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영화가 우리나라의 박스오피스를 석권하는 풍경은 자주 일어나는 일이 아닙니다. 이 작품을 들여다보니 연출자보다는 다른 이름이 눈에 들어오네요. 제작 및 각본에 참여한 '뤽 베송'입니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의 이름을 기억하고있지만, 1990년대 중반 이후로는 영 힘을 못써온 것도 사실일 것입니다.
많은 관객들이 이 영화를 호평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지만, 이 작품을 보고나니 앞으로도 뤽 베송이 예전과 같은 영광을 누리기는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연출은 '피에르 모렐'이 맡았지만, 뤽 베송이 제작을 했기 때문에 그의 입김을 많이 받지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1)
먼저 영화 자체에 대한 느낌을 이야기해 본다면 오락성은 즐길 수 있는 작품이였습니다. 상영 시간이 93분밖에 안되는데, 상영관을 나서면서 편집을 그렇게 해버린 이유도 수긍이 갔습니다. 제작 목적이 뚜렷한 영화이거든요.
이 작품은 크게 3가지를 목표로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첫째는 오락성이며, 둘째도 오락성이고 셋째도 오락성입니다. 제작자와 연출자가 이와같은 의도를 사전에 충분히 공유하지 않고서는 이러한 작품이 나오기도 힘들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처럼 대중적인 기호를 가진 관객에게 이러한 영화는 반가움이 앞서는 것도 사실입니다. 상업 영화에 있어서 오락성만큼 중요한 것도 없을테고요. 그런데 이 영화는 2가지가 공존합니다. 기대에 어느정도 부응해주는 오락성과 더불어, 상상도 못한 엉성한 완성도가 바로 그것입니다.
영화가 재미있으면 눈감아줄 수 있는 범위도 그만큼 늘어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 범위가 팝콘 영화라는 이유로 묵인할 수 있는 테두리를 과도하게 벗어나면 저는 혼란스러워지더군요. 재미있게는 보았지만 요즘에도 영화를 저렇게 허술하게 만들 생각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캐릭터를 설명하기 위해서 가수의 공연 직후 뜬금없이 펼쳐지는 어느 씬이라던가, 80년대에나 보았음직한 맹렬히 가로지르는 자동차 뒤로 폭발하는 이유없는 드럼통들. 그리고 의문을 갖게 만드는 귀국 시퀀스까지요. 별 고민없이 시나리오를 쓴듯 보이는 진부함과, 쓰다말고 그냥 덮은듯한 개연성이 실종된 이 작품은 근래 보기드물 정도로 허술함이 가득 보이기도 합니다.(2)
흥미롭게는 보았지만 이 작품이 이렇게 호평을 받아야 할 영화인가 하는 물음에는 고개가 갸우뚱해지네요. '제이슨 본'의 20년 후 이야기라는 우스갯 소리도 있던데 글쎄요. 세월이 아주 많이 흘러서 폴 그린그라스 감독의 판단력이 매우 흐려지면, 이렇게 엉성한 영화를 만드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뤽 베송은 분명히 성공한 영화인이지요. 이렇게 성공한 사람에게는 명예가 가장 중요할 것 같은데 그는 아직까지 돈이 우선인가봅니다. 예전에 오락성과 더불어 완성도까지 모두 보여준 시절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어졌네요. 뤽 베송의 영화에 이제 이성은 없어지고 사악한 감성만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두둑해진 지갑이 그를 변하게 한 것일까요? 그의 몇 작품들은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있는데 말입니다.
사자가 없으면 여우가 왕이라더니, 1년중 가장 비수기의 끝자락에 이런 영화가 호평까지 받으며 박스오피스 권좌에 올라있습니다. 이제 며칠후면 극장가의 비수기가 드디어 끝난다는 점이 반가울뿐입니다.
(1) 이번 작품이 2번째 연출작인 '피에르 모렐'의 촬영과 연출 커리어를 보니, 대부분 뤽 베송과 연관이 있더군요.
(2) 먼저 이 주석에는 스포일러가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영화를 보지 않으셨다면 읽지 마시길..
가수의 공연직후 뜬금없이 칼을 들고 나타나는 괴한을 보면서 뤽 베송 이 양반 왜 이렇게 망가진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영화내내 주인공이 사투를 벌이는 조직의 배후에 부패한 공권력이 있었고, 그 중심에 있는 인물의 가정에서 총격까지 벌어지는데 온전히 프랑스 공항을 떠날 수 있더군요. 팝콘 영화니까 그냥 눈감아주기에는 영화내내 펼쳐놓은 플롯들이 얽혀있어서 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