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 포스트에서도 적은바가 있지만 1996년 당시에 배낭 여행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밤 유스호스텔로 돌아와보니 그곳에 숙박을 하는 젊은 친구들이 모두 약속이나 한듯이 TV 앞에 모여있었습니다.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했다는 속보가 나오고 있는 거야? 아니면 핵전쟁이라도 일어났다는 거야?' 하며 궁금증에 TV로 다가서보니 엑스파일을 방영하고 있더군요. 그 날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엑스파일의 인기는 나라와 인종을 초월해서 정말 대단하다는 사실을요. 때문에 10년전 상영관에서 <엑스파일 : 미래와의 전쟁>을 관람할때만 하더라도, 다음 작품을 만나기까지 이렇게 오랜 세월이 걸릴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팬층이 탄탄한 작품이였기 때문에 10년이라는 세월의 간극은 충분히 극복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제작사와 스탭, 배우들도 같은 생각을 했겠지요. 개인적으로는 멀더와 스컬리 요원이 다시 돌아와주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고맙더군요. 그래서 태평양을 건너오는 관련 소식들은 참담(1)했지만 국내 개봉만을 내심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세월의 흔적이 얼굴에 나타나고 있지만 멀더와 스컬리 요원이 그대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고, 여전히 귀에 익숙한 엑스파일의 테마곡이 상영관내 스피커에서 반갑게 흘러나왔습니다. 그런데 104분의 상영 시간이 지나고 나니 <엑스파일>을 봤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배신감마저 느껴지더군요.
엑스파일은 인간이 알 수 없는, 그러나 부정도 하기 힘든 초자연적인 현상을 다루면서 큰 인기를 얻은 프로그램입니다. 특히 초자연적인 현상의 모태는 외계인과 연결이 되어 있었죠. 그런데 이번 극장판은 이러한 요소들이 모두 삭제되어 있습니다. 초자연적인 현상을 다루기는 하지만 관객들이 기대한, 그리고 TV 시리즈에서 봐왔던 이야기의 테두리를 한참 벗어나 있습니다. 엑스파일이라는 이름, 그리고 멀더와 스컬리라는 인기 캐릭터, 고유의 테마 음악 등을 차용한 완전히 다른 작품이더군요.
이 작품의 제작비가 3천만$인데 이러한 액수는 할리우드의 여름 시즌 영화치고는 매우 작은 규모입니다. 하지만 이 작품의 치명적인 단점은 제작비 문제로 극장판으로서 관객들에게 안겨주어야 할 매력을 전달하지 못한 것에 결코 있지 않습니다. <엑스파일>을 기억하고 있는 팬들에게 추억과 향수를 느낄 수 있게 하는 요소들이 전무하다는데 큰 실망감이 느껴지는 것입니다. 멀더와 스컬리 요원이 아닌, 데이비드 듀코브니와 질리언 앤더슨이 캐스팅된 완전히 새로운 스릴러 영화를 보는 것 같았으니까요. 그냥 TV 시리즈물에서 볼 수 있었던 1회 방영분의 내용 정도만 보여주었어도 이처럼 배신감과 실망감이 크게 느껴지지는 않았을 겁니다. 제작비가 3억$였다고 한들 이런 플롯으로 연출되었으면, 관객이 느꼈을 절망감은 달라지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여기부터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상영관의 실질적인 소비 주체라고 할 수 있는 20대 관객들에게, 멀더와 스컬리라는 캐릭터의 연관성을 떼어놓은 데이비드 듀코브니와 질리언 앤더슨이 얼마나 어필할 수 있는 배우일까요. 이제 불혹을 넘어선 그들의 위치는 과연 할리우드에서 얼마나 환영받고 있을까요.
크리스 카터 감독의 인터뷰를 보니 '텔레비전 시리즈의 연장선상에서 존재하는 영화가 아닌 완결편을 만들고 싶었다'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매니아들 뿐만이 아니라 엑스파일을 모르는 관객층까지 끌어들이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스튜디오의 요구 사항이였다고 하더군요. 스튜디오의 입김 때문에 감독의 의도를 100퍼센트 그려나갈 수 없었다는 암시로도 받아들여지지만, 결과물은 이미 대중들에게 선을 보였고 그들은 댓가를 치루고 있습니다.
저처럼 엑스파일을 기억하고 있는 팬에게는 옛 시간을 불러올 수 있는 요소들이 보이지를 않아서 이질감만 가득 느껴지는 스릴러 범작에 불과했습니다. 그렇다면 엑스파일을 모르는 관객들에게는 이 영화가 어떻게 다가왔을까요? 실질적인 상영관의 소비 주체층에게는 말입니다. 그들은 매니아들과 새로운 관객층을 모두 놓치고 있는 자충수를 스크린 가득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종반부에서는 스키너 국장까지 끌어들였더군요. TV 시리즈에서 사랑을 받았던 배우들의 오늘날 모습만 확인해 보라는 건가요? 반가움이 분노와 배신감으로 점철되니 상영관을 나설때 탄식밖에 나오지를 않았습니다. 그 유명한 엑스파일의 카피! '진실은 저 너머에' 적어도 이 영화와는 무관한 카피입니다. 엔딩 크레딧에 나오는 보너스 컷(2)만이 저를 위로해주더군요.
(1) 북미 박스오피스에 4위로 데뷔하는 충격적인 모습으로 암울한 출발을 보여주더니, 2주차 들어서는 9위까지 미끄러졌고 4주차 현재 26위를 기록하며 총 수입이 불과 2천만$를 겨우 넘기는데 그치고 있습니다. 월드와이드 수익까지 결산하면 적자는 결국 면하겠지만, 극장판이 또 다시 만들어지기는 매우 힘들지 않을까 싶네요.
(2) '극장이 좋아요' 카테고리에서 따로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