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얼음집 안에 서툴게 집어넣은 영화들과 상영관들. (2006.10.23~)
by 배트맨

허리우드 클래식, 사라져가는 단관 극장의 소중한 추억들 (2)
로비에서는 <영웅본색>과 <라붐>의 주제곡이 번갈아가며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음악을 듣고 있다보니 정말로 옛 시절로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라붐>의 OST중 Reality라는 곡을 무척 좋아해서 Richard Sanderson의 LP(레코드판)를 샀었던 기억도 떠올랐습니다. 이 음악을 다시 듣게 될지는 상상도 못했었네요.  

오래전 OST에 취해 있다보니 상영 시간이 다가와서 입장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희미해져가는 기억을 더듬어보면 옛 단관 상영관들은 극장 입구에서 검표를 했었던 것 같은데, 허리우드 클래식은 상영관 입구에서 티켓을 확인하더군요. 인터넷 예매(1)를 하고 갔었기 때문에 좌석의 위치는 알고 있었지만 다시 한번 확인해 보았습니다. 오드리 헵번이 이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더군요. 오른쪽의 포스터는 현재 상영작인 <미션>이고, 왼쪽의 포스터는 차기 상영작인 <영웅본색> 1편(2)의 포스터입니다.


오드리 헵번(1929~1993) 이야기를 잠깐 해보면요. "어린이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주지 않는다면, 그것은 범죄나 마찬가지다" 라고 외치며 평생을 선행에 헌신한 여배우입니다. 그녀를 추모하며 '오드리 헵번 어린이 재단'이 현재 운영되고 있다는데, 지금도 전세계에서 오드리 헵번의 초상권으로 매년 20억원 정도의 수익금이 들어오고 있다네요. 허리우드 클래식에서 혹시 초상권 계약을 맺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그녀의 아르바이트 비용을 지불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수익금은 어린이 구호 활동에 지원된다고 하더군요. 



왼쪽이 허리우드 클래식 입구, 오른쪽은 서울아트시네마 입구입니다. 자료를 찾아보면 허리우드 극장은 1969년 1,330석의 규모로 개관을 했었고, 현재의 허리우드 클래식은 지난 4월 1일에 295석 규모로 개관을 했다고 나옵니다. 리뉴얼을 해서 서울아트시네마라는 문화 공간을 만들어 분리 운영중인가 봅니다. 무슨 용도로 사용하는 곳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뮤지컬 전용 극장으로 운영할 거라는 기사를 본 것 같기는 한데 말입니다. 개인적으로 영화 외에는 관심이 없어서요..


요즘의 멀티플렉스 상영관들은 검표를 하면서 앵무새 로보트 직원이 말하듯이 상영관 안내를 친절히 해주고는 하지만, 이곳에서는 중년의 수수해 보이시는 아저씨께서 검표를 하십니다. 아무 안내도 없고 수줍은듯 응대를 하는데 인심만은 넉넉하시더군요. 표를 건네기 전에 위와 같은 사진을 찍어보았습니다. 예전에 메가박스 코엑스점을 한창 다닐때 사진을 담아보려고 하면 직원의 제지를 받고는 했었는데, 이곳의 아저씨께서는 정이 가득한 눈빛으로 기다려 주시기만 할 뿐입니다. 이 글로나마 검표를 하시던 아저씨께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습니다.


상영관으로 들어가는데 왼편으로 영사기가 보이더군요. 요즘의 멀티플렉스 상영관들은 영사실의 동선이 일자로 되어 있어서 트레일러의 상영관 이동도 가능하다고 알고 있는데, 고정되어 있는 저 모습을 보니 <시네마 천국>이라는 영화가 불현듯 떠올랐습니다. 참고로 엔딩 크레딧때 보니 <미션>의 음향 포맷은 Dolby Stereo로 나오더군요. 옛날 영화니까 당연한 것이겠죠. 프린트의 소스로 보았을때 비주얼과 오디오의 퀄리티는 애시당초 기대할 수 없는 영화였고요. 


상영관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뒤에서 담아본 모습입니다. 옛날 단관 시절의 느낌이 가장 확실하게 다가오는 공간이였습니다. 뭐라고 해야 할까요. 이곳만큼은 시간이 그대로 정지해 있는듯 했다고 해야 할까요.

