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지 않은 관객들이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작품은 시간이 흐를수록 오락성이 사라져가고 있다고 말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샤말란 감독의 재능을 매우 좋아합니다. <식스 센스>부터 <빌리지>까지 네 편의 작품을 모두 상영관에서 만족스럽게 보았으니 팬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이번 신작에 대한 호기심은 사뭇 여느 때와는 달랐습니다. 전작인 <레이디 인 더 워터>의 혹평과 참패(1) 이후 만들어진 영화였고, 샤말란의 작품 중에서는 처음으로 R등급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재미가 점점 사라져가는 것 같다는 일부 팬들의 질타도 내심 의식하고 있었을 테고, 무엇보다도 전작의 뼈아픈 실패가 그를 부담스럽게 만들었을 겁니다. 하지만 오히려 긍정적인 기대감이 들더군요. '그래 R등급을 받았으니 그동안 꺼내지 못했던, 하고 싶었던 이야기와 연출을 마음껏 펼쳐보세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샤말란은 전작에 이어서 또 다시 실패를 맛보게 될 것 같습니다. 평단과 대중 모두로부터 질타를 피할 수 없을 것 같네요. 한때 인터뷰에서 득의양양하게 '매직 트릭'(2)에 대해서 이야기하던 시절의 재능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물론 저는 그의 작품에서 특별한 반전만을 기대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영화적인 구성을 떠나서 그가 펼쳐보이는 장르적인 묘미, 밀도 높은 완성도 등에도 매력을 가득 느껴왔으니까요.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이 모든 것들이 증발해버렸습니다. 제작비가 5,700만$라고 하는데, 1억$를 쏟아부었어도 달라질 것은 없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먼저 R등급을 어리석게 이용하고 있습니다. 할리우드 영화는 대부분 고어한 표현으로 스릴감을 연출합니다. 문화와 정서가 다르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샤말란은 이러한 할리우드의 일반적인 방법에서 탈피하여,
관객들을 서서히 구석으로 몰고가는 방법으로 스릴감을 안겨줍니다. 그런데 R등급을 선택한 그가 자신의 스타일을 버린 채, 전반부에 매우 고어한 연출을 보여줍니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 다른 긴장감을 느낄 수 없었다는 점입니다. 잔인한 영상과 스릴감이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결코 아니니까요.
위에 적은대로 그의 작품에서 항상 '반전'이 백미가 될 수는 없겠지만, 그가 말하는 매직 트릭도 이 영화에서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A, B, 그리고 C만 있을뿐 D가 없더군요. C도 전반부에 보여주는 복선과 여러 장치로 이미 예측이 됩니다.
주이 디샤넬이라는 여배우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얼마나 연기력이 형편없는지 캐릭터에 대한 몰입이 전혀 안 되더군요. 아직 6월이지만 올해 최악의 여배우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앞으로 스크린에서 보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네요. 같이 연기한 마크 월버그와 존 레귀자모가 한숨 좀 쉬었을 것 같습니다.
주의 - 여기부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를 보지 않으셨다면 읽지마시길..
(주석에는 스포일러가 없습니다)
90분을 통틀어서 샤말란의 재능이 보이는 것은, 그리고 장르적인 묘미를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어느 할머니를 만나게 되면서입니다. 하지만 이 시퀀스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할머니와 부딪히게 되면서 발생되는
오락적인 묘미이기 때문에, 영화의 전반적인 흐름은 오히려 끊어지더군요. 더군다나 할머니 캐릭터에 대해서는 그 어떤 묘사나 설명이 전혀 없습니다. 주인공들도 모르지만 관객들도 알 수 있는 것이 전무한 연출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장르적인 묘미를 위해서 삽입을 해놓은듯 싶은데, 구성과 완성도 면에서는 경악을 금치 못할 시퀀스이기도 했습니다.
종반부에서 묘사하는 '되찾은 사랑'으로 극복을 한다는 것도 실소를 자아내게 합니다. 그 과정과 도출에는 진부함만이 가득할 뿐이네요. 원인이 된 것에 대한 결론을 그렇게 내린 것은 이해가 되지만, 정작 중요한 등장 인물들과 연계된 - 메시지를 전달하는 - 연출은 받아들이기 힘들더군요. 하지만 이 두 가지를 모두 받아들이지 못한 관객들도 많았나 봅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 객석이 꽤나 술렁거렸으니까요.
(1) <레이디 인 더 워터>는 아쉽게도 관람하지 못했습니다. 평단과 대중들로부터 혹평 세례를 받은 어쩌면 그의 첫 번째 실패작이라고 할 수도 있겠는데, 그래서 안 본 것이 아니라 당시 개인적인 사정으로 몇 개월동안 상영관으로 발걸음을 옮기지 못했었습니다. 재개봉만 된다면 지금이라도 꼭 보고싶네요.
(2) 관객에게 A, B를 던져준 후 C를 예측하게 한다. 또 다시 A, B를 제시하면 관객은 C를 떠올리게 된다. 이런 것을 반복하다가 어느 순간 A, B를 제시하고 관객은 C라고 생각할때, C가 아닌 D를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