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될때부터 20세기폭스의 기획 의도는 아마도 명확했을 겁니다. 또한 이와같은 상업 영화에서 관객들이 원하는 것은 많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겨울 시즌에 맞춰서 개봉이 되는 블럭버스터 작품에서는 말이죠. 애시당초 이러한 영화에서 작품성을 기대한 관객은 없었을테고, 오락성이 가장 요구되는 요소였을 겁니다. 필수적인 조건은 아니지만 여기에 완성도까지 갖춰진다면 관객으로서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죠.그런데 이 작품은 8천만$라는 거액의 제작비를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블럭버스터 작품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오락성조차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평단을 겨냥해서 만든 영화가 아닌 작품에서 이러한 절대적인 요소의 실종은 매우 치명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을 만족스럽게 품에 안을 수 있는 소비층이 없어진다는 것일테니까요. 범작조차도 못되는 졸작을 환영할 관객은 아무도 없습니다.
스콧 데릭슨 감독은 본인이 갖고 있는 재능의 한계를 자각하지 못한채 큰 욕심을 부리더군요. 이 작품을 오락물의 범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닌, 완성도까지 모두 갖추고 싶어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아우르는 메시지인 '인간의 오만함과 파괴 본능'은 상당히 다루기 힘든 무거운 주제인 것이 사실입니다. 흔히들 말하는 장인의 대열에 올라선 감독들만이 재능을 발휘해서 완성시킬 수 있는 범주가 아닐까 싶네요.
하지만 절망스럽게도 스콧 데릭슨 감독은 끊임없이 시도합니다. 블럭버스터만이 구현해 낼 수 있는 규모와 비주얼적인 쾌감 등은 최대한 생략하고 자제시킨채, 본인이 완성시키고 싶어한 욕심으로 103분을 모두 채워버립니다. 하지만 어두운 주제와는 달리 가볍게 전개되고 마무리되는 허약한 내러티브는 조소가 터져나오게 만듭니다. 블럭버스터다운 오락성을 포기한 댓가로 얻었어야 할 완성도까지 모두 실종되어 있더군요.
무려 8천만$에 이르는 거대한 제작비의 배치도 효과적이지를 못합니다. 그 어느 시퀀스에서도 장르적인 쾌감을 충족시켜주는 비주얼을 찾아볼 수 없는데, 스콧 데릭슨 감독의 완성도에 대한 강박증은 이처럼 관객들이 상영관으로 향하며 기대한 요소들을 모두 무시하게 되는 결과로 나타나게 됩니다. 도대체 그 많은 제작비를 모두 어디에다 쓴 것인지 모르겠더군요. 스콧 데릭슨은 거대 자본을 활용하며 영화를 만들어 나가는 능력에도 허점을 보입니다. 키아누 리브스 이상으로 매력적인 캐릭터로 기대되었던 거대 로봇이 임팩트를 주는 연출 또한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개연성까지 부족한 드라마의 엉성한 전개를 수습하는 것도 힘에겨워 보이는데 어쩌면 이러한 모습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올 한해를 매우 힘들게 보내고 있는 20세기폭스가 야심차게 선보인 연말의 블럭버스터 작품 두편이 모두 실패로 끝나게 될 것 같습니다. <오스트레일리아>와 마찬가지로 이 작품 또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영화적인 포지션이 매우 애매하다는 점입니다. <오스트레일리아>가 오락성과 작품성 사이에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중간에 걸터 앉아버린 영화라면, 이 작품은 오락성과 완성도 사이에서 표류하며 길을 잃어버린 영화입니다.
이 작품의 어둡고 무거운 주제를 보았을때 오락성에만 집중을 해도 완성시키는 것이 결코 쉬워보이지는 않았을텐데, 스콧 데릭슨 감독의 캐스팅이 과연 적절한 선택이였는지 상당히 의문스럽습니다. 두번째 실수는 제작을 하면서 오락성에만 집중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고요. 재능이 출중한 감독이 아니라면 블럭버스터 작품은 한가지 요소에만 충실히 할애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물론 이 경우에도 거대 자본을 잘 활용할 줄 아는 연출이 필요하겠지만요.
관객들이 블럭버스터 작품을 선택하는 이유는 대부분 똑같지 않습니까?
정말로 이러한 영화에 바라는 것은 많지 않거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