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얼음집 안에 서툴게 집어넣은 영화들과 상영관들. (2006.10.23~)
by 배트맨

테이큰 (Taken)

프랑스 영화가 우리나라의 박스오피스를 석권하는 풍경은 자주 일어나는 일이 아닙니다. 이 작품을 들여다보니 연출자보다는 다른 이름이 눈에 들어오네요. 제작 및 각본에 참여한 '뤽 베송'입니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의 이름을 기억하고있지만, 1990년대 중반 이후로는 영 힘을 못써온 것도 사실일 것입니다.

많은 관객들이 이 영화를 호평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지만, 이 작품을 보고나니 앞으로도 뤽 베송이 예전과 같은 영광을 누리기는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연출은 '피에르 모렐'이 맡았지만, 뤽 베송이 제작을 했기 때문에 그의 입김을 많이 받지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1)

먼저 영화 자체에 대한 느낌을 이야기해 본다면 오락성은 즐길 수 있는 작품이였습니다. 상영 시간이 93분밖에 안되는데, 상영관을 나서면서 편집을 그렇게 해버린 이유도 수긍이 갔습니다. 제작 목적이 뚜렷한 영화이거든요.
이 작품은 크게 3가지를 목표로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첫째는 오락성이며, 둘째도 오락성이고 셋째도 오락성입니다. 제작자와 연출자가 이와같은 의도를 사전에 충분히 공유하지 않고서는 이러한 작품이 나오기도 힘들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처럼 대중적인 기호를 가진 관객에게 이러한 영화는 반가움이 앞서는 것도 사실입니다. 상업 영화에 있어서 오락성만큼 중요한 것도 없을테고요. 그런데 이 영화는 2가지가 공존합니다. 기대에 어느정도 부응해주는 오락성과 더불어, 상상도 못한 엉성한 완성도가 바로 그것입니다.

영화가 재미있으면 눈감아줄 수 있는 범위도 그만큼 늘어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 범위가 팝콘 영화라는 이유로 묵인할 수 있는 테두리를 과도하게 벗어나면 저는 혼란스러워지더군요. 재미있게는 보았지만 요즘에도 영화를 저렇게 허술하게 만들 생각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캐릭터를 설명하기 위해서 가수의 공연 직후 뜬금없이 펼쳐지는 어느 씬이라던가, 80년대에나 보았음직한 맹렬히 가로지르는 자동차 뒤로 폭발하는 이유없는 드럼통들. 그리고 의문을 갖게 만드는 귀국 시퀀스까지요. 별 고민없이 시나리오를 쓴듯 보이는 진부함과, 쓰다말고 그냥 덮은듯한 개연성이 실종된 이 작품은 근래 보기드물 정도로 허술함이 가득 보이기도 합니다.(2)

흥미롭게는 보았지만 이 작품이 이렇게 호평을 받아야 할 영화인가 하는 물음에는 고개가 갸우뚱해지네요. '제이슨 본'의 20년 후 이야기라는 우스갯 소리도 있던데 글쎄요. 세월이 아주 많이 흘러서 폴 그린그라스 감독의 판단력이 매우 흐려지면, 이렇게 엉성한 영화를 만드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뤽 베송은 분명히 성공한 영화인이지요. 이렇게 성공한 사람에게는 명예가 가장 중요할 것 같은데 그는 아직까지 돈이 우선인가봅니다. 예전에 오락성과 더불어 완성도까지 모두 보여준 시절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어졌네요. 뤽 베송의 영화에 이제 이성은 없어지고 사악한 감성만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두둑해진 지갑이 그를 변하게 한 것일까요? 그의 몇 작품들은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있는데 말입니다.

사자가 없으면 여우가 왕이라더니, 1년중 가장 비수기의 끝자락에 이런 영화가 호평까지 받으며 박스오피스 권좌에 올라있습니다. 이제 며칠후면 극장가의 비수기가 드디어 끝난다는 점이 반가울뿐입니다.

(1) 이번 작품이 2번째 연출작인 '피에르 모렐'의 촬영과 연출 커리어를 보니, 대부분 뤽  베송과 연관이 있더군요.  

