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얼음집 안에 서툴게 집어넣은 영화들과 상영관들. (2006.10.23~)
by 배트맨

포케님께...
<님은 먼곳에> 리뷰 포스트에서 포케님(1)과 댓글로 소통을 나누던중 애니메이션 이야기가 나왔고, 장문의 댓글을 포케님께서 적어주신 것을 보고 따로 포스팅을 해봅니다. 그렇지 않아도 포케님과 언젠가는 대화를 나눠보고 싶었던 주제이기도 했습니다.

애니메이션에는 사실 취미도 없고, 아는 것도 전무한 제가 이러한 주제로 포스팅 및 소통을 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일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포케님의 댓글을 읽으며 '우리나라의 현실이 얼마나 답답하게 느껴지실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이 포스팅은 이웃 블로거로서 포케님에 대한 애정으로 작성해 나가는 글임을 알려드립니다.

<놈.놈.놈> 리뷰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자본이 투입되려면 무엇인가 확신할 수 있는 요소가 반드시 존재해야 합니다. 이를테면 넓은 관객층이라던가, 재능 있는 연출가, 티켓 파워가 있는 배우 등이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어서 투자자와 제작사에게 확신을 줄 수 있어야 하겠죠. 하지만 거꾸로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에는 이러한 요소가 전혀 안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설령 대규모 자본이 투자된다고 하더라도, 크게 달라질 것은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우리나라 영화 시장이 괄목하게 성장했다고는 하지만, 영화계 전체가 불신을 받아도 변명의 여지가 없을 법한 오늘 날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아주 소수의 감독들만이 좋은 작품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거품이 빠졌다, 한국 영화계가 어렵다 등의 문제는 개인적으로 결국 컨텐츠의 문제지 그것이 관객의 문제거나 의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퀄리티가 좋은 컨텐츠를 약속이나 한듯이 대중들이 외면하는 일이 반복되지는 않을테니까요.

분명히 좋은 한국 애니메이션 작품도 있었을테고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은 작품이 보도되기도 하지만, 한국 영화 또한 대중들에게 나름대로 호평을 듣고 해외에서도 평단의 찬사를 받은 작품들이 분명히 있거든요. 재능과 열정이 있는 사람들이 영화계에만 몰려 있다던가, 반대로 애니메이션에만 몰려 있지는 않을테니까요.

우리나라의 애니메이션 스탭들이 할리우드와 일본에 진출하여 재능을 뽐내는 것이 이제는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국의 애니메이션 완성작이 잘 뽑아져 나올거라는 확신을 하기도 힘듭니다. 중요한 것은 스킬이 아니라 창의성일테니까요.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관련자들이 해외에서 활약하고 있는 분야는 비주얼적인 스킬이 요구되는 분야에서만 한정되어 있는 것 같더군요.
 
우리나라의 예술창작 분야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저는 창의성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이 부분이 해결되지 않고서는 대중들에게 믿음을 주는 예술 분야로서 한국의 영화와 애니메이션이 거론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애니메이션의 스킬은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는 수준이라고 하지만, 그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창의성과 기획력일테니까요. 저는 이런 치명적인 단점이 영화계 뿐만이 아니라 애니메이션에도 똑같이 적용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재팬 애니메이션이 단순히 그림의 스킬적인 완성도가 높아서 사랑을 받는 것은 아닐테니까요. 방영권이 보장되는 문제로 해결 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을 합니다.

포케님의 경우는 한국 애니메이션도 무척 사랑을 하시는 모습이 보기도 좋습니다. 하지만 그나마 남이있는 매니아적인 얕은 시장층을 보면 애니메이션 장르를 좋아한다기 보다는, 재팬 애니만을 좋아하는 매니아층만 남았다고 봐야겠죠. 이런 상황에서는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작품에도 자본이 투입될 수가 없습니다. 

