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얼음집 안에 서툴게 집어넣은 영화들과 상영관들. (2006.10.23~)
by 배트맨

굿바이라고 말하지 않을께요. '피터 파커'

내 친구 '피터 파커'의 삶은 그야말로 고단했다.
학창 시절 그는 같은 학생들로부터 비웃음을 사기 일쑤였고 괴롭힘 마저 당해야만 했다.
주변에 친구조차 없어보이던 그는 철저한 왕따였다.
한번쯤은 화를 냈을 법도 했지만, 그는 알 수 없는 미소만 살포시 머금고 있었을 뿐이다.

피터 파커로부터 어느 날 연락이 왔다.
신문사에서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며 무척이나 기뻐했다.
간단한 안부를 나누는 것으로 큰 반가움을 대신했지만, 그의 삶은 변함없이 고단했다.
생활고에 시달리며 집세 조차 낼 수 없었고, 연애도 잘 풀리지 않는 것 같았다.
스파이더맨 사진을 찍어오라고 닥달하는 편집장 앞에서 그는 무능한 직원으로 비춰질 뿐이였다.
그러고 보니 정식 직원으로 일하는 것도 아니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슈퍼 히어로서의 숙명과 정도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몸서리 쳐질 정도로 고단한 삶의 연속이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스파이더맨으로서의 사명을 다했다.

어느 날 피터 파커가 나에게 하소연을 했다.
토니 스타크 같은 가진 자들이, 기득권층이, 권력을 가진 자들이 자신이 쳐놓은 거미줄을 자꾸만 끊어 놓는단다. 너무 힘들다고 담배를 깊이 빨아들이며 한숨 섞인 토로를 했다.

한술 더 떠서 슈퍼 히어로들 사이에서도 그는 점점 외면을 받기 시작했다.
학창 시절과 크게 다를 것이 없어 보일 정도로, 그는 슈퍼 히어로들에게도 철저하게 외면받고 조롱받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거미줄을 쏘는 것에 결코 소홀히 하지 않았다.

내 친구는 많은 사람들에게 바보같고 무능한 피터 파커로 보였던 것 같고, 또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는 스파이더맨으로 보였던 것 같다. 전자의 사람들이 후자의 사람들보다 많아지게 될 무렵, 결국 그는 '피터 파커'와 '스파이더맨'이라는 이름 두개를 모두 놓아둔 채 세상을 떠났다. 

자신을 이제 놓아달라고 했단다. 조그만 비석 하나만 세워달라고 했단다. 세상을 떠나면서 원한 것이 고작 그것 밖에 없었다는 말인가. 많은 사람들은 그 비석에 새겨지는 이름을 피터 파커라고 읽겠지만, 나는 뚜렷이 보인다. 아마도 거기에는 스파이더맨이라고 새겨지게 될 것임을.. 세월이 흐르며 피터 파커라는 이름이 마모되면, 사람들은 정과 끌로 스파이더맨이라고 되새겨 놓을 것임을..

굿바이라고 말하지는 않으련다. 평생 당신을 기리며 함께 할 것을 지금 이 글을 통해서 약속한다. 부디 그곳에서는 마음 편히 하나의 이름만으로 행복하게 지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빕니다.       - 깊은 슬픔 속에서 존경을 보내며, 배트맨 드림 -

by 배트맨 | 2009/05/24 09:53 | 그 외 이야기 | 트랙백(7) | 덧글(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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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 Orange Sun.. at 2009/05/25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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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무척 싫어하고 피해왔습니다. 왜냐구요? 정치는 너무 더럽고 지저분해보였어요. 저희 아버지는 서울에서 근 20년을 사셨지만 뼛속까지 경상도 남자분이세요. 평소에는 다정하고 온화하던 아빠가 정치얘기만 나오면 핏대를 세우는게 너무나 무섭고 싫었어요. 그래서 어느날부턴가 신문의 정치란은 훌훌 넘겨버렸고 뉴스도 앞 20분은 보지 않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나까지 그런 흙탕물에 발을 담궈야 할 필요가 있나?#사실.. 노무현 대통......more

Tracked from Dark Side of.. at 2009/05/25 14:29

제목 : 워싱턴에 간 스미스 씨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는 촌에 사는 순박하지만 성실한 청년이었습니다. 그럭저럭 안정된 직업을 가졌지만 정치에는 문외한인 평범한 사람이었던 그는 비록 소수이나 순수한 지지자들과 실력있는 후원자를 얻어 상경, 정치판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러나 무모하리만큼 우직한 그의 언행을 기존 세력과 언론은 이용하고 조롱했습니다. 그가 존경하고 믿었던 후원자는 대권에 대한 욕심으로 변절했습니다. 혈혈단신 홀로 극복하기에는 고착화된 체제의 벽이 너무나 높았습니다. ......more

