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얼음집 안에 서툴게 집어넣은 영화들과 상영관들. (2006.10.23~)
by 배트맨

님은 먼곳에
베트남 전쟁 당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작품이지만, 이준익 감독의 연출 스타일을 보았을때 이 영화를 이끌어 나가는 것은 드라마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드라마 장르에서 엿볼 수 있는 대부분의 요소들이 삽입되어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여성 캐릭터가 중심 인물인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였죠.

이준익 감독의 최근작들중 <왕의 남자>와 <라디오 스타>를 괜찮게 보았기 때문에, 이러한 구성에 자칫 나타날 수도 있는 진부함과 통속적인 부분들을 떨쳐내고 드라마적인 완성도를 보여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이준익 감독의 작품중에서는 가장 많은 제작비인 70억원이 투입되었다고 하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적인 완성도는 오히려 엉성해졌고, 오락성도 실종되었습니다. 팝콘 영화의 범주로 넣을 수는 없는 작품이므로 오락적인 체감 여부는 제외한다고 하더라도, 상영관을 나서면서 큰 실망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재능이 있는 감독이라고 생각해왔지만 김지운 감독도 그렇고 이준익 감독까지 약속이나 한듯이, 왜 거대 자본만 투입이 되면 완성도가 오히려 떨어지고 재능을 마음껏 드러내지 못하는 것일까요. 이 부분에 대해서 정리를 먼저 해보고 싶습니다.

전작들을 통해서 재능을 보여준 이 두명의 감독이 만약 할리우드의 메이저 제작사에 스카웃 되어서 영화를 만들었다면 이러한 물음 자체가 필요없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감독은 연출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스템과 노하우가 분명히 그들에게는 있을테니까요.

한국 영화의 거품이 꺼지기 시작하고 반복되는 소재에 식상한 관객들이 등을 돌리고 있기도 하지만, 그동안 한국 영화가 괄목할만한 성장을 해온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대 자본이 투입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들은 찾아보기가 힘들죠. 즉 한국의 제작사들 또한 감독만큼이나 이런 면에서는 그 어떤 노하우도 없다는 점이, 감독의 연출에 악영향을 주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작사로서는 거대 자본이 잘 배치되며 활용될 수 있도록 시스템과 노하우를 제시해주어야 하는데 그 부분의 역활을 제대로 못하다보니 감독이 필요 이상의 부분까지, 아니 하지 말아야 할 부분까지 컨트롤을 해야 하는 환경이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이처럼 감독이 연출에 집중하지 못하게 되는 것의 피해는 결국 고스란히 관객들에게 돌아오고, 제작사와 감독에게도 부메랑으로 돌아옵니다. 

더 많이 시도되고 시행착오를 겪을만큼 겪어야만, 우리도 잘 만들어진 대작을 볼 수 있게 되는 것일까요. 그렇다면 발전을 위해서 너무나 많은 출혈과 관객들의 인내심이 요구될 것 같습니다. 내일을 꿈꾸기가 힘들어질 수도 있을 것 같네요.

할리우드의 오퍼를 받고 있는 감독들이 가장 망설이는 점이 편집권을 가질 수 없는 문제에 직면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제는 그들의 시스템과 노하우에도 눈을 돌릴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제작도 겸하는 감독들이 늘어나고 있으니까요. 자본을 투입한만큼 비례하여 영화를 뽑아낼 수 있으려면, 이제는 정말 그들의 시스템과 노하우가 우리나라에도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이 이 작품을 보면서도 거듭 들었습니다
. 거대 자본이 투입될때마다 반비례하여 감독의 재능이 사라지는 일이 반복되어서는 정말 안됩니다. 관객의 인내심은 눈으로 짐작할 수 있는 내일까지만 유효할테니까요.

여기부터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관람하지 않았다면 읽지 마시길..


이준익 감독의 작품은 애정을 갖고 지켜볼 생각이지만, 다음 작품도 이처럼 완성도가 떨어진다면 계속 상영관에서 그의 작품을 볼 것인지는 심각하게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우선 개연성이 실종되다 보니 캐릭터에 몰입할 수 없었고 전체적인 내러티브에 의문이 계속 들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전반부의 상당량을 수애의 베트남행에 동기를 부여하고자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와같은 의도가 잘 납득되지 않더군요.
여성의 사회적인, 가정적인 위치와 가치관이 요즘과는 많이 달랐던 시대였음을 감안하더라도 진부함만 느껴지는 전개였습니다. 또한 사지에서 미군에게 몸까지 허락하며 남편을 그렇게 만나고 싶어한 이유는 도대체 뭐였을까요?

