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얼음집 안에 서툴게 집어넣은 영화들과 상영관들. (2006.10.23~)
by 배트맨

썸머 솔스티스 (Solstice)

가장 인상적이였던 호러 영화를 손꼽아보라고 하면, 떠오르는 여러편의 작품중에서 1999년작 <블레어 윗치>를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당시 명보극장에서 관람을 했었는데 그 독창적인 연출에 무척 충격을 받았었고
, 영화에 몰입하여 너무나 재미있게 관람했었던 작품으로 기억됩니다.

참고로 이 작품은 고작 6만$라는 - 60만$가 아닙니다 - 믿기지 않는 액수의 제작비로, 북미에서만 무려 1억 4천만$를 벌어들인 바 있습니다
. 아직까지도 종종 회자되는 이 작품을 연출(1)했던 다니엘 미릭 감독이 그의 출세작과 동일한 장르로 돌아왔더군요. 얼마나 반갑던지요.

관람 타이밍을 놓쳤더니 예상대로 금새 극장가에서는 교차 상영으로 바뀐터라, 이번 신작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필사의 노력을 해야만 했습니다. 관객으로서 이런 불편한 관람 환경을 감수할 가치가 충분한 감독이라고 생각이 들었고요.

그런데 9년이라는 세월은 강산만 변하게 한 것이 아니였나 봅니다. 다니엘 미릭 감독의 그 놀랍던 재능이 다 어디로 간 것이였을까요. 상영 시간이 90분 밖에 안되는데도 밸런스는 무너져 있었고, 장르적인 묘미를 만낄할 수 있는 모습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범작이라기 보다는 졸작에 가까운 호러 영화더군요.

그가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오직 하나뿐입니다. 이번 작품도 저예산 호러 영화라는 점입니다. <엑스맨>의 숀 애쉬모어와 <맘마미아>의 아만다 세이프리드가 스크린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만, 이러한 저예산 설정은 그만의 작품 철학중 하나인가 봅니다. 하지만 TV판으로 제작한 호러 영화가 아니고 엄연한 극장판 영화이기 때문에, 스스로 선택한 철학속에서 관객들을 만족시켜줄 수 있는 요소들이 보여야 합니다. 이를테면 저 같은 관객들이 다니엘 미릭 감독에게서 기억하고 있는 창의성과 완성도, 그리고 극단적인 상업 장르라고 할 수 있는 호러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오락성이 그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요소들이 이번 신작에서는 모두 사라져 있습니다. 이러니 저는 이번 작품을 범작의 테두리에서조차 벗어난 졸작이라고 정의를 할 수 밖에 없네요.


할리우드 호러물은 고어한 연출이 지배를 하는 장르이지만, 다니엘 미릭 감독의 연출 성향은 비할리우드적인 모습을 보여준 바 있습니다. 이번 작품 또한 고어한 연출은 자제한채 초자연적인 현상과 귀신의 존재를 다루고 있고요. 관객들을 구석으로 서서히 몰고 가며 긴장감을 증폭시키는데 있어서, 이러한 구성이 정서적으로 호러 영화를 더욱 즐길 수 있게 하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연출력의 부재가 호러 장르의 매력을 전혀 살려내지 못하더군요. 

전체적인 밸런스가 무너져 있어서 매우 지루한 전반부를 빠져 나오기까지 고통을 느껴야만 했습니다. 곳곳에 삽입해 놓은 어설픈 복선과 영화적인 장치들은 이미 관객에게 뻔히 읽혀서 후반부의 매력까지 모두 지워지게 만듭니다. 때문에 종반부에서 친절한 플래쉬백이 흘러가지만 그 어떤 임팩트나 정서적인 감흥이 연계되지 않는 것은 당연한 귀결입니다. 완성도 또한 저질 호러 영화들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완성도와 창의성, 그리고 장르적인 오락성까지 모두 실종된 저예산 호러 영화에서 관객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다니엘 미릭 감독의 연출 성향이 바뀌는 것은 바라지 않지만, 그의 철학은 이제 변화가 필요할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관객의 인내심은 오래가지 않으니까요. TV판 호러 영화 연출가로 전업을 한다면 몰라도 말입니다.