Commented by copacetic at 2009/05/24 10:17
후아. 안타깝죠..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9/05/24 10:30
오늘까지도 마음이 진정되지를 않네요. 슬픔을 가눌 길이 없습니다. 정말 안타깝습니다..
Commented by 더카니지 at 2009/05/24 10:33
정말 충격적인 소식이었습니다. 명복을....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9/05/24 10:38
어제 아침에 식사를 하던중 뉴스를 보며 깜짝 놀랐었습니다. 믿겨지지가 않더군요. 정말 이러면 안되는 건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곳에서는 편히 쉬시길..
Commented by 미미씨 at 2009/05/24 12:39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ㅠㅠ
믿어지지 않는 이야기지만 믿어야 하다니..그저 어쩌자고 이런 시절을 우린 모두 살고 있는걸까, 하는 한탄만 나오네요.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9/05/24 13:10
미미씨님 저 왜 이렇게 슬퍼지는지 모르겠습니다. 마음이 진정되지를 않을 정도예요. 마치 아버지를 잃은듯한 기분입니다. 정말로 비통스럽습니다.

오늘 오전에 그런 생각이 문득 들더군요. 아버지 세대만 격동의 세월을 보낸 것이 아니라, 우리 세대 또한 격동의 세월을 보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요. 정말로 어쩌자고..

고 노무현 전대통령의 명복을 빕니다.
Commented by Uglycat at 2009/05/24 13:26
그렇게 갑작스럽게 가실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9/05/24 14:01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였고, 결코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였는데 너무나 비통스럽습니다. 이 모든 것이 꿈이였으면 좋겠네요. 슬픔을 가눌 길이 없습니다. 부디 그곳에서는 편히 쉬셨으면 좋겠습니다.
Commented by 白月淚那 at 2009/05/24 14:21
말들이 많더군요. 특히 죽어야될 사람은 안죽고 살아야될 사람은 죽고 있다는 말을 제일 많이 들은 것 같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9/05/24 14:48
선과 악이 혼재되어 있는 이 세상, 어느 것이 선이고 악인지를 구분하지 못하는 이 세상, 권력을 주지 말았어야 했을 무리들이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이 세상. 이제 그 분께서는 이러한 세상을 스스로 놓으셨네요. 부디 그곳에서는 편히 쉬시기를..

고 노무현 전대통령의 명복을 빕니다.
Commented by 레이 at 2009/05/24 14:51
잊지 않는게 최선의 도리겠죠. 잘한것, 잘못한것.. 모든것들을 기억하고 또 기억해야죠.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9/05/24 14:58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그렇게 떠나시면 안되시는 것을.. 어찌하여 그런 길을 선택하신 건지요. 레이님 말씀이 맞습니다. 이 모든 것들을 기억하고 또 기억할 겁니다. 제가 눈을 감는 마지막 순간까지요. 부디 그곳에서는 편히 쉬세요..
Commented by comodo at 2009/05/24 16:37
세상에 점점 화가 납니다.
아버지 세대들이 지금의 제 나이 때에는 무언가 보여주었는데 지금의 저는 아무것도 하는게 없어서 슬퍼요. 화나요 너무.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9/05/24 17:09
원망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슬퍼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저도 화가 치밀어 오르고, 깊은 슬픔에 빠지게 되네요.

그가 떠나며 뿌린 노란 피가 언젠가 세상을 뒤덮게 될 때, 한나라당과 조중동은 피를 토하며 역사의 심판 앞에 서게 될 겁니다. 저 죽기 전에 그 날 만큼은 꼭 봤으면 좋겠네요.

고 노무현 전대통령의 명복을 빕니다.
Commented by 무비조이 at 2009/05/24 17:58
전 어제 정말 멍하게 있었구요..
오늘은 정신 차리고 사이트에 뭔가 하나라도 걸어야되겠단 생각에
찾아다니다가...

배너 달 수 있는 소스를 보고 배너를 달았습니다...

정치적인 모든 것을 떠나서 편안한 곳에 가셔서 이제 편안히 쉬고 계셨으면 하는 것이 제 바람입니다. 나머지는 살아 남은 사람들이 앉고 가야되는 것이겠죠...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9/05/24 18:34
저도 주말 내내 멍하게 있게 되네요. 영화와 관련된 글들은 아예 머리속에도 들어오지 않더군요. 읽어도 뭐라고 적혀 있는 것인지 모를 정도여서, 서거 관련 글들만 읽어보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깊이 존경하던 분이셨는데,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충격과 슬픔을 가눌 길이 없네요. 지금 이 심정 뭐라고 표현하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부디 그곳에서는 편히 쉬셨으면 좋겠네요. 고 노무현 전대통령의 명복을 빕니다.
Commented by 주드 at 2009/05/24 18:34
제가 살아가는 시대에 이렇게 충격적인 일이 벌어질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네요. 너무나 안타깝고 슬픕니다. 부디 이제는 훌훌 털어버리시고 평온하시길 바라는 수 밖에요. 정말 이렇게 보내드릴 수 밖에 없어서 너무나 화가 납니다.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9/05/24 18:44
그렇습니다. 너무나 안타깝고 충격적이며 슬픕니다. 이 비통함을 가눌 길이 없네요. 이곳에서는 많은 상처를 받으셨지만, 그곳에서만큼은 편히 쉬셨으면 합니다.

