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얼음집 안에 서툴게 집어넣은 영화들과 상영관들. (2006.10.23~)
by 배트맨

오스트레일리아 (Australia)
바즈 루어만 감독은 20세기폭스와 달콤한 밀회를 즐겨왔었습니다. 이번 신작을 포함해서 그가 연출한 최근의 세작품을 모두 폭스가 제작하고 배급해왔으니까요. 월드와이드 스코어를 살펴보면 199
6년작 <로미오와 줄리엣>이 1억4천만$를 벌어들였고, 2001년작 <물랑루즈>는 무려 1억7천만$를 벌어들이며 크게 성공을 거둔 바 있습니다. 이와같이 바즈 루어만 감독의 작품이 연거푸 흥행에서 성공을 하자, 그에 대한 폭스의 신뢰가 깊어졌었나 봅니다.

이번 신작은 올 한해 폭스가 개봉시킨 작품중에서 가장 많은 제작비인 1억3천만$를 투입했더군요. 크게 배팅하고 그만큼 더 크게 거둬들이고 싶었던 것이였겠죠. 하지만 이 작품으로 바즈 루어만의 성공 시대는 일단 멈추게 될 것 같습니다. 북미의 흥행은 물 건너 간지 오래이고, 기댈 곳은 이제 해외 시장 밖에 없는데 제작비 회수나 가능할지 모르겠네요. 더군다나 올 한해 내내 부진을 겪고있던 폭스이기 때문에, 바즈 루어만의 이번 참패는 그 어느 때보다도 뼈아플 겁니다.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격정적으로 펼쳐지는 로맨스 작품으로 포장되어 있었지만, 이 영화에서 2차 세계대전이라는 배경은 작은 도구적인 역활로만 그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이 부분이 크게 문제될 것은 없었습니다. 다만 내러티브를 이끌어나가는 주체가 로맨스가 아니라는 점은 예상 밖이였네요. 그리고 이러한 부분이 흥행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장르로 보았을때 전쟁이라는 배경이 크게 부각되기를 바랬을 관객은 거의 없었을테고, 이러한 생각은 바즈 루어만 감독의 생각과도 일치합니다. 하지만 휴 잭맨과 니콜 키드먼의 격정적인 사랑 이야기를 기대한 관객들은 분명히 많았을 것 같은데, 이러한 구성에서는 감독의 의중이 크게 달랐던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을 통해서 실질적으로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잃어버린 세대'였으니까요. 전쟁 뿐만이 아니라 휴 잭맨과 니콜 키드만까지 모두 도구적인 역활로만 제한되어 있음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상업 영화에서 더군다나 천문학적인 제작비를 투입한 작품에서 대중들을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었겠죠. 전달하고 싶은 속내는 '잃어버린 세대'였지만, 두 남여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덧칠하다 보니까 상영 시간은 165분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전쟁의 혼란속에서 펼쳐지는 애절한 사랑 이야기에만 집중을 해서, 포장된 그대로 영화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관객들에게 안겨주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드네요. 상업 영화에 충실한 내러티브를 선택했으면 한마리의 토끼라도 확실히 잡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대중들은 물론이고 아카데미 같은 영화제 또한 염두에 두고 만든 것이 분명해 보이는데, 영광스러운 트로피를 움켜쥐기에는 플롯의 구성이 단순하고 산만합니다. 처음부터 한가지 대상만을 목적으로 해서 제작을 했으면 상당히 매력적인 작품으로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가득 느껴지는 영화입니다. 오락성과 작품성 사이의 경계선에서 걸터 앉아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와같이 영화적인 포지션이 그 어느 쪽에도 속해있지 않은 작품이기는 하지만 바즈 루어만 감독의 재능은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기도 합니다.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마를 향해서 밧줄을 던지며 다가서는 휴 잭맨과, 미지의 오지를 향해서 달려나가는 원주민 아이를 교차 편집하는 장면은 이 작품의 주제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백미입니다. 그 밖에 풍차가 돌아가는 순간 잡아내는 앵글과 스피커에서 뿜어져 나오는 음향은 당시 '잃어버린 세대'들이 느껴야만 했던 내적인 두려움을 매우 상징적으로 표현합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 직전 자막으로 '잃어버린 세대'에 만행을 저지른 시간들에 대해서 호주 정부가 올해에 공식적으로 사과했다고 나오더군요. 시드니 올림픽때 최종 성화 주자가 원주민 출신 선수였던 것을 기억해보면, 그들의 부끄러운 과거에 대해서 호주의 백인들이 얼마나 벗어나고 싶어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으면서 자신이 기획하고 있는 영화를 만들 수 있게된, 호주 출신의 바즈 루어만 감독도 어쩌면 이러한 시간들을 자신의 영화에서 한번쯤은 그려보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정말로 과거를 성찰해보고 싶었다면 대중적인 요소들은 과감하게 생략해야 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그러한 작품에는 사실 이렇게 많은 제작비가 필요하지도 않습니다.

