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얼음집 안에 서툴게 집어넣은 영화들과 상영관들. (2006.10.23~)
by 배트맨

천일의 스캔들 (The Other Boleyn Girl)

'여성은 남성의 슈트를 입은 모습에 섹시함을 느끼고, 남성은 여성의 누드에 매력을 느낀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표현이 오늘날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겠지요. 

헨리8세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대중들에게 끊임없이 선보여지는 것은, 위와같이 현대인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요소들이 여전히 유효하게 우리들의 내면속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영화를 들여다보면 권력과 명예의 허상을 쫓는 사람들의 탐욕때문에, 헨리8세 주변의 여성들이 개인으로서의 아름다운 삶을 누리지 못하고 파멸해나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지만요. 115분을 줄곧 유지하는 큰 맥락은, 서두에 밝힌 표현이 바탕을 이루고 있습니다. 

헨리8세가 앤과 메리 볼린 자매를 성적인 도구로만 바라보았듯이, 오늘날의 작가들과 감독들은 주변 인물들과 더불어 얽히게 되는 탐욕 등을 재미를 - TV 시청률과 박스오피스 성적을 - 위한 도구로 적절하게 사용할뿐이지요.   

이 작품으로 데뷔를 한 저스틴 채드윅 감독은 드라마적인 완성도에 역량을 집중하며 생각외로 이야기를 잘 이끌어나갑니다. 지혜로운 선택이였다고 할 수 있겠지요. 관객의 입장에서도 드라마가 잘 전개되는 사극을 보는 것이 나쁜 선택은 결코 아닐겁니다. 

하지만 소재와 캐스팅된 배우들을 생각해볼때 관객들이 기대했던 것들은 조금 다른 곳에 있었나봅니다. 북미 시장에서는 지난 2월 29일에 13세이상 관람가로 개봉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1,900만$를 겨우 넘기고 있습니다. 이 작품의 예고편을 보면 야성미 넘치는 에릭 바나가 그 넓은 가슴 근육을 보여주며, 스칼렛 요한슨과 뜨거운 장면을 연출하는 것이 삽입되어 있던데요. 이와같은 마케팅은 분명히 감독의 연출 의도와는 다른 방향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스칼렛 요한슨이나 에릭 바나처럼 관능적이며 야성적인 이미지의 배우들을 캐스팅 하지 않았다면, 관객들이 좀 더 드라마에 집중하면서 - 드라마의 매력을 - 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저런 성적표를 받아야 할 정도로 영화적인 재미와 완성도가 떨어지는 작품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감독의 연출 의도와 캐스팅이 어긋나버린 경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나탈리 포트만을 제외한다면 말입니다.

이 작품에 어울리는 포스터는 바로 오른쪽으로 보이는 모습입니다. 스칼렛 요한슨이 연기하는 메리 볼린보다는, 나탈리 포트만이 연기하는 앤 볼린의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지요. 
제작사로서는 데뷔작을 치르는 감독이 못미더웠는지 <더 퀸>으로 골든글로브 각본상을 수상한 피터 모건을 참여시켰는데요. 덕분에 대사가 꽤나 흥미롭게 펼쳐집니다. 

아무래도 영국 왕실의 화려한 미장센이 시각적인 즐거움을 줄 수 밖에 없는데, 앵글의 독특한 구성이 눈길을 내내 사로잡더군요. 마치 누군가가 몰래 엿보고 있는듯한 시선의 앵글이 꽤 자주 나오는데요. 종반부의 어느 씬에 이르게 되면서 이러한 의도와 설정이 완성됩니다.

저스틴 채드윅 감독의 커리어가 늘어가게 되면, 이번 작품처럼 명성을 날리고 있는 배우들과 각본가 뒤로 숨어있어야 할 이유가 없을 것 같습니다. 끝으로 헨리8세와 볼린가의 자매들에 관한 이야기들을 알고 가실수록 더 흥미롭게 보실 수 있으실거예요. 픽션이 첨가되어 있기는 하지만, 과정과 결과까지 그 테두리 안에 있지는 않으니까 말입니다. 

by 배트맨 | 2008/03/21 08:45 | 영화를 보고온 후 | 트랙백(4) | 덧글(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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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포케 at 2008/03/21 08:58
오늘은 1등일까요? -_-;

그나저나 포스터는 제목과 절묘하게 잘 만들었네요.
제목을 제대로 안보고 포스터의 인물만 본채로 스캔들류인가 싶었는데. -_-;

아래 포스터의 미묘한 분위기가 풍겨나오는 녹색 드레스도 독특하네요.