영화속에서 벌어지는 갈등 구조가 가정에서 - 시어머니와 남편 - 제 3의 인물인 정진영으로 옮겨지는 것도 이 작품의 엔딩과 관련해서는 산만하게 진행이 되지 않았나 싶네요. 수애를 중심으로 내러티브는 진행이 되지만, 정작 영화속에서 당시의 혼란스러웠을 사회상을 보여주는 것은 정진영이기 때문이였습니다. 정진영이 맡은 캐릭터가 도구적인 역활로만 그치지는 않더군요.
 
베트남 전쟁을 묘사한 것에 대해 적어보자면, 첫번째 전투 시퀀스는 인상적이였습니다. 특히 참호를 따라서 롱테이크로 보여주는 동선은 이준익 감독의 다른 숨겨진 재능을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서두에 적었듯이 드라마가 목적이였던 영화였기 때문에 전투씬의 비중이 큰 작품은 아니지만, 나머지 전투 시퀀스들은 오히려 삽입될때마다 극의 흐름을 끊는 것 같아서 아쉽기도 했습니다. 세련되게 적재적소에 삽입할 수도 있었을텐데 편집이 썩 매끄럽지는 않더군요.

70억원이나 들였고 태국 로케이션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씬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촬영된듯한 배경으로 군인들이 나타나서 몰입이 흐트러지는 것을 느껴야 했습니다. 본문에 적은바와 같이 계획되어진 시간과 자본을 어떻게 배치하고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졌을 문제였다고 생각되네요. 

정진영의 대사중 "우리는 돈을 벌기 위해 온 것이고, 군인들은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왔다"라는 대사가 나오던데 베트남 전쟁의 아픈 기억을 겉핥기로만 묘사한 것 같아서 이 부분도 아쉬움이 컸습니다.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에게 정통성의 부재는 치명적인 약점이였고 이것을 타파하기 위해서 미국에 더욱 기댈 수 밖에 없었는데, 결국 9년 가까운 세월동안 꽃다운 나이의 수많은 군인들을 사지로 내몰게 됩니다
. 타의에 의해서 영문도 모른채 억울하게 흘린 피가 가득했을 그곳이였지만, 애시당초 엄태웅이 베트남으로 향하게 되는 설정을 보면 잊혀진 과거의 그늘과 아픔을 묘사하기에는 거리가 너무 멀어보인 것도 사실입니다.

전쟁의 아픔을 여성의 시선으로 묘사하고 싶었다는 감독의 인터뷰가 있었지만, '전쟁의 아픔'이라는 표현은 이 영화와 전혀 맞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영화를 보시면서 무엇이 당신의 마음을 아프게 만들던가요? 정서적으로 어떤 점이 와닿으셨던가요?

by 배트맨 | 2008/07/25 10:35 | 영화를 보고온 후 | 트랙백(5) | 덧글(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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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호박 at 2008/07/25 11:18
아~ 이거 보러가야하는뎅.. 초대권을 잃어버렸어여(ㅜㅜ)
그래서 어제 놈놈놈 봤는데.. 우왕.. 완전 반했^^

다시 비가 퍼부어요~ 배트맨님 모쪼록 즐건하루되세욘^^
웃음많~~~~이!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07/25 11:53
앗! 어제 보실 거라고 하시더니 초대권을 잃어버리셨어요? T.T
대신 <놈.놈.놈>을 보시고 오셨나보군요. 스타일리쉬한 정우성부터 이병헌의 근육질 서비스까지 눈이 참 즐거운 영화죠. 남자인 제 눈에도 멋있게 보였는데, 여성분들은 얼마나 멋있어 보이셨겠습니까. ^^* (남자 관객들은 구박당하기 딱 알맞다는.. -_-)

날이 좀처럼 개지를 않네요. 호박님께서도 시원하고 즐거운 금요일 되세요. 덕담 항상 고맙습니다.
Commented by 다이고로 at 2008/07/25 11:38

