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얼음집 안에 서툴게 집어넣은 영화들과 상영관들. (2006.10.23~)
by 배트맨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No Country for Old Men)
아카데미 영화제의 수상 여부를 떠나서 이미 평단으로부터 대단한 호평을 들어왔었고, 미국 박스오피스에서는 6,200만$를 벌어들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코엔 형제의 영화를 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CGV의 일부 사이트에서만 제한 개봉을 했기 때문입니다. 프린트(필름)의 상태도 별로 안좋더군요. 관객의 입장에서 보았을때 최악의 조건은 모두 안고 출발하는 영화였습니다.  

수입과 배급을 담당하는 회사들은 이 작품의 상업성이 의심되고, 감독과 출연 배우들의 티켓 파워가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없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영화라는 취미가 기호적인 면에 좌우되기는 하지만 저는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상업적인 재미도 가득했었고, 연기력을 이미 인정받은 반가운 배우들이 여러명 등장합니다. 

완성도, 작품성, 장르적인 매력과 메시지까지 이 환상적인 요소들을 모두 갖추고 있는데 오락성까지 보여주니, 관객의 입장에서 이보다 더 좋은 선택은 없다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최악의 조건에서 최고의 영화를 보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제 기억이 맞다면 122분동안 음악과 음향 효과 같은 것이 전혀 사용되지를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긴장감을 정말 제대로 느끼게 해주더군요. 그 비범한 재능이 놀라웠습니다.

대중성을 보여주는 감독, 스타 배우, 엄청난 제작비, 와이드 개봉을 위한 스크린 점령, 요란한 마케팅 등으로 결과를 내려하는 요즘 영화계에서 이러한 것들에 아랑곳하지 않고 저예산 영화로 보란듯이 수작을 내놓는다는 것. 제가 코엔 형제에게 박수를 아낌없이 보내고 싶은 이유입니다.

여기부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를 보지 않으셨다면 읽지 마시길..

이 작품을 보면 사람은 두가지 앞에서 무기력한 존재가 되어버립니다. 그것은 바로 '흐르는 세월 앞에 서게 되었을 때'와 '돈'입니다. 무료한 말년을 근근히 살아가기 위해서 삭막한 타향까지 마다하지 않은 할아버지가 어느 날 살인마와 조우하게 되자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기분 나쁘게 시비를 걸어와도, 동전 따위로 타인의 삶을 결정하겠다고 해도, 계산을 안하고 나가도 그 순간 그저 살았다는 한숨만 깊게 내뱉을 수 있을 뿐입니다.

히치하이킹을 받아준 노년의 운전자가 "요즘같은 세상에 히치하이킹은 너무 위험하다"라고 나무라듯이 걱정을 해주지만, 그 역시 그러한 세상에서 - 영화 제목의 '나라'는 공간과 더불어 시간이라고 생각됩니다 -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순응한채 말년을 보내는 것 뿐이지요.

토미 리 존스와 살인마가 모텔문을 사이에 두고 - 공간 - 서로의 존재를 알았을때도, 보안관은 선뜻 들어가지를 못합니다. 직업적으로 보았을때, 그리고 상황으로 보았을때 보편적으로 쫓는 자와 쫓기는 자의 행동은 명확해지기 마련이지만 그 공간에서 살인마가 도망갈때까지 대응을 못하는 것은 그 또한 세월이 많이 흐른 시간 앞에 서있기 때문이였습니다.

반면 젊은 세대는 돈 앞에 무력해집니다. 마찬가지로 인간 본연의 가치와 존엄성을 상실하게 되는 것을 의미하지요. 200만 달러와 얽히게 되는 캐릭터들을 보면 그야말로 천태만상을 보여주지만, 어떻게 보면 그들은 자업자득일지라 하더라도 평생동안 손에 만져볼 수 없는 액수의 돈 때문에 무력해지는 경우입니다.

