살려낼 수 있었을까요. 적어도 이 작품처럼 모든 것을 CG에 의존한 채, 깡통 블럭버스터 작품으로 연출되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속편으로 연결되는 엔딩을 보여주고 있는데 물론 흥행이 잘 되어야 속편 제작이 되겠지만요. 스티븐 소머즈 감독의 오락적인 재능이 CG에만 집중이 되는 속편은 아니였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좀 더 멋진 블럭버스터를 연출해낼 수 있는 감독이라는 기대감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끝으로 이병헌씨의 비중은 조연치고 적지 않은 분량이네요. 아마도 국내 배우들중 가장 성공적인 할리우드 진출작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북미의 스코어와 월드와이드 스코어가 앞으로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지만요. 엔딩 크레딧이 본격적으로 올라갈 때 시에나 밀러, 채닝 테이텀 등 주연 배우들 보다도 먼저 이병헌씨 이름이 나와서 놀랐었고요. 연기력을 전혀 가늠할 수 없는 이런 작품에 나온 것은 우선 대중적인 인지도를 높이려고 한 선택으로 보여지는데요. 결코 나쁜 선택은 아닙니다. 가까운 미래 안에 할리우드의 드라마 작품에서도 그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1) 1999년작 <미이라>, 2001년작 <미이라 2>, 2004년작 <반 헬싱>
(2) 저도 참 재미있게 봤었던 <어바웃 어 보이> 등으로 재능을 인정받아 <황금 나침반>의 연출을 담당했던 크리스 웨이츠 감독이 CG 사용에 큰 어려움을 느껴서 감독 교체설까지 나왔었던 것을 보면요. 블럭버스터 작품에서 CG를 다루는 능력은 이제 감독들에게 필수적인 조건 중의 하나가 된 듯한 느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