외면받는데는 다 이유가 있겠지만 작품성과 흥행은 비례하지 않다는 것을 깨닳아 왔기 때문에 배트맨님의 극찬도 있고 어떤 내용인지 살펴보고 싶군요.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03/21 09:34
포케님// 헉! 저는 춥고 배고픈 마이너 블로그인데요. '오늘은 1등일까요'라고 말씀하시니 얼굴이 화끈 화끈해집니다. orz

이 영화는 스캔들이 맞습니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천일의 섹스 스캔들'이라고 해야겠지요. 하지만 신인 감독답지않게 연출을 영리하게 이끌어나가더군요. 드라마적인 완성도에 총력을 기울인 흔적이 보이는 영화입니다.

그것이 결국 부메랑이 되어서 북미시장에서는 흥행에 실패하고 있는 것도 같고요. 섹스 스캔들과 드라마적인 요소(완성도)가 밸런스를 이루었다면, 두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았을지도 모르지요. 관람 등급은 더 올라갔겠지만요. ^^*

극찬이라고 하기에는 미흡한 면이 없지않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럽게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한가지 확실하게 말씀드리자면 1,900만$만 벌어들여야 하는 영화는 아니라는 점입니다. 추천해드려도 괜찮을 것 같은데요. ^^;
Commented by 스테판 at 2008/03/21 14:03
개인적으로는 좀 실망스러웠어요. 마치, 뭐랄까..주연 앤 볼린, 메리, 볼린, 헨리 8세의 "사랑과 전쟁"을 본 듯한 느낌.. 누군가가 그들에게 4주간의 조정기간을 주었으면..;;

... 이 영화를 보니 "엘리자베스"가 참 땡기네요.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03/21 14:36
스테판님// 원작 소설은 안읽어봐서 모르겠지만요. 영화 자체로만 놓고 보면 포스팅의 서두에 적었듯이 '여성은 남성의 슈트를 입은 모습에서, 남성은 여성의 누드에 매력을 느낀다'라는 관점이 주된 바탕이라고 느껴졌어요.

원인을 초래하는 것처럼 그려지는, 탐욕에 눈이 먼 주변의 남성 캐릭터들과 암투는 영화적인 - 보조적인 - 도구였을뿐이고요. 때문에 저는 오히려 이와같이 핵심적인 주제를 가지고 이끌어나가는 115분이 즐거웠습니다. 다 알고있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었던 것 같고요.

헨리8세와 볼린가의 스캔들은 화자에 따라서 여러 시선으로 해석할 수 있는 무궁무진한 사건이지만, 어느 것에 포인트를 놓느냐는 감독에 따라 다른 것이고 개인적으로는 그점이 마음에 든 셈이네요. ^^*

트랙백 고맙습니다. 바로 읽으러 갈께요~
Commented by 내삶의 스크린에서 at 2008/03/21 20:38
잘 읽었습니다..^^

덧글 중에..4주간의 조정기간...ㅋㄷ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03/21 21:13
내삶의스크린에서님// 상영관 안에 여성 관객들이 정말 많더군요.
우리나라의 티켓 파워는 젊은 여성층이라고 하던데, 여성 관객이 초강세인 장르인 것 같습니다. ^^*

사실 조정 기간은 필요가 없을듯합니다. 헨리8세는 간통죄와 혼인빙자 간음죄로 구속되면 될 것 같고요. 볼린 자매에게는 거액의 위자료가 지급되는 것으로 마무리되어야 할듯 싶어요. -_-a
Commented by 내삶의 스크린에서 at 2008/03/21 23:36
ㅎㅎ

배트맨님 영화글 덕분에..즐거운 시간이었어요~
행복한 주말 맞이하세용 ^.^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03/22 00:16
내삶의스크린에서님// 저의 영화관련 글 덕분에 즐거운 시간이 되셨다니, 자칭 영화 블로거로서 최고의 찬사를 받은듯한 느낌입니다. 감격이 텍사스 소떼처럼 몰려오네요. ^^*