by 배트맨 | 2008/12/21 21:19 | 영화를 보고온 후 | 트랙백(1) | 덧글(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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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스테판's Movie .. at 2008/12/22 10:47

제목 : [리뷰] 오스트레일리아 (Australia, 2008)
생각해보면 바즈 루어만의 모든 작품은 '멜로' 였습니다. 제목부터 "오스트레일리아"라고, 호주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붙여놓기는 했지만, 어쨋든 바즈 루어만의 신작도 멜로물입니다. 배경이 바뀌었고, 그리고 인물들이 바뀌었다고 하더라도 말이죠. 영화 "오스트레일리아"는 드넒디 넓은 호주를 배경으로 영국 귀족 여성 애쉴리와 한 몰이꾼의 사랑이 장엄한 역사라는 무대 앞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사랑 뿐만 아니라 휴머니즘과 용기와 희......more

Commented by 유클리드시아 at 2008/12/21 21:30
마법소년에서 폭소했었던 영화.. 'ㅁ'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12/21 22:34
말씀하신 것처럼 개연성과 완성도에서 조금 문제를 드러내기도 했지요. 특히 원주민 소년의 할아버지가 나올 때마다 상영관 안에 웃음이 계속 터지더라고요. ^^*

감독은 분명히 평단과 관객들 모두 잡아보려고 영화를 만든 것 같은데.. 많이 아쉬운 작품입니다.
Commented by 은혈의륜 at 2008/12/21 21:31
일단 잃어버린 세대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투톱이라고 나온 주인공은 백인이라는게 에러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12/21 22:38
호주 출신 감독과 배우들이 자신들의 부끄러운 과거를 들춰낸 영화를 만든 건데, 아무래도 대중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1억불짜리 초대형 프로젝트였으니까요.

정말로 성찰을 해보고 싶었다면 제작비를 줄이고 스타 배우들을 캐스팅하지 못하더라도, 좀 진지하게 영화를 풀어나가는 것이 좋았을 것 같아요. (아니면 아예 성찰 포기하고, 러브 스토리에 집중을 했다던가요.)
Commented by 풍견風犬 at 2008/12/21 22:57
흐흠....제작비가... 돈으로 '응응을 한 영화로군요.
뭐 같은 경우는 아니지만 100억이란 돈을 쳐바른 성냥팔이소녀의 재림이 떠오르네요.그건 돈을 어디다 썻는지 알수없는 경우지만;;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12/21 23:05
이 작품은 돈을 제법 쏟아부은 흔적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영화의 구성과 메시지를 보았을때, 이와같은 엄청난 제작비가 효과적으로 사용된 것인지는 갸우뚱하게 되고요. ^^;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처럼 한숨 나오게 하는 절망적인 작품은 아니였어요. 물론 폭스사는 지금 절망하고 있겠지만요. (바즈 루어만은 잠적하고 있지 않을까요? ^^)
Commented by 앨리 at 2008/12/21 23:20
어 이거 별로이군요. 바즈 루어만 감독X니콜 키드먼X휴 잭맨X개척시대 = 무한기대 였는데요.

