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즈윅 감독은 화려한 커리어에 비해서 극장판 영화의 연출작이 많은 편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들을 가급적이면 챙겨보는 이유는 그의 영화들이 대부분 만족스러웠기 때문입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1994년작 <가을의 전설>과 같은 수작이 있었고, 지금도 제 기억속에 어렴풋이 남아있는 1986년작 <어젯밤에 생긴 일>도 그의 연출 작품입니다.<라스트 사무라이>와 <블러드 다이아몬드> 같은 최근의 연출작들을 보면 상업 영화의 매력인 오락성을 유지하면서, 완성도와 작품성 등 세가지 요소를 모두 보여주는 것에 연출의 역량을 집중해온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럴만한 재능을 충분히 갖고 있는 감독이라고 생각을 하는데요.
기대치에는 부응을 해주는 연출을 꾸준히 보여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번 신작은 작품성은 둘째치고, 완성도와 오락성조차 제대로 표현하지를 못합니다. 상영관을 나서면서 당혹스러울 정도였습니다. 전작인 <블러드 다이아몬드>의 경우 비록 흥행은 부진했지만, 감독이 의도한 요소들을 만끽할 수 있어서 꽤 만족스러웠었는데요. 이번 작품은 그의 팬으로서 영화에 면죄부를 줄 수 있는 요소들이 전무합니다. 에드워드 즈윅 감독의 연출작이 정말로 맞나 싶을 정도로 실망스럽더군요.
이번 작품을 보면 대중을 겨냥해서 만든 작품인지, 평단을 염두에 두고 만든 작품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 한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면 그 어느 대상도 결코 만족시킬 수 없는 연출이였다는 점입니다. 특히 드라마가 실종되어 있는 것은 매우 치명적이여서, 137분의 상영 시간동안 생각지도 못했었던 지루함까지 느껴야만 했습니다.
지금부터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를 안보셨다면 읽지 마시길..

에드워드 즈윅 감독의 작품을 보고 나서 이런 표현을 적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지만, 이 영화는 감독이 해서는 안될 거의 모든 최악의 연출이 보여지고 있습니다. 내러티브는 진부하게 전개가 되며, 캐릭터의 묘사는 전무하고, 어설프게 삽입된 로맨스는 영화의 밸런스마저 무너지게 만들어 버립니다.
드라마의 실종이 가장 치명적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이로 인하여 캐릭터들의 내면을 표현하는 모습이 같이 사라져 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보니 형제간의 갈등 및 결별에서 정서적으로 동화될 수 없었고
, 종반부에 다시 조우하게 되어서 끌어안는 모습에서는 그 진부함에 경악스러울 정도였습니다. 캐릭터들의 내면을 깊이있게 묘사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리브 슈라이버(둘째)가 떠나겠다고 하더니, 마찬가지로 그 어떤 심리적인 묘사도 없이 다시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와같은 드라마적인 요소의 전무함이 주요 캐릭터에게서만 사라진 것이 아닙니다. 온갖 군상들이 모여있는 상황 속에서 표출되어야 할 정서들이 매우 제한적으로만 그려집니다. 그렇게 극한 상황 속에서 '죽음에 대한 공포' 보다는 당장 '눈 앞의 굶주림'만이 줄곧 펼쳐질 뿐입니다. 전자에 대한 내면의 묘사가 없는 상태에서 영화의 종반부는 급작스럽게 죽음에 대한 공포로 옮겨지는데, 마지막 전투씬은 이와 같은
공포와 심리를 묘사한다기 보다는 갈등을 겪고 떠나갔던 동생이 돌아오는 플롯에 필요한 시퀀스일 뿐이였습니다. 억지로 끼워 맞추기 식의 상투적인 퍼즐로 결국 영화가 끝이 나더군요.

어젯밤에 뉴스를 보니 가자 지구 침공에 - 학살이라는 표현이 맞겠죠 - 대한 이스라엘 관리의 기자 회견이 미국에서 있었는데, 어느 기자가 일어서더니 다음과 같은 일갈을 하더군요. "언제부터 프레스룸에서 저런 테러리스트가 기자 회견을 했습니까?"
나치만큼이나 팔레스타인에 대해서 비인간적이며 비도덕적인 만행을 저지르고 있는 오늘날의 유태인들을 보면서 영화속에 동화되기도 참 힘들었지만, 비단 이런 오늘날의 일들이 없었더라도 이 작품의 허술한 완성도는 용서할 수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