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얼음집 안에 서툴게 집어넣은 영화들과 상영관들. (2006.10.23~)
by 배트맨

노잉 (Knowing)
재난 영화는 할리우드에서 즐겨 사용하는 소재중의 하나입니다. 큰 액수의 제작비를 투입해서 가장 효과적으로 오락성과 함께 비주얼, 그리고 오디오의 임팩트를 안겨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러한 작품들은 대부분 팝콘 영화의 범주안에서 제작이 되고는 합니다. 관객들이 기대하는 것도 이러한 요소들일테고요.

그런데 알렉스 프로야스 감독은 오락성만을 추구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어떻게 보면 철학보다도 더 심오한 여러가지 것들을 삽입해 놓았는데, 유감스럽게도 그 어느 것 하나도 깊게 묘사하지를 못하며 만족스럽게 풀어나가지를 못하더군요. 

물론 연출의 완성도가 높았다면 이러한 시도가 매우 인상깊게 다가왔겠지만, 장인으로 인정 받는 감독이 아니라면 오락성 하나라도 확실하게 즐길 수 있도록 연출의 포인트를 집중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작품은 오락성과 완성도를 모두 쫓고 있지만, 결국에는 두마리의 토끼를 모두 놓쳐버린 경우가 아닐까 싶네요. 

지금부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를 보지 않으셨다면 읽지 마시길..


비주얼적으로 임팩트가 컸었던 두개의 시퀀스가 삽입되어 있기는 합니다. 특히 비행기가 추락하면서 처참한 현장을 니콜라스 케이지의 시선으로 훑어나가는 동선은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습니다. 마치 내가 니콜라스 케이지와 함께 그곳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참혹함을 잘 살려냈더군요. 지하철의 사고 시퀀스도 꽤 잘 만들어낸 시퀀스였지만, 워낙 비행기 사고 시퀀스의 임팩트가 컸기 때문에 감흥이 덜 할 정도였습니다. 편집할 때 순서를 바꿔놓았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었을 정도로요. 하지만 이 두개의 시퀀스를 제외한다면 오락적으로 쾌감을 안겨주는 연출이 거의 없습니다. 제작사의 의도가 그랬는지, 감독의 의도가 그랬던 건지는 알 길이 없지만, 대부분의 상영 시간에서 보여지는 연출은 다소 심오한 주제입니다. 하지만 상영 시간을 121분이나 할애하면서도 이 부분의 매듭을 잘 풀어나가지 못하더군요.


결정론을 바탕으로 니콜라스 케이지의 캐릭터에는 과학을 투영하고, 부친의 캐릭터에는 종교가 투영되어 있습니다. 인간의 과학으로는 해결 또는 극복할 수 없는 문제이니, 종교에게 받아들이라고 부친과 전화 통화를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엔딩씬을 보면 마치 성경책에 나오는 아담과 이브를 보는듯 합니다. 과학은 모든 것을 잃어버리며 해결할 수 없었으나, 종교는 지구의 멸망을 이겨내고 다시 인류사를 시작한다는 마무리를 보여주더군요. 디스토피아를 앞둔 상황에서 마냥 무기력하기만한 인간과 과학이였지만, 종교는 유토피아로 새로이 출발하는 모습을 보면요. 

또한 결정론에다가 과학과 종교, 거기에 더해서 외계 문명설까지 엮어져 있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과학이 종교에게, 그리고 종교는 영화속에서 외계 문명설로 다시 부정을 당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여러가지 심오한 문제들중 한가지에만 집중을 해도 완성도를 보여주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였을텐데요. 오락성은 물론이고 이 작품의 정체성을 그 어디에서도 찾기가 힘들었습니다. 위에 밝힌 두개의 시퀀스를 제외한다면 연출이 대부분 여러가지 설을 다루는 것에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에, 오락성의 부재보다는 완성도의 부재가 더 실망스럽게 다가오더군요.  