그 점은 내일 보고나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주말 재밌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요즘 여기 마실 오는 재미가 상당히 쏠쏠합니다..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07/25 11:57
그점이라면 거대 자본이 투입될때마다 연출의 완성도는 오히려 떨어지는 점에 대해서 적은 부분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다이고로님께서도 시원하고 즐거운 주말 맞으세요. ^^*
마실 오실 때마다 재미가 있으시다고 칭찬해주시니, 저 또한 기분이 무척 좋아집니다. 포스팅의 보람을 느끼게 되네요. 덕담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님은 먼곳에> 재미있게 보시고 오시고요..
Commented by 스팅구리 at 2008/07/25 12:02
보셧군요..이것도 실망을 안겨주었군요..놈3도 님도, 아마도 우리나라 영화 흥행성은 잘된 영화 1개,감독이 누구냐, 마케팅비용으로 일단 기대심리를 높였다가 관객의 기대를 추락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는것 같아요..
최근 본,그리고 볼 영화들이 평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닌것 같네요..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07/25 12:18
이런 말씀을 드려서 유감스럽지만 이 영화는 정말 실망스러웠습니다. 이준익 감독의 최근작 중에서 완성도가 가장 엉성한 영화인 것 같습니다. 밀리터리 장르가 아닌 드라마 영화일 것이라는 생각도 다 하고 갔었는데, 진부함이 가득 묻어나오더군요.

저는 감독이 영화 선택의 첫번째 기준인데, 그랬던만큼 실망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드라마를 이렇게 뽑아놓고도 관객의 돈을 가져갈 생각을 하고 있다는 점이 슬퍼지기까지 하네요.

만약 보실거면 마음을 많이 비우시고 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솔직히 추천드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_-
Commented by 영경 at 2008/07/25 12:37
영화 보러 갈 상황이 못됩니다 ㅋ 블록버스터 아니고는 사실 영화관에서 보기 힘들어요. 이 영화는 DVD로 보려고 합니다.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07/25 13:09
저는 반대로 영화는 극장에서만 관람을 하는 취미가 있어서요. 상영될때 놓치면 사실상 그 영화는 거의 못보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내심 찍어놓은 영화는 왠만하면 극장에 가서 다 챙겨보려고 하는데, 더러는 놓치게 되는 영화도 있네요. ^^*

DVD로 출시될때까지 좀 기다리셔야겠는걸요..
Commented by 스테판 at 2008/07/25 12:52
과연 이준익 감독이 그리고자 했던 여성의 시각은 무엇일지 통 모르겠습니다-_-..아마 자신도 이해를 못했던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정도예요. "놈놈놈"에 이어 연타로 실망을 주네요. 다음 주의 "눈눈이이"는 어떨런지..그냥 전체적으로 기대를 낮추어야 겠어요. (이 시대 최고의 걸작을 이미 목도한 이상 다른 작품이 눈에 들어오지가 않는것도 사실이예요-_-a)

-_-.. 트랙백 하나 잘못 걸었어요;;;; 삭제 부탁드려요~..쿨럭;;;;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07/25 13:13
저도 그 부분을 통 모르겠더군요. 인터뷰를 보면 여성의 시선으로 전쟁의 아픔을 그려보고 싶었다라고 이야기 하는데, 전쟁의 아픔이 어디서 보이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개연성과 내러티브가 허술하다보니 전체적인 주제까지 모호해진 것 같아요.

<놈.놈.놈>에도 실망을 했지만 '영화가 왜 이래?' 정도까지는 아니였었는데, 이 작품은 정말 실망이 컸습니다. 이준익 감독의 차기작도 이처럼 엉성하게 나오면, 극장에서 그의 신작을 보는 것은 정말 생각 좀 해봐야 할 것 같아요.

트랙백은 삭제했습니다. ^^*
Commented by Muzeholic at 2008/07/25 12:56
진짜 이준익 감독 라디오 스타 최고였는데...음 하지만 이번주~다음주는 배트맨 1,2랑 비긴즈를 복습하는 주간으로 정했기 때문에 요건 패스!! ( --);; 핸콕은 슬슬 DVD 안 나오나;;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07/25 13:19
이준익 감독의 출세작은 <왕의 남자>이지만, 저도 최고의 작품으로는 <라디오 스타>를 꼽고 싶습니다. 드라마가 정말 잘 나온 작품이였었죠. 그래서 이준익 감독의 이번 작품도 기대를 했었는데, 이렇게 드라마를 엉성하고 진부하게 뽑아낼줄은 상상도 못했네요..

