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얼음집 안에 서툴게 집어넣은 영화들과 상영관들. (2006.10.23~)
by 배트맨

람보 4 - 라스트 블러드 (Rambo)
람보 시리즈중에서 특히 <람보 2>의 열풍은 그야말로 대단했었습니다. 극장 앞에 관객들이 끝없이 줄서있던 광경을 정규 뉴스 시간에 다뤘었던 기억이 아직도 나네요. 이 글을 읽으시는 분중, 그 시절을 함께 하셨던 분이 계시다면 공감하실 수 있으실겁니다. 80년대의 영화를 돌이켜보면 '람보'는 가장 성공한 캐릭터중의 하나였습니다.

1편을 비디오로 무척이나 재미있게 보았던 저는 당시 이러한 폭발적인 반응과는 달리 절망속에 빠져있었습니다. 그를 개봉관에서 만날 수 없었기 때문이였지요. 그러던 어느 날 좀처럼 극장에 가시지 않으시던 아버지께서 평생동안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어주셨습니다.

동시상영관에 데리고 가셔서 함께 <람보 2>를 관람할 수 있었기 때문이였지요. 당시 동시 상영작은 <007> 시리즈중의 한편이였었는데, 제임스 본드로 로저 무어가 나왔었던 것이 기억에 남네요. 1980년대의 제 영화 인생중 가장 추억에 남는 잊을 수 없는 시간들이였습니다.

어느덧 세월은 20년이나 흘러버렸고 스탤론도 이제는 늙어가고 있었기 때문에, 람보를 다시 상영관에서 만나볼 수 있을거라고는 생각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제작 소식을 접한 이후부터 저는 개봉하기만을 손꼽아 기다려왔고 아버지와 함께 상영관을 찾았습니다. 이 영화만큼은 아버지와 꼭 함께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람보라는 캐릭터와 항상 공존해오던 여러가지 비판에서 이번만큼은 그를 자유롭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더군요. 아버지와 함께 상영관을 찾은 이유와, 이번 작품의 제작 의도가 아마도 비슷하기 때문일겁니다. 하지만 저처럼 그를 기억하는 관객과는 달리, 20년이라는 세월의 간극은 대중들로부터 잊혀질 수 밖에 없는 시간이였나봅니다. 개봉한 주부터 교차 상영을 시작했고, 썰렁한 객석을 채우고 있는 관객층도 대부분 이례적으로 연령대가 높았습니다. 

영화의 오락성과 완성도 자체로만 본다면 이러한 푸대접을 면할 길이 없어보입니다. 원래 대사가 거의 없는 시리즈물이기는 했었지만, 그의 마지막 출연작이 될 것 같은 이번 영화가 저같은 팬에게도 큰 실망을 안겨주더군요. 람보가 다시 피가 튀는 곳으로의 복귀를 결심하는 장면은 실소가 나올 정도입니다. 논리력과 개연성이라고는 정말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데요. 고민을 조금도 안하고 만든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렇다면 '팝콘 영화로서의 오락성은 충실한가?' 이 또한 '아니다'라고 밖에 할 말이 없습니다.

전투라기 보다는 살육이라는 표현이 맞을듯한 무적의 모습은 변한 것이 없지만 그 방법은 매우 다릅니다. 화살과 권총을 사용하는 찰라와도 같은 짧은 씬은 팬 서비스용으로 삽입한듯 싶으며, 그가 보여주는 것은 오직 한곳에서 기관총을 난사하는 것 뿐입니다. 전작들과는 달리 돌아다니며 - 움직이며 - 화끈하게 싸우는 시퀀스가 전혀 없습니다. 액션이 사라져버린 91분을 대신 채우는 것은 잔혹한 비주얼뿐이더군요.  

오락성마저 실종되어버린 슬픈 람보의 마지막 모습을 바라보며 씁쓸한 마음을 지울수가 없었지만, 아버지의 단 한 말씀으로 인하여 상영관을 찾은 기쁨은 가득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난 재미있게 봤구나"

끝으로 이번 작품에 붙여진 제목은 <록키 발보아>처럼 원래 <존 람보>였었는데, 수정되어서 확정된 제목은 <람보>라고 합니다. 하지만 오프닝 크레딧에는 JOHN RAMBO라고 삽입해 놓았더군요. 이 캐릭터에 대한 스탤론의 깊은 애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개봉명인 <람보 4 - 라스트 블러드>는 1982년에 나왔던 1편의 원제에서 참고한듯 보입니다. 시간순으로 시리즈의 원제목을 정리해보았습니다.