포케님께서는 한국 영화에 실망을 느끼셔서 멀리하게 되셨다고 하지만, 저는 반대로 극장판 국내 애니메이션 작품에 실망을 해서 등을 돌린 경우입니다. 물론 재팬 애니메이션도 딱히 좋아하지는 않지만요. 아마 취향이 이 장르는 아니기도 하겠지요. 

'민주주의는 피를 바탕으로 발전한다'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예술 창작 분야 또한 마찬가지라고 생각을 합니다. 수많은 예술인들이 춥고 배고파하며 쓸쓸히 생애를 보내면서도 열정을 다 했기에, 그나마 오늘 날 우리들이 이와같은 작품들과 장르를 마주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과도기와 성장기를 지나서 어느 정도 안정이 된 분야가 아니라면, 예술 창작인들에는 최소한의 직업적인 소명이 요구되는 것이 오늘 날 한국의 단면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많은 사람들이 포기하고, 변절을 선택하지만 그래도 끝까지 열정을 잃지 않고 평생을 바친 사람들로 인하여 결국은 작은 변화가 시작되는 것이니까요.

솔직히 이런 말씀을 드려서 유감스럽지만 포케님께서 그러한 길을 선택한 이상, 마찬가지로 소명이 어느 정도는 요구됩니다. 현실과 소명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포기하거나 변절하는 수 밖에 없는 것이겠죠. 한국 애니메이션 관계자들에게는 내일이 보이지 않는 오늘이지만, 이러한 암담한 현실을 개선시킬 수 있는 사람들 또한 관계자들 뿐입니다. 관객의 문제나 의무보다는 항상 컨텐츠의 문제가 우선시되며 절대적이니까요. 좋은 컨텐츠는 결코 외면받지 않습니다. 설령 외면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그 작품에 참여한 스탭들은 팬들로부터 점점 대중으로 범위가 확대되어 주목을 받게 되지요.

10년 뒤에 한국 애니메이션이 존재하려면 포케님과 같은 분들의 피와 열정이 필요합니다.
지금 한국의 애니메이션 시장은 그러한 시기라고 생각되네요.
포케님의 순수한 열정을 보며, 순교를 선택한 성직자들도 생각이 나는 오늘입니다.

멀지않은 미래의 어느 날 엔딩 크레딧에 포케님이 오르는 것을 보면, 저 상당히 감격스러워 할 것 같습니다. 포케님의 피와 눈물, 그리고 재능과 감성이 대중들을 끌어 안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진심으로 바래봅니다.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포케님은 아름다운 청년이시기 때문입니다.

(1) 포케님은 저의 다정한 이웃 블로거이시며, 오른쪽 사이드바에 배너도 -  배너명 A.live - 링크되어 있으신 분이십니다. 사생활 침해가 안되는 선에서 간략히 소개를 해드리면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이루고 싶은 꿈이 있으신 분입니다. 재팬 애니메이션에도 매우 박학다식 하시지만, 그 이상으로 우리나라의 애니메이션에도 무한한 애정을 갖고 계시기도 하고요. 항상 겸손하시고, 유연한 자세로 소통을 하시는 분이시기도 합니다. 포케님 블로그 새창으로 가기

by 배트맨 | 2008/07/27 14:22 | 그 외 이야기 | 트랙백 | 덧글(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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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스테판 at 2008/07/27 15:12
불쑥, 끼어들어보면^^ 국내에서의 애니메이션을 바라보는 시각이란 참.. 부천영화제 가서 "제불찰씨 이야기"(이적씨의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애니메이션)를 보러갔는데 중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많이 있더군요. 기다리는 중에 하도 시끄러워서 그냥 듣다보니, 학교 CA 같은데서 왔나봐요. '영화그리기' 라던것 같은데..인솔선생님 계시고... 그때 그 아이들이 이 영화가 애니메이션이라는 것을 들은 후의 반응. '아, 왜 애니야, 그건 애나보는거지, 초딩도 아니고..' , '아우 다른 영화 못 보나..'

