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얼음집 안에 서툴게 집어넣은 영화들과 상영관들. (2006.10.23~)
by 배트맨

이글 아이 - 디지털 (Eagle Eye)
영화에 있어서 배경이 되는 시간대의 - 또는 시대의 - 설정은 매우 중요합니다. 관객으로 하여금 영화라는 문화 장르를 영화 그 자체로서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암묵적인 합의가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이와같은 소통이 전제되기 때문에 스크린으로 펼쳐지는 과거 혹은 미래를 넘나드는 배경에
몰입하며 즐거워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처럼 개연성의 범위에는 시간적인 배경이 포함되어 있는 것일텐데요. 이러한 설정 등이 관객들로 하여금 별 다른 거부감 없이 영화를 즐길 수 있게 하는 매력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영화와 관객 사이의 암묵적인 합의가 이루어질 수 없는 작품이네요. 오늘날 가능한 디지털 문명과 결코 가까운 미래 안에는 실현될 수 없는 문명이 뒤섞이게 되면서 개연성이 붕괴되고, 결국 117분동안 오락성 하나에만 모든 것을 쏟아붓는 작품이 되고 맙니다.

물론 이 작품처럼 기획 의도가 명확해보이는 팝콘 영화에서 완성도를 따지는 것은 어쩌면 무의미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티켓값을 기꺼이 지불한 대부분의 관객들이 기대하는 요소는 오락성 한가지뿐일테니까요. 이처럼 억지에 가까운 허점 투성이의 작품이라고 할지라도, 오락적인 면에서 만족을 시켜주면 팝콘 영화로서의 소임은 다 해낸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개인적으로 느낀 실망감은 바로 이 부분이기도 합니다. 할리우드의 팝콘 영화다운 앵글과 비주얼을 전개하지만, 재미가 그와 비례하지는 않더군요.

전반부는 매우 스피디하게 진행이 되며 기대를 갖게 하지만 중반부가 지나면서 긴박함과 액션이 모두 소멸되기 시작하고, 그 정체가 드러나는 순간부터는 스릴러 장르의 요소들도 실종되어서 맥빠진 전개만이 되풀이될 뿐입니다. 

이 작품은 스티븐 스필버그가 밀어주고 있는 감독과 배우를 볼 수 있습니다. D.J. 카루소 감독과 샤이아 라보프가 그들인데, 후자의 경우는 확실히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만족을 시켜준 것은 샤이아 라보프의 재능뿐이였던 것 같습니다. 필모그래피가 팝콘 영화로만 채워져 있는 배우라서 연기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좀처럼 없었던 것 같은데, 앞으로는 드라마 같은 장르에서 한번 샤이아 라보프의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하게 만들더군요. 

하지만 액션 시퀀스의 배치가 전반부에만 편중되어 있어서 균형을 맞추지 못하고, 또한 퍼즐을 맞춰나가는 묘미를 제대로 살려내지 못한 작품에서 만족감을 느끼기란 참 힘든 일입니다. 엉성한 구성과 전개를 덮어줄 수 있는 오락성조차 찾기 힘든 이러한 작품은, 팝콘 영화의 탈을 뒤집어 쓰고 있는 깡통 영화라는 생각까지 드네요. 

8천만$라는 거대 자본이 투입되었고 스티븐 스필버그가 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유명 배우들을 캐스팅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완성된 것을 보면, 흥행을 위한 요소들은 때로는 영화 외적인 것에 존재하기도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씁쓸한 의문도 듭니다. 영화 자체로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팝콘 영화를 가을중에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by 배트맨 | 2008/10/10 08:19 | 영화를 보고온 후 | 트랙백(4) | 덧글(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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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로오나 at 2008/10/10 10:30
전 무척 재밌게 봤습니다^^; 요는 이글아이의 정체를 어떻게 받아들이냐의 문제인 것 같은데... 저는 이 부분이 낡은 떡밥이긴 하지만 받아들이기 쉬운 문제라고 봤거든요.(뭐 사실 이 부분은 스포일러를 듣고 봐서일지도. 영화 평론지 보니 SF적인 빅브라더 어쩌고 했을 때부터 이미 정체를 다 눈치 까버렸음;;;)

