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얼음집 안에 서툴게 집어넣은 영화들과 상영관들. (2006.10.23~)
by 배트맨

박쥐 - 디지털
개인적으로 박찬욱 감독 최고의 작품은 <복수는 나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몸서리가 쳐질 정도로 끔찍했었기 때문에 굳이 두번 다시 보고 싶은 영화는 아니였지만, 박찬욱 감독의 스타일을 가장 잘 살려낸 작품이였던 것 같습니다. 완성도 또한 매우 뛰어나서 'Two thumbs up'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수작이였습니다.

물론 <올드보이>도 좋았습니다. 하지만 박찬욱 감독의 스타일과 모든 역량이 드러난 작품은 아니였다고 생각을 해요. 자신의 스타일을 유지하되 대중적인 연출을 보여준, 일반적인 관객 입장에서는 가장 이상적인 작품이 아니였을까 싶지만요.

상영관으로 향하기 전에는 이번 신작이 <올드보이>에 가까운 작품이 아닐까 생각했었습니다. 프리뷰 포스트에서 적은 내용이지만, 이 천부적인 감독의 연출작 패턴을 보면 일정한 공식과 주기가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의 이름을 알린 출세작 <공동경비구역 JSA>에서는 '대중적인 성공'이라는 목표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본인의 취향과 스타일을 완전히 배제한 연출을 했었습니다. 이런 연출은 처음이자 마지막이였을 거라고 생각이 드는데요. 아마 그가 파산하지 않는 이상, 이런 작품은 앞으로도 내놓지 않을 겁니다. 그 다음에 발표한 작품이 정말로 본인이 하고 싶어했던 스타일을 마음껏 드러낸 <복수는 나의 것>이였는데 흥행에서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었죠. 하지만 수작 소리를 들어야 마땅했던 이 작품의 실패가 그에게 대단한 영광을 안겨주는 계기가 됩니다.

자신의 스타일과 취향은 유지를 하되, 대중적인 연출까지 감안하여 만든 작품이 바로 <올드보이>였으니까요. 이 영악한 감독은 대중적인 타협점을 제시한 셈이고, 관객들은 열광하면서 그의 연출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큰 성공을 맛본 후 내놓은 작품이 <친절한 금자씨>였습니다. 대중적인 성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겠지만, 자신의 스타일을 다시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싶어했던 것 같네요. 호불호가 나뉘게 되었고 저는 처음으로 그에게 실망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다음 발표작은 <올드보이>와 같은 작품이 나왔을법 했는데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라는 작품을 발표하며 무덤을 스스로 파더군요. 이와같이 그가 걸어온 길을 보면, 이번에는 대중적인 덧칠을 한 작품이 나올 타이밍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양반은 벼랑 끝으로 몰려야 대중적인 타협을 하거든요. 본인이 하고 싶은 것 다 해보면서 성공을 못하면, 그 다음 작품은 성공을 염두에 둔 연출을 하기 때문에 이번 신작은 그가 좀 물러선 연출을 보여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아니네요. 


서두에 적었듯이 <복수는 나의 것>을 보면서 박찬욱 감독의 강렬하며 천재적인 재능을 느꼈었는데요.
그 또한 이러한 작품을 다시 보여주고 싶어한 것 같습니다. 아니 아주 노골적으로 회귀를 했습니다. 어쩌면 벼랑 끝에 몰려도 앞으로는 계속 이러한 연출작들을 보여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가 연출가로서 걷고 싶은 길이 바로 이러한 작품들일테니까요.
 
상영관을 나서면서 솔직히 머리가 좀 혼란스러웠습니다. <복수는 나의 것> 같은 작품에 목말라 하던 저였지만, 이제 앞으로 다시는 <올드보이> 같은 작품은 보지 못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기 때문입니다.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쉬움이 드는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이제 <복수는 나의 것> 같은 수작을 다시 만나볼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감도 듭니다. 대중들은 이제 그를 점점 멀리하겠지만, 그의 팬들은 기대감을 더욱 갖게 되는 전환점이 바로 이번 작품 <박쥐>인 것 같네요. 물론 저는 그의 팬입니다.

지금부터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를 관람하지 않았다면 읽지 마시길..