(2) 먼저 이 주석에는 스포일러가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영화를 보지 않으셨다면 읽지 마시길..
가수의 공연직후 뜬금없이 칼을 들고 나타나는 괴한을 보면서 뤽 베송 이 양반 왜 이렇게 망가진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영화내내 주인공이 사투를 벌이는 조직의 배후에 부패한 공권력이 있었고, 그 중심에 있는 인물의 가정에서 총격까지 벌어지는데 온전히 프랑스 공항을 떠날 수 있더군요. 팝콘 영화니까 그냥 눈감아주기에는 영화내내 펼쳐놓은 플롯들이 얽혀있어서 말입니다. 

by 배트맨 | 2008/04/28 07:08 | 영화를 보고온 후 | 트랙백(3) | 덧글(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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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Different Ta.. at 2008/04/28 07:59

제목 : 테이큰 (Taken, 2008)
★★★☆☆ 뤽 베송이 제작한 액션 영화들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이 영화도 그저 그런 건가 보다 싶었는데 영화가 꽤 개운하다는 평도 있고 지난 주말 박스오피스 1위도 했길래 저도 봤습니다. 개인적인 기준으로는 굉장히 한가한 가운데 부담없이 봤기에 방정이지 바쁜 와중에 일부러 찾아가서 봤더라면 역시나 그럼 그렇지 하며 안타까워 했을, 뭐 그런 정도네요. 깔끔하게 잘 만들었더군요. 피에르 모렐 감독의 데뷔작 (2004)은 못봤습니다만.....more

Tracked from 스테판's Movie .. at 2008/04/28 09:53

제목 : [리뷰] 테이큰 (Taken, 2008)
"테이큰"의 팜플렛 뒷면을 보면 커다랗게 '"세븐데이즈", "추격자"를 잇는 2008년 최고의 추격 스릴러!' 라고 써놨네요. 이런건 그냥 홍보용 문구인거 다들 아시죠? 전직 국가요원이던 브라이언 밀즈는 아내와 이혼하고, 아내의 새남편과 같이 사는 딸에 대한 걱정으로만 사는 남성입니다. 딸의 17세 생일이 지나고 얼마 뒤, 자신의 걱정은 뒤로 하고 딸은 친구와 함께 유럽여행을 떠나고, 브라이언은 그런 딸 걱정에 또 한숨입니다.결국 그의 걱정은 ......more

Tracked from Movie rewind at 2008/04/29 10:38

제목 : 테이큰-<본 시리즈>의 20년후 같던 영화!
의 스토리는 일단 이렇다. 평생을 나라의 안위를 위해 희생하며 사느라 아내 '르노어'(팜케 얀센)와 이혼을 하고 하나뿐인 딸과의 추억을 되새기며 사는 전직 특수요원 '브라이언'(리암 니슨)은 이제 17살이 된 딸 '킴'(매기 그레이스)의 유럽투어 여행을 마지못해 보내는데 연락두절 상태에서 간신히 전화 통화가 되지만 곧 딸의 납치에 직면하게 되고 그 상황에서 그나마 알수있는 납치범의 정보라고는 손의 문신과 한마디의 음성뿐... 이에 브라이언은.....more

Commented by 신어지 at 2008/04/28 08:19
ㅎㅎ 정말 적절한 비유시네요. 사자가 없으면 여우가 왕이라더니. 작품으로만 보면 정말 겨우 이 정도였나 싶죠. 다들 개봉을 꺼리는 시기에 용감하게 상영일자를 잡아서 박스오피스 2주 연속 1위까지 했으니 배급사에게 칭찬을 돌려야 할 것 같습니다.

