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볼 때만 하더라도 이렇게 시리즈를 챙겨서 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초반에는 아동 판타지물, 아니 가족 판타지물인 느낌이 들었는데, 편 수를 거듭해 갈 수록 주인공들의 외모 만큼이나 영화의 전체적인 색깔도 달라지기 시작하더군요. 점점 더 음울해지고 어두워지는 분위기와 내용이 마음에 들기 시작했습니다.시리즈가 진행될 수록 '과연 해리포터 시리즈는 어린이들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작품일까?' 하는 의문이 들고 있는데요. 그 끝을 향해 달려갈 수록 성인 취향에도 매우 잘 들어맞는 판타지 작품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주된 장르인 판타지 속에서, 특히 미스테리 장르가 매우 강하게 덧칠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미스테리 스릴러물의 범주로 봐도 크게 이상할 것이 없을 정도로요. 저는 이 요소에서 강렬한 매력을 느끼고 있습니다.
6편까지 진행이 되면서 같은 감독이 연속으로 연출을 한 것은 1편과 2편의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 밖에 없었는데요. 이번 작품을 연출하고 있는 데이빗 예이츠 감독(1)이 지난 5편부터 연달아서 연출을 하고 있죠. 전편을 보면서 비주얼과 규모 뿐만이 아니라, 심리적인 부분과 캐릭터의 디테일한 묘사까지 난해한 부분들을 매우 훌륭하게 풀어나가는 것을 봤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데이빗 예이츠 감독의 연출을 지지합니다. 연출 경력이 대부분 TV로 채워져 있었던 데이빗 예이츠 감독에 대한 불안함은, 지난 5편을 보면서 깨끗이 사라졌습니다. 오히려 그의 연출 재능에 깊은 감탄을 했으니까요.
다만 7편의 마무리를 앞둔 탓인지 이번 6편 <해리포터와 혼혈왕자>에서는 전편과 같은 천부적인 연출이 보이지는 않더군요. 물론 전체적으로는 이번 작품 또한 매우 마음에 듭니다만, 7편에서 데이빗 예이츠의 눈부신 재능을 폭발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전편에서는 주류 세력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려고 다수의 희생을 강요하는 모습이라던가, 신문들은 온통 황색 언론인 것을 풍자하는 시퀀스들이 매우 인상적(2)이였는데요. 이번 작품에서는 향후의 마무리를 위해서 내러티브의 진행에 집중을 하는듯한 모습입니다. 때문에 액션 시퀀스 등은 많이 배제되어 있는 것처럼 보였고요. 물론 이 작품의 엔딩 크레딧에서도 사용이 되는 마치 물감이 물에 퍼지는듯한 비주얼 등, CG가 사용된 속도감 넘치는 액션 시퀀스들은 그야말로 시각적인 즐거움을 가득 안겨주었습니다.

다만 캐릭터간의 밸런스가 다소 맞지 않는 점은 이번 편에서 볼 수 있었던 유일한 단점이였던 것 같습니다. 서두에 적었듯이 편 수가 거듭되면서 미스테리 스릴러의 모습까지 보여주고 있을 정도로 어두운 색깔로, 성인 취향의 시리즈로 발전되고 있는데요. 론과 헤르미온느 캐릭터는 해리포터의 조력자 역활에서 벗어난 채, 이제는 단지 사랑 싸움만 하는 조연만도 못한 캐릭터로 도퇴되고 있더군요.
호그와트 마법학교에 등장하는 주요 주변 캐릭터들은 시리즈 만큼이나 흥미진진한 모습으로 성장을 해왔고, 이번 작품에서도 그 매력을 펼쳐보이고 있는데요. 정작 해리포터의 조력자로 출발한 캐릭터들은 소외되는 모습이 많이 아쉬웠습니다. 존재감이 없다고 생각이 들 정도니까요. 극단적으로 두 캐릭터가 사랑 다툼을 하는 시퀀스는 통째로 들어낸다고 하더라도, 이 시리즈가 진행되는데 전혀 영향을 줄 것 같지 않아 보였습니다. 조력자의 절대적인 역활이 덤블도어에게로 넘어가면서부터 시작된 불균형인 것 같네요. 데이빗 예이츠 감독의 놀라운 재능을 봤을 때, 7편에서 이 부분만 밸런스를 다시 잘 잡아내면 퍼펙트한 작품으로 마무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개인적으로 캐릭터의 밸런스가 무너지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런 씬들을 삽입해 놓은 것을 보면, 7편에서 사랑의 완성이 있지 않을까 싶고요. 그런 모습들을 매우 따듯한 감성으로 지켜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해리포터의 마지막 운명과는 별개로 말이죠.
지금부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읽지 마시길..

고뇌하는 말포이의 모습, 이와 대비시키며 잡아내는 해리포터의 앵글 등은 이번 편에서도 탄성을 자아나게 합니다. 별 다른 군더더기를 붙이지 않고 앵글 몇 컷 만으로도 말포이의 심리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정말 인상적이였습니다. 상영 시간 내내 미스테리 스릴러 같은 분위기도 잘 살려낸 것 같고요. 이 작품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종반부의 덤블도어가 맞이하게 되는 일들도 꽤 임팩트가 있었습니다. 비주얼에만 재능이 한정된 감독이라면 결코 보여줄 수 없는 심리적인 부분까지도 잘 묘사하며 전체적인 흐름을 밀도 높게 그려나가더군요.
탄탄한 완성도, 판타지 장르 속에 덧칠되어 있는 미스테리 스릴러적인 매력들, 시각적으로 즐거운 특수효과, 판타지에서나 맛볼 수 있는 마법과도 같은 화면 등, 저는 다음 7편이 무척 기대되며 기다려집니다.
그나저나 볼드모트 진영이 너무나 커지고 강해 보이는군요. 우리 모두 나서서 해리포터를 도와줘야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힘 내! 해리포터, 우리가 응원하고 있으니까!" 영화 속에서나마 정의가 승리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지는 요즘의 대한민국입니다. 끝으로 이 작품, 사운드 디자인이 매우 잘 되어 있습니다. 메인 상영관에서 보신다면, AV 퀄리티가 좋은 상영관에서 관람을 하신다면 더 큰 즐거움을 느끼실 수 있으실 겁니다.
(1) 7편은 파트1(2010년 개봉 예정)과 파트2(2011년 개봉 예정)로 나뉘어서 개봉이 될 예정인데, 이 시리즈의 마무리 역시 데이빗 예이츠 감독이 연출을 합니다. 놀라운 연출 재능으로 봤을 때, 이 시리즈가 끝이 나면 주목받는 감독으로 올라서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
(2) 연소자 관람가 등급의 판타지물에서 이런 요소들을 보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었습니다.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은 여러가지로 매우 임팩트가 컸었던 편으로 기억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