결코 평생동안 만져볼 수 없는 금액이라고 볼수는 없는 현찰 한장에 무력해지는 무리들도 있는데요.
노인들의 나라로 걸어가게 될 젊은이들과 어린 아이들이 그랬습니다. 먼저 3명의 청년들을 보면 그중 한명이 "맥주는 그냥 주자"라고 이야기를 하지요. 언뜻보면 그래도 그중에서는 유일하게 착해보이는듯 했지만, 인간 본연의 모습을 잃지 않았다면 옷도 그냥 주는 것이 맞았을겁니다. 병원 응급실에도 연락을 취해야 했을테고요.

어린 아이들은 청년들과는 달리 옷을 그냥 줍니다. 아무런 조건도 없이요. 끝까지 사양하려고 하지요. 하지만 살인범이 넣어주는 돈 때문에 그 아이들도 결국은 무력한 모습을 보여주게 됩니다. 즉 살인범이 찔러넣어주는 돈은 그들이 커가면서 겪게될 세상의 풍파 - 현실 - 와도 같은 것을 뜻하는 것이겠지요.

사람은 돈과 흐르는 세월 앞에서 비껴나갈 수 있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는 제목이 붙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모든 세대의 캐릭터들이 그렇습니다. 상당히 염세적인 영화였어요. 상영관을 나선 후 영화에 관련된 여러 장치들과 복선 등, 이렇게 여러가지들을 곰곰히 생각하게 만든 작품도 참 오랜만이였던 것 같습니다.
by 배트맨 | 2008/02/27 20:18 | 영화를 보고온 후 | 트랙백(3) | 덧글(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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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스테판's Movie .. at 2008/02/27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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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엔 형제의 신작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는 세 명의 주요 인물이 등장합니다. 황량한 사막에서 사냥으로 소일거리를 하다가 우연히 거액의 돈가방을 발견하게 된 르웰린 모스(조시 브롤린 분), 사이코 살인광 안톤 쉬거(하비에르 바르뎀 분), 그리고 은퇴를 앞둔 노년의 보완관 에드 톰 벨(토미 리 존스 분)이 그들입니다. 영화의 스토리는 이 세 인물을 중심으로 펼쳐집니다. 도망치는 모스와 그를 쫓는 쉬거, 그들의 일에 개입하는 보안관 벨의 이야......more

Tracked from Different Ta.. at 2008/02/27 22:42

제목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No Country fo..
★★★★★ 코엔 형제의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무척 좋아합니다. 흥행 성적은 그리 대단한 편이 못되지만 일단 좋아하게 되면 무진장 좋아하게 됩니다. 간혹 코엔 형제의 영화이기에 갖게 되는 한없이 높은 수준의 기대치를 충분하게 만족시켜주지 못하는 작품이 나오는 일도 있습니다만 그 기본값은 언제나 수준 이상입니다. 코엔 형제의 영화는 그저 '코엔 형제의 영화'로만 따로 분류될 뿐 다른 작가들의 작품들과 뒤섞이지 않습니다. 어느새 ......more

Tracked from i said at 2008/03/28 09:53

제목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장인이란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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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스테판 at 2008/02/27 21:03
개인적으로 생각했을 때는 사실 감독이나 배우의 국내 인지도(일반 관객들을 봤을때)를 떠나서 이 작품 자체의 국내에서의 상업성은 바닥에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난해하다는 소리도 들리고, 엔딩도 국내 관객 취향에는 맞지 않거든요. 그나마 CGV가 무비꼴라쥬라는 이름으로 기존 무비꼴라쥬 개봉관에서 +알파 해준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4개월, 3주...그리고 2일"은 CGV 3개관을 제외하면 전국 딱 4개관에서 상영하네요;;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02/27 21:41
스테판님// 난해하다는 이야기는 나올수도 있다고 봅니다. 저도 이번 리뷰는 상당히 생각을 해나가면서 적었으니까요. 하지만 오락성이 없다던가 상업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에는 동의하기가 힘듭니다. 결말 부분도 이미 그 전까지 이야기가 진행이 되면서, 대부분 끝을 내놓은 것이나 마찬가지였거든요. 형식상의 문제만 남아있었을 뿐이였죠. 관객이 여러가지를 생각하면서 찾을 수 있는 부분의 문제들이였으니까요.

