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얼음집 안에 서툴게 집어넣은 영화들과 상영관들. (2006.10.23~)
by 배트맨

알.이.씨 (Rec)
여러 판타스틱 영화제 등에서 감독상, 관객상, 비평가상을 수상했다는 이 스페인 호러 영화가 주목을 많이 받았나 봅니다. 현재 스페인에서는 속편이 제작되고 있고, 할리우드에서는 리메이크(1)가 되어서 개봉을 앞두고 있다고 합니다.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을 취하며, 관객이 1인칭 시점으로 영화에 참여할 수 있도록 캠코더를 마구 흔들어대는 이 작품이 <클로버필드>보다 앞서 제작이 되었다고 합니다. 물론 시간을 더 되돌려보면 10년 전에 대성공을 거뒀던 <블레어 윗치>가 있지만요.

<블레어 윗치>와 <클로버필드>는 기획, 마케팅, 연출 이 세가지 요소가 모두 잘 맞물리면서
오락성을 풍부하게 그려낸 작품이라면 <알.이.씨>는 기획에서 관객과 평단의 주목을 받은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거대 자본과 만난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마케팅적인 요소는 논외로 하더라도, 연출에서 장르적인 묘미를 별로 느낄수가 없었기 때문이였습니다. 

리메이크 작품에 스탭이 모두 바뀐 것을 보더라도, 할리우드 또한 연출력보다는 기획력에 매력을 느꼈나 봅니다. 개인적으로 <알.이.씨>는 모자라는 구석이 많이 보이는 실망스러운 작품입니다.  

감독이 인터뷰에서 밝히는 호러 영화 철학은 '어둠이 시각을 차단한다'입니다. 그리고 상영 시간 내내 이를 시도합니다. 하지만 이 작품에는 연출에 있어서 매우 부담스러운 요소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상영 시간 내내 매우 한정된 공간에서만 플롯이 진행된다는 점입니다.

감독에게는 생동감을 주기 위해서 마구 흔들어야 했던 캠코더의 앵글보다 아마도 이 점이 더 부담스러웠을 것 같습니다. 단 한채의 건물이라는 매우 협소한 설정만을 활용하려면, 탄탄한 시나리오와 함께 상당히 밀도 높은 완성도가 수반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우메 발라구에로'와 파코 플라자'의 공동 연출이라고 하는데 둘이 머리를 맞대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을 지혜롭게 풀어나가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여기부터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를 관람하지 않았다면 읽지 마시길..


이 작품의 상영 시간은 78분에 불과합니다. 메시지라던가 드라마 등의 요소가 좀처럼 삽입되지 않는 장르이기 때문에, 호러 영화들의 상영 시간은 대체적으로 일반 영화들에 비해서 짧은 편이지만 근래에 이렇게 짧은 영화를 본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 짧은 시간을 감독은 잘 활용해야 하는데, 플롯이 효과적으로 배치된 느낌을 받을수가 없습니다.

건물안의 등장 인물들이 모두 격리가 되기 시작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장르적인 기대감이 발생하기 시작하는데, 리포터에 의해서 시도되는 건물 주민들의 인터뷰는 이와같은 기대감과 긴장감을 끊어버리고 맙니다. 그 이후부터 산만한 구성을 수습하며 다시 관객들을 공포속으로 끌어들이려 하지만 대부분의 컷들이 예상대로 흘러가면서 심장 박동을 끌어올리기에는 미진한 스릴러만을 보여줄 뿐입니다. 때문에 좀비로 변해가는 과정과 그들에 쫓기는 모습 등에서 장르적인 오락성을 느끼기가 힘들더군요. 고어한 장면보다는 관객들을 구석으로 서서히 몰고가면서 조여오기 시작하는 스릴감을 기대했던 저로서는 의외로 연출의 포인트가 엇나가 있었던 것에도 실망을 해야만 했습니다.

사라져버린 장르적인 쾌감을 다시 느끼기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마지막 옥탑방에서 벌어지는 시퀀스였지만 그것으로 장르적인 묘미를 보상 받기에는 너무나 짧은 쾌감이였습니다.    