속으로는 머리에 피도 안마른 '애'들이..-_-+ 라고 일단 불끈..했다가..영화보고나서는 이걸 보고 애들이나 보라고 할 수 있냐..라고 쫓아가서 붙들고 싶은 심정이 들더군요. 쩝;;(뭐, 영화 자체는 So so 였지만..)

자라나는 새싹들부터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한탄을..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07/27 16:03
스테판님께서 댓글로 말씀하신 것처럼 왜 학생들조차 외면하는 장르가 되어버렸냐는 것이 화두가 될 수 있을텐데요. 개인적으로는 컨텐츠의 문제이지, 관객들의 문제이거나 의무는 아니라고 생각을 해요.

영화 산업에 있어서 가장 큰 소비층인 20대 고객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국내 애니메이션 작품이 한두편만이라도 나왔다면, 위와 같은 반응이 오늘 날처럼 주를 이루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일본 애니를 들여다보면 성인층도 공략해서 결국 그 저변과 발전이 있을 수 있었다고 보거든요.

성인층을 감동시킬 수 있는 작품이 하나 정도 나와준다면, 그때부터는 어떤 물결의 출발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도 해보고요. 재능있는 스탭들이 대중적으로 환영받을 수 있는 수작을 한번 정도 터뜨려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작품성만 인정받는 작품보다는 대중적으로 인정받는 작품이 우선 되어야 할 시점인 것 같고요..
Commented by 포케 at 2008/07/27 16:29
먼저, 배트맨님께 정성스러운 포스팅에 감사드립니다.
저도 포스팅을 하고 트랙백을 걸고 싶지만, 블로그 운영을 접은 상태라 달리 방법이 없이 댓글로 의견을 전해야겠군요. ^ ^

우선 한국에서 영화와 애니메이션의 시스템적인 부분을 들어 비교했을 때 가장 큰 차이는 영화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많았는데 애니메이션은 지원이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라는 점입니다.
최근에서야 문화콘텐츠진흥원이라는 기관에서 애니메이션을 지원해 주고 있기는 하지만 그리 적극적인 지원은 이루어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 1회분만 제작되고 전체적인 작품이 나오는 경우를 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미 한국에서 애니메이션을 제작한다는 것은 먼 나라 이야기가 되어버린 상태에서 그런 소극적인 지원은 '회생'에는 그다지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봅니다.

아직 직접적으로 활동하지도 못한 제가 관련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의 자세한 내막은 알지 못하지만 그분들과 접촉하고 보고 느낀 점을 그대로 말씀드리면 말씀하신 예술가로서의 소명 하나로 버티는 분들입니다.
애니메이션이라는 분야가 그저 "애니메이션이나 만들어볼까?" 라는 욕심으로 되는 분야도 아니고 피나는 노력과 다년간의 축적된 기술을 바탕으로 임하게 되는 전문직종이기 때문에 종사하시는 분들 모두 그 분야가 꿈이고 이 길이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하실 만큼 열정 또한 대단하십니다.

그런데 지금의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은 단순히 종사하시는 분들 개개인의 소명에 의지할 시기가 지나버렸다고 봅니다.
한국에서만 활동하면 밥을 굶기 때문이죠.
애니메이터 분들을 만나면 이런 말씀을 꼭 하시더군요.

"밥 굶어요."

저도 우스갯소리나 오버하는 말인 줄만 알았는데 알고 보니 정말 굶습니다.
한 달 수입이 어느 정도길래? 라고 생각하면 초봉은 월100만원도 안 되는 경우가 태반이었습니다. 잠도 못 자고 제 때 먹지도 못하고 연중무휴 일해서 버는 돈이 저 정도면 소명 하나로 버티라는 것은 너무 가혹한 처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그나마 견습기간에는 용돈 정도 밖에 안 떨어집니다.)
오죽하면 감독급 되시는 분들이 투잡을 하시겠어요.

