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 영화의 구성은 관례처럼 되어버린 일반적인 수순이 있습니다. 가볍게 시작해서 장르적인 매력인 웃음을 안겨주다가, 갈등을 겪게되면서 잠시 무거워진 후 그것이 해결되면서 유쾌한 마무리를 하는 것이지요. 이러한 시간적인 흐름과 구성은 우리나라나 할리우드의 코미디 영화나 모두 똑같습니다.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는 코미디 영화들은 이러한 틀 속에서 밸런스를 훌륭히 맞춰나가며 완성도를 높이고, 동시에 장르적인 요소들을 런닝 타임 내내 잘 유지하는 작품들이였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한국 코미디 영화들은 이 두마리 토끼를 쫓다가 모두 놓쳐버리는 우를 범하고는 했었습니다. 장르적인 매력을 살리려고 하다가 완성도를 무너뜨리게 하고, 갈등 부분을 드러내면서는 전체적인 밸런스를 잃고 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음에도, 이 전형적인 연출 공식에서 제대로 된 해답을 관객들에게 제시한 작품은 드물었습니다.
<미쓰 홍당무>는 애시당초 두가지 요소들을 모두 포기한채 진행이 되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에서의 비판 또는 실망으로부터는 자유로운 영화입니다. 지구상의 모든 - 이러한 표현을 사용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습니다 - 코미디 장르에서 보여주고 있는 구성 및 흐름에서 벗어나 있으며, 또한 완성도의 강박관념으로부터도 해방되어 있는 작품입니다. 제작자로 참여한 박찬욱 감독(1)과 이경미 감독의 10억원짜리 실험이라고 해야 할까요.
101분의 상영 시간동안 갈등 구조는 영화의 시작 부분부터 거의 모든 시퀀스에 삽입되어 있으며, 이러한 것들은 끊임없이 웃음을 안겨주기 위한 장치들로만 이용되기 때문에 드라마적인 요소들과 결탁되는 수순이 단 한차례도 없습니다. 이처럼 영화가 무거워지는 요소들을 원칙적으로 차단한채 장르적인 묘미에 집중을 하는데, 필연적으로 완성도까지 사라져버리게 되는 것을 감수하는 영화에서 관객이 만족감을 느낄 수 있으려면 감독이 의도한 그대로 끊임없이 웃음이 터지는 것 밖에 없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저는 끊임없이 웃음이 터지는 관객에 속하지는 않았습니다. 완성도가 의도적으로 무시된 코미디 작품을 아무 생각없이 즐길 수 있으려면 실컷 웃다가 나올 수 있어야 하는데, 그 부분에서 동화되지를 못하니까 영화가 좀 고역스럽더군요. 몇 몇 장면에서는 기지 넘치는 표현에 웃음이 터지기도 했었지만, 영화에서 의도하는 코드가 전반적으로 썩 다가오지는 않았습니다.

형식과 완성도에서 해방되어 있는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한가지 목적만을 위해서 줄기차게 달리며 관객들의 장르적인 요구에 부응을 하려고 하는 노력을 보여주지만, 이같은 즐거움은 어디까지나 영화의 코드와 맞는 관객들에게만 유효할뿐입니다. 저처럼 이러한 코드가 맞지 않는 탓에 객석에서 상당 시간동안 탄식을 해야 했던 관객에게는 이 작품의 새로운 실험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인 관례를 되풀이하다가 아무 것도 보여주지 못하는 코미디 영화와, 오로지 웃음 한가지만을 위해서 모든 영화적인 설정들을 무시하는 이러한 영화의 사이에 걸쳐져 있는 관객으로서는 이 영화 또한 올바른 해답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슬랩스틱 코미디는 이미 대중들에게 종말을 고했으며 그 빈자리를 채우고 있는 관례들에 반하는 새로운 시도들이 보여지는 것 자체는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진보적인 시도가 반드시 코미디 장르의 완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진보적인 실험속에서 코미디 장르의 완성을 보게되었을때 저도 상영관에서 마음껏 웃을 수 있게 될 지 모르겠네요. 확실히 이 작품은 모든 대중들을 끌어안을 수 있는 코미디는 아닙니다. 제가 박수를 보낼 수 있다면 그것은 오로지 보수적인 기존 영화들의 틀을 깼다는 것 뿐입니다. 패러다임의 변화를 알린 작품으로 기억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상영관에서 마음껏 웃은 작품으로 기억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1) 제작자로만 참여하는 경우임에도 불구하고 스티븐 스필버그가 마케팅에 과다할 정도로 이용되는 사례들을 흔히 볼 수 있었는데, 박찬욱 감독 또한 이 영화의 마케팅에서 매우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작자 이상으로 이 작품의 전반적인 부분에 개입을 많이 한 것 같습니다. 각본도 공동으로 집필했으며 까메오로도 모습을 드러내고 있으니까요. 이경미 감독의 색깔이 어느 정도나 반영된 것인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