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작을 통해서 재능을 보여준 공수창 감독의 두번째 연출작이지요. <알 포인트>를 꽤나 인상깊게 보았기 때문에, 그의 이번 작품이 무척 반가웠습니다. 장르와 소재가 얼핏보면 전작과 비슷한 테두리에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이번 작품은 공간과 시간을 아우르는 범위가 매우 다릅니다. 123분이라는 상영 시간을 그대로 연극 무대로 옮겨와도 괜찮을 정도로, 매우 국지적인 공간에서 진행이 되고요. 사건이 벌어지는 시간도 반나절이 채 안될 정도로 매우 짧습니다.
감독의 이러한 선택은 영화내에서 보이는 모든 요소들이 마치 퍼즐처럼 맞아들어가야만 그 매력을 관객에게 전달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표방하고 있는 장르가 미스터리 스릴러이기때문에 높은 완성도까지 필요했지요.
공수창 감독의 자신감이였을까요, 모험이였을까요? 그것이 무엇이든간에 그의 이번 작품은 예상외의 실망감을 안겨주었습니다. 이것이 능력의 한계인지는 다음 세번째 작품까지 두고 보고 싶습니다. 그만큼 그의 데뷔작이 강렬했었으니까요. <알 포인트>의 반응이 꽤 좋았었던 것으로 기억이 되는데요. 전작의 성공에서 감독 자신이 자유로워지지 못한 것이, 이번 신작의 - 흥행 여부와는 무관한 - 실패로 귀결된 것 같아서 많이 아쉽습니다.
모병제가 아닌 징병제인 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바쳐야 하는 젊은이들에게 주어진 공간과 시간은 수동적인 변화입니다. 삶 자체가 완전히 바뀌어버리는 이러한 변화속에서 피할 수 없는 극한 상황이 벌어지게 되었을때, 군인이기에 앞서 인간이기도 한 개인의 존엄성이 어떻게 파괴되어가는지 보여주는 것이 이번 작품의 주제로 보이는데요. 연출의 포인트가 이와같은 메시지의 과잉 투성이더군요.
완성도 하나에만 집중을 해도 풀어나가는 것이 쉽지않은 영화였을텐데, 연출의 역량을 이와같은 작품성에까지 확장을 하다보니 관객이 기대한 장르적인 매력과 오락성까지 사라지게 만들어버립니다. 이러한 연출 포인트가 작품의 전체적인 밸런스까지 무너지게 만들면서 완성도의 밀도까지도 떨어뜨리더군요.
이 작품에서 인상적인 것은 후반부에 보여주는 교차 편집밖에 없습니다. 완성시키지 못한 캐릭터들과 엉성한 전개는 미스터리의 매력을 전달해주지 못하며, 스릴러적인 요소를 맛볼 수 있는 것은 마치 할리우드의 호러물을 보는듯한 잔인한 비주얼을 통해서일뿐입니다. 저는 엔딩 시퀀스에도 동의를 하지 못하겠더군요.
상업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오락성과 더불어, 완성도와 작품성까지 보여준다면 환호를 보내는 것은 평단만이 아닐겁니다. 그것처럼 관객을 기쁘게 하는 것도 없을테니까요. 하지만 무리수를 두다가 이 세가지 요소를 다 잃어버릴바에는 그냥 한가지만이라도 충실하는 것이 관객을, 저같은 팬을 위한 연출이 아닐까 싶습니다. 공수창 감독이 가지고 있는 상영 영화의 재능은 이미 확인을 했기 때문에, 앞으로는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네요. 내가 보고싶은 것은 그의 재능이지 욕심이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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