이 영악한 감독은 앵글을 잡아내는 것에도 탁월한 재능을 보여줍니다. 김옥빈씨가 송강호씨의 정체를 알게 된 직후 나누는 대화씬에서, 거울을 활용하며 송강호씨의 자아를 두개로 보여주더군요. 물론 이러한 감각은 그의 스타일을 드러내는 것에도 끊임없이 노골적으로 이용되기도 합니다. 때문에 눈살을 찌푸리면서 봐야했었던 장면들도 꽤 있었고요.

상영 시간 내내 이성과 사랑이 먼저냐, 아니면 인간의 숨겨진 본능적인 욕구가 우선이냐를 끊임없이 교차시키며 보여주는데요. 식욕과 성욕 이 두가지 기본적인 욕구를 주체하지 못해서, 죽어가는 김옥빈씨를 살리려 하면서도 그녀의 피를 정신없이 핥습니다. 욕정을 견딜 수 없어서 장소를 가리지 않는 격정적인 섹스를 하는 와중에도 피를 빨아 먹습니다. 영화속에서 대표적으로 묘사되는 두가지의 본능은 이성과 사랑, 그리고 관습과 종교보다 우선됩니다. 

하지만 엔딩씬을 보면 결국은 이성과 사랑이 진리라는 끝맺음을 맺더군요. 본능적인 욕구와 이성 사이에서 몸부림을 치던 신부가 선택하는 것은, 가장 이성적인 선택일 수 밖에 없는 유일한 길입니다. 신부와는 달리 아무런 자책감도 느끼지 않던, 본능만이 남아있던 그녀가 마지막 선택을 받아들이는 것은 바로 사랑 때문입니다. 엔딩씬에서 보여주는 타들어가는 그녀가 신고 있던 신부의 구두. 신부에게서 처음으로 호감을 느끼게 되던 날의 그 감정을, 그것이 바로 사랑이였음을 그녀 또한 마지막 순간에는 깨달았던 것이였을테죠.

탐욕스러운 본능을 주체하지 못하는 인간 군상의 모습, 그 어떤 뱀파이어물에서도 묘사하지 못한 하드코어한 그들의 모습, 그리고 치정극의 말로는 결국 파멸인 것을 끔찍할 정도로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하지만 결국에는 인간이였기에 이성과 사랑을 선택하는, 그리고 받아들이는 엔딩씬을 보며 잔잔한 여운이 밀려옵니다. 

할리우드 영화 <블레이드>에서 태양이 보고 싶다며 일출 앞에서 최후를 맞이하는 엔딩과는 정서적인 무게가 다릅니다. 이런 것이 바로 박찬욱 감독의 영화인 것이겠죠. 이런 작품이 바로 박찬욱 감독의 뱀파이어물입니다. 아니 그만의 치정극입니다. 인간 군상의 내면과 욕망을 노골적으로 다루는 작품입니다. 맞아요. 이 작품은 박찬욱 감독의 작품답습니다.
by 배트맨 | 2009/05/06 22:37 | 영화를 보고온 후 | 트랙백(8) | 덧글(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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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wonAonly at 2009/05/06 23:04
끝내주게 명쾌한리뷰, 잘보고갑니다. 앞으로 글따위는 안써야 하나 생각해봐야겠네요.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9/05/06 23:59
"고맙습니다"라고 말씀드리며 받기에는 너무 과분한 말씀을 해주시네요. 잘 읽어주셔서 정말로 고맙습니다. ^^*