다만 일반 관객들이 코엔 감독의 선택에 대해서 혼란스러워 할수는 있을 것 같아요. 그동안 너무 정형화되고 뻔한 - 단순한 - 전개와 결과에 길들여져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그러한 선택을 하는 감독들의 영화에 우리들은 - 관객 대부분은 - 실망도 꽤 많이 하고있지 않습니까.

이러한 영화를 메이저 상영관에서 보지 못하는 것은, 관객들이 이러한 수작들을 내쫓은 그동안의 결과라고 생각을 해요. 저도 워낙 취향이 대중적이여서 이 부분의 비판에서 자유로울수는 없겠지만요.

부가판권 시장으로 바로 직행하지 않고, 그나마 열악한 시설의 극장에서라도 본 것이 다행스러웠습니다. 이 부분은 우리들이 치뤄야 할 댓가와도 같은 것이겠지요. 앞으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테고요. <우리들을 위한 극장은 없다>라고 해야 할까요..
Commented by 타누키 at 2008/02/27 23:11
ㅎㅎ 잘받았습니다. 정말 좋은 작품인 것 같아요. '작품'이라고 할만 한 것을 오랫만에 보았달까요...뭐 찾아보는 스타일이 아니라 당연한거겠지만요.

난해하다기 보다는 그냥 보이는데로 읽는게 익숙하다보니 그렇게 보면 재미없겠다고도 생각합니다. 시나리오 상으로만 보면 지겹게 보아온 것이니까요. 제가 봤던 극장에서는 꿈이야기하고 끝나자 뭐야~라고 말하는 사람도 많았고...중간중간 시간 확인하시는 분들도 많고 ㅡㅡ;;(아..핸드폰 밝아요 ㄷㄷ)

제 해석은 아무래도..요즘 생각하는 바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ㅎㅎ 나중에 보면 또 다른 의미로 다가 올것같네요. 마치 책처럼..
Commented by 신어지 at 2008/02/27 23:14
캬~ <우리들을 위한 극장은 없다>! 너무 끝내주는 표현이세요. 저는 DVD 직행이 아니라 작게 나마, 짧게 나마 극장에서 볼 수 있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라서 예전 씨네코아와 서울극장 정도를 빼고는 어디든 상관없어요. 상영관 수와 연간 관객수가 급증한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무척 위축되어 보이기는 하지만 작은 영화들의 극장 감상 여건은 예전에 비해 훨씬 좋아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전용관들이 더 많이 생기고 개봉 편수도 많아지길 바라긴 하지만 저로서는 지금도 만족스럽습니다. AV에 대한 욕심은 작은 영화의 엷은 수요층을 고려할 때 아직은 접어둘 수 밖에 없는 호사라는 생각만 들어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상업성에 대해선 저도 스테판님과 같은 의견입니다. 다른 무엇보다 그런 식의 엔딩은 아주 치명적이예요. 미국에서 6천만불 수입을 올린 건 코엔 형제의 고정 팬들과 배우들의 인지도가 꽤 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국내에선 사정이 아주 다르죠. 같은 이야기를 갖고 국내 시장에서도 장사가 잘 될만한 영화가 되려고 했으면... <콜레트럴>이 생각나는군요. 톰 크루즈 같은 흥행 배우도 나와주셔야 하고 무엇보다 내러티브를 마지막 악당과 보안관의 대결로 이어주셨어야 해요. 그렇다고 지금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가 상업성이 전혀 없는 영화냐. 상업적인 요소가 충분한 건 사실입니다. 사실 국내외를 통틀어도 이만큼 긴장과 흥분을 불러일으키는 영화가 드물잖아요. ^^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02/28 01:00
타누키님// 저도 좋은 작품을 본 것 같아서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라는 표현도 있지만, 정말 딱 한마디로 '명불허전'이더군요. ^^;

하지만 제가 관람한 상영관도 분위기가 썩 좋다고 할 수는 없었습니다. 영화보는 내내 산만한 분위기가 이어졌고요. 엔딩롤이 올라가자 "이게 뭐냐?"는 식의 웅성거림이 있었습니다.