예체능 전부 그렇지만 이 분야도 배울 때는 돈이 징그럽게 깨지는 분야입니다.
배울만한 곳이 없으니 죄다 바가지입니다.(일본보다 몇 배는 비쌉니다.)
그렇게 돈 들여서 배우고 그런 고생을 하면서 대가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더군다나 '아무도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소명을 가져봤자 알아주는 사람이 있어야 힘이라도 낼 텐데 대부분 애니메이션을 즐기는 분들조차도 '한국 애니메이션은 형편없어.'라고 딱 잘라먹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죠.

아무도 손 내밀지 않고, 아무도 관심 가져주지 않습니다.
소명은 있는데 배는 고프고 그래서 일본행을 결정하는 겁니다.
이런 분들에게 "하청이나 하는 애니메이터."라고 꿈도 열정도 없는 사람으로 매도하는 분들을 보면 짜증이 납니다.
오죽하면 일본에 가서 자존심 버려가며 직급 이하의 대접을 받으면서 묵묵히 일할까요?

한국 애니메이션은 발전이 아닌 몰락을 거듭해왔습니다.
80~90년대는 한국 애니메이션의 전성기였고 90년대~00년대 현재까지는 그야말로 '잃어버린 10년'입니다.
정부가 인재양성, 제작지원은 고사하고 지나친 규제로 애니메이션 산업의 발목을 붙잡았고 이후 몰락하고 있는 동안 계속 방치했기 때문에 지금에 이른 것입니다.
태권V, 영심이, 하니, 둘리 이런 것들이 '부족한 애니메이션'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수준의 애니메이션을 찾아보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일본에서 하청되고 있는 분야가 '작화'에만 한정되지 않습니다.
스토리보드, 연출, 감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하청'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비주얼 이외에도 작품으로서 전체적인 질적 향상을 위한 인적 기반은 갖추고 있습니다.

제가 요구하는 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만화 애니메이션 인재양성을 위한 국가적인 차원의 교육기관 건립이나 사립기관 수업료 일정 부분을 지원해주는 제도의 필요.(애니메이션, 성우 관련 교육기관)
2. 한국 애니메이션 총량제 법안 확대 실시 및 현실적인 시간대의 편성.
3. 극장판 애니메이션에 대한 스크린 쿼터제 도입.
4. 애니메이션 관련 기업 세제 혜택 및 지원.
5. 국내 외 시상식에서 수상된 우수 컨텐츠 대상 손익보전.

저도 제 소신껏 노력할 뿐 한국이 외면한다면 한국에 희생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정부도, 국민도 등 돌리고 있는데 매달려 구애할 필요가 있을까요?
현재로서는 한국 애니메이션은 가망이 없다는 판단입니다.
본래는 투자도 활발했던 한국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만, 현재는 투자의 씨도 말라버렸고 몇 년 전 제작 예정이던 작품들은 조용히 사라져 버릴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한국 영화가 고사 위기이던 그때 그 시절로 되돌아가 보면 실질적인 제도의 개편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질을 제쳐놓고) 상업적으로 회생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고 봅니다.
한국 애니메이션도 이대로 방치한다면 10년 후에는 애니메이션은 하청 외에는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여러 가지로 의견 들려주시고 호평해주신 점 다시 한 번 감사 드립니다.
Commented by 포케 at 2008/07/27 17:02
덧붙여, 애니메이션 산업에 왜 이렇게까지 투자해야해? 라고 말씀하시는 분도 더러 계시는데 애니메이션은 산업 이전에 문화입니다.
해마다 한국의 만화 애니메이션 시장 규모는 큰 폭으로 커지는 반면에 그 중 한국 애니메이션이 차지하는 비율은 제자리거나 뒷걸음질치고 있는 실정입니다.
앞으로 10년, 20년을 내다볼 때 문화의 잠식이라는 것은 파급 효과가 대단합니다.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분들을 보면 대부분 일본에는 호감형입니다.
일본의 식품을 먹고 일본의 제품을 사용하고 코스프레 문화가 대중과 가까워져 행사장에서 사무라이 복장이나 기모노 복장을 한 분들을 만나는 것은 보편적으로 흔한 일입니다.
저도 일본을 좋아하는 한 사람이고 이것이 나쁘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만 이러한 경제적인 파급 효과는 곧 한국의 손실로 이어질 것이라고 봅니다.