저도 그냥 춥고 배고픈 얼마블연 얼음집일뿐인걸요. T.T
마이 목록에서 wonAonly님 <박쥐> 리뷰 올리신 것 알고 있었는데, 일부러 읽지 않고 있었습니다. 이제 읽으러 갈 수 있네요. 잠시 후 마실 가겠습니다. ^^;
Commented by dugong at 2009/05/06 23:13
으하하하 박쥐리뷰가 올라오길 기다렸습니다! 제가 뱃속에서는 막 말하고 싶은데 정리가 안되었던 말을 다 해주셔서 너무 시원합니다. 너무 명쾌해요 y//////y* 잘읽었습니다!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9/05/07 00:02
dugong님께서도 <박쥐>를 좋게 관람하셨나보네요. ^^* 솔직히 호불호가 나뉜다고 해도 이상할 것은 없다고 생각을 해요. 대중적인 연출이 된 작품이 아니니까요. 리뷰 잘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좀 빨리 봤으면 저도 더 좋았을 것을, 그동안 볼 수 있는 시간이 통 나지를 않았네요. dugong님의 리뷰도 읽으러 갈께요. ^^
Commented by 을파소 at 2009/05/07 01:44
저는 만족스럽게 보고 왔는데, 평은 예상대로 호오가 엇갈리고 있더군요.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9/05/07 12:21
을파소님께서도 만족스럽게 보시고 오셨군요. 저도 영화는 잘 뽑아져 나왔다고 생각이 드네요. 박찬욱 감독다웠습니다. ^^*

호불호가 갈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박찬욱 감독이 <공동경비구역>이나 <올드보이> 같은 작품들을 연출하지 않았으면, 이런 호오가 엇갈리는 반응도 어쩌면 없었을텐데요. 감독 본인이 만들어놓은 일반적인 팬층은 배신감을 느낀다고 해도, 박찬욱 감독이 감수해야 할 부분인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소시민 at 2009/05/07 08:56
N모 포털 관객 평점이 5.42 더군요. 관객 평이 극과 극이던데

이는 왓치맨의 관객 반응과 비슷한 양상이어서 흥미롭습니다.

아마 저는 스타트랙 본 뒤에 이 영화를 볼 것 같네요. 관객들의

호불호가 왜 극명하게 갈리는지 알고 싶습니다 ㅎㅎ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9/05/07 12:25
N모 포털의 평점은 개인적으로 신뢰하지 않는데요. (알바들이 판을 치는 것 같아서요.) 이 작품의 평이 극단적으로 나누어지는 것은 이해가 됩니다. 저는 좋게 봤지만, 나쁘게 또는 불편하게 본 관객도 충분히 존중이 되고요.

다만 포스트에서 적었듯이 박찬욱 감독의 연출 취향을 꿰뚫고 있다면, 팬으로서는 오히려 환영을 할만한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

소시민님께서는 어떻게 작품을 해석하고 받아들이실지 궁금합니다. 리뷰 올리시면 읽어볼께요. ^_^
Commented by 비맞은달 at 2009/05/07 09:21
스포 부분은 살짝 피해갑니다 ^^
개인적으로도 상당히 궁금함이 많은 작품인데,
가족들끼리의 관람으로 인해 접었었드랬죠.
주위에서 보고오신 분들 대부분은(어른들이 많으셨는데)
필요이상으로 잔인한 영화라 보는내도록 불편했다는 평이 많으시더라구요;;
아마 저도 반정도는 그 평에 따라가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금자씨를 나름 괜찬게 봤던 저로서는 아무래도 박찬욱 감독의 팬으로 돌아서지 않을까 싶습니다;;
분명 복수는 나의것을 보긴봤는데 왜 기억이 안날까요;;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9/05/07 12:30
가족분들과 함께 관람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작품인 것 같습니다. 그러고보니 <공동경비구역>을 제외한다면, 박찬욱 감독의 작품들은 완전히 성인 관객들을 위한 영화였네요. ^^*

<친절한 금자씨>의 경우 완성도가 떨어지는 편이라고 느껴져서 처음으로 실망을 한 경우인데요. 이유야 어찌되었든 그 작품에 큰 거부감이 없으셨다면, 이 작품도 꽤 깊이 즐기시며 받아들이실 수 있으실 거라고 생각이 드네요. 왠지 저 또한 비맞은달님께서도 팬이 되실 것 같은 느낌입니다. ^^;
Commented by 다이나모 at 2009/05/07 09:26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어떤 상징이나 은유같은 거 신경 안쓰고 봐도 재밌고 심플하게 볼 수 있는 영화였다고 생각했는데 박찬욱 스타일에 적응하기 싫어하는 사람들은 또 생각이 다른 것 같습니다. 아무리 봐도 박찬욱은 '힘든' 영화는 만들지언정 '어려운' 영화를 만드는 사람인 것 같진 않은데 말입니다.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9/05/07 12:40
다이나모님의 말씀에 저는 공감을 하지만, 박찬욱 감독이 의도적으로 대중적인 연출을 한 작품에 매료된 팬이였다면 이런 작품이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수도 있었을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당혹스러웠을 수도 있었을 것 같고요.