먼저 좌석을 말씀드리면요. 요즘의 멀티플렉스 상영관처럼 스타디움 방식의 구조였다면 절대로 295석의 좌석은 들어갈수가 없었을 겁니다. 좌석이 약간은 비좁은 것도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요즘의 상영관들은 저렇게 완만한 경사의 단순한 구조로 좌석을 배치하지 않거든요.

1편 포스트에서 이웃 블로거 분께서 댓글에 말씀하시기를 '상상을 초월하는 의자에 놀랐다'라고 하셨는데, 단관 시절을 경험하시지 못하셨다면 그 표현은 가장 솔직한 느낌이라고 생각됩니다. 요즘 좌석처럼 컵 홀더(3)도 없고, 위로 올릴수도 없는 고정되어 있는 팔걸이거든요. 재질은 딱딱한 나무 받침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좌석을 바라보면서 '내가 옛날에는 이런 의자에 앉아서 영화를 봤었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요즘의 좌석은 뒷머리도 어느 정도 편안하게 받칠 수 있게 되어 있지만, 이 좌석은 본인의 의지로 머리를 들고 있어야 하는 것도 큰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좌석의 면적도 좁은 편이고요. 어쩌면 당연한 환경이였다고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상영관 내의 경사도가 거의 없고 좌석도 좁기 때문에, 앞 좌석의 관객으로 인하여 스크린의 상당 부분이 가려지는 것을 경험하실수도 있습니다. 다만 객석이 가득 채워질 가능성은 거의 없는 상영관이기 때문에, 고민하지 마시고 자리를 이동하셔서 보시면 되실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제 뒤의 여성 관객분은 결국 자리를 옮기시더군요. 저도 왠만하면 뒷 좌석의 관객을 배려하는 자세로 관람을 하는 편인데, 이곳에서만큼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상영관의 가로 면적이 넓지 않기 때문에 스크린도 작은 편이였습니다. 메가박스 코엑스점과 좌석수로만 비교를 해보면 허리우드 클래식은 그곳의 8, 9관에 해당되는 상영관이니까 얼추 짐작이 되실 겁니다. 코엑스점의 8. 9관보다 더 작은 규모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왼편에 비상구를 안내하는 파란등의 눈이 부실 정도의 싸인도 참 오랜만에 보았습니다. 요즘 같았으면 컴플레인의 대상이 될수도 있겠지만 그러려니 하는 마음이 들더군요.

<미션>이 옛날 작품이라서 상영관의 AV 퀄리티에 대한 평가 및 느낌을 알기는 힘들었습니다. 낡은 시설의 상영관에서 오래전 소스의 프린트로 상영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AV 퀄리티를 따진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우스운 일이 될수도 있겠죠. 개인적으로는 '추억'과 '영화'라는 두가지 요소가 공존하면서 큰 거부감 없이 이러한 환경을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추억의 흥행작 전용 상영관'을 표방하고 있으니 옛 향수를 느껴보시고 싶으신 분들은 한번 발걸음을 옮겨보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옛날 생각이 많이 떠올라서, 추억이 가득한 과거로의 짧은 여행을 다녀온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1) 인터파크와 맥스무비 등에서 인터넷 예매를 할 수 있습니다. 저의 경우는 인터파크에서 예매를 했는데 허리우드 클래식의 경우 좌석 선택을 할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허리우드 클래식의 자체 예매 사이트는 현재 없습니다.

(2) <영웅본색> 1편은 8월 8일에 개봉한다고 합니다.  