아주 빼어나게 잘 만든 영화는 아니지만 제가 보기에는 그렇다고 뭐 그렇게까지 허술하게 보이지는 않더군요. 정말 허접한 B급 영화 대비 나름대로 잔머리를 열심히 굴려 쓴 시나리오다,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뤽 베송의 예전 연출작들이 그리운 건 마찬가지지만요. 과거에는 뤽 베송 얘기가 나오면 누벨이마쥬가 어쩌고 했었는데 요즘은 스타일은 내팽개치고 오락성에만 치중하는 영화인이 되어버리셨네요.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04/28 09:13
신어지님// 뤽 베송의 최근 10년간 행보를 보면, 어쩌다가 그가 이러한 영화들만 탐닉을 하게 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끊임없이 제작을 하고 있는 것은 곧 자본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인데, 그의 비상했었던 재능을 오직 한곳에만 쓰고 걷어들일 궁리만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네요. 실망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물론 오락성도 충분했지만 영화의 믿을 수 없는 허술함이 그것을 상쇄해버리는듯한 느낌이였어요. 머리를 식힐만한 영화를 꾸준히 찾아오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토요일 심야에 극장문을 나서면서 '내가 이 영화를 보려고 주말 밤에 붐비는 극장을 찾아온 것인가'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사자들이 왕의 자리를 다투는 모습을 어서 보고싶네요. ^^*
Commented by 스테판 at 2008/04/28 09:55
밑도끝도 없이 액션만 펼쳐보인다는 점에서 전 차라리 예전의 "거침없이 슛 뎀 업!"이 훨씬 재밌더군요. 그 영화는 말그대로 킬킬대며 보기라도 했지(뭐, 그게 목적인 영화였지만요.), 이 영화는 정말 뭐야~; 이 말 밖에는 안 나와서 말이죠. 말씀 대로 사자들끼리 붙는 달이 다가왔습니다 만쉐~ ㅜ_ㅠ..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04/28 10:17
스테파님// 워낙 비수기이니까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것은 이해가 가지만요. 관객들의 호평 일색인 것은 사실 납득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원래는 관람 목록에 없었던 영화였는데, 워낙 호평뿐이고 비수기를 견디기가 힘들어서 극장을 찾아갔더니만.. -_-

여름에 개봉을 했으면 박스오피스 성적은 둘째치고, 이렇게까지 호평들이 많았을까 의심이 들기도 합니다. 사자들이 어서 달려와서 여우들을 쫓아냈으면 좋겠네요. 5월에는 우리 모두 블로깅을 하면서 만세를 외쳐볼 수 있는거겠죠? ^^*

올해의 비수기는 유례가 없었던 궁핍한 시간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내년도 이러면 봄에는 블로그 접어놓으려고요.. orz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04/28 13:23
스테판님// 앗! 닉네임의 오타가 있었네요. 스테파님이라고 적은 것 '스테판님'으로 정정합니다. 미안합니다. T.T
Commented by 포케 at 2008/04/28 22:15
어느 분이 강추하시길래 오랜만에 좋은 영화가 나왔나 싶었는데 배트맨님 평가는 평균이거나 그 이하인 듯 싶군요.
재밌는지 재미없는지는 주관적이지만 허술함이 지적된 이상 보고 싶은 마음은 없네요. -_-;

아, 보통 한달에 2~3편 정도는 극장에 가서 보곤 했는데 요즘은 뭔가 가고 싶은 마음이 안드네요.
어제는 캐치온에서 레지던트이블 인류의 멸망을 봤습니다.
이거 나온지 얼마 안된 영화인데도 뭔가 임펙트도 없고 그렇다고 딱히 기억에 남는 장면도 없어서 좀 실망했네요.
TV영화까지 이렇다닛;;; -_ㅜ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04/29 00:25
포케님// 많은 분들이 호평을 하며 강추를 하고 있는 영화이기는 합니다. 영화 자체가 재미는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그렇게까지 호평을 받을만한 영화인가 하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고요.

극단적으로 상업성을 지향하는 영화이고 팝콘 영화니까 완성도가 반드시 필요한 요소는 아니겠지만, 눈감아줄 수 있는 테두리를 벗어나는 부분이 꽤 보여서여. 글쎄요. 이렇게 허술한 완성도의 오락 영화도 오랜만에 보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영화를 가려서 봐왔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참고로 뤽 베송의 최근 10년간의 행보를 보면 좋은 영화라고 할만한 작품이 유감스럽게도 한편도 없습니다. 참고하시고요. ^^*

4월에는 저도 볼만한 영화를 찾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아무래도 1년중 극장가의 가장 비수기로 꼽히는 기간이기 때문에요. 다만 올해는 유독 좀 심했던 것 같네요..

