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남성의 슈트를 입은 모습에 섹시함을 느끼고, 남성은 여성의 누드에 매력을 느낀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표현이 오늘날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겠지요.
헨리8세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대중들에게 끊임없이 선보여지는 것은, 위와같이 현대인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요소들이 여전히 유효하게 우리들의 내면속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영화를 들여다보면 권력과 명예의 허상을 쫓는 사람들의 탐욕때문에, 헨리8세 주변의 여성들이 개인으로서의 아름다운 삶을 누리지 못하고 파멸해나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지만요. 115분을 줄곧 유지하는 큰 맥락은, 서두에 밝힌 표현이 바탕을 이루고 있습니다.
헨리8세가 앤과 메리 볼린 자매를 성적인 도구로만 바라보았듯이, 오늘날의 작가들과 감독들은 주변 인물들과 더불어 얽히게 되는 탐욕 등을 재미를 - TV 시청률과 박스오피스 성적을 - 위한 도구로 적절하게 사용할뿐이지요.
이 작품으로 데뷔를 한 저스틴 채드윅 감독은 드라마적인 완성도에 역량을 집중하며 생각외로 이야기를 잘 이끌어나갑니다. 지혜로운 선택이였다고 할 수 있겠지요. 관객의 입장에서도 드라마가 잘 전개되는 사극을 보는 것이 나쁜 선택은 결코 아닐겁니다.
하지만 소재와 캐스팅된 배우들을 생각해볼때 관객들이 기대했던 것들은 조금 다른 곳에 있었나봅니다. 북미 시장에서는 지난 2월 29일에 13세이상 관람가로 개봉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1,900만$를 겨우 넘기고 있습니다. 이 작품의 예고편을 보면 야성미 넘치는 에릭 바나가 그 넓은 가슴 근육을 보여주며, 스칼렛 요한슨과 뜨거운 장면을 연출하는 것이 삽입되어 있던데요. 이와같은 마케팅은 분명히 감독의 연출 의도와는 다른 방향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스칼렛 요한슨이나 에릭 바나처럼 관능적이며 야성적인 이미지의 배우들을 캐스팅 하지 않았다면, 관객들이 좀 더 드라마에 집중하면서 - 드라마의 매력을 - 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저런 성적표를 받아야 할 정도로 영화적인 재미와 완성도가 떨어지는 작품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감독의 연출 의도와 캐스팅이 어긋나버린 경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나탈리 포트만을 제외한다면 말입니다.
이 작품에 어울리는 포스터는 바로 오른쪽으로 보이는 모습입니다. 스칼렛 요한슨이 연기하는 메리 볼린보다는, 나탈리 포트만이 연기하는 앤 볼린의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지요.
제작사로서는 데뷔작을 치르는 감독이 못미더웠는지 <더 퀸>으로 골든글로브 각본상을 수상한 피터 모건을 참여시켰는데요. 덕분에 대사가 꽤나 흥미롭게 펼쳐집니다.
아무래도 영국 왕실의 화려한 미장센이 시각적인 즐거움을 줄 수 밖에 없는데, 앵글의 독특한 구성이 눈길을 내내 사로잡더군요. 마치 누군가가 몰래 엿보고 있는듯한 시선의 앵글이 꽤 자주 나오는데요. 종반부의 어느 씬에 이르게 되면서 이러한 의도와 설정이 완성됩니다.
저스틴 채드윅 감독의 커리어가 늘어가게 되면, 이번 작품처럼 명성을 날리고 있는 배우들과 각본가 뒤로 숨어있어야 할 이유가 없을 것 같습니다. 끝으로 헨리8세와 볼린가의 자매들에 관한 이야기들을 알고 가실수록 더 흥미롭게 보실 수 있으실거예요. 픽션이 첨가되어 있기는 하지만, 과정과 결과까지 그 테두리 안에 있지는 않으니까 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