(1)  <블레어 윗치>는 다니엘 미릭과 에두아르도 산체스의 공동 연출이였습니다. 다니엘 미릭 혼자만의 재능은 결국 비범함이 결여되어 있는 것일까요. 다음 작품을 보면 확실히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덧말) 2.35:1의 화면비 작품을 1.85:1의 화면비로 상영을 하는 것 같더군요. 영화를 보면서 화면이 내내 이상하다 싶었는데, 상영관의 점장과 통화를 해서 정확한 확인을 해봐야겠습니다. 화가 좀 나 있는 상태입니다.

by 배트맨 | 2008/09/09 07:41 | 영화를 보고온 후 | 트랙백 | 덧글(18) |
트랙백 주소 : http://gilwon.egloos.com/tb/2052216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Muzeholic at 2008/09/09 09:18
아 정말 그렇게 화면비율 잘라먹고 상영하면 짜증나죠...( --) 그나저나 이 작품 꽤 기대하고 계시지 않았던가요..(전 호러는 별로 좋아하는 장르가 아니라서;; 고어라면 모를까 데헷;;)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09/09 10:14
아무래도 화면비를 잘못 상영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일은 처음이네요. 포스트잇에 제가 가는 상영관의 점장 전화번호가 적혀 있습니다. 통화 좀 해보려고요.

저도 호러 장르를 썩 좋아하지는 않는데, 다니엘 미릭 감독의 작품이라서 하루에 한 타임만 오픈되어 있는 심야에 보러 갔건만.. T.T
Commented by 다이고로 at 2008/09/09 09:40

데스메탈은 좋아하는데 데스무비(? ㅋㅋ)는
굉장히 무서워 합니다...ㅎㅎㅎ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09/09 10:17
음.. 다이고로님은 호러 장르를 즐기시지 않으시는군요. ^^;
저는 고어한 연출이 싫어서 호러 장르를 썩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쏘우> 볼때 미치는줄 알았습니다. -,.-
Commented by 재밍 at 2008/09/09 12:36
왠지 점장은 그런 내용도 모를거 같은 느낌이....;;;
영사기 돌리는 분이 책임지지 않을까요 ^^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09/09 13:04
지금 점장, 영사 실장 등과 통화를 하고 있는데요. 일단 상영관 측의 실수나 책임이 아닌, 수입/배급사의 문제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계속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중이기 때문에, 정리되는대로 포스팅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생각보다 문제가 심각하군요. 메타사이트로도 글을 내보내고 있기 때문에 정확한 이유를 먼저 파악해보려고 합니다.
Commented by 타누키 at 2008/09/09 14:58
영화관에서 광고를 봤었는데 배트맨님이 블레어 위치의 감독이라고 하시길레 좀 실망했었는데 결과도 마찬가진가 보군요.....공포영화는 확실히 만들기가 힘든가 봅니다. 블레어 위치는 신선해서 좋았었는데....상영은 막눈인 사람들을 속이며(ㅡㅡ;;) 이거저거 문제가 많은 것 같군요. 냠냠 당해도 잘 모르니....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09/09 20:47
<블레어 윗치>를 만든 감독이라서, 호러 영화를 썩 좋아하지 않음에도 일부러 어제 심야에 보고 왔는데요. 정말 실망스러웠습니다. 저까지 총 9명이 관람을 했는데 중간에 나가는 관객들도 있었고요. 90분이 왜 그렇게 길게 느껴지던지.. -_-a

화면비는 극장측의 잘못이 아니더군요. 내일 관련 포스팅을 올리려고 합니다. 수입/배급사라면 영화에 대한 애정이 있는 사람들이 아닐까 싶었는데 꼭 그런 것만도 아닌가봅니다.
Commented by haru at 2008/09/09 18:40
화면비율을 마음되루 조정해서 상영하는건 너무한데요?

배트맨님 기분이 상하신것도 이해가 갑니다.

극장의 잘못인지, 수입/배급사의 잘못인지 모르겠지만

정말 너무한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09/10 00:47
정확히 상황을 알아보니까 극장측에서 임의로 화면비를 조정한 것은 아니였고요. 1.85:1 화면비의 프린트(필름)가 한국의 전 상영관에 배급이 된 경우입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2.35:1의 화면비 영화이거든요.

정말 수입/배급사들 막나가자는 것 같습니다. 개념이 없어도 어떻게 이렇게 없을까요. 이와 관련해서는 포스팅을 따로 하려고 합니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Commented by poppa at 2008/09/10 11:10
최근에 배트맨님께서 골라 보시는 영화마다 여러모로 실망을 주나보군요.ㅎㅎ <블레어 윗치>때문에 이 영화도 기대 많이 하셨을텐데 말입니다.

화면비에 대한 말씀을 보니 제가 봐도 어처구니가 없군요.
예전엔 화면비율이 세가지로 나뉘어 비스타비젼, 평면, 시네마스코프로 구분되어 상영 됐지요. 그러나 요즘 추세는 비스타비젼과 시네마스코프 이 두가지 비율로 나뉘어 상영되는데 비스타비젼의 비율과 시네마스코프 비율의 영화엔 다 각각의 의미가 있기때문에 그렇게 찍고 프린트도 그렇게 만들어지는것인데 말씀하신데로 수입/배급사에서 임의로 비율바꾼 프린트를 우리나라에 뿌린것이면 진짜로 개념이 있는 사람들인지 묻고싶어지네요.