<다크 나이트>는 왜 동시 개봉을 안하는건지.. T.T 올 여름에는 배트맨에게 올인해봅니다. 북미에서는 완전히 열광하는 분위기더군요.

저는 DVD에는 취미가 별로 없어서요.. 흐흐~
Commented by Muzeholic at 2008/07/25 23:18
음 =ㅅ=;; 복습하던 도중에...뜬금없이 팀 버튼 배트맨 시리즈에 나온 마이클 키튼씨 때문에 비틀쥬스까지 다시 봐버렸네요 ㅎㅎㅎㅎ;; 아...근데 배트맨 시리즈는 팀 버튼의 손을 떠난게 오히려 다행인지도 모르겠어요. 자기가 알아서 3편부터 끊어버린게 정말 선견지명이었다고 밖에는;; 다크나이트의 조커와 팀 버튼의 조커, 이걸 비교할 재미에 정말 기다릴 수가 ㅠㅠㅠㅠ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07/26 00:21
복습을 아주 확실히 하시고 계시군요. 대단하십니다. ^^*
팀 버튼이 떠나면서 배트맨이 암흑의 시대를 맞게 되었지만,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다시 배트맨의 매력과 위상을 세워줘서 무척 기쁩니다. 믿음을 주는 감독인 것 같아요.

예전에는 팀 버튼의 작품들을 상당히 좋아했었지만, 변절한듯한 영화들을 내놓은 뒤로는 예전의 호감을 잃어버렸습니다. 이제는 별 기대도 안하고요..

갑자기 비가 쏟아지네요. 시원한 주말 맞으시고요..
Commented by 도로시 at 2008/07/25 16:02
스포일러 전까지만 읽었습니다만, 큰 영화를 찍을 노하우가 없다는 말 일리가 있는 거 같아요. 그런 시스템이 하루 아침에 틀이 잡힐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몇 년동안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고도 자기학습이 부족한 게 아닐까라는 의심이 드네요..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07/25 20:42
제작비의 액수를 생각해 보았을때,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발전을 요구하기에는 너무 큰 출혈이 아닌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관객들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것이기도 할테고요.

자칫 "한국 영화는 안돼"라는 자조섞인 푸념이 "큰 액수를 들여도 한국 영화는 안돼"로 이어질 것 같아서 걱정이 되기도 하고요.

김지운 감독에 이어서 이준익 감독까지 영화를 이렇게 뽑아내니, 문제가 무엇일까 생각해보지 않을수가 없었습니다. 그들의 재능이 갑자기 사라지지는 않았을테니까요. 제가 내린 결론은 위와 같았습니다만..
Commented by poppa at 2008/07/26 16:57
댓글만 읽었는데 <님은 먼 곳에>마저도 함량 미달인가보군요...
개인적으론 한국영화의 퀄리티가 좀 높았으면 하는데 아무래도 종합예술인 영화에선 여러가지 이유로 완성도가 관객이 요구하는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듯 합니다. (이러면서 한국영화 살리자고, 봐달라는 말하기가 부끄럽진 않은건지...)

흠... 요즘 <다크 나이트>에 관한 이야기들을 좀 보니 이 영화 보통이 아닌가봐요... 로튼 토마토에서의 신선도도 상당히 높고 영화사상 최고의 영화순위에서도 탑을 기록하고 있다고도 하네요. 직접 제 눈으로 보고 판단해야하지만 아마 어쩌면 내 인생에 꼭 봐줘야 할 영화를 넘어 내 인생 최고의 영화 목록에도 들어갈 듯한 예감도 듭니다.

최근 몇 편의 뻥튀기 영화들로 실망하신 마음을 <다크 나이트>로 다 날려버리자구요~ 근디... 자꾸 관심은 배트맨보단 조커이야기가 많아서리...ㅎㅎ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07/26 21:36
개인마다 영화를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고 취향이 다르다고는 하지만, 저는 이 작품 보면서 정말 크게 실망했습니다. 이준익 감독이 드라마를 이렇게 엉성하게 뽑아낼 줄은 몰랐네요.