위에서 말씀하신 댓글로 일부 아이들은 드라마를 즐기는 실정이지만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아이에서 어른이 되어 꾸준히 애니메이션을 즐기는 비율은 높아지고 있습니다.
나아간다면 일본 자동차에 대한 호감으로 이어져 일본 차 판매를 도울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이니셜D라는 작품을 통해 동경의 대상이 되는 차량도 많습니다.(란에보, 렌서, 스카이라인... 트레노는 구매로 이어지기 어려운 고전적인 차량이니 스킵입니다.)

허무한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실제로 벌어질 이야기라고 단언합니다.
한국 정부가 애니메이션을 우습게 보고 푸대접한 결과는 10년, 20년 후에 분명히 나타날 겁니다.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07/27 18:45
포케님의 댓글이 2개가 있지만 이 곳에 답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포케님의 댓글에는 대부분 공감합니다. 하지만 말씀하신대로 '애니메이션'은 산업 이전에 문화이기 때문에 소명과 이런 현실이 벌어지기도 하는 것 아닐까요?

대중들의 환호속에서 호의호식하는 문화 예술 창작인들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본인의 작품 세계를 대중들에게 꾸준히 선보일 수 있는 기회를 가지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하지만 문화 예술 분야의 길을 걷고 계신 분들은 밥을 굶더라도 꿈과 열정을 저버리지 않는 분들이 많으시더군요. '혼'과 같은 열정이 있는 특수한 계통이라서 그런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해요. 생애를 모두 불태워버리는 거죠. 많은 영화인들이, 많은 음악인들이, 많은 화가들이 그랬었던 것처럼요.

노력한만큼, 고생한만큼 보람과 보수를 얻을 수 있다면 그것처럼 좋은 일도 어디 있겠습니까만, 이러한 절망은 비단 문화 예술 분야에서만 벌어지는 일도 또 아닙니다.

더 절망적인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 있다면 우리나라가 문화에 대한 보전, 또는 발전에 별 다른 노력을 쏟는 나라가 아니라는 점이겠죠. 오래된 건축물이 헐리는 일이 일상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기도 하니까요.

문화 예술 분야에 뛰어든 이상 소명감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고, 현실에 버거워하며 살아야 하는 분들이 더 많은 직업인 것도 사실입니다. 우리나라가 문화와 기술자들을 우대하는 나라는 아니니까요.

사실 본문을 적으면서 '당신 너무 무책임하게 소명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것 아니냐'라고 누군가는 생각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깊게 생각해보아도 소명은 뗄래야 뗄 수 없는 분야이기도 하고요.

스크린 쿼터제에는 반대를 하는 입장이지만, 현재처럼 쿼터제를 유지하고 있다면 그 일정 부분은 애니메이션에 할애해야 한다는 포케님의 말씀에 큰 공감을 느낍니다.

본문 글을 적으면서 쿼터제에 대해서 많은 생각들이 떠올랐었지만, 이야기의 범위가 너무 넓어질 것 같아서 일부러 적지는 않았습니다만..

그런데 말입니다. 컨텐츠 소화를 할 수 있도록 나라에서 보장을 한다고 하더라도 한동안은 '피'가 요구될 겁니다. 그 많은 피로 일어서고 있는 한국 영화계에 포케님께서 냉소적이시듯이, 저도 애니메이션을 바라보는 냉소적인 시선은 달라지지 않겠지만요.

어떠한 계기가 될 수 있는 수작을 만나게 된다면 시선이 바뀔수도 있겠죠. 한국 영화계와 똑같이 가지 않을까요. 수많은 저질 컨텐츠의 홍수 속에서 이따금씩 발견하게 되는 퀄리티 높은 작품.