First Blood (1982)
Rambo - First Blood Pt. 2 (1985)
Rambo III (1988)
Rambo (2008)
by 배트맨 | 2008/03/02 21:27 | 영화를 보고온 후 | 트랙백 | 덧글(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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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신어지 at 2008/03/03 10:45
아니 1편의 영어 원제가 <First Blood>였나요?
그리고 4편에 와서야 비로소 <Rambo>라는 이름을 찾았군요.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03/03 11:47
신어지님// 신어지님 말씀대로 저도 1편만이 완성도와 메시지가 있었던 인상적인 영화였다고 생각을 해요. 속편이 만들어지면서부터 너무 오락성에만 치우쳐버린 영화가 되어버렸지만요. ^^*

영화 제목에 람보가 들어가면서부터 다른 영화가 되어버렸다는..
이번 작품의 우리나라의 개봉명은 참 마음에 안들어요. 그냥 원제로 해주었으면 좋았을텐데, 센스가 참 없어요. - -a
Commented by 신어지 at 2008/03/03 16:00
배급사도 고민을 좀 했겠어요. <람보>라고 하면 1편 수입할 때 이미 써먹은 거라서 곤란하고 <존 람보>라고 하면 <록키 발보아> 흉내내냐고 누가 놀릴 거 같고. ㅎㅎ 한글 제목은 한글 제목들 대로의 구분이 필요하니까.. 라스트 블러드. 나름대로 응용력과 대범함이 돋보이는 걸요. 그러다가 5편 나오면 어쩔라구. ㅋ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03/03 16:47
신어지님// 각 시리즈의 마지막 편에는 캐릭터의 풀네임을 붙이려고 했었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아주 의미있는 제목이 아니였을까 싶습니다. 때문에 <록키 발보아>라는 제목의 팬 반응도 괜찮은 편이였거든요. 제목 자체로 아려한 그리움과 아쉬움까지 느낄 수 있었고요.

같은 맥락에서 <존 람보>라는 풀네임이 검토된 것 같아요. 무슨 생각에서인지 <람보>로 바뀌었지만, 오프닝 크레딧에는 큼지막하게 '존 람보'라고 표기가 됩니다. 저도 그의 마지막 모습에 큰 아쉬움을 느끼는데 스탤론 본인은 오죽했겠어요. ^^*

스탤론은 이제 영화 배우로서는 은퇴를 한다고 했는데..
아무래도 캐릭터가 사용된 영화명으로 기억되기를 원하겠죠..
<람보>도 풀네임이였으면 더 좋았겠지만요.
Commented by 내삶의 스크린에서 at 2008/03/03 19:46
잘 읽었습니다. (다.^^)

작년에 브루스 윌리스의 '다이 하드 4.0'은 참 재밌게 봤었는데 말입니다..

아버님과 함께^^ 좋은 시간 되셨겠어요.

저도 아까 식사 중에 아빠가 '이산'이야길 하시던데..언제 드라마라도 같이 볼까 봐요..ㅋ
Commented by 혈류 at 2008/03/03 23:13
브루스 윌리스나 실버스타 스탤론은 배우로서 행복할거 같아요.
자신과 함께 늙어가는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는 것... 스크린에서의 자기 자신을 보는 것에서 얼마나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을까요..
멕클라인과 람보... 그리고 록키 ㅎ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03/03 23:50
내삶의스크린에서님// 작년에 관람을 하고 나온 후 팝콘 영화로서는 괜찮은 것 같아서, 아버지께 권해드린 영화가 <다이하드 4.0>이였어요. 아버지께서는 10살짜리 손녀와 같이 보시고 오셨죠.
재미있게 관람하셨다고 하시더라고요. ^^*

이번 <람보>는 아버지와 함께 관람을 했는데, 재미있게 보셨다니까 그것만으로도 기뻤습니다. 여쭤보니 예전에 저와 <람보 2>를 같이 관람하신 것은 기억하시지 못하시더라고요..

내삶의스크린에서님께서도 아버님과 같이 영화 한편 보시는 것 어떠세요? 소중하고 뜻깊은 시간이 되실 수 있으실거예요. ^_^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03/03 23:59
혈류님// <다이하드> 1편을 종로의 개봉관에서 관람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저 그 영화 개봉관에서만 2번을 봤었거든요. 얼마나 재미있었던지.. 그런 것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다이하드 4.0>의 맥클라인은 참 많이 늙었더군요.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게되요.

돌이켜보면 브루스 윌리스도 팬들의 사랑을 받은 히트작들을 갖고 있지만, 실베스터 스탤론에 비할바는 못되는 것 같아요. 록키와 람보 정말 대단했었습니다.

브루스 윌리스하면 영화들보다는 TV에서 시리즈물로 방영을 했었던 <블루문 특급>이 참 기억에 남아요. 정말 재미있었거든요. 이제는 모두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시간들이지만요..
Commented by 포케 at 2008/03/07 00:25
지난해 일본의 모 만화가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람보4에 대한 기대가 가득했던 것 같았는데 그 때 예고편도 함께 접해보았습니다만 다소 촌스럽다는 인상을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전반적인 평도 안좋은 듯 하고 평 이전에 관심조차 못끈 것 같은 느낌도 드는군요. 전성기라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닌 것 같습니다. 이게 람보의 마지막 작품이 되겠네요.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03/07 00:47
포케님// 그렇죠.. 전성기는 이미 지난 배우와 캐릭터의 마지막 등장이였던 셈이죠. 어쩌면 저와 같은 팬들을 위한 마지막 선물이였다고 해야할까요. <록키 발보아>도 그랬었고요.

