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매우 대중적이며 오락성을 추구하는 영화 취향을 갖고 있지만, 이번주에 개봉한 라인업중에서 신작들을 제치고 단연 저의 눈길을 사로잡은 작품입니다. 1986년도에 개봉을 한 후 오랜 세월을 뛰어넘어 20일에 재개봉(1)을 했는데 이번에는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상영관으로 향하기 전부터 가슴이 두근거리더군요. 1986년 깐느영화제 황금종려상(최우수 작품상) 등 이 작품이 들어올린 트로피들을 굳이 나열하지 않아도, 오늘날까지 회자되는 명작이라는 사실에 이견을 말씀하실 분은 없으실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이 영화의 관람 여부를 떠나서 Gabriel's Oboe(2)라는 곡을 저처럼 즐겨듣고 계실테고요.
상영관의 시설이야 당연히 감수를 해야 할 부분일 것 같았고 다만 한가지가 걱정되었습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때 테마곡을 들으며 여운을 마음껏 즐기고 싶은데, 과연 끝까지 엔딩 크레딧(3)을 틀어줄까 하는 우려였습니다.
이 영화에 참여한 스탭(4)들과 배우들을 살펴보면 거의 드림팀이라고 해도 무방할듯 싶습니다. 배우들은 따로 말씀을(5) 안드려도 될 것 같고, 스탭들 또한 필모그래피를 찾아보면 눈이 휘둥그래질 영화들이 꽤 여러편 보입니다. 다만 최근에는 롤랑 조페 감독이 매우 부진한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멋진 작품으로 연출 경력을 잘 마무리 지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 영화는 1750년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브라질 국경에서 벌어진 역사적 실화입니다.'라는 자막과 함께 시작하더군요. 깐느 그랑프리 작품에 대해서 이런 이야기를 하면 당혹스러운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지만, 연출의 세밀함이라던가 완성도가 생각했던 것만큼 높지는 않았습니다. 이 영화는 메시지가 영광을 안겨준 것 같더군요. 물론 이것만으로도 오늘날까지 회자될 자격은 충분한 작품이였습니다. 노예상인 멘도자(로버트 드니로) 형제의 갈등, 가브리엘(제레미 아이언스) 신부와 멘도자에게 원주민들이 경계심과 적대심을 풀게 되는 순간, 마지막 결전을 앞두고 갈등이 빚어지는 멘도자와 가브리엘 등의 설정이 상당부분 생략된채 전개가 됩니다. 롤랑 조페는 드라마의 응집력을 다른 곳에 두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세속을 초월한 신앙의 참된 사랑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세상과, 그렇지못한 세상이 부딪치게 되면서 벌어지는 내러티브에 모든 드라마를 할애합니다. 이 두 세상의 경계선에 서있던 캐릭터가 멘도자인 동시에, 오늘날 종교를 갖고 있는 대부분의 관객들일테고요. 하지만 드라마적인 감동이 후반부로 연계되는 폭이 크지않아서, 드라마적인 밸런스가 좀 더 잘 배치가 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전달력은 매우 크게 다가오며, 그것을 위한 영화적인 장치들도 잘 배치되어 있습니다. 배우들과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은 관객들에게 이와같은 내용을 정서로 변환하는 최고의 메신저같은 역활을 다 해내고요. 영화 <미션>은 관객들에게 성찰을 요구합니다. 1750년 남미를 찾아온 이방인들과 마찬가지로, 현대인들 또한 영원히 끝이 나지 않을 성찰이겠지만요.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에서 감동을 느끼는 것이겠지요.
끝으로 스탭롤이 모두 올라가면 보너스 컷이 나옵니다. 이번 재개봉작은 무삭제판이라고 하던데, 외국의 영화 사이트들은 126분으로 표기를 하고 있고, 국내의 영화 사이트들에는 125분이라고 표기가 되어 있습니다.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영화가 끝난 후 상영관 안으로 인사를 하러 들어온 허리우드 클래식의 대표를 만날 수 있어서 이에 대해서 물어보았습니다. 네이버의 DB를 참고해서 그런 것 같다고 하더군요. 시사회를 한차례 했었는데 일부에서 다소 지루하다는 평이 나와서 - 관람해보니까 지루한 것은 전혀 모르겠던데 - 컷트를 하자는 의견도 나왔었지만, 무삭제로 개봉을 그대로 했다고 하네요.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1) 허리우드 극장, 드림시네마 두곳의 상영관에서 개봉을 했습니다. 두개의 상영관은 '추억의 흥행작 전용 상영관'으로 탈바꿈을 해서 대중들에게 다가서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2) 주제곡은 On Earth As It Is In Heaven이라는 곡입니다. Gabriel's Oboe와 전체적인 운율은 비슷한데, 영화의 메시지를 좀 더 잘 함축한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엔딩 크레딧에는 이곡이 흘러나오는 것 같더군요. 엔니오 모리꼬네의 서정적인 음악은, 이 영화의 메시지와 감흥을 전달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도 했으며, 관객의 정서를 상영관 안에서 경험할 수 있는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려줍니다. 그야말로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영화 음악가중에서 엔니오 모리꼬네를 가장 좋아하기도 합니다.
(3) 어쩌면 서울에서 가장 낙후된 시설의 상영관에서, 또한 가장 오래전 영화를 상영하는 상영관에서 저는 생각지도 못했던 가장 감격적인 엔딩 크레딧의 분위기를 맛볼 수 있었습니다. 엔딩 크레딧을 끝까지 모두 틀어준 것은 물론, 관객들 거의 대부분이 끝까지 엔딩 크레딧의 여운을 즐기더군요. 영화를 볼때마다 항상 끝까지 엔딩 크레딧을 보고는 했지만, 이번처럼 관객들 대부분과 함께 한 적은 처음입니다. 단 한분도 안나가시는 것 같았습니다.
(4) 제작자 데이빗 퍼트남, 각본을 담당한 로버트 볼트, 미술을 담당한 스튜어트 크레이그의 필모그래피를 보면서 특히 놀랐었습니다. 그 외 스탭들도 눈에 익은 다수의 영화들에 참여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5) 로버트 드니로의 동생으로 나오는 에이단 퀸의 싱그러운 청춘 시절 모습을 볼수가 있었습니다. 훗날 <가을의 전설>에서 삼형제중 장남으로 나온 배우이기도 했지요.
'허리우드 클래식'과의 조우를 앞두고 (새창으로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