기존 팝콘 영화들의 범주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시도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겠지만, 완성도와 깊이가 없을 때는 팝콘 영화만도 못한 졸작이 되어버리고 맙니다. 과학과 종교, 그리고 결정론과 외계 문명설을 모두 스스로 던져놓고 자신도 그 문제들을 풀어가지 못할 때, 관객은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네요. 이 작품은 정체성을 찾기조차 힘든 영화였습니다.

덧말 - 참고로 저는 무신론자입니다. 지난 주중에 리뷰를 올렸어야 했는데 이제서야 글을 올리네요.
by 배트맨 | 2009/05/02 16:05 | 영화를 보고온 후 | 트랙백(3) | 덧글(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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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영화리뷰전문 무비조이 at 2009/05/02 16:31

제목 : <노잉>, 색다른 재난영화를 찾는다면 OK!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 영화 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최근 그가 주연했던 영화들이 흥행에 성공을 거두기도하고 때론 실패하기도 했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예전처럼 재미와 작품성에 적절한 균형감을 가진 영화를 찾기 힘들었단 것이다. 최근 그가 주연했던 (2007년), (2007년), (2008년)를...more

Tracked from 잠보니스틱스 at 2009/05/02 19:01

제목 : 노잉
1959년, 미국의 어느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그린 미래 상상도를 타임캡슐에 넣고 50년 뒤에 꺼내기로 한다. 50년 후의 현재, 타임캡슐의 뚜껑을 열어보니 다들 멀쩡한 그림을 그렸는데 오직 한 학생만이 별 의미 없어 보이는 숫자만 잔뜩 적은 종이를 제출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그림들을 펼쳐보는 역할은 현재의 재학생들이 맡았는데, 문제의 숫자만 가득한 종이는 물리학자 존 쾨슬러의 아들 케일럽의 손에 들어온다. 존은 수년 전 화재사고로 아내를 잃......more

Tracked from Dark Side of.. at 2009/05/04 12:43

제목 : 알지만 돌이킬 수 없는, 노잉
영화를 즐겨 보는 팬이라면, 작품성이나 완성도와 관계없이 끌리는 감독이 있게 마련이다. 물론 각자마다 또 감독마다 그에 합당한 이유가 있겠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팬심의 범위일까. 나로서는 한창 때의 존 카펜터처럼 작품들을 쏟아내주면 마냥 고마울 따름이지만 목이 타다못해 끊어지도록 기다려도 내놓지 않는 경우도 왕왕 있게 마련. 이를 테면 알렉스 프로야스라던지. 메이저 데뷔작 "크로우(1994)"에서 그의 이름보다 먼저 눈에 들......more

Commented by 소시민 at 2009/05/02 16:14
이 영화에 대해선 결말을 어떻게 받아들냐에 따라 평이 갈릴것 같

습니다. 저는 결말의 전모가 드러나기 전까지는 그냥 볼만하다고

느꼈지만 결말이 너무나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에 그 볼만했다

는 호의적인 감정까지 희석되 버렸죠.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9/05/02 16:23
이 답글에는 스포일러가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댓글까지 읽으시는 분들이 계셔서요.)

영화 초반부에 부자가 나누는 대화에서 결말이 어떻게 날지 예상이 되더군요. "은하계에 지구와 같은.." 어쩌구 저쩌구 할때요. 오락성도 별로 감흥이 없었고, 감독이 풀어나가고자 하는 요소들의 완성도도 만족스럽기에는 너무나 가벼웠던 것 같습니다. 물론 재미있게 보신 분들도 계시겠지만요.