우리처럼 좋아하는 사람들도, 반대로 싫어하는 사람들도 결국에는 박찬욱 감독 본인이 만든 셈이니 그가 감수해야 할 부분이 아닐까 싶고요.

저는 이제 <복수는 나의 것> 같은 수작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
Commented by 다이고로 at 2009/05/07 09:31

그러게요, 복수는 나의 것이 정말 그립구요.
그 맛(!)을 기대하며 박쥐도 보러간거였는데요.
전 좀 실망이었구요. 하지만 박감독님 신작을 또
기다릴겁니다. 배트맨님과 심정과 그 부분은 공감되네요.ㅎㅎ

글맛 최곱니다!! ★★★★★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9/05/07 14:08
많은 분들께서 <복수는 나의 것>을 최고의 작품으로 꼽으시는 것 같으시네요. 역시 다이고로님의 영화에 대한 애정과 포스가 가득 느껴집니다. (영화 관람도 자주 하시는 것 같으세요.) ^^*

이번 작품은 좀 대중적일 거라 예상했었는데, 박찬욱 감독은 이제 자신의 길만 걷기로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때문에 아마 <복수는 나의 것> 같은 수작을 조만간 또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드네요. ^^*

미천한 글인데 잘 읽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Commented by 아쉬타카 at 2009/05/07 10:03
한가지 안타까운 점이라면 영화가 영화로 평가받는게 아니라, 너무 사람과 이슈 위주로 평가받는 <박쥐>의 현실이 아쉬운것 같아요. 저 역시 <복수는 나의 것>이 아직까지는 최고인것 같아요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9/05/07 14:11
그러게요. 제작/배급사의 마케팅 때문이였는지, 질 낮은 기자들의 낚시질 때문이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상하게 다른 방향으로 이슈 몰이를 하더군요. 글자 그대로 떡밥 던지기 올인이라고 해야 할까요. 우리나라의 연예부 기자들은 정말 접시에 머리 박고 반성 좀 해야합니다. -_-a

<복수는 나의 것>이 안겨준 그 강렬하며 충격적인 재능! 정말 최고였었던 것 같습니다. 잊을수가 없네요. ^^*
Commented by 주드 at 2009/05/07 11:14
저는 엔딩을 배트맨님과는 좀 다르게 느꼈어요. 이성과 사랑이 진리라는 교훈 보다는 자신의 욕망 그 이상의 것을 갈구하며 스스로를 파멸시키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송강호가 연기한 캐릭터에 조금 더 확실한 당위성이 있었다면 더 좋았을거란 생각이 들었구요. 역시 저에게도 '복수는 나의것'이 최고였던것 같네요.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9/05/07 14:20
주드님의 엔딩에 대한 느낌 또한 동의합니다. 치정극의 말로는 결국 파멸뿐이니까요. 뭐라고 해야 할까요. 엔딩에 여러가지 요소들이 모두 섞여 있었던 것 같았다고 해야 할까요.

본능적인 욕구와 욕망 그리고 갈등 이런 것들을 깊이 파고들기 위해서, 캐릭터의 당위성을 축소/제한하며 연출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나름대로 박찬욱 감독의 선택과 집중이였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역시 <복수는 나의 것>에 거의 몰표가 나오고 있습니다. ^^*
Commented by 늄늄시아 at 2009/05/09 12:47
후우... 본가가면 봐야 할 영화가 산더미처럼 늘어나고 있네요. 아직 박쥐를 안봐서 잘모르겠지만 꼭 봐야겠습니다.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9/05/09 21:43
<박쥐>의 경우 꽤 오랫동안 상영될 것 같기 때문에, 늦게 보셔도 크게 상관은 없으실 것 같습니다. 다만 그동안 영화와 관련된 내용 등은 피하셔야겠네요. ^^*