보고나서 확실하게 실망을 하는게 나을까요, 아니면 그냥 다른 사람이 실망했대- 흥 그럼 나도 실망@ 이러는게 나을까요 -_-;;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12/21 23:36
북미에서는 관객들의 반응이 괜찮은 편입니다. 물론 흥행에서는 죽을 쑤고 있지만요. -_-a

영화라는 취미가 개인의 취향과 해석하는 관점에 따라서 천양지차가 있기 때문에, 저는 엘리님께서 이 작품을 보시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싶어요. 개인적으로 좋은 영화란, 본인이 즐겁게 본 작품이 좋은 영화라는 생각을 갖고 있거든요. ^^*

교차 상영중이기 때문에 서두르셔야 하실듯 싶습니다. 다음주 수요일에는 완전히 내려갈 것 같네요.
Commented by 호야♡ at 2008/12/22 00:22
무려 3시간의 작품.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12/22 00:26
'잃어버린 세대'에만 집중을 하면서 3시간을 이끌어나가면 관객에게 자칫 부담이 될 수도 있겠지만, 대중적인 요소들을 - 로맨스 - 섞어놓았기 때문에 상영 시간이 그리 부담되거나 하시지는 않으실 거예요. ^^*

토요일에 심야로 봤는데 상영관을 나서면서 시계를 봤더니 새벽 3시더군요. (내가 미쳤어~♬ 내가 미쳤어~♪)
Commented by 호야♡ at 2008/12/22 01:03
저도 심야로 봤어요.
혼자 고독을 씹으며?ㅋㅋㅋ
실시간. 나름 잼있죠?ㅎ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12/22 01:13
저도 심야에 혼자 봤습니다. 그런데 그 시간에도 좌석 점유율이 비교적 높더군요. 상영 시간 때문에 회전율이 안나오니까, 극장측에서 교차 상영으로 돌린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요.

정말 댓글이 아니라 실시간 채팅인 것 같네요. ^^
(그런데 왜 상영관에 가보면, 혼자 온 사람은 항상 저 밖에 없는 걸까요? T.T)
Commented by trinity at 2008/12/25 15:00
아 좋은 점도 있으나 아쉬운 점도 있는 작품이었군요~

잘 읽었습니다!

전 역시 호주에 대한 진지한 성찰,하면 '피아노'를 빼고 넘어가면 안될것 같아요

정확히는 뉴질랜드인가...;;

아무튼...휴 잭맨과 니콜키드만은 사진으로만 보았으나 잘 어울리는것 같습니다^^

또 니콜 키드만도 여전한 미모를 과시하는군요 ㅎ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12/25 23:37
오락성(로맨스)에 집중을 하거나, 아니면 작품성에 충실했으면 오히려 더 좋았을 것 같아요. 결국 두마리의 토끼를 모두 놓치고 있는 범작이지만요. 그래도 165분이 지루하지는 않았으니까 그럭저럭 보기는 했지만요. ^^*

니콜 키드만은 곱게 늙어가는 것 같아요. 사실 여배우로서 저 정도의 나이면, 이런 로맨스 영화에 캐스팅되는 일도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 자기 관리를 정말 잘 하는 것 같습니다. (몸매도 여전히 대단하더군요. T.T)
Commented by trinity at 2008/12/26 15:13
아마도 원본 ;; 이 예쁘셔서 그런것 같아요

그런거보면... 멕 라이언씨는 왜 막 고치고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그대로 쭉 가셔도 예뻤을텐데;;;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12/26 16:24
영화를 보니까 니콜 키드만도 보톡스를 맞고 있지 않을까 싶네요. 물론 자기 관리도 잘하고 있는 것이겠지만, 1967년생이 저런 피부를 갖는다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요? -_-a

맥 라이언은 완전히 망가졌더군요. 이제 남의 일 같지가 않아서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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