정체가 밝혀졌을 때 완전히 흥이 깨지느냐 아니냐에 따라 후반부를 어떻게 보느냐의 차이가 생길 것 같은데, 처음부터 어느정도 정체를 알고 있던 제가 보기엔 영화 후반부의 텐션은 전반부와 크게 차이나는 편이 아니었습니다.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10/10 10:37
저는 전반부가 지나간 후부터는 생각지도 못했던 지루함까지 느껴지더라고요. 사실 뻔한 팝콘 영화라서 딱히 기대를 하고 간 것도 아니였는데 말이죠. -_-a

정체가 밝혀진 이후로는 스릴러적인 요소와 함께 액션씬도 모두 실종이 되는 걸 보면서 더 큰 실망감이 밀려왔습니다. 가뜩이나 허점이 많이 보이는 엉성한 구성이였는데, 그 정체의 설정도 참 황당하기 이를데 없었고요. 아무리 팝콘 영화라지만.. T.T

저도 로오나님처럼 재미있게 봤으면 좋았을텐데요. 로오나님의 의견도 존중합니다. ^^*
Commented by 비맞은달 at 2008/10/10 15:48
헛 글 중반부까지보다가 급히 스크롤 내려 댓글답니다 ㅎ
뭔지모를 스포일 스러운 ㅎㅎ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10/10 18:48
스포일러를 적을 경우에는 글에서 미리 말씀을 드리고 있는데요. 본 포스트에는 그럴만한 내용이 없어서 그냥 쭉 써내려갔습니다. 특별히 스포일러라고 할 만한 내용이 없는데.. T.T
Commented by Muzeholic at 2008/10/10 16:03
...재미없어도 좋으니 보러 갈 시간이나 났으면 ㅠㅠ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10/10 18:52
저는 재미가 없었지만 재미있다는 사람들도 많으니까요. 시간 내셔서 바람이나 쐬시는 것도 괜찮으실 것 같습니다. 이번 주말은 어떠세요? ^^* (기대치는 낮추시고 가세요)
Commented by 포케 at 2008/10/10 20:48
휴우... 외삼촌이 갑자기 돌아가셔서 참 기분이 그랬습니다.
사인이 참... 영화도 아니고... 아무 이유도 없이 급성심장마비가 뭐랍니까.
당분간 영화는 제끼고 미루던 사랑니나 마저 뽑아야겠습니다.(그냥 다 뽑자네요.)
기분도 그렇고 피곤하고 컨디션이 너무 안좋습니다. 휴우...
너무 가라 앉는 소리만 늘어놓고 가네요... orz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10/10 21:44
급성 심장마비가 사인이셨으면, 청천벽력과도 같으셨겠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사랑니는 그때 다 치료하신 것이 아니셨었나봐요.
치료 잘 받으시고, 마음도 잘 추스리셨으면 좋겠습니다.
힘 내세요 포케님..
Commented by bada at 2008/10/10 22:55
아. 이걸 빨리 봐야 할텐데요.... 근데 기대했던 것에 비해 실망스러운 작품인건가요? 흠...걍 dvd 기다릴까요?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10/10 23:04
개인마다 취향과 관점의 차이가 있으니까, 제가 재미없게 봤다고 해서 관람하시지 말라고 말씀을 드리고 싶지는 않아요. 재미있게 봤다는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제 포스트는 참고만.. ^^;

스케일이 크다고 할 수는 없지만 사운드 디자인이 비교적 잘 되어있는 영화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상영관에서 보시는 것이 더 좋지 않으실까 싶습니다. (DVD로는 비추입니다. 소장용으로도 비추)
Commented by 아쉬타카 at 2008/10/11 12:44
그동안 너무 정신없어서 영화를 하나도 챙겨보질 못했는데,
이제 이번 주에 <이글아이>를 비롯해서 좀 봐줘야 겠어요 ^^;

배트맨님에게는 그저그런 영화였던것 같네요. 저도 기대치를 조금은 낮추고 극장에 가봐야겠네요 ^^;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10/11 17:56
며칠 내내 지방에 계시다 오셔서 아직까지도 많이 피곤하실텐데, 주말을 이용하셔서 영화들을 관람하실 계획이시군요. 건강이 우선이니 주말동안 영화와 함께 휴식도 잘 취하시고요. ^^*