본가 가시면 좋은 영화 많이 관람하시고요. 재미있게 보셨으면 합니다. <박쥐>의 경우 호불호가 워낙 극명하게 나뉘고 있어서 늄늄시아님께서는 어떻게 보실지 모르겠네요. :)
Commented by 나무피리 at 2009/05/11 01:04
저는 [복수는 나의 것]을 좋아해요. 소리 때문에 보기 힘듦에도 불구하고 박찬욱 감독님 영화 중에서는 그 영화만큼 저를 사로잡는 게 없었거든요. 언제고 큰맘먹고 다시 한 번 보고 싶어요. :)

보러가기 전에 이 글을 읽었었는데, 보고 나서 다시 읽으니 역시 이런저런 것들을 더 기억나게 했어요. 마지막 장면은 보면서 많이 슬펐어요. 눈물이 핑 돌더라고요.

이제 박찬욱 감독님은 박쥐를 기점으로 복수는 나의 것 같은 영화, JSA 같은 영화로 나뉘게 될 것 같아요. 말씀하신 것처럼 JSA 같은 영화는 '안' 만드실 것 같고 '올드보이' 같은 영화도 다시 나오기 힘들지 않을까 싶어요.

김옥빈의 연기는 무섭도록 노력했구나 하는 게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올드보이'의 강혜정을 참 좋아하셨구나 감독님은, 하는 생각도 했고요. ^_^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9/05/11 01:25
영화를 좋아하시는 제 이웃 블로거 분들께서도 박찬욱 감독 최고의 작품으로 <복수는 나의 것>을 꼽으시더군요. 저도 그 작품이 최고의 수작이였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너무나 끔찍했기에 두번 다시 보고 싶지는 않고요. ^^* (보면서 정말 손발이 오그라드는 경험을 했습니다. 아악! 박찬욱 이 양반 천재인데 말이야! 그런데..)

이번만큼은 좀 대중적으로 연출할줄 알았는데 전혀 아닌 것을 보면 박찬욱 감독은 이제 자신의 길을 걷기로 마음을 굳힌 것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예상해봅니다. 팬들로서는 두손 들어 환영할 일이지만요. ^^

김옥빈씨 연기 생각 외로 괜찮았는데 좀 두고봐야 할 것 같아요. 이 작품은 본인의 이미지와 어느 정도 잘 맞았던 것도 있었던 것 같고요. 물론 박수를 받을만한 연기였습니다. 노출 씬이 있기는 했지만 욕심을 내볼만한 캐릭터였다고 생각이 들었는데, 김옥빈씨가 영악스러운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_^
Commented by SoyRina at 2009/05/18 22:47
저 이거 보고 나오면서 아니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걸까 감독은.... 이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습니다. 솔직히 영화에 대한 식견이 깊지도 않은터라 계속 코에서 피 비린내만 나고 화장실 가서 헛구역질만 하다가 생수를 두통이나 동 내고 나서도..
계속 생각하게 했던 작품이었어요.

영화가 나쁘다 좋다를 떠나서 제가 받아들이지 못해서 너무 실망했던 영화였어요. 오히려 저는 복수는 나의것은 이해하고 보았고, 올드보이도 금자씨도 재미나게 보았는데..

아 이건 도대체 뭐하자는 건지 ㅜㅜ 하는 생각을 했는데.. 그런 저에게 같이 보러간 언니가 " 그.. 너.. 그 뭐지 영화광 블로거분 그분 리뷰 봐봐 뭐라하는지 보자. 나도 이거 무슨 말인지 모르겠엉 " 이라고 하던데..

뭔가 속이 좀 뚤리는데요?

다른 사람의 리뷰를 보고 영화를 이해하는게 썩 달가운 기분은 아니지만은.. 영화를 좀 더 영화다운 눈으로 보고 이해할수 있을때까진 배트맨님의 리뷰가 정말 도움이 될것 같아요 ^^

근데 송강호 그.. 노출신은 대체 왜 들어갔는지, 스토리상 꼭 필요한 장면이었다고 했다는데 없었어도 될것 같은데 ㅜ.ㅜ 왜 들어갔을까요.. 진짜 미궁의 영화예요.. 박쥐는...