애정을 갖고 차기작을 지켜 볼 생각이지만 다음 작품도 완성도가 이렇게 나온다면, 극장에서 이준익 감독의 작품을 보는 것은 심각하게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리뷰에서 스포일러가 시작되는 부분은 글로 미리 알려드리니, 상단까지는 읽으셔도 상관없으실 거예요. 다만 기대치를 많이 낮추고 관람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아직 7월이지만 <다크 나이트>가 올해의 극장가를 평정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이더군요. 박스오피스 기록도 갈아치우고 있는 중이니, 빨리 보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
Commented by 포케 at 2008/07/26 17:21
한국 영화라 그냥 스포일러 부분까지 다 읽었습니다.
글을 읽고 대충 어떤 내용인지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만... 제가 봤더라도 실망했을 법한 영화네요.
의도야 어찌 됐든 전하고자 하는 내용이 불명확하다고 느껴진다면 이미 실패한 영화라고 보네요.
저는 이런 영화를 보고 나면 심히 찜찜하더라고요. 뭔가 손해 본 느낌이랄까요?(금전&시간일 듯.)

어거지로 본 몇 편 남짓한 한국 작품 중에 이런 작품이 많았기 때문에 이후에는 한국 영화에는 절대로 손을 안댑니다.
욕을 입에 달고 사는 캐릭터라던지 깡패나 양아치 같은 캐릭터가 너무 자주 나온다는 점(거기에 어거지 미화)도 마음에 안 들지만 말이죠.
나중에는 한국 영화를 즐기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당장은 디워 사건(?) 때 충무로가 기득권 행세를 하며 저지른 만행과 허세를 보고 이미 정나미가 떨어진 상태입니다.
한국 영화만 보면 어쩐지 불쾌하고 짜증이 나서 영영 한국영화를 등지고 살지도 모르겠습니다.(디워는 저도 반은 자면서 봤습니다. 이런 말을 공개적으로 하면 무슨 디빠 취급을 받더군요. 이런 편 가르기는 더 싫습니다.)

개인적으로 한국 영화 그만 좀 보호했으면 좋겠고요, 한국 애니메이터나 어떻게 좀 보호해 줬으면 좋겠네요.
유능한 한국 애니메이터는 전부 일본으로 날아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일본인 절반 수준의 박봉 급여를 받으면서 근근이 살아가고 있을 지경인데 한국 영화는 뭐가 아쉬워서 허세란 허세는 다 부리면서 아직까지 스크린 쿼터 해제도 안 하는 것인지 납득할 수 없네요.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07/26 22:03
전에 연애할때 사귀던 친구가 유독 한국 영화만을 좋아해서, 3년동안 한국 영화도 정말 많이 봤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전반적인 수준이 낮아서 장르를 불문하고, 대부분의 작품들은 정말 돈과 시간이 아까운 저질 영화들이였죠. 거의 한국 영화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길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모든 작품들이 다 그랬었던 것은 아니였습니다. 간혹 가다가 좋은 작품도 볼 수 있었으니까요. 매우 드문 경우이기는 했지만요. 그래서 요즘은 인상적인 영화를 보여준 감독의 작품들만 찾아서 보고 있습니다.

김지운 감독은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감독이고, 이준익 감독 또한 재능은 있는 연출가라고 생각을 해요. 그들이 보여준 전작들의 재능을 보았을때,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이번 작품들에서는 외적인 요소 때문에 재능이 사라진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 영화계 전체가 불신을 받아도 변명의 여지가 없는 오늘 날인 것은 맞지만, 몇 몇 소수의 감독은 대단히 뛰어난 연출을 보여주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 소수 감독의 작품들이 포케님의 불신을 깨뜨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네요.

끝으로 우리나라 영화의 장르가 매우 한정적이라서 애니메이션까지 눈을 돌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습니다. 과연 자본이 애니메이션 장르에 베팅을 할 지도 상당히 의문스럽고요. 매니아적인 얕은 관객층도 섣불리 제작을 들어갈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겠죠. 이것은 시장이 - 관객이 - 제공하는 이유이기도 하네요.

끝으로 저도 스크린 쿼터는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haru at 2008/07/26 17:23
일단 본문은 읽지않고 쭉 내렸는데

리플을 보니 그다지 매력적인 영화는 아닌가 보네요

사실 이전 작품인 왕의 남자도 보지 않았던 터라

왜 그리 호들갑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거든요

영화 예고편을 봐두 그렇게 재미날꺼 같아 보이지도 않았구요

그래서 뭐..관심이 없던 작품인데...반응도 좀 그런가보군요..