<이글아이>는 재미있다는 분들도 계신데, 저는 후반부에 약간 지루하기까지 하더라고요. 뭐 그렇다는 겁니다. T.T
Commented by 포케 at 2008/10/12 00:45
난데없는 음악 추천드립니다;
우울한 마음이 들면 자주 듣는 음악입니다만...
오카자키 리츠코씨의 For Ritz 앨범에 수록된 空の向こうに라는 곡을 추천드립니다.
리츠코씨는 주로 애니메이션을 중심으로 활동하셔서 후르츠 바스켓으로 잘 알려져있는 국민적인 아티스트였는데 병상에서 앨범작업을 하다가 폐혈증 쇼크로 몇 년전 고인이 되신 분입니다.(For Ritz라는 앨범은 미완의 앨범이지만 반년 정도 이후에 완성된 곡을 수록해 발매되었습니다.)
그 중에 空の向こうに라는 곡은 절망적이면서도 희망적이랄까 미묘한 느낌이 드는 곡이어서 개인적으로 우울할 때 들으면 순간 더 우울해졌다가 들으면 들을 수록 힘이 나는 곡 같습니다.
특히 가사가 너무나도 진실되서 단번에 동요되었던 것도 이 곡이 가장 마음에 드는 이유였던 것 같습니다.
한 번 꼭 들어보세요. 당장이 아니더라도 힘든 생각이 나실 때는...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10/12 02:03
잠도 안오고 해서 다음주 월요일에 발행 할 예정인 프리뷰 포스트를 작업중인데, 말씀해주신 음악을 들으며 글을 써 볼까 합니다.
추천해주신 곡 고맙습니다. 포케님께서 강력하게 추천해주신 곡이니까 여러번 반복해서 들어보겠습니다.

네이버에서 검색을 해보니 음악을 띄워놓은 포스트가 쭉 뜨는군요. 저도 이 음악을 들으면서 힘든 시간이 올때마다 이겨봐야겠습니다. 일본 대중 음악의 감성은 큰 이질감 없이 대체적으로 잘 맞는 것 같더라고요.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
Commented by 수룡 at 2008/10/13 20:09
전 꽤 재밌게 봤어요. 아마도 바빌론의 여운이 다 사라지지 않았기에 "뭐든 다 명작" 이 기분이기도 했지만-_- 괜찮은 액션영화라고 생각해요^^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10/14 07:31
팝콘 영화를 볼때 특별히 까탈스러운 시선으로 보지는 않는데, 이상하게 이 작품은 마음에 안들더라고요. 특히 후반부에서는 생각지도 못했었던 지루함까지 느껴졌고요. T.T

팝콘 영화를 바라보는 제 관점이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Commented by 아쉬타카 at 2008/10/19 01:07
오늘 보고 왔는데, 거창한 전반부에 비해 중반 이후부터 조금 허무해지는 감이 있긴 하더라구요. 그래도 킬링 타임용 영화로서는 나쁘지 않았던 영화였던 것 같아요~ ^^;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10/19 06:58
아쉬타카님이 요즘 워낙 바쁘셔서 꽤 늦게 보시고 오셨네요. ^^

저는 영화적인 취향이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인지, 너무나 허술한 구석이 많이 보이고 연출의 밀도가 높지를 않아서 좀 실망스럽더라고요. 이런 팝콘 영화에 딱히 기대를 하고 가지는 않았었는데 말이죠. 제가 원한 것도 충실한 킬링 타임 영화였었는데.. -_-a
Commented by bluenlive at 2008/10/19 20:33
저도 단지 킬링타임을 원했을 뿐인데, 도저히 타임이 킬링되지 않더군요. 휴~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10/19 21:44
저도 딱 킬링 타임만 보여주길 원하고 상영관으로 향했던 것인데 그것조차 못해내는 영화더군요. 후반부에는 좀 지루하기까지 했었습니다. 이런 영화에서는 정말 원하는 것이 단 한가지뿐인데.. 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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