영화 자체로만 보아도 혹평을 들을만 했습니다. 완성도는 포기하고 찾은 영화인데, 오락성마저도 없으니까 실망스럽기는 하더라고요. 아버지께서는 재미있게 보셨다니까 그것만으로도 스탤론에게 고맙기는 하지만요. ^^*

스탤론이 전에 인터뷰할때 <록키 발보아>와 <람보>가 배우로서는 은퇴작이라고 했으니까, 번복하지 않고 아름다운 퇴장을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드네요. 그의 팬으로서요.

한 시대를 풍미했었던 캐릭터와 배우가 이렇게 아버지와 제 곁을 떠나가네요. 솔직히 서글퍼지기도 합니다..
Commented by 내삶의 스크린에서 at 2008/03/07 01:22
음..실베스타.왜 은퇴선언을 한 걸까요.
해리슨 포드도 돌아오던데...ㅋ

흠, 어쩌면 박수칠때 떠나는 것,도 아름다울것 같기는..제가 뭐 아는게 없지만요^^

잘 지내셨죠, gilwon님?^^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03/07 01:54
내삶의스크린에서님// <람보> 1편과 <록키> 1편을 보면 작품성과 완성도를 갖추고 있는 수작이였었지만, 그동안의 커리어를 보면 대부분 작품성을 갖춘 영화들에 출연을 해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 이상 영화 활동을 하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것 같아요. 물론 저도 아는 것은 없습니다. 아시면서.. ^^*

그런데 모르죠.. 해리슨 포드와 실베스터 스탤론 두 양반이 나란히 마주앉아서 소주를 마셔가며, 옛날이 좋았었다라는 이야기를 주고 받았을지도요. ^_^

허걱! 닉네임이 아닌 제 이름을 부르셔서 깜짝 놀랐어요.
순간적으로 호러 분위기?
Commented by 예영 at 2008/07/14 15:56
어느 영화 사이트에서 보니, 람보 후속편을 찍을 계획이 있다고 합니다. 전쟁물은 아니고 다른 장르에서 람보를 활약하게 하고 싶다는군요.

제목을 막판에 "존 람보"에서 "람보"로 바꾼 것도, 마지막 편으로인상짓고 싶지 않아서 그랬다더군요.

과연 어떻게 될지 궁금하군요. 소식을 기다려보아야겠습니다.

람보4는 전작들에 비하면 액션의 활동성이 작은 편이라, 전작의 스케일을 기억하고 있는 팬이라면 싱겁다고 느껴 실망할 수도 있었겠네요. 저도 액션씬이 너무 짧은 것 같아서 조금 아쉽더군요. 나름대로 화끈한 면이 있어서 재미있다고 느꼈지만요.

스탤론의 제작의도는 전쟁의 잔인함을 사실 그대로 보여주는 데 있었다고 하니, 어쩌면 팬들의 기대와는 다른 목표를 갖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람보 1편의 불쌍한 군인에 대한 이야기, 2편의 전설적인 헬기전투~ 이런 게 참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월남전이 미국인들에게 이래저래 많이 상처가 됐음을 알 수 있지요.

록키 발보아는 참 좋았습니다. 록키 권투 인생의 마무리...... 감동적이었어요. 스탤론 자신의 인생과도 겹쳐서 의미심장했지요.

반면에, 람보의 여정은 아직도 계속되나봅니다?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07/14 17:07
그러게요. <람보>는 5편이 만들어지는 것이 거의 정설로 굳어져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스탤론의 인터뷰를 보니 벌써 시나리오 초고는 거의 완성을 해가고 있다고 하더군요. 스탤론 외에도 제작사의 5편 프로젝트에 대한 의지도 강해보입니다.

분명히 처음에는 이번 4편이 <람보> 시리즈의 마지막이라고 했었고, 그랬기에 아버지와 함께 상영관을 찾은 것이였는데 말이죠. 배신감을 느끼지는 않지만 4편에서 끝내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은 듭니다. ^^;

개인적으로 4편은 액션의 유무가 문제는 아니였던 것 같습니다. 아무리 팝콘 영화라지만 완성도가 너무나 형편 없었고, 오락성까지 실종되어 있어서 저는 정말 상영관에 앉아 있는 시간이 고통스러울 정도였습니다. -_-a

1편은 상당한 수작으로 기억되는데, 사실 2편부터 막 나가는 팝콘 영화가 되어버렸죠. 물론 2편까지는 재미있게 보았지만, 한편으로는 2편부터 미국 대중 문화의 탈을 쓴 악랄한 영화가 된 것도 사실입니다. 추악하며 실패한 전쟁조차 다시 영웅의 탈을 쓴 천하무적의 캐릭터로 위로받고 싶어했으니까요.

저도 <록키 발보아>는 좋았습니다. OST를 상영관에서 듣는데 정말 울컥 하더군요. 작년에 영화 결산 포스팅을 하면서 <록키 발보아>에 보너스 컷 상을 주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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