내삶의스크린에서님께서도 포근한 주말 맞으세요. 주말에는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더군요. 데이트하는 커플들 주위로는 집중적인 폭우가 쏟아질거라는 기상청의 비공식적인 예보도 있습니다.
Commented by 내삶의 스크린에서 at 2008/03/22 01:35
데이트하는 커플 위로 비 쏟아지면 더 애정행각이 커져요 ㅜㅜ
Commented by 레비 at 2008/03/22 05:57
보고와서 리뷰 쓰고난뒤에 이 포스팅을 읽네요 // ㅎㅎ 저도 앤볼린 중심의 포스터가 어울렸다고 생각했는데..ㅎ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D
Commented by comodo at 2008/03/22 06:57
와 이거 보셨군요,
다른건 둘째치고 주연 배우들때문에 땡기는 영화에요 크크 :)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03/22 07:26
내삶의스크린에서님// 아 생각해보니 그렇군요. -_-a
하지만 기죽으시면 안됩니다. 당당하게 주말에 상영관에서 영화 한편 보시고 오세요. 포스팅을 한 <천일의 스캔들>이 아주 제격일 것 같습니다. 보고 나오시면서 아래와 같이 외치시는거예요!
"커플들의 최후는 결국 저런거야! 알아 이 사람들아!~" ^_^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03/22 07:47
레비님// 먼저 반갑습니다. 오랜만에 처음 만나뵙게 되는 얼음집의 이웃분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네요. 저도 레비님의 얼음집으로 바로 놀러가겠습니다. ^^*

영화내의 비중과는 상관없이 세명의 스타 배우들이 나란히 보이는 포스터가, 앤 볼린이 중심이 되는 포스터보다는 흥행에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을 한 것 같아요. 영화 제목조차도 멋대로 바꿔놓는 만행을 자주 봐오고 있기 때문에 포스터쯤이야.. -_-a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03/22 08:27
comodo님// 이번주 라인업중에서는 눈에 들어오는 영화가 <천일의 스캔들> 밖에 없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개봉한 날 단숨에 달려가서 관람하고 왔습니다. ^^*

마케팅이 베드씬과 같이 자극적인 것에 중점을 두고 있던데, 감독의 의도는 상당히 다르니 참고하시고 보세요. 마케팅 하는 것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_-a

주말에 관람하시라고 말씀을 드려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저는 재미있게 보고왔어요. 115분이 금방 지나가더라고요. 그런데 이 영화를 관람하고 오니 볼 영화가 없습니다. T.T
Commented by 호야♡ at 2008/03/23 12:20
저도 어제 저녁때 보고왔어요..ㅎ
처음엔 약간 지루했었는데.
20분 정도 지나니 저도 모르게 몰입을...
오랫만에 좋은 영화를 본것 같아요.

흠...많은 생각을 하고 왔답니다.

남자의 말에 복종하되.
남자를 다스릴줄 아는 법을 배워라...

제일 와닿는 말이었어요...^^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03/23 16:14
호야님// '남자의 말에 복종하되, 다스릴줄 아는 법을 배워라' 요즘 시대같으면 페미니스트들이 들고 일어날 이야기이죠. 굳이 페미니즘 이야기를 안꺼내더라도 불편한 표현인 것이 사실이고요. 하지만 당시를 살아갔던 왕실의 여성들에게는 더없이 훌륭한 격언이였던 것 같네요. 요즘에도 통용되는 격언일까요? ^^*

각본가가 골든글로브 트로피를 움켜쥔 사람이라서, 그 외 대사들도 상당수 듣는 맛이 났었던 영화였던 것 같아요. 마지막에 메리 볼린이 왕의 메시지를 받을때, 적혀있는 글과 타이밍 등이 참 재미있더군요. ^^;