끝으로 이 작품의 인터내셔널 런닝 타임이 국가별로 모두 다르게 나오네요. IMDb(2)를 보면 프랑스는 80분, 네덜란드는 85분, 한국은 78분으로 표기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영화 사이트들도 78분으로 표기를 하고 있는데,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들에게 있어서 공공의 적과도 같은 '영상물 등급위원회'에서 또 한건 하셨나 봅니다.

(1) 리메이크 제목은 <Quarantine>이라고 하네요. 완전히 새로운 스탭과 배우들이 참여했습니다. 북미의 개봉일은 올해 10월 17일이라고 합니다.  예고편 새창으로 가기

(2) IMDb 관련 정보 새창으로 가기
by 배트맨 | 2008/07/11 13:11 | 영화를 보고온 후 | 트랙백(3) | 핑백(1) | 덧글(17) |
트랙백 주소 : http://gilwon.egloos.com/tb/1972680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Tracked from 영화벌레 at 2008/07/11 15:43

제목 : 알.이.씨 / [Rec] (2007)
아직 이런 타입의 영화가 하나의 장르로 완벽히 정착한 건 아닌지라, 비슷한 형식의 작품들과의 비교는 불가피 하겠다. 는 타이밍을 놓쳐 못봤고, 는 괴수물 매니아로선 꽤 실망스럽고 지루하게 봤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에도 크게 기대를 걸긴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왠걸, 돈을 잔뜩 찍어바른 그 어떤 호러 스릴러보다 훨씬 더 큰 재미를 주기에 충분한 수작이지않은가. 역시 영화는 자본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을 또 하게 만든 영.....more

Tracked from 호박툰 at 2008/07/11 17:50

제목 : 공포영화의 법칙을 깨고, 따른? REC
7월10일 개봉작 스폐인 공포영화 REC 시사회에 다녀왔어요^^ 호박은 원래 공포영화 매니아랍니다~ (생긴데로 놈) 아마 안 본 공포물이 없을듯.. 앗! 그렇다고 물어보진 마셔요~ 머리나빠 기억못해욤 (ㅡ,.-) 점점점 여름이 다가오니까 공포영화가 우르르르~ 개봉되죠? 아무래도 무더운 여름밤엔 등골오싹한게 짱이니까요^^ 냐하하~ 독특한 촬영기법인.. 마치 편집되지 않은 생방송처럼 만들어진 REC를 보면서 공포영화에 꼭 나오는 장면들을 떠올려봤쎄......more

Tracked from Different Ta.. at 2008/07/14 00:22

제목 : 알.이.씨 ([Rec], 2007)
[Rec] 감독 자우메 발라구에로, 파코 플라자 (2007 / 스페인) 출연 마누엘라 벨라스코, 비센테 힐, 페랑 테라자, 파블로 로소 상세보기 ★★★☆☆ 스페인에서 온 좀비 영화입니다. (2008)는 결국 안보고 말았습니다만, 그와 마찬가지로 좀비가 출몰하는 상황을 카메라맨이 녹화하는 방식으로 촬영한 작품이라더군요. 그러니까 3인칭 관찰자 시점이 아닌 현장에 함께 하고 있는 1인칭 시점으로 영화를 볼 수 있게 한다는 기획 의도였던 것.....more

Linked at 배트맨이 들려주는 이야기. 레.. at 2008/10/06 15:12

...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극장에서 핸드폰 열어보는 무개념 관객은 집에서 DVD나 보세요! 제발 극장에는 오지 마세요.)(1) &lt;알.이.씨&gt; 리뷰 새창으로 가기 ... more

Commented by 바구미 at 2008/07/11 15:43
헐리웃 대자본으로 만들지 않는 좀비 호러로써는 여러 가지 제약이 많았을텐데 그런 것 치고는 효율적인 영화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07/11 22:20
바구미님의 말씀도 존중합니다. 다만 저는 할리우드 호러 영화들의 고어한 연출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아서, 내심 기대를 했었던 작품이였거든요. '좀비'라는 소재가 3세계권 호러 영화의 개성을 사라지게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물론 기획 자체는 좋았지만요. 전체적인 연출에서 느껴지는 아쉬움이였다고 해야 할까요.. T.T
Commented by 영경 at 2008/07/11 17:12
영상을 잠깐 본 적이 있었는데 관객을 놀라는 장면들이 나오더군요. 그만큼 무섭나요? 전 무서운 건 잘 못봐서요 ㅋㅋ;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07/11 22:25
관객들의 반응을 촬영해서 마케팅에 이용하는 것은 전부터 시도되던 방법이였죠. 글쎄요. 저는 무섭지가 않더군요. 심리적으로 서서히 조여오는 그런 공포감을 기대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좀 실망스러웠습니다. 상영관의 반응도 대체적으로 미지근했었던 것 같고요.