개인적으로는 팝콘 영화의 테두리 가운데에 걸쳐있는 졸작이였던 것 같습니다. 흑~ T.T
Commented by 수룡 at 2009/05/02 18:52
전 이 영화 보러가려고 했는데, 결말이 이상하다는 말에 네이버에서 "노잉 결말"을 검색해보고야 말았지요(...) 안 보는 게 나을 듯 싶어서 안 갔습니다;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9/05/02 19:19
저는 결말도 결말이지만 전체적인 완성도 또한 썩 마음에 들지는 않더군요. 이 작품을 팝콘 영화에 두고 있었던, 좀 어두운 영화에 두고 있었든 어느 한쪽에도 손을 선뜻 들어주기가 힘들었던 영화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영화 보시러 가시기 전에 왜 검색을 하셨어요. 우리들이 멀리해야 하는 것중 하나가 바로 스포일러입니다. T.T
Commented by 잠본이 at 2009/05/02 19:02
사실 믿음을 가진 사람들도 같이 싸그리 날라간다는 점에서 종교 쪽에 무게를 둔 것도 아니라고 할 수 있죠. 결론은 그냥 인류 하는짓 다 소용없고 외계인 킹왕짱(...OTL)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9/05/02 19:22
이 답글에는 스포일러가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댓글까지 읽으시는 분들이 계셔서요.)

외계 문명설로 종교관을 뒤집어 버리는 결말이니 말씀하신대로 종교에 무게를 둔 것도 아닌 것은 맞습니다. 그러면서도 또 왜 아담과 이브를 상징하는듯한 장면을 연출한 것인지.. T.T

감독이 썩 영화를 매끄럽게 뽑아내지는 못한 것 같았어요. 범작도 못되었다는 표현을 사용하면 너무 한 걸까요? orz (외계인 킹왕짱 공감합니다.)
Commented by 무비조이 at 2009/05/02 19:43
그냥 개인적으로 특이한 재난 영화란 생각이 많이 드는 영화였습니다. 저도 영화평에 적었지만 관객들이 보기에 친절한 영화는 아닌 것 같습니다.

좀 짜증 나게 하는 부분이 존재하지 않나 생각을 해봅니다.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9/05/02 19:58
댓글 고맙습니다. 트랙백을 보내주셔서 '무비조이'라는 웹 사이트를 알게 되었는데, 이렇게 댓글을 남겨주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무비조이가 영화 관련 사이트인줄 알고 있었거든요. (개인 블로그나 홈페이지가 아닌..)

짜증까지는 아니였지만 저는 좀 많이 실망스럽더군요. 오락성의 부재보다는 완성도의 부재 때문에 더 실망이 컸었던 것 같고요. 관리하시는 웹사이트 대박 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
Commented by 다스베이더 at 2009/05/02 22:44
정말 결말부분에서 다리에 힘이 빠지더군요.
어허허허 OTL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9/05/02 23:41
제 경우는 초반부에 니콜라스 케이지 부자가 나누는 대화에서 "우주에는 지구와 같은.." 어쩌구 저쩌구 할때 결말이 대략 예상이 되었어요. 전체적으로도 완성도가 마음에 썩 들지는 않았고요. 상영 시간 내내 다리에 힘이 빠졌다고 해야 할까요. T.T

닉네임이 멋지시네요. ^^
Commented by 꾸자네 at 2009/05/02 23:14
노잉이 재난 영화였군요. 종종 이런 영화를 보는데..
기회되면 봐야겠네요. 재밌을 것 같아요 왠지~!^^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9/05/02 23:45
리뷰에 소소한 느낌을 적어놓기는 했지만요. 누군가가 "이 작품은 재난 영화로 분류될 수 없어!"라고 말을 해도, 그것 또한 틀린 표현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참 뭐라고 말씀을 드리기가 힘드네요. T.T