한번 더 보면 이해가 가려나요 ?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9/05/19 09:28
먼저 이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아요. 전에 정재영씨가 인터뷰를 할 때 "영화에 대한 해석은 그 어떤 것도 가능하다. (영화에 참여한 영화인이라고 해서) 자신의 해석과 다르다고 왈가왈부 하는 것은 건방진 것이다"라고 하더군요.

저는 SoyRina님과 달리 이 작품을 좋게 봤지만, SoyRina님의 느낌도 충분히 존중합니다. 진심이예요. 더군다나 박찬욱 감독이 추구하는 스타일이 대중적인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기 때문에, 불쾌하셨다고 하셔도 이해가 되고요. (깐느에서도 시사회 도중 기절한 기자와, 헛구역질 하는 기자도 있었다고 하더군요.)

영화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하셔서 실망하셨다고 하시지만, 받아들이지 못한 것은 SoyRina님의 책임이 아닙니다. 식견이 떨어지시는 것도 아니고요. 이 작품 충분히 그렇게 해석될 수도 있는 작품이거든요. 저의 생각도 정답일 수 있지만, SoyRina님의 생각도 정답이라는 거죠.

궁금해하신 송강호씨의 노출씬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면요. 흡혈귀가 된 자신을 추앙하는 사람들에게 마지막으로 양심 선언을 한 것이라고 받아들였어요. 죽기로 결심한 후 노출하는 시퀀스가 나오니까요.

신부인 동시에 성인으로 추앙받고 있던 그가, 결국 그를 숭배하던 무리들에게 본인 또한 일반적인 사람과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거죠. 아주 극단적인 방법으로요. 성기 노출씬을 굳이 삽입한 것은 관객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서였던 것 같고요. 그가 결코 성욕에 의해서 폭행을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성기 노출을 시킨 것 같습니다.

만약 성기가 노출이 되지 않고, 상반신만 나오는 컷으로 진행을 했다면 잘못 받아들이는 - 성욕에 의한 폭행이라고 - 관객들도 일부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박찬욱 감독도 그렇기 때문에 그런 씬을 삽입한 것 같고요.

하지만 전체적으로 명확하게 설명하는 방법이 아닌, 영화적인 도구를 많이 이용하기 때문에 매우 다양한 해석 또한 가능한 영화라고 생각됩니다. 궁금증이 좀 풀리셨는지 모르겠네요. ^^*

그리고 저를 너무 과찬해주셨네요. 저는 그냥 할리우드 영화만 좋아라 보러 다니는 된장남일 뿐입니다. 저 아무 것도 몰라요. T.T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9/05/19 09:35
아.. 정재영씨가 아니라 정진영씨로 수정합니다. ^^*
Commented by 이끼 at 2009/05/20 13:55
저는 박쥐가 박찬욱감독의 "무덤"이 되지않을까 걱정하게 됩니다.
솔직히 이번엔딩은 해피엔딩이었다고 생각해요.
죽는게 무조건 배드엔딩은 아니지 않을까요?
그들의 선택은 너무나도 자신들을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지독하게 밀려오는 삶이라는 갈증을 해소함과 동시에
자신들의 죄를 씻고 인간답게 마지막을 준비하는 모습...

이번에는 너무 관객을 위한 타협을 한게 아닐까 걱정이 되더군요.
이번엔딩은 외국인들이 보기에는 충분히 서정적인 것이었습니다.
음... 원래는 지독하게 끔찍한 엔딩이었다죠.
감독판 DVD가 나와야 알 수 있게되겠지만요.

너무 유해지면 그의 대쪽같은 작가주의가 사그라들지는 않을까..
그런 걱정이들지만 그의 새로운 일면을 보게된것이 또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습니다. 이래서 박찬욱감독의 팬이 된것같아요.

그의 행보가 어떤 행보가 되든 그 바탕은 영화이길 바라며..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9/05/20 14:16
이끼님의 말씀도 존중을 하면서, 약간 다른 제 생각을 말씀드려 보면요. 어떻게 보면 이번 작품이 무덤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 대중적인 팬들은 점점 그를 멀리하게 될테고, 저나 이끼님 같은 팬들은 그의 작품을 두손벌려 환영할테니까요.