글쎄요.. 아카데미의 주요 부문을 수상한 작품이라는 소식에 무턱대고 상영관을 찾은 관객들이 있어서 그러한 분위기가 생긴 것이 아니였을까 싶기도 합니다. 이른바 말하는 '지적인 허영심'으로 상영관을 찾은 관객들이, 영화를 해석하지 못한데서 오는 자기 불만을 영화 탓으로 돌리는 것이지요. "이게 다 코엔 감독때문이다"라고 떠들고 나간다고 해야 할까요. -_-a

타누키님의 해석은 무척 좋았습니다. ^^*
포스팅이 올라온 것은 알고 있었는데, 제가 영화를 못보아서 일부러 읽지않고 있었어요.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02/28 01:37
신어지님// 제가 대학로의 CGV에서 관람을 했는데요. 말씀하신 씨네코아나 서울극장과 다를바 없는 그런 상영관이였습니다. 오히려 더 안좋았던 것 같네요. CGV가 인수를 해서 로비의 인테리어만 바꾼채 스크린, 스피커는 교체를 안하고 그대로 사용하는 곳인데 정말 답이 안나오더군요. 뭐 이런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들릴 극장은 아니지만요. -_-a

상당히 비좁은 좌석에 작은 규모의 상영관이였는데 영사실과 관련하여 불쾌한 일이 상영시간 내내 발생해서, 영화가 끝난 후 점장을 불러서 이야기도 하고 왔습니다. (엎친데 덮친격) T.T

'무비 꼴라쥬'이던가요. CGV의 새로운 인디상영관 브랜드명이요. CGV강변에도 인디상영관이 있지요. 제가 CGV의 인디상영관을 이용한 후 느끼는 점은 정말 환경이 열악하다는 겁니다. 시설에 투자를 할 생각을 전혀 안하는 것 같더군요.

게다가 한결같이 제가 본 인디 영화들은 프린트 상태가 엉망이였습니다. <천년을 흐르는 사랑>은 거의 만행 수준이였었고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도 프린트 상태가 매우 안좋더군요. 점장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을 했고요.

AV 퀄리티도 안좋고 프린트 퀄리티도 엉망인데, 정말 해당 영화가 너무나 보고 싶어서 관람하는겁니다. 위 덧글에도 적었듯이 저 또한 부가판권 시장으로 직행하지 않고 상영관에서 볼 수 있게 된 것을 그나마 다행으로 생각하지만요..

정말로 CGV가 인디영화에 관심이 있다면, 언론을 통한 CGV의 이미지 홍보에만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관리도 병행되어야만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저는 그래서 CGV의 속셈은 다른 곳에 있다고 생각을 해요. (자사 브랜드의 이미지와 관련된..)

주의! 여기부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살인마와 보안관의 대결은 이미 모텔에서의 마지막 조우 시퀀스로 저는 다 보여준 것이라고 받아들였습니다. 살인마를 보면서도 포기를 하는 모습에서요. 룸에 들어가자 마자 경계 자세를 하지않고 총을 든 손을 아예 내리는 모습은, 들어가기 전에 이미 범인이 그 룸을 떠났다는 것을 안다는 이야기겠죠.

