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인상적이였던 호러 영화를 손꼽아보라고 하면, 떠오르는 여러편의 작품중에서 1999년작 <블레어 윗치>를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당시 명보극장에서 관람을 했었는데 그 독창적인 연출에 무척 충격을 받았었고
, 영화에 몰입하여 너무나 재미있게 관람했었던 작품으로 기억됩니다.
참고로 이 작품은 고작 6만$라는 - 60만$가 아닙니다 - 믿기지 않는 액수의 제작비로, 북미에서만 무려 1억 4천만$를 벌어들인 바 있습니다
. 아직까지도 종종 회자되는 이 작품을 연출(1)했던 다니엘 미릭 감독이 그의 출세작과 동일한 장르로 돌아왔더군요. 얼마나 반갑던지요.
관람 타이밍을 놓쳤더니 예상대로 금새 극장가에서는 교차 상영으로 바뀐터라, 이번 신작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필사의 노력을 해야만 했습니다. 관객으로서 이런 불편한 관람 환경을 감수할 가치가 충분한 감독이라고 생각이 들었고요.
그런데 9년이라는 세월은 강산만 변하게 한 것이 아니였나 봅니다. 다니엘 미릭 감독의 그 놀랍던 재능이 다 어디로 간 것이였을까요. 상영 시간이 90분 밖에 안되는데도 밸런스는 무너져 있었고, 장르적인 묘미를 만낄할 수 있는 모습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범작이라기 보다는 졸작에 가까운 호러 영화더군요.
그가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오직 하나뿐입니다. 이번 작품도 저예산 호러 영화라는 점입니다. <엑스맨>의 숀 애쉬모어와 <맘마미아>의 아만다 세이프리드가 스크린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만, 이러한 저예산 설정은 그만의 작품 철학중 하나인가 봅니다. 하지만 TV판으로 제작한 호러 영화가 아니고 엄연한 극장판 영화이기 때문에, 스스로 선택한 철학속에서 관객들을 만족시켜줄 수 있는 요소들이 보여야 합니다. 이를테면 저 같은 관객들이 다니엘 미릭 감독에게서 기억하고 있는 창의성과 완성도, 그리고 극단적인 상업 장르라고 할 수 있는 호러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오락성이 그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요소들이 이번 신작에서는 모두 사라져 있습니다. 이러니 저는 이번 작품을 범작의 테두리에서조차 벗어난 졸작이라고 정의를 할 수 밖에 없네요.

할리우드 호러물은 고어한 연출이 지배를 하는 장르이지만, 다니엘 미릭 감독의 연출 성향은 비할리우드적인 모습을 보여준 바 있습니다. 이번 작품 또한 고어한 연출은 자제한채 초자연적인 현상과 귀신의 존재를 다루고 있고요. 관객들을 구석으로 서서히 몰고 가며 긴장감을 증폭시키는데 있어서, 이러한 구성이 정서적으로 호러 영화를 더욱 즐길 수 있게 하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연출력의 부재가 호러 장르의 매력을 전혀 살려내지 못하더군요.
전체적인 밸런스가 무너져 있어서 매우 지루한 전반부를 빠져 나오기까지 고통을 느껴야만 했습니다. 곳곳에 삽입해 놓은 어설픈 복선과 영화적인 장치들은 이미 관객에게 뻔히 읽혀서 후반부의 매력까지 모두 지워지게 만듭니다. 때문에 종반부에서 친절한 플래쉬백이 흘러가지만 그 어떤 임팩트나 정서적인 감흥이 연계되지 않는 것은 당연한 귀결입니다. 완성도 또한 저질 호러 영화들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완성도와 창의성, 그리고 장르적인 오락성까지 모두 실종된 저예산 호러 영화에서 관객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다니엘 미릭 감독의 연출 성향이 바뀌는 것은 바라지 않지만, 그의 철학은 이제 변화가 필요할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관객의 인내심은 오래가지 않으니까요. TV판 호러 영화 연출가로 전업을 한다면 몰라도 말입니다.
(1) <블레어 윗치>는 다니엘 미릭과 에두아르도 산체스의 공동 연출이였습니다. 다니엘 미릭 혼자만의 재능은 결국 비범함이 결여되어 있는 것일까요. 다음 작품을 보면 확실히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덧말) 2.35:1의 화면비 작품을 1.85:1의 화면비로 상영을 하는 것 같더군요. 영화를 보면서 화면이 내내 이상하다 싶었는데, 상영관의 점장과 통화를 해서 정확한 확인을 해봐야겠습니다. 화가 좀 나 있는 상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