(3) 컵 홀더가 있기는 있었습니다. 팔걸이가 아닌 앞 좌석의 뒷편에 있더군요. 앞 좌석의 관객이 움직여도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는데, 그나마 제 앞의 컵 홀더는 부러져 있었습니다. 재정상 보수를 할 엄두를 못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새창으로 가기  허리우드 클래식, 사라져가는 단관 극장의 소중한 추억들 (1) 
by 배트맨 | 2008/06/28 12:32 | 극장이 좋아요 | 트랙백 | 핑백(2) | 덧글(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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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ed at 배트맨이 들려주는 이야기. 레.. at 2008/11/17 12:17

... 니다. 관련 글을 아래에 링크해봅니다. 허리우드 클래식, 사라져가는 단관 극장의 소중한 추억들 (1) 새창으로 보기허리우드 클래식, 사라져가는 단관 극장의 소중한 추억들 (2) 새창으로 보기해피 고 럭키 (Happy-Go-Lucky)15세 이상 관람가상영시간 118분영국에서 건너 온 코미디/드라마 작품이네요.&nbs ... more

Commented by haru at 2008/06/28 15:05
오드리 햅번 이쁘기도 하지만 마음씨 마져 고와서

제가 좋아하는 배우랍니다.



근데 저런 단관의 정보는 어디서 얻을수 있을까요?

저희 동네도 있는지 궁금한데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06/28 15:30
저도 오드리 헵번을 좋아합니다. 배우보다는, 인간으로서 더욱 그녀를 존경합니다. '오드리 헵번 어린이 재단'을 아들이 운영하고 있더군요. 초상권 계약을 맺어서 들어오는 수익금은 어린이 구호 활동에 지원한다고 하니 자식 농사도 잘 지은 것 같습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예매 사이트 등에서 거주하시는 지역을 선택한 후, 나열되는 해당 지역 상영관들을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다만 요즘은 단관 상영관들이 거의 없어졌기 때문에, 원하시는 정보를 얻으시는 것은 힘드시지 않으실까 생각됩니다.

오늘날까지 살아 있는 단관 상영관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하지만, 제가 도움을 드릴 수 있다면 아낌없이 조언해 드리겠습니다.
Commented by poppa at 2008/06/28 15:58
오드리 햅번을 알바로 채용해서 쓰고 있나니... '참 곱고 아름답다'는 말이 딱 햅번을 위한 말 같다는 생각도 평소에 많이 해봅니다.

배트맨님의 글과 사진을 보고 있으니 딱 나른한 오후에 LP판 틀어놓고 옛 사진 들춰보는듯한 느낌이네요~ 향수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좋은 포스팅이십니다^^

저는 가끔 제가 일하는 것을 두고 오리같다!고 생각할 때가 있지요. 영화 보시러 오시는 분들은 여가활용하러 편하게 극장을 찾아주시는거지만 그 안보이는 뒷켠에선 밸 지랄같은일도 가끔은 생깁니다. 마치 물 위의 오리는 가만 있는듯 보여도 그 수면 아래선 발바닥 땀나게 젓고 있을 오리의 발처럼 말이죠.ㅎㅎㅎ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06/28 16:12
멀티플렉스 상영관조차도 채용하지 못한 오드리 헵번에게 저런 단순한 일을 시키고 있더군요. 말씀하신 것처럼 정말 외모도 곱고 마음도 아름다웠던 천사 같았던 배우에게요. -_-a

LP판을 틀어놓은 후 옛 사진을 들춰보는 느낌이시라니, 이 포스트에 대한 최고의 찬사이신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음악 저작권 문제만 아니라면, 어울릴만한 OST를 포스트 위에 띄워놓았을텐데요. ^^;

상영관의 하드웨어는 나날이 발달하고 있지만 poppa님께서는 더 부담을 느끼실 것도 같습니다. 온라인에서 정보가 공유되다 보니, 화면비부터 시작해서 음향 퀄리티, 엔딩 크레딧 등을 모두 꼼꼼히 살펴보는 관객들도 있으니까요. 음향 포맷도 종류가 다양해졌고, 이래저래 신경 쓰시는 부분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poppa님 같은 분들 덕분에 저같은 관객은 정말 시원한 곳에서 편하게 영화를 즐길 수 있는 것일테고요. poppa님 화이팅입니다! ^^*
Commented by 요다개구리 at 2008/06/28 19:31
음...옛날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인가요...
영웅본색이라...ㅎㅎ
저런 극장도 있군요...오래 전 남포동 극장들이 생각나네요 ㅎㅎ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06/28 20:07
극장가의 실질적인 소비 주체가 20대인 것을 감안하면, 사실 낡은 단관 상영관은 경쟁력이 없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같은 금액을 지불하고 굳이 허리우드 클래식으로 가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죠. 그래서 자구지책으로 '추억의 흥행작 전용 상영관'을 컨셉으로 하고 있는데, 오히려 괜찮은 영업 전략인 것 같습니다. ^^*

저런 시설의 단관 극장은 최신 할리우드 블럭버스터를 걸어도 관객이 올리가 없으니까요. 많이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이제는 세상이 정말 많이 바뀌었네요..