결국 권력을 움켜잡는 제공자는 극히 일부에만 있을 터인데, 10년 후 또는 20년 후 포케님과 같은 재능과 꿈을 가진 젊은이들이 그에 편승하며 같이 나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영화계도 스탭들의 처우는 형편 없더군요. 부와 명예가 배분이 되지 않는 현실이고요. 기둥이 부실한 상태로 집이 지어지는 상황이라고 해야 할까요.

만약 쿼터제 등으로 애니메이션 장르가 산업이 아닌, 문화적으로도 보호될 수 있으려면 지금 영화계가 걷고 있는 문제점을 답습해서는 안됩니다. 만약 똑같은 길을 걷는다면 사실 포케님의 내일도 지금과는 달라질 것이 없을 거라고 생각되고요.

포스트를 따로 작성한만큼 이와 관련된 소통을 진지하게 한번 해보고 싶었습니다. 적다보니 두서없이 되어버렸네요..
Commented by 포케 at 2008/07/27 19:37
과거, 한국 영화에 지원한 것만큼 똑같이 애니메이션에도 지원해 주었으면 합니다.
영화 육성한다고 여러 가지 법안과 제도적인 뒷받침이 있었는데 애니메이션은 뒷전이었으니까요.
영화계도 노력하고 있는 것은 짐작합니다만 그동안 지원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였습니다.

그리고 성인 타켓의 애니메이션이 부족하다는 말씀을 하셨지만 이런 성인 타켓의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수 있는 기반은 아동, 청소년을 위한 애니메이션이 활성화되고 나서야 갖출 수 있습니다.
10대에서 한국 애니메이션에 등을 돌린 세대가 20대가 되어 갑자기 한국 애니메이션에 관심을 가질리 만무합니다.
안 그래도 애니메이션 총량제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한국 애니메이션은 꼴도 보기 싫다고 보지도 않고 불평불만을 토로하는 20대가 많습니다.
지금의 20대는 포기하고 새로운 10대를 공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입니다.(수입 면에서도 20대는 돈이 안 됩니다. 초등학생+부모동반 관객이 올리는 수입이 훨씬 많습니다.)
일본도 같은 수순을 거쳐서 가족, 성인, 매니아층의 다양한 타켓을 소화할 수 있는 작품이 많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일단 애니메이션의 특성상 TV애니메이션이 우선인 듯싶습니다.
TV애니메이션 시리즈로 포켓몬스터 같은 작품이 나오면 파급 효과는 더 큽니다.
포켓몬 붐이던 시절 포켓몬이 차지하던 경제적 가치는 일본 GDP 1%에 육박했습니다.
이후 극장판을 제작해 전 세계 스크린에 내걸어 수천억원의 수입을 올렸죠.

한 줄로 요약하면 지원 없이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예술 쪽이 힘들고 어렵습니다만 그 중 애니메이션은 가장 환경이 열악합니다.
영화보다 음악보다 상업미술보다 훨씬 열악합니다.
대중과 호흡할 기회 조차 없습니다.

이것은 한국 애니메이터의 잘못이 아닙니다.
80~90년대 한국 애니메이션 전성기를 들여다봤을 때 한국 애니메이션을 죽인 건 한국 정부입니다.
애니메이션을 규제하고 탄압하고 지원을 철폐한 결과일 뿐 한국 애니메이터들은 잘못이 없습니다.
잘못이 있다면 묵묵히 노력한 것이 죄라죠.
Commented by 포케 at 2008/07/27 19:49
어이없는 기사가 하나 올라왔네요.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08071601032024100002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07/27 23:08
댓글을 두개 달아주셨는데 저는 이 댓글로 대신하도록 하겠습니다. ^^ 사실 이 포스트를 작성하면서 담배를 몇 개피 피웠습니다. 그만큼 총체적으로 보이는 문제들이 많아 보여서였는지도 모르겠네요. 포케님의 댓글을 읽다보니, 포케님의 블로그에서 포스트로 작성을 하셨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더 많은 분들께서 포케님의 의견을 읽으실 수 있도록 말이죠.

