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피터 파커'의 삶은 그야말로 고단했다.
학창 시절 그는 같은 학생들로부터 비웃음을 사기 일쑤였고 괴롭힘 마저 당해야만 했다.
주변에 친구조차 없어보이던 그는 철저한 왕따였다.
한번쯤은 화를 냈을 법도 했지만, 그는 알 수 없는 미소만 살포시 머금고 있었을 뿐이다.
피터 파커로부터 어느 날 연락이 왔다.
신문사에서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며 무척이나 기뻐했다.
간단한 안부를 나누는 것으로 큰 반가움을 대신했지만, 그의 삶은 변함없이 고단했다.
생활고에 시달리며 집세 조차 낼 수 없었고, 연애도 잘 풀리지 않는 것 같았다.
스파이더맨 사진을 찍어오라고 닥달하는 편집장 앞에서 그는 무능한 직원으로 비춰질 뿐이였다.
그러고 보니 정식 직원으로 일하는 것도 아니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슈퍼 히어로서의 숙명과 정도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몸서리 쳐질 정도로 고단한 삶의 연속이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스파이더맨으로서의 사명을 다했다.
어느 날 피터 파커가 나에게 하소연을 했다.
토니 스타크 같은 가진 자들이, 기득권층이, 권력을 가진 자들이 자신이 쳐놓은 거미줄을 자꾸만 끊어 놓는단다. 너무 힘들다고 담배를 깊이 빨아들이며 한숨 섞인 토로를 했다.
한술 더 떠서 슈퍼 히어로들 사이에서도 그는 점점 외면을 받기 시작했다.
학창 시절과 크게 다를 것이 없어 보일 정도로, 그는 슈퍼 히어로들에게도 철저하게 외면받고 조롱받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거미줄을 쏘는 것에 결코 소홀히 하지 않았다.
내 친구는 많은 사람들에게 바보같고 무능한 피터 파커로 보였던 것 같고, 또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는 스파이더맨으로 보였던 것 같다. 전자의 사람들이 후자의 사람들보다 많아지게 될 무렵, 결국 그는 '피터 파커'와 '스파이더맨'이라는 이름 두개를 모두 놓아둔 채 세상을 떠났다.
자신을 이제 놓아달라고 했단다. 조그만 비석 하나만 세워달라고 했단다. 세상을 떠나면서 원한 것이 고작 그것 밖에 없었다는 말인가. 많은 사람들은 그 비석에 새겨지는 이름을 피터 파커라고 읽겠지만, 나는 뚜렷이 보인다. 아마도 거기에는 스파이더맨이라고 새겨지게 될 것임을.. 세월이 흐르며 피터 파커라는 이름이 마모되면, 사람들은 정과 끌로 스파이더맨이라고 되새겨 놓을 것임을..
굿바이라고 말하지는 않으련다. 평생 당신을 기리며 함께 할 것을 지금 이 글을 통해서 약속한다. 부디 그곳에서는 마음 편히 하나의 이름만으로 행복하게 지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빕니다. - 깊은 슬픔 속에서 존경을 보내며, 배트맨 드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