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스릴러물은 연출가들에게 부담스러운 장르일 겁니다. 치밀하고 탄탄한 시나리오가 필요하며, 완성도 높은 연출이 요구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상영 시간 내내 관객과 머리 싸움을 하며 밀고 당기는 묘미도 안겨줘야합니다. 코미디 장르와는 달리 배우들의 연기력도 뒷받침 되어야 할테고요.케빈 맥도날드 감독의 연출에 토니 길로이가 각본에 참여한 조합은 꽤나 매력적으로 보였습니다. 배우들도 열연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캐스팅이였고요. 올스타팀으로 구성되어 범죄 스릴러물을 만든 셈이니 관객으로서 외면할 이유가 단 한가지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 범작이네요.
이 정도의 조합이면 오랜만에 수작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범죄 스릴러물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나쁘지는 않았지만 그냥 별 무리없이 완성된 작품이라는 느낌입니다.
지금부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읽지 마시길..
상영관을 나서면서 든 생각은 토니 길로이가 꼬아놓은 시나리오 때문에, 케빈 맥도날드 감독이 마음 고생을 좀 했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래도 완성도에 문제점을 보여주지는 않았으니까 감독의 선택은 적절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소재 자체는 진부합니다. '어떠한 위험에 처해있는 정치인, 그리고 그와 연관되어 있는 사건을 파헤치는 기자'라는 플롯은 흔하게 볼 수 있는 설정입니다. 정치인 캐릭터에는 분명히 비리가 얽혀 있을 것이고, 기자의 캐릭터에는 언론인으로서의 사명감 때문에 고뇌하는 설정 등이 되어있기 마련이니까요.
각본에 참여한 토니 길로이도 이와같은 것들을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결국 그가 선택한 것은 영화를 크게 두번 반전시키는 것이였네요. 사건을 저지른 주범이 정치인이였다는 것을 엔딩씬에 이르러서야 알 수 있게 되니까요. 하지만 결론적으로 보았을때 통속적인 캐릭터 설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은 좀 아쉽습니다. 진부한 소재와 캐릭터를 풀어나가는 과정만이 조금 달랐을 뿐이니까요. 물론 이러한 것들이 가능했던 것도 결국에는 각본과 연출의 힘이였겠지만, 적어도 그 분야에서 각각 명성을 얻고 있었다면 진부함을 모두 걷어내고 시작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또한 매우 국지적인 배경과 동선에서만 사건이 파헤쳐지기 때문에, 범죄 스릴러물 장르에서 즐길 수 있는 속도감 및 퍼즐을 풀어나가는 쾌감 등이 제한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다소 정적으로 진행이 된다고 해야 할까요. 배경과 동선 등을 시나리오만큼이나 꼬아놓아서 입체감을 살려주었으면 장르적인 묘미를 조금은 더 즐길 수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러셀 크로우나 벤 애플렉의 연기력은 굳이 두말 할 필요가 없을 것 같고요. 짧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대단한 아우라를 보여주는 헬렌 미렌에 비해서, 레이첼 맥아담스는 존재감을 전혀 드러내지 못하더군요. 연기력을 인정받은 스타 배우들 사이에서 나름대로 캐릭터를 잘 살려낼 수 있는 여배우가 캐스팅되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범죄 스릴러라는 장르, 정말로 참 어려운 장르인가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