일단 포케님의 뜻은 잘 읽었고 이해를 했습니다. 애니메이션에 대해서는 당연히 포케님께서 더 잘 아실테니 틀린 말씀을 하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고요.

다만 포케님처럼 컨텐츠를 생산해내는 - 해내야 하는 - 입장의 시선과, 일반 대중이라 할 수 있는 제가 바라보는 시선에 큰 괴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을 좁힐 수 있어야, 현재의 어린 세대와 10년 후를 기약할 수 있는 거라는 생각도 들고요.

일단 입장을 좁혀서 저와 포케님으로만 제한을 시켜놓고 정리를 해보자면 가장 큰 괴리는.. 저는 컨텐츠의 일차적인 책임이 가장 크다라는 시선이고, 포케님께서는 최소한의 지원조차 없었고 오히려 탄압과 함께 현재는 붕괴되고 있다인 것 같습니다.

포케님의 말씀에 공감한다는 것은 립서비스가 아닙니다. 분명히 이성적인 분석이십니다. 그러면 저와 포케님만이 아닌 일반 대중들로 시선을 넓혀 보자면요. 과연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객층이 되어야 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 것인가가 되겠지요.

냉소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말씀하신 지원 및 규제 등에는 별 관심이 없을 거예요. 컨텐츠에 대한 불신이 가장 큰 원인일 것이라고 생각되는데요.

그렇다면 반드시 이 불신을 걷어내야만 할텐데, 쿼터제 같은 최소한의 지원책으로 이 불신이 걷혀질 수 있냐는 것입니다.

위 댓글에서도 말씀 드렸듯이 영화 쿼터제 자체는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지금처럼 유지를 한다면 애니메이션에도 할당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그것이 컨텐츠의 질적 향상으로 이어져 대중들을 끌어안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까 하는 물음에는 명확한 말씀을 드리기가 힘든 것도 사실인 것 같습니다.

컨텐츠의 소비 영역을 보장해주는 것이 기대한 컨텐츠의 양적, 질적 성장과 함께 대중들과 가까워질 수 있는 지름길은 결코 못될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포케님의 댓글을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처음 적으신 댓글의 대안 5가지중에서 1, 4, 5번항 세가지가 먼저 시급하게 이뤄져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컨텐츠의 소비 영역을 보장해주는 2, 3번항 제도는 성공적으로 장착되지 않는 이상, 컨텐츠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쌓이지 않는 이상 외면을 당할 확률도 그만큼 많으니까요.

이 부분을 관할하는 부서는 문화관광부인가요? 저나 포케님께서 유명한 파워 블로거라서 바로 이슈화를 시킬 수 있는 경우라면, 공론화를 시켜서라도 문제 제기 및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텐데 이렇게 댓글로만 주고 받을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조금은 서글프기도 하고 포케님께 미안하기도 합니다.

제 본문 글이나 댓글에서 포케님께 작은 상처를 혹시라도 드린 것이 있다면, 의도한 것이 아니니 깊은 이해를 구합니다.
Commented by 포케 at 2008/07/27 23:45
아, 포스트 본문을 천천히 읽다보니... 뭔가 오해가 있으셨던 것 같네요.
저는 애니메이션 쪽을 지망하고 있지 않습니다.
웹이나 출판을 주 무대로 하는 일러스트 쪽을 지망하고 있고 애니메이션 분야는 기술적으로 다른 (동화)분야이기 때문에 그림을 꾸준히 그린다고 하더라도 이 분야로 전향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그림이라는 한 맥락이라는 점에서 애니메이터로 활동하시는 분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제 입장에서 하소연하는 내용이 아니라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팬 입장에서 보고 느낀 것을 적어 내려갔습니다.

당연히 상처 입었다든지 그런 것은 조금도 없습니다;;;
오히려 배트맨님의 관심과 호의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방관자이면서 너무 깊게 파고들었지만 적어도 애니메이션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어느 정도 속내 정도는 알고 계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이글루스 밸리만 보더라도 비판이 아니라 매도를 하는 지경이더군요.