관객을 위한 타협을 한 작품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기 때문에 영화의 완성도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호불호가 격렬하게 갈리는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요. 받아들이지 못하는 관객들도 많은 것 같더라고요. 개인적으로는 그런 관객들의 심정도 충분히 이해가 되고요.

감독의 인터뷰를 보니까 원래 엔딩씬에는 송강호가 바다를 바라보며, 지옥같은 환상을 보게 되는 CG를 넣으려고 했었다고 하더군요. 갈증을 마구 채우며 살아간 것에 대한 죄책감과 후회를 표현하려고 했었던 것이 아니였을까 싶고요. 그래서 저는 이 작품이 아름다운 동시에 배드 엔딩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박찬욱 감독이 이제는 자신의 길을 걷기로 한 것 같습니다. 유니버셜의 투자를 받았음에도 대중적인 작품을 내놓지 않은 것을 보면요. 반띵을 투자한 유니버셜 측으로서는 매우 대중적인 작품을 바라지 않았을까 싶거든요. 제작비를 회수하려면요.. 그래서 박찬욱 감독의 앞 날이 더욱 기대됩니다. ^^;

답글을 적다보니 이끼님께 딴지 아닌 딴지를 건 것 같습니다. 딴지는 아니고요. 아시죠? 저 이끼님 좋아합니다. ^^*
Commented by 이끼 at 2009/05/20 14:30
딴지라뇨 하하.
사람마다 느끼는 것이 다른것이겠지요.
배트맨님 답글을 읽고나서 생각해보니 오히려 제가 박찬욱감독에게 요구하는 니즈나 너무 커진듯한 느낌도 드네요.. ^^a 제게는 박쥐라는 영화가 충분히 대중적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여자친구의 반응을 보면 또 그것도 아닌가봅니다. 굉장히 거북해했거든요. 아마도 사람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가에 대한 표현은 역시나 유쾌한 장면이 아니기 때문이겠지요.

역시나 기대되는 감독입니다. 영화 복수는 나의것과 같은 수작이 다시 나와주길 기대하는 많은 골수팬에게 이번에는 나름의 단비를 내려준 것 같습니다. 이번영화는 박찬욱에 대한 저 나름의 기대에는 20% 못미친 80점이지만 100점짜리 영화를 만드는 순간 정말 무덤파고 들어가지 않을까요.. ㅎㅎ 누구보다도 섬뜩하고 비열하고 치열한 인간군상을 적나라하게 표현해주길 바라는 팬... 이것도 비정상인가.. ㅎㅎ

덧.
영화 내에서 보여지는것으로 따지자면 전 오히려 김옥빈의 입장에 가까운 사람이라서요... 오히려 신부님이 답답했답니다. 이 덧글이 영화를 바라본 제 입장설명이 될까요?? ㅎㅎ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9/05/20 15:41
답글을 적다보니 본의 아니게 이끼님과 조금 다른 의견을 적어놓은 것 같아서요. '틀리다'가 아닌, '다르다'로 받아들여 주실 거라고 생각은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_^

대중들의 반응을 보면 높게 평가하는 관객들과, 불만 또는 불쾌감을 표시하는 관객들이 혼재하는 것 같습니다. 박찬욱 감독이 마음만 먹으면 후자의 관객들도 모두 끌어안을 수 있는 연출도 할 수 있었겠지만, 역시 거인다운 선택을 해준 것 같네요.

박찬욱 감독이 걸어온 길을 보았을 때, 돈을 - 흥행을 - 밝히는 연출을 하면 그 실망감에서 벗어날 길이 없을 것 같아요. 다행히 그럴 양반은 아니지만요.

뱀파이어가 된 이후 어떻게 보면 송강호씨와 김옥빈씨가 매우 대조되는 캐릭터로 묘사되던데요. 김옥빈씨 입장에 가까우셨다면 이 작품이 좀 더 대중적으로 느껴지고, 신부가 답답하셨을 것도 같습니다. ^_^

여담입니다만 송강호씨 캐릭터를 통해서는 작품성을, 김옥빈씨 캐릭터를 통해서는 오락성을 삽입해 놓은 것 같더라고요. 박찬욱 감독 정말 천재입니다. 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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