더불어 한나라당과 조중동은 피를 토하며, 역사의 심판 앞에 서게 될 날이 꼭 올 겁니다. 그 날을 기다리며 고인의 뜻을 기리겠습니다. 고 노무현 전대통령의 명복을 빕니다.
Commented by dugong at 2009/05/24 19:46
아직도 충격적입니다. 충격과 슬픔이외엔 표현할길이 없다는게 너무 슬픕니다. 마음편안히 쉬셨으면 좋겠습니다.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9/05/24 21:00
부디 그곳에서는 편안히 쉬셨으면 합니다. 아직까지도 믿기지 않네요. 이 모든 일들이 한여름밤의 꿈이였으면 좋겠습니다. 마음이 무척 무겁네요. 슬픔과 함께 존경을 표하고 싶습니다.

고 노무현 전대통령의 명복을 빕니다.
Commented by 나무피리 at 2009/05/24 22:11
마음 한 켠이 저릿해오네요. 이런 일을 겪게 될 줄은 정말 몰랐어요.
대한문 분향소 한켠에 서서 사진과 국화를 한없이 바라보았습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하는데, 왜 이렇게 자꾸만 눈물이 날까요.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9/05/24 22:22
저 또한 매우 비통합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긴 걸까요. 왜 그렇게 떠나가셔야만 했던 걸까요. 그 무거웠었던 짐 이제 이곳에 내려놓으시고, 부디 그곳에서는 행복하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저도 주말 내내 울컥해지네요..

그가 떠나며 뿌린 노란피가 세상을 뒤덮게 될 때, 한나라당과 조중동은 피를 토하며 반드시 역사의 심판 앞에 서게 될 날이 올 겁니다. 대한민국에 '정의'가 살아 있다면, 그 날은 반드시 올거라고 믿습니다.
Commented by 소시민 at 2009/05/24 23:57
오늘 덕수궁 대한문 분향소에 다녀왔습니다. 노 전 대통령의 안타

까운 죽음을 애도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으시더군요... 시청역에

서 내려서 분향소까지 4시간이 걸렸습니다. 부디 큰 충돌이 없길

바랄뿐입니다. 오늘은 평생동안 절대 잊을 수 없는 하루가 될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9/05/25 08:58
어제 뉴스를 보니 덕수궁의 분향소까지 4시간 정도를 기다려야 한다고 나오더군요. 정말 많은 시민들이, 국민들이 노 전 대통령을 애도합니다. 나라 전체가 큰 슬픔에 잠겨있네요.

이렇게 많은 시민들이, 국민들이 함께 하며 그를 기리는데 왜 당신께서는 그렇게도 외롭게 싸우다가 가신 것인지.. 너무나 비통스럽습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는 저 또한 평생동안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Commented by 혈류 at 2009/05/25 00:41
명복을 빕니다.....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9/05/25 09:01
마지막 가시는 길에 그깟 담배 한개피 조차도 마음대로 태우시지 못하신 분, 부디 그곳에서는 편하게 쉬셨으면 합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빕니다.
Commented by 귤곰 at 2009/05/25 03:14
이제서야 자러가요. 이제 내일부턴 다시 일상이 시작될꺼고 다시 걸어나가겠지만 반성과 후회때문에 힘들었던 주말이었어요. 잊지 않으려구요.

배트맨님의 글은 언제나 마음 한켠을 두드리네요. 잘 읽고 트랙백 걸고 갑니다.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9/05/25 09:19
트랙백 고맙습니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사람들은 일상을 보내겠지만, 대부분 마음 한 켠에 무거운 짐을 얹어놓은 듯한 기분일 것 같습니다. 그 분께서 떠나시며 이곳에 내려놓은 짐을 이제는 우리가 짊어질 차례가 아닌가 싶어요. 답글을 적으면서도 참 마음이 무거워지네요.

그곳에서만큼은 모든 것을 다 털어버리시고, 부디 편안하게 쉬셨으면 합니다. 고 노무현 전대통령의 명복을 빕니다.
Commented by 비맞은달 at 2009/05/25 10:09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더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그저 편히 쉬시라고 말씀드리는것 밖에는...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9/05/25 10:32
맞습니다. 부디 그곳에서는 편히 쉬셨으면 합니다. "원망하지 마라, 슬퍼하지 마라"라고 말씀하셨으니 고인의 뜻을 받들어야겠죠. 그런데 마음이 참 무겁네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빕니다.
Commented by THX1138 at 2009/05/26 17:34
명복을 빕니다... 조계사와 덕수궁에 갔다왔는데 가슴이 뻥 뚫린것 같아요..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9/05/26 17:45
며칠 지나면 좀 나아질줄 알았는데, 가슴 한편이 아려오는 것은 변함이 없네요. 저도 가슴이 뻥 뚫린 것 같습니다. THX1138님 다녀오셨다는 댓글을 읽으니 눈물이 왈칵 쏟아지려고 하네요. 이제는 편히 가시라고 보다듬어 드리고 오셨군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빕니다. 나의 스파이더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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