참고로 화면비에 맞지않게 프린트를 영사하게되면 화면은 스크린안에 제대로 나오지않고 정상화면대비 좌우로 넓게 보여지거나 반대로 상하로 길게 보여지며 자막이 스크린을 넘게되어 제대로 읽을 수 조차 없게 됩니다. 이럴때가 영사 사고일때입니다. 화면비에 맞게 렌즈교체를 안해서 생기는 일이죠.

저는 요즘 도통 영화 볼 짬이 안나서 좋다, 나쁘다란 감상느낌을 갖을 시간조차 없군요. 안팎으로 왜그리 바쁜지 모르겠습니다. ㅠ,.ㅠ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09/10 15:27
다니엘 미릭 감독에게는 기회를 한번 더 줄 생각입니다. 차기작도 이번 영화와 같으면 상영관에서 더 이상 그의 영화는 안보려고요. 하루에 딱 한 타임만 교차 상영으로 심야에 잡혀 있는 것을 보고 왔는데, 이렇게 망가진 작품을 내놓다니.. T.T

오늘중으로 이 영화의 잘못된 화면비로 배급된 '만행'에 대해서 포스팅을 해보려고 합니다. 정말 이쯤되면 정신줄 놓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해도 무방하겠지요. 무슨 생각으로 수입/배급을 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poppa님의 영사와 관련한 참고 댓글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어제 제가 경험한 악몽과도 같았던 화면의 일부가 포함되어 있는 글이시네요. -_-a

저는 왜 이렇게 영화 운이 없는 걸까요? 하필이면 마음먹고 필사적으로 관람한 작품이 잘못된 화면비로 들어왔으니까요. 울고 싶어집니다.
Commented by bada at 2008/09/10 11:21
호러는 정말 좋은 호러영화를 만드는게 무척 어려운 것 같아요.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09/10 15:34
bada님의 말씀에 공감합니다. 워낙 상업적인 목적으로만 만들어지는 장르라서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창의적이고 완성도가 높은 작품을 만나는 것이 참 힘든 장르인 것 같아요..

Commented by 천용희 at 2008/09/15 04:33
기대감을 무너트릴거 같아서 글을 적지는 않았었지만, 다니엘 마이릭의 영화는 이거 이전의 영화인 빌리버스가 [컬트]라는 제목으로 나와있습니다. 하지만 영화 자체는 도저히 추천을 해드릴 수 없는게 진짜 예전의 재능을 다 상실한, 게다가 막장화되는 영화라서 도저히 얘기를 못드렸습니다. 게다가 부천에서 상영된 오브젝티브역시 실망했다는 사람들이 꽤 많았었고요. 이 작품도 절망했다는 사람들이 많은 걸 보면 아무래도 그에게는 많은 기대를 하지 말아야 할 듯 합니다.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09/15 10:29
아.. 그랬었군요. <블레어 윗치>를 제외한다면 그의 작품들은 모두 혹평을 받고 있는 셈이니, 이제 기대 자체를 완전히 접어야 하는 것일까요. 9년 전에 보여준,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재능이 다 어디로 간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썸머 솔스티스>는 중간에 나가는 관객도 있었는데, 그런 무례한 행동을 하는 관객을 탓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영화 자체가 형편 없었습니다. 저도 '내가 왜 상영관에 온 것일까?' 하는 생각 밖에 안들더군요.

다니엘 미릭은 <블레어 윗치>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였나 보네요. 이렇게 망가질줄은 상상도 못했었습니다.
Commented by 필그레이 at 2008/09/23 17:16
블레어 위치를 인상깊게 본 저로서도 정말 무진장 실망할 수밖에 없었던 영화였어요.ㅡㅜ 너무 안일하게 만들었단 생각이 들어요.씁.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09/23 18:45
저도 <블레어 윗치>를 너무나 인상적으로 봤었기 때문에 극장을 찾은 것이였는데 상영관 안에서 '아차~' 싶었습니다. 처음부터 맥빠지게 시작하더니 영화가 참.. 심야에만 상영을 해서, 일부러 시간을 맞춰 갔었던 거였는데 말입니다. T.T

:         :

:

비공개 덧글

이글루 파인더
최근 포스트
카테고리
태그
최근 등록된 덧글
최근 등록된 트랙백
아바타 보고 왔어요..
by 먹보
'모범시민' 한 아버지의..
by 영화리뷰전문 무비조이
'아바타' 영화사 새 시대 ..
by 영화리뷰전문 무비조이
모범시민 [Law Abidin..
by 컬쳐몬닷컴
아바타(IMEX 3D) - I ..
by 세상을 향한 곁눈질...™
rss

skin by jes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