배트맨이 재미있게 본 영화는 신뢰하셔도 된다니까요! :)
Commented by 신어지 at 2008/03/23 19:37
기존에 알던 이야기와 특별히 다른 점을 못느끼겠더군요. 걸이 하나 더 나왔으면 그 걸을 중심으로 무언가를 더 깊이 파고 들어가는 것이 정상인데 익히 알던 이야기에 한 명 더 끼어들어간 정도 밖에는 되지 않았어요. 미스 캐스팅을 지적하시면서 나탈리 포트먼을 제외해주신 부분에 저도 동감합니다. 후반부에서 그나마 뭔가를 보여주는 건 나탈리 포트먼 밖에 없더군요. 그나마도 그런 연기조차도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긴 하지만요.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03/23 21:27
신어지님// 오늘날에도 수많은 작가들과 연출가들에 의해서 끊임없이 재해석되는 소재가 사실 특별할만한 것들이 있을까요? 새롭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요소가 발견될 수 있다면 관객으로서도 즐거운 경험이 되겠지만, 그만큼 픽션이 더 많이 포함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겠죠.

탐욕, 암투 등을 적절히 배치했지만 도구로서의 역활로 보았기 때문에 감독은 의도적으로 이 부분에 대한 연출 범위를 제한했다고 생각되고요. 결국 볼린가 자매들의 스캔들에 포인트를 집중한 것인데 저는 그러한 선택이 오히려 마음에 들더군요.

2시간 안에 관객이 원한, 내가 원한 모든 것들을 볼 수 있었으면 수작으로 정의를 하고 박수를 치고 나올수도 있었겠지만, 저같은 관객은 평단과 같은 시선에서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니니까요.

이 정도면 상업 영화로서는 악담을 들어야 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입니다. 애시당초 상영관으로 향하기 전부터 이 작품이 내년에 오스카상 후보로 올라갈 성격의 영화라고 생각을 한적도 없었으니까요.

위에서 표현한 도구들을 활용하며 감독이 실질적으로 말하고 싶어했던 것으로 보이는 '남성과 여성의 원초적인 욕망'에 대해서 저는 잘 담아냈다고 생각을 해요.

마케팅과는 달리 여배우들의 엉덩이나 가슴을 조금도 보여주지 않고 연출을 한 것으로 보아서, 감독의 의중과 목적이 명확했었던 것 같고요. 저는 이 감독의 차기작을 기대해봅니다. 드라마 장르로 선택을 한다면 말이죠.
Commented at 2008/03/24 18:5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03/24 19:36
신어지님//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신어지님의 블로그 컨텐츠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주간 개봉영화 옥석가리기' 포스팅이니 삭제하지 않고 그냥 놔둘께요. 내용중에 <천일의 스캔들> 프리뷰가 있으니 연관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트랙백과 덧글을 보는 순간 웃음이 터져버렸네요. ^^*

앞으로도 '주간 개봉영화 옥석가리기' 포스트를 트랙백 보내셔도 괜찮습니다. 영화 블로거끼리 영화와 관련된 트랙백을 주고 받는 것이니까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

목요일까지 조금 곤혹스러운 시간이 되시겠군요. 제가 Different Tastes Paris의 지국장이니까, 그러면 목요일까지는 신어지님의 블로그를 배트맨이 접수하고 있겠습니다. (와~ 나도 4일동안은 파워 블로거다~)
Commented at 2008/03/24 21:0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03/25 00:53
신어지님// 아 그렇습니까? 제가 Paris에서만 블로깅을 하다보니 Different Tastes Seoul의 방침이 이제는 가물가물합니다. -_-a

연수원에 들어가셨나보군요. <디 워>같은 불후의 명작을 상영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기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주 '옥석 가리기' 포스트 발행이 힘드시면, 이곳 Paris에서 보내볼까요? 아마도 발행인과 블로그명은 '배트맨이 들려주는 이야기'로 전송이 될 것 같은데요.

참 내일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이 좀 보자고 하네요. '배트맨이 들려주는 이야기'의 유럽 런칭을 유치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나름대로 다정한 이웃 블로거분들이 몇 분 계셔서, 공천에는 별 문제가 없을 것 같습니다. :)
Commented by 내 삶의 스크린에서 at 2008/03/25 17:52
앗 바로 위 스팸덧글 안습;;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03/25 19:48
내삶의스크린에서님// 앗! 그러게요. 바로 삭제를 했습니다. 저의 인기는 사그라들지를 않네요. ^^* 마이너 블로그에 스팸 덧글까지 보이면 정말 울고싶어요. orz

날씨가 정말 춥게 느껴집니다. 따듯한 저녁 맞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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