호러 영화는 객석에서 비명이 터져나오고 그래야만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는데.. -_- (마지막 시퀀스에서는 뒷좌석의 여성 관객이 놀라서 제 좌석을 인정사정없이 발로 차더군요. T.T)
Commented by 호박 at 2008/07/11 17:50
냐하하하~ 보고오셨군요^^
초반 20분은 꽤나 지루하셨죠.. 호박은 거의 실망할뻔! 했다능^^


날씨가 뽁짝뽁짝 무더워여~
이런날엔 1시간만 걸어도 몸이 그냥 익어버린다는(ㅜㅜ)
모쪼록 몸과맘이 션션한 해피금욜 저녁 맞으시길 바랍니닷!
아뵹~☆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07/11 22:29
저도 실망을 했습니다. 솔직히 이 정도일줄은 몰랐네요. T.T
잘 만들 수 있었던 기획과 소재의 영화였던 것 같은데, 감독의 연출력이 많이 아쉬웠습니다.

이렇게 더운 여름 시즌에는 상영관 안에서 터져나오는 비명 소리를 즐겨가며 피서를 하고 싶은데, 다른 공포 영화를 또 찾아봐야겠습니다. 호야님께서도 시원한 주말 맞으시고요.. ^^*
Commented by 유클리드시아 at 2008/07/11 18:07
저런류의 영화.. 한번만들어 보고 싶더라구요 ㅎㅎㅎ 아주아주 리얼리티한 좀비 액션물(?)을..ㅎㅎ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07/11 22:32
1인칭 시점으로 촬영되었기 때문에, 좀비가 달려드는 씬만큼은 어느 영화보다도 리얼했습니다. 달려들때 지르는 괴성도 괜찮았고요. 다만 전체적인 연출력이 많이 아쉬웠습니다.

영화 만드실때 저도 불러주세요. 캠코더 들고 가겠습니다. 들이대면서 캠코더를 마구 흔들어대면 되는거죠? ^^*
Commented by comodo at 2008/07/12 13:08
저거 주말에 하는 영화프로에서 잠깐 봤었는데 딱 보자마자 블레어 윗치랑 클로버필드가 물씬 떠오르더라구요. 사실 RSS에 배트맨님의 새글이 올라왔길래 혹시 여기도 적벽대전인가? 하면서 들어왔는데 다른 영화라 조금 반가워요. 크크,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07/12 13:40
RSS리더기로 구독하시는 수많은 포스트중에서, 항상 제 글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고맙습니다. ^^*

오우삼 감독의 작품들을 썩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적벽대전>은 패스하기로 했습니다. 거듭된 실망감으로 이제는 그에 대한 최소한의 기대치도 접은 상태여서요. -_-

<블레어 윗치>와 <클로버필드>는 참 재미있게 관람했었는데, 이 작품은 영 시원치 않네요. 물론 개인적인 느낌입니다. ^^
Commented by 신어지 at 2008/07/12 16:30
다짜고짜 등장 인물들이 갇히는 상황이 마치 다짜고짜 이 영화는 이 건물 앞에서만 진행될테니 그리 아시라는 투로 들렸어요. ㅋㅋ 그래도 마지막 밀실 장면 만큼은 무척 좋았습니다. 너무 갑작스럽고 짧아서 아쉽기도 했지만 머리에 쥐 내리게 하는 데에는 충분하더군요. 각종 영화제에서는 호평을 받을만 하지만 일반 개봉작으로서는 영화의 질감이 좀 아쉽죠. 헐리웃 리메이크작은 그런 부분을 보완할 수 있지 않겠나 싶습니다. 네덜란드 85분. 역시 한계를 모르는 참 훌륭한 나라네요. ^^;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07/12 17:27
상영 시간 내내 적막만 가득했는데, 말씀하신 마지막 시퀀스에서 제 뒷좌석의 여성 관객은 놀라서 제 좌석을 마구 발로 차더군요. ^^

할리우드 리메이크는 예고편을 보니 <Rec>와 너무 똑같게 가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예고편에 모든 것을 거는건지, 보여주지 말아야 할 엔딩씬까지 삽입을 해놓았네요? 엔딩은 다르게 가는 것인지..