포스트 보시니까 옛 생각 떠오르시죠? ^_^
Commented by 포케 at 2008/06/28 21:25
옛날 단관극장은 모두 저런 형태를 갖추고 있나요?
어렸을 때 인천에 있던 단관극장에 몇 번 갔던 기억이 있는데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아리송하네요.
처음으로 극장에 가서 본 작품은 1995년에 개봉한 토이스토리였는데 난생처음 가서 본 작품이어서 그런지 작품에 대한 기억은 또렷하네요.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06/28 22:50
당시에는 스타디움 방식의 상영관 구조가 없었기 때문에, 사진처럼 완만한 경사에 복층 구조를 하고 있었습니다. 1층의 관객과 2층의 관객이 같이 영화를 보는 구조였었죠. 때문에 어쩌다가 2층의 제일 앞 열로 좌석을 배정받으면 그렇게 좋을수가 없었습니다. ^^*

그리고 상영관의 후면은 물론이고, 양쪽 측면으로 중간 중간마다 여러개의 출입문이 커텐과 함께 있었습니다. 포케님께 댓글을 적다보니 또 새록 새록 옛 추억들이 떠오르네요..

저는 처음으로 극장에 가서 본 영화가 <마루치 아라치>라는 만화영화였습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요. ^_^
Commented by 아오네꼬 at 2008/06/29 00:44
꼭 한번 가보고싶네요. 저도 언제부턴가 저런 분위기 극장이 그리웠답니다. ㅋㅋ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06/29 11:49
7월중에는 영화제 같은 이벤트를 한다고 하고, 8월에는 <영웅본색>을 재개봉할 예정이라고 하니, <미션>이 꽤 오랫동안 걸려 있을 것 같습니다. 시간이 되실때 한번 발걸음을 옮겨보셔서 그리움을 달래보세요. ^^*

관련 홈페이지와 전화번호는 제 포스트중 아래를 참고하시고요.
http://gilwon.egloos.com/1939051
Commented by 신어지 at 2008/06/29 01:24
아래 서울아트시네마 홈페이지입니다. ^^
http://www.cinematheque.seoul.kr/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06/29 12:10
서울아트시네마의 홈페이지 정보 고맙습니다. 독립 영화 전용관으로 운영되고 있는가보군요. 프로그램을 봤더니 저와는 좀 친해지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_-a

하지만 다양한 영상 문화를 제공한다는 취지와, 비주류 영화 예술인들이 대중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장소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생각되네요. ^^;
Commented by comodo at 2008/06/29 05:10
저도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다닌 세대긴 하지만 그래도 동네에는 저런 자그마한 영화관들이 많이 남아있었어요. 극장 내부의 모습은 그래도 낯설지는 않에요. 왠지 다행입니다. 아하하. 아 그리고 오드리햅번이 저렇게 좋은 일을 많이 한다는건 여기서 처음 알았네요. 얼굴이 예쁘니 마음씨도..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06/29 12:17
오드리 헵번은 그야말로 천사였었죠. 모든 여배우들, 아니 모든 사람들의 귀감이 될만한 아름다운 인생을 보냈다고 생각됩니다. 저는 인간으로서의 그녀를 존경합니다. 현재 자선 재단을 아들이 운영하고 있다는데, 어머니의 뜻을 이어받아서 어린이 구호 활동에 생을 보내고 있으니 자식 농사도 잘 지은 것 같습니다.

저는 20대 중후반까지 단관 상영관에서 영화를 보았기 때문에, 이러했던 문화 공간에 대한 향수가 깊이 남아 있습니다. 때문에 이제는 찾을 수 없는 잃어버린 공간들과 시간들이 그립기도 하고요. 앞으로도 허리우드 클래식의 라인업은 종종 살펴볼까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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