개인적으로는 크레싱이나 타크나이트,놈놈놈이 끌리긴 하는데

영화티켓이 있어도 요즘 싱숭생숭한 분위기라서

영 보러가기가 그렇네요..제대로 집중도 못할꺼 같구요

오늘 놈놈놈 무대 인사있다고 하던데....ㅡㅡ;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07/26 22:11
이준익 감독의 출세작은 <왕의 남자>이지만 최고의 작품은 <라디오 스타>라고 생각을 합니다. 대단히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기도 했죠. 그런 재능이라면 이번에도 드라마를 괜찮게 뽑아낼줄 알았는데, 영 실망스러웠습니다.

애시당초 밀리터리 장르의 영화는 아닐 거라고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신감이 느껴질 정도로 영화가 엉성하고 허술하더군요. 이준익 감독에게는 기회를 한번 더 줄 생각입니다. 분명히 재능은 있는 감독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이 작품은 왜 이렇게 뽑아낸 건지.. 참..
Commented by allak at 2008/07/26 22:05
글잘보고 갑니다. ^^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07/26 22:32
이준익 감독이 분명 재능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되는데, 개인적으로는 많이 실망스러웠습니다.. 서울은 며칠째 계속 비가 많이 오고 있습니다. 내일부터는 다시 맑고 무더운 날씨가 시작될 거라고 하네요.
Commented by 포케 at 2008/07/26 23:19
애니메이션 이야기가 나와서 조금 덧붙여 말씀드리면 한국의 애니메이션 산업 문제는 투자의 문제로 시작되지는 않았습니다.
의외로 한국 애니메이션 작품이 꽤 많습니다.
타이틀이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죠.

지난 십수년간 한국은 애니메이션 산업을 그냥 버렸습니다.
제작된 애니메이션은 TV나 극장을 통해 사람들에게 보여야 하는데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으니 그냥 묻혀버리고 맙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 인식에 애니메이션은 일본의 것이 되어버린 지 오래입니다. 아무도 찾는 사람이 없습니다.
제아무리 괜찮은 작품이라도 스크린의 경우 일주일 정도 걸었다가 내립니다.
가끔은 3일 이내에 내리기도 하고요.
수십억에서 백억 이상의 제작비는 당연히 환수 못 합니다.
TV의 경우 시청률 0.0%대를 기록하는 시간대에나 편성합니다.(몇 년 전 뒤늦게 애니메이션 총량제라는 법을 제정해서 전체 편성 중 일정 비율을 한국 애니메이션으로 편성하도록 규제하고 있기 때문에 생긴 편법입니다.)
인기 시간대에 편성되는 작품은 100% 일본 애니메이션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글루스 밸리는 애니메이션 밸리가 꽤 활성화되어 있는데 여기서 한국 애니메이션 포스트 찾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검색을 해도 몇 개 나오지 않을 정도니까요.
한국 애니메이션은 방치의 결과로 이미 논외의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투자가 부족했던 것도 아니고 기술적으로 부족할 것도 없었습니다만 이제 투자도 씨가 말랐고 기술을 운운하기 이전에 먹고살기 바쁘니 저 프레임의 저급 애니메이션을 대충 끼워서 납품하고 있는겁니다.

그 결과 한국 애니메이션 제작사는 변변한 홈페이지도 없는 경우가 태반이고 상당수가 100% 일본 하청 업체로 전락했습니다.
한국에서도 푸대접받는 애니메이터가 일본에 가서 대접받는 것은 불가능하죠.
일본 업계에서 임금 수준은 한국 애니메이션 '감독'=일본 '애니메이터' 동급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만 활동하는 것은 '생계'에 위협을 받을 정도라고 하니 그나마 일본으로 뜨는 게 상책이겠죠.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참 답답합니다.
10년 뒤에 한국 애니메이션이 존재하기는 할까요.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07/27 00:44
정성스러운 댓글 고맙습니다. 포케님의 뜻은 잘 읽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포케님과 대화를 나눠보고 싶었던 주제이기도 했는데, 저의 답글이 길어질 것 같아서 따로 포스팅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포스팅의 카테고리 분류는 '그 외 이야기'에 넣도록 하겠습니다.
Commented by comodo at 2008/07/27 00:10
놈놈놈과 더불어 상당히 기대되었던 작품인데 정말 실망스러움으로만 가득하더라구요. 라이언 일병 구하기 보는 듯 이게 뭔지.. 트랙백 남길께요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07/27 00:50
지난 프리뷰 포스트에 comodo님께서 '실망스러웠다'라는 댓글을 적어주셔서 설마 했었는데, 저도 상당히 실망을 느껴야만 했습니다. 이준익 감독의 재능을 믿었는데, 영화가 정말 엉성하게 만들어졌더군요. 특히 드라마적인 요소들이 그답지 않게 매우 허술해서 더욱 큰 실망을 느껴야 했습니다. 트랙백 고맙습니다..