<블레어 윗치>는 똑같은 저예산 영화였음에도 불구하고 대단한 장르적인 쾌감을 안겨주었는데, 확실히 <Rec>의 밀도는 많이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무려 7분이나 들어낸 것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행위는 정말 만행이라고 할만합니다. 네덜란드가 급부러웠습니다. T.T
Commented by 포케 at 2008/07/12 17:15
공포영화를 좋아하는지라 REC 광고를 보고 기대감에 차서 클릭 후 예고편을 봤습니다.
근데 이 예고편을 보니 너무 허무해서 오히려 기대가 반감되는 부작용이 있었는데요,
이 때문에 조금 고민하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orz

그 예고편에 그 본 편이었던 걸까요;;;
배트맨님 평가도 이런 상태이니 안봐도 후회는 없을 듯 싶네요... orz

노크도 보고 싶었는데 이건 어떨런지...;;;

이달에도 3편 정도 보려고 하는데 이거다 하고 마음에 와닿는 작품이 없네요.(월E나 제발...ㅜ_ㅜ)
오늘은 비도 오고해서 다음주 주말쯤으로 하나 볼까 생각 중입니다.

비오는 날에는 어쩐지 빈대떡이 생각나는군요.
요즘은 이것도 돈이 많이 드는 고급요리;가 되었습니다만;;;

그럼, 좋은 주말 보내시구요... ^ ^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07/12 17:39
사실 호러 장르처럼 극단적으로 상업적인 장르도 없어서 대부분의 영화들이 완성도와는 거리가 멀죠. 때문에 호러 장르만큼은 '무섭게만 해준다면' 그럭저럭 만족을 하려고 하는 편인데, 저는 이 작품에서 그런 것을 별로 느끼지를 못해서요.

하지만 개인적인 취향과 영화를 바라보는 시선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한번 보시는 것도 괜찮으실 것 같습니다. 재미있게 봤다는 사람들의 글도 보이니까요. ^^* 보실 생각이 있으시다면 리메이크작의 예고편만은 피하셔야 할 것 같고요. 너무 많이 보여주더라고요.

저는 이렇게 반가운 비가 내리니 영화 한편 보고 싶은 생각이 가득합니다. 오우삼은 아웃 오브 안중이라서 <Rec>를 보고 왔더니 마땅히 볼만한 작품이 없네요. 포케님께서도 시원한 주말 보내시고요. 극장 한번 가보세요.. ^^
Commented by 모노로리 at 2008/07/12 20:30
상영시간 정말 짧네요
평도 그렇게 좋아보이지 않고...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07/13 00:33
인터내셔널 버전이 나라별로 상영 시간이 다르기는 하지만, 78분이라는 시간은 확실히 극장판으로는 매우 짧은 시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영화가 만족스러웠다면 이런 것은 크게 개의치 않을 수도 있었겠지만요.

주관적인 리뷰이기 때문에 다른 분들의 글도 한번 보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영화라는 취미가 기호를 많이 타고, 관객마다 바라보는 시선이 다른 것만은 사실이니까요. 스포일러 조심하시고요. ^^*
Commented by 박예희 at 2009/09/03 21:32
후우~전 이거 정말 무지하게 재밌게 봤어요.1인칭이라 그런가아....

:         :

:

비공개 덧글

이글루 파인더
최근 포스트
카테고리
태그
최근 등록된 덧글
최근 등록된 트랙백
이런 대통령, 상상이라..
by 컬쳐몬닷컴
'굿모닝 프레지던트' 멋..
by 영화리뷰전문 무비조이
'나는 비와 함께 간다' ..
by 영화리뷰전문 무비조이
SF에서 마주친 21세기 현..
by 컬쳐몬닷컴
디스트릭트 9 - 외계 생..
by 세상을 향한 곁눈질...™
rss

skin by jes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