영화채널 방송들이 의외로 소득없는 컨텐츠로 채워져있을때도 많죠. 잘 골라서 봐야하는데, 저 같은 경우 보고싶은 영화는 대부분 극장에서 보기 때문에 딱히 영화채널로는 시선이 안가네요.. -_-
Commented by comodo at 2008/04/29 05:04
전 이영화를 보지는 않았지만 테이큰은 정말 비수기에 개봉한 덕을 쏠쏠히 보고 있는 것 같아요, 정말 사자가 없으니 여우가 왕을 먹는군요 하하 재미있게 읽었어요!
Commented by poppa at 2008/04/29 10:37
'사자가 없으면 여우가 왕이다' ㅎㅎ 아주 아주 적절한 표현이시네요~ 흠... 그건 그렇고 진짜로 뤽 베송에게 이제 <레옹> <그랑블루>같은 영화를 바라면 안되는건지... 갈수록 아쉬운 감독이네요...
Commented by trinity at 2008/04/29 14:57
트랙백 감사합니다^^
근데 뤽 베송감독님은 ㅎㅎ '아더와 미니모이'인가 애니메이션 제작 하시지 않았나용??

그리고 뤽 베송 에 대한 실망(이라고 할까??)은 이미 '제5원소'에서 극에 달했었지 않습니까??ㅎㅎ
밀라 요보비치...뭘 어쩌라는건지..싶었던..ㅠㅜ

그래도 미워할수 없는 것은....저만의 생각이런지...푸핫..

근데 '사자'요?? 사자하면 역시 우리 '나니아 연대기 2'죠!! ㅎㅎㅎ

아 그리고 이름 바꿔봤습니다^^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04/29 19:53
comodo님// 네 맞습니다. 개봉 타이밍을 정말 잘 맞춘 작품인 것 같습니다. 영화가 끝난 후 '내가 이 영화를 보러 주말 밤에 이렇게 극장을 찾은 것인가'하는 생각이 재미있었다는 생각을 앞서더군요.

아무리 매년 찾아오는 극장가의 비수기라지만, 올해는 유독 심했던 것 같고요. 이러했던 극장가의 환경과 풍경이 이 영화에 대한 호평으로 이어진 것이 아니였을까 생각해봅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셨다니 고맙습니다. ^^*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04/29 20:00
poppa님// 이제 극장가의 비수기도 끝나가니, 여우들은 서둘러서 자기 본연의 위치들을 찾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

뤽 베송은 참 불가사의한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미 명성과 부를 모두 움켜쥔 사람인데, 10년을 넘게 한결같이 이런 영화들만 만들더군요. 이제는 뤽 베송에게 별 다른 기대라든가 그런 것이 안생깁니다.

이제 사자들이 귀환하는 계절이 바로 코 앞에 왔네요. poppa님의 극장도 관객들이 밀물처럼 몰려오겠는걸요. ^^;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04/29 20:10
trinity님// 그 양반 애니매이션을 만든 것 같던데, 이제는 관심조차 가지 않습니다. 최근 10년을 넘게 실망스러운 발걸음만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저는 이제 뤽 베송의 작품은 안중에도 두고싶지 않습니다. -_-a

이제는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제 5원소>를 아마 명보극장에서 봤을거예요. 상영관을 나서면서 실망을 했던 기억이 나는데, 그 작품이 뤽 베송 몰락의 시작일줄은 꿈에도 몰랐었죠. ^^*

말씀하신 <나니아 연대기>도 기다리고 있는 5월의 사자중의 한마리입니다. 전편을 재미있게 봐서요. 일단 <아이언맨>부터 시작하는겁니다. 5월이여 오라!

닉네임은 이제 통일하시는건가요? orz
Commented by trinity at 2008/04/30 01:52
--;;;;

죄송.......ㅠ

네 통일입니다..다른것 보다도..'내삶의스크린에서'님 이라고 하시는게 조금 불편해보였거든요...ㅎㅎ

그럼또...;;;;ㅎㅎ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04/30 09:04
trinity님// 사실 그동안 '내삶의스크린에서님'이라고 적는 것이 불편한 것은 있었습니다. 뭐 말씀은 드릴 수 없었지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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