개인마다 선호하는 장르와 해석하는 관점 등이 다르므로, 저와는 달리 재미있게 보실 수 있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쪼록 꾸자네님께서는 재미있게 보셨으면 좋겠네요. ^^;
Commented by 잠본이 at 2009/05/03 12:54
'재난 영화'인지 아닌지는 좀 모호하지만
'영화 자체가 재난'이라고 표현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9/05/03 21:45
그러고보니 정말 영화 자체가 재난이였다고 표현을 해도 무리는 아닐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우리의 캐서방 예전처럼 다시 크게 한방 터뜨려줘야 하는데 말입니다. -_-a
Commented by 미미씨 at 2009/05/05 12:00
완성도의 부재라는말 끄덕끄덕..롯데시네마에서 시사회 초대받았는데 엉뚱한대로 문자를 보낸걸 확인하고 다시 보냈는데 이미 그 영화는 자리가 없다고(그 스칼렛 요한슨 나오는 내 남자의..뭐더라..암튼 그거요)그래서 ㅜㅜ<--이 이모티콘을 담당자한테 보냈더니만 이 영화 시사회라도 보겠냐고 초댈 해줘서 봤어요. ㅋㅋ
그래선지 아무 정보도 없이 막연하게 재난영화로만 생각하고 갔다가 어찌나 무섭던지..저는 중간부분에서 그 우주인의 정체가 밝혀지기 전까지는 진짜 무섭더라구요;; 그리고 엔딩까지 가는데 점점 어이가 없어지면서 이건 뭐 성경의 한부분을 묘사한거 같긴한데 할말이 없더라구요.ㅡㅡ;
끝나고나서 친구랑 캐서방 실망이야!! 막 이러고 나왔어요. ㅋㅋ
그러고보니 이 영화를 끝으로 극장을 끊었네요. -_-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9/05/05 15:20
미미씨님께는 이 작품보다는 말씀하신 <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가 더 좋으셨을 것 같은데요. 이런 팝콘 영화와는 비교할 수 없는 작품이기도 했고요. 제가 다 아쉽네요. ^^*

그나저나 아 미미씨님 부럽습니다. 저는 시사회 같은 표도 없는데요. 크흑~ 그런데 전에 시사회를 가보면 관람 분위기가 썩 좋은 것 같지는 않더라고요. 공짜표로 관객들이 들어와서 그런 건지 꽤 산만하게 보는 것 같더라고요. T.T (그래도 부럽습니다.)

요즘 캐서방이 박스오피스에서도 별 재미를 못보네요.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같은 진지한 작품 좀 다시 한편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캐서방 실망이예요. orz
Commented by 타누키 at 2009/05/06 10:53
니콜라스 케이지 요즘 영화들 왜이런지....
개인적으로 결말의 연출은 별로지만 그럴 수 있다고 보는 반면
영화 내내 중구난방같은 느낌만 자꾸나서...
공포적인 느낌만 잘 살린 것 같습니다. ㅠㅠ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9/05/06 11:47
캐서방 작품들이 요즘 박스오피스에서도 별 힘을 못쓰더군요. 저는 전반적으로도 별 감흥을 받지 못했어요. 말씀하신 미스테리하며 스릴러적인 느낌도 별로 다가오지 않았고요. 초반부에 부자가 나누는 대화에서 "지구와 같은 행성이 우주에.." 어쩌구 저쩌구 할때 이미 결말도 예상이 되었고요. T.T

캐서방은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같은 진지한 작품에 다시 출연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연기력도 좋은 배우이기 때문에 다시 한번 좋은 선택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네요.
Commented by Uglycat at 2009/05/11 05:41
전에는 볼까 하다가 패스했는데 인터넷에서 결말을 접하고 나서는 지나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 역시 무신론자입니다)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9/05/11 09:29
개인마다 영화를 해석하는 관점과 취향이 다르니까, 한번 보셨어도 괜찮으셨을 것 같으신데요. 보실까 말까 고민을 하셨으면요.

저 같은 경우에는 찍어놓은 작품은 일단 무조건 보자입니다. 설령 후회를 하더라도, 보고나서 후회를 하는 편이 시원하더라고요. ^^*

기독교에서 모티브를 따온듯한 장면이 여러 컷 있기는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외계 문명설로 뒤집어버리는 엔딩이라서요. 무신론자임을 밝힌 것은 혹시라도 제 리뷰를 오해하실 분이 계실까봐 그랬습니다. (정치와 종교는 워낙 민감한 이야기라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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