스필버그의 작품들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상당한 수작이라고 생각되는데요? ^^*
Commented by 신어지 at 2008/07/27 11:58
<놈놈놈> 이상으로 호불호가 엇갈리고 있어서 약간 놀랍습니다. 순이가 남편을 찾아 베트남으로 가는 동기 부분부터 전달이 잘 안되었던 것 같네요. 여전이 2% 부족하긴 하지만 저는 이번 영화를 통해서 이준익 감독이 드디어 그가 정말 만들어야 할 영화에 훨씬 가까워져 가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 이 정도 스케일을 영화를 만들어 낸 것도 역시 이준익 감독이구나 싶었고요. <놈놈놈>에 비하면 비주얼에서나 내용 면에서나 훨씬 알찬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07/27 14:53
글쎄요.. <왕의 남자>가 출세작이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준익 감독 최고의 작품은 <라디오 스타>라고 생각을 하는데요. 드라마를 잘 뽑아내는 것에 탁월한 재능을 갖고 있는 이준익 감독의 전작들에 비하면, 이 작품은 드라마적인 완성도가 상당히 허술하다고 생각이 됐습니다. 그래서 실망을 많이 할 수 밖에 없었고요.

팝콘 영화였다면 여러가지 면에서 비교적 관대하게 봤을텐데, 진부한 묘사와 의아스러운 장면이 상당히 많았어요. 마지막 퍼즐을 끼워 맞추는 순간, 그 과정들을 동의할 수 없었으니 저는 이 작품이 이준익 감독의 좋은 작품이였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렇네요..
Commented by 아쉬타카 at 2008/07/27 17:35
저도 개인적으로는 <라디오 스타>가 <왕의 남자>보다도 더 이준익 스럽고 괜찮은 영화였다고 생각됩니다. <님은 먼곳에>의 경우는 감독이 말하려는 의도대로 따라간다면 상당히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더라구요.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07/27 18:12
<왕의 남자>를 상영관에서 보았고 대박을 쳤지만, 그때만 하더라도 사실 반신반의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라디오 스타>를 보니 이준익 감독이 확실히 재능은 있는 연출가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이 작품에도 내심 기대를 했었는데 실망이 크네요.

말씀하신 부분에 공감합니다. 감독의 인터뷰를 보면 '여성의 시선으로 전쟁의 아픔을 새롭게 조명해보고 싶었다'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그 의도에 걸맞는 연출이였나에 대해서는 동의를 할 수가 없었으니까요.
Commented by 주드 at 2008/11/17 09:25
배트맨님 리뷰에 격하게(?) 공감합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개연성이 없다는 것이죠. 순이가 왜 그 고생을 해가면서 목숨까지 걸고 자신을 사랑하지도 않는 남편을 만나야 하는지가 해소되지 않으니 그녀의 행동들에 전혀 공감이 가질 않았습니다.

처음 이 영화의 시놉시스만을 보고서는 흔한 이야기라 생각했지만 그래도 뭔가 다를거란 기대가 있었는데, 그 기대가 여지없이 무너졌어요.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11/17 14:35
제 리뷰에 격하게 공감해 주신다니 고맙습니다. ^^*
이준익 감독의 재능을 좋아하는 편인데, 이번 작품은 상당히 실망스럽더라고요. 이준익 감독의 인터뷰대로라면 의도와는 달리, 전체적인 플롯의 설정이 잘못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특히 개연성의 부재는 매우 치명적이였던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께서도 이 부분을 지적하시던데, 감독의 의도와 달리 관객들이 그렇게 느꼈다면 분명히 연출과 소통에 문제가 있었다는 뜻이기도 할테고요.

이준익 감독 이럴 사람이 아닌데.. 참.. 그래도 다음 작품을 기대해봐야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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