공감대라... 이렇듯 무시하고 알려고 드는 분들이 없어서 공감대 형성은 어려울듯 싶습니다.
몇몇 분들께서 이미 공론화하려고 여러 번 시도하셨지만 묻혀버리고만 경우를 자주 목격했습니다.

관할 부서는 문광부가 맞을 겁니다.
이곳에서 가끔 애니메이터 분들이 1인 시위하신다고 하던데요.

마지막으로...
저 자신은 과연 그 정도로 노력하고는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노력하는 분들이었습니다.
지난 10여 년간 임금동결로 그 만큼 노력했으면 할 만큼 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많이 안타깝습니다.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07/28 01:21
앗! 맞다. 포케님께서는 웹이나 출판의 일러스트를 생각하신다고 전에 들은 것 같습니다. 미안합니다. 제가 잠시 착각을 했습니다. T.T

그런데 웹이나 출판쪽의 일러스트 분야는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땀의 보람과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곳인지요.. 우리나라에서는 그림을 그리는 직업 자체를 천대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전에 웹 페이지 디자인을 의뢰했을때 웹 디자이너 분들은 대체적으로 원하는 퀄리티를 못뽑아 내길래 망연자실 하고 있었는데, 일러스트 분들이 지원을 하시더군요. 그래서 페이는 얼마 정도를 생각하시냐고 물어보니, 페이지당 10만원을 달라고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더 이상 이야기를 진행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제가 웹 페이지 디자인을 직접 하게된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일러스트에게 의뢰를 하고 싶었지만, 경제적인 부담감과 감가상각을 생각했을때 도저히 이뤄질 수 없는 현실이였습니다.

포케님의 댓글을 읽으면서 저도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듭니다. 오늘도 많은 피와 눈물이 흐르고 있을테니까요..
Commented by 포케 at 2008/07/28 01:38
한국에서는 예체능이 상위 1%를 제외하고는 천대받는 것 같습니다.
일러스트라고 사정이 다른 것은 아니지만, 애니메이션보다는 훨씬 낫죠. 그만큼 애니메이션 쪽 사정이 많이 열악한 듯싶습니다.

앞으로 웹디자인 의뢰를 받으실 때는 포트폴리오를 먼저 요구하고 나서 진행하시는 것이 좋을 듯하네요.
요즘은 인재 아닌 인재가 넘쳐나고 있는 실정이니까요.(솔직히 학원에서 6개월 배우고 웹디자이너다 일러스트레이터다 너무 많습니다.)
제대로 된 일러스트레이터라면 페이지당 10만원 정도가 맞을듯 합니다.
페이지 구성 요소가 일러스트이고 한 페이지를 16시간가량 그릴 정도의 분량이라면 말이죠. 네임벨류도 없는데 대충하고 10만원 달라고 하면 날강도 맞습니다. 맞고요. ^ ^;

배트맨님이 저번에 블로그에 남기신 댓글이 떠오릅니다.
모든 사람들이 열심히 노력한 만큼 대가를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07/28 01:52
우리나라는 정말 기술자들이 천대받는 나라인 것 같습니다. 비단 애니메이션 분야 뿐만이 아니라, 공대 출신의 블로거들이 자조적인 글을 쓰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으니까요.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그때 웹 페이지당 10만원을 부른 일러스트는 출판쪽의 경력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포트폴리오를 요구했었죠. 그런데 포트폴리오로 판단을 하기 힘들 정도로, 개념 자체가 안잡힌 지원자들도 많았고요. 작업을 의뢰해보면 포트폴리오와는 전혀 다른 퀄리티를 보여줘서 한숨을 내쉬게 만든 사람도 많았습니다. ^^*

그런데 이제는 사업이 망해서 이건 뭐.. T.T

맞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노력한만큼 보람과 댓가를 찾을 수 있는 세상이,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정말로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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