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보 시리즈중에서 특히 <람보 2>의 열풍은 그야말로 대단했었습니다. 극장 앞에 관객들이 끝없이 줄서있던 광경을 정규 뉴스 시간에 다뤘었던 기억이 아직도 나네요. 이 글을 읽으시는 분중, 그 시절을 함께 하셨던 분이 계시다면 공감하실 수 있으실겁니다. 80년대의 영화를 돌이켜보면 '람보'는 가장 성공한 캐릭터중의 하나였습니다.1편을 비디오로 무척이나 재미있게 보았던 저는 당시 이러한 폭발적인 반응과는 달리 절망속에 빠져있었습니다. 그를 개봉관에서 만날 수 없었기 때문이였지요. 그러던 어느 날 좀처럼 극장에 가시지 않으시던 아버지께서 평생동안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어주셨습니다.
동시상영관에 데리고 가셔서 함께 <람보 2>를 관람할 수 있었기 때문이였지요. 당시 동시 상영작은 <007> 시리즈중의 한편이였었는데, 제임스 본드로 로저 무어가 나왔었던 것이 기억에 남네요. 1980년대의 제 영화 인생중 가장 추억에 남는 잊을 수 없는 시간들이였습니다.
어느덧 세월은 20년이나 흘러버렸고 스탤론도 이제는 늙어가고 있었기 때문에, 람보를 다시 상영관에서 만나볼 수 있을거라고는 생각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제작 소식을 접한 이후부터 저는 개봉하기만을 손꼽아 기다려왔고 아버지와 함께 상영관을 찾았습니다. 이 영화만큼은 아버지와 꼭 함께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람보라는 캐릭터와 항상 공존해오던 여러가지 비판에서 이번만큼은 그를 자유롭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더군요. 아버지와 함께 상영관을 찾은 이유와, 이번 작품의 제작 의도가 아마도 비슷하기 때문일겁니다. 하지만 저처럼 그를 기억하는 관객과는 달리, 20년이라는 세월의 간극은 대중들로부터 잊혀질 수 밖에 없는 시간이였나봅니다. 개봉한 주부터 교차 상영을 시작했고, 썰렁한 객석을 채우고 있는 관객층도 대부분 이례적으로 연령대가 높았습니다.
영화의 오락성과 완성도 자체로만 본다면 이러한 푸대접을 면할 길이 없어보입니다. 원래 대사가 거의 없는 시리즈물이기는 했었지만, 그의 마지막 출연작이 될 것 같은 이번 영화가 저같은 팬에게도 큰 실망을 안겨주더군요. 람보가 다시 피가 튀는 곳으로의 복귀를 결심하는 장면은 실소가 나올 정도입니다. 논리력과 개연성이라고는 정말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데요. 고민을 조금도 안하고 만든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렇다면 '팝콘 영화로서의 오락성은 충실한가?' 이 또한 '아니다'라고 밖에 할 말이 없습니다.
전투라기 보다는 살육이라는 표현이 맞을듯한 무적의 모습은 변한 것이 없지만 그 방법은 매우 다릅니다. 화살과 권총을 사용하는 찰라와도 같은 짧은 씬은 팬 서비스용으로 삽입한듯 싶으며, 그가 보여주는 것은 오직 한곳에서 기관총을 난사하는 것 뿐입니다. 전작들과는 달리 돌아다니며 - 움직이며 - 화끈하게 싸우는 시퀀스가 전혀 없습니다. 액션이 사라져버린 91분을 대신 채우는 것은 잔혹한 비주얼뿐이더군요.
오락성마저 실종되어버린 슬픈 람보의 마지막 모습을 바라보며 씁쓸한 마음을 지울수가 없었지만, 아버지의 단 한 말씀으로 인하여 상영관을 찾은 기쁨은 가득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난 재미있게 봤구나"
끝으로 이번 작품에 붙여진 제목은 <록키 발보아>처럼 원래 <존 람보>였었는데, 수정되어서 확정된 제목은 <람보>라고 합니다. 하지만 오프닝 크레딧에는 JOHN RAMBO라고 삽입해 놓았더군요. 이 캐릭터에 대한 스탤론의 깊은 애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개봉명인 <람보 4 - 라스트 블러드>는 1982년에 나왔던 1편의 원제에서 참고한듯 보입니다. 시간순으로 시리즈의 원제목을 정리해보았습니다.
First Blood (1982)
Rambo - First Blood Pt. 2 (1985)
Rambo III (1988)
Rambo (20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