보안관이 와이프와의 대화에서 은퇴를 계속 언급한 점에서 볼때, 잡화점의 - 장인 가게를 인수한 - 노인과 결국은 보안관도 다를 바가 없는 캐릭터거든요. 늙어버려서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며 순응을 해야하는 시간 앞에 서있는 셈이지요. 부보안관과 비교가 될 정도로 영특하고 사명감이 넘치지만, 세월 앞에 무력해진 거라고 저는 해석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코엔 형제 입장에서는 더 이상 내러티브를 전개시키지 않고 끝내도 된다고 생각을 했던 것 같고요.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
참고로 저는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시퀀스중의 하나가 바로 잡화점에서 노인과 살인범이 보여주는 장면과 대화들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긴장과 흥분감은 정말 저도 최고로 느끼면서 보았습니다. 영화보는 내내 '이 작품은 정말 최고구나!'라는 생각이 마구 샘솟더군요. ^^;
Commented by 신어지 at 2008/02/28 17:46
저도 CGV대학로에서 한번 본 적이 있었어요. 원래 다른 극장이었는데 인수하고 간판만 바꿔 단 거죠. 프린트까지 안좋으셨다니 안습입니다. 압구정에서 본 건 괜찮았었는데 멀티플렉스 상영관 내의 프린트 배급은 설마 '뽑기'겠죠? 그것도 혹시 서열 같은게 있으려나요.

멀티플렉스와 배급 구조의 문제점 얘기가 나왔다 하면 불똥이 CGV 아니면 메가박스로 튀곤 하니 나름대로 여론을 의식한 '보험' 같은 역할을 하는게 아닐까 싶어요. 그런대로 수요층이 있는 몇 곳에서 가장 작은 상영관을 할애해 때로는 한국 독립영화도 좀 틀어주고. 없는 것 보다야 훨씬 낫지만 지금 그 정도로 정체되지 말고 실질적으로 키워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습니다.

제가 사실 보안관이 모텔 방으로 들어갈 때의 그 부분을 놓쳤어요. 문 앞에서 대치하다가 결국 '자기 역할'에 충실하는 무력하지만 영웅의 모습을 보여주는구나 했었죠. 하지만 역시 살거나 죽는 건 본인이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는 거, 뭐 그런 정도로 생각했었습니다. 영화 초반의 잡화점 동전 던지기, 정말 끝내줬죠. 사람 죽이는 장면 보다 훨씬 더 후덜덜이었고 이후로도 영화의 핵심 주제와 맞물려 계속 참조되었던 장면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본 리뷰들 중에 가장 흥미로운 관점을 ArborDay님이 보여주셨더군요. 꼭 동의하는 건 아니지만 충분히 유효성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http://arborday.egloos.com/3634138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02/28 19:48
신어지님// 아마 인수한 극장명이 판타지움이였을거예요. 밖에서 보이는 1층 로비만 인테리어를 바꿔놓고, 정작 영화 관람에 중요한 상영관 내부는 정말 바뀐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스크린, 스피커, 좌석 등.. 그래서 더 얄밉네요.

즉 밖에서 보이는 부분에만 최소한의 인테리어 투자를 한 후, CGV의 브랜드에 몰려드는 관객들 호주머니를 털어가겠다는겁니다. 이런 기업이 독립영화 운운하며 '무비 꼴라쥬' 런칭 운운하는 것이 그래서 참 우습기도 합니다. 먼저 기본을 지켜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요.

AV 퀄리티도 그렇거니와, 좌석이 너무 비좁아서 보는 내내 정말 불편함이 사라지질 않았습니다. 무슨 아동 전용 좌석도 아니고..

프리트는 일부 영화의 경우 미국에서 돌릴대로 돌려서 너덜너덜한 프린트까지 들여와서 상영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군요. 분명히 우리들은 알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는 것 같아요. 물론 모든 영화에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겠지만요.

보안관이 모텔에서 살인범과 마지막으로 조우하는 시퀀스도 꽤 중요했는데 놓치셨군요. 하긴 이 작품은 정말 한눈을 팔아도 될만한 컷이 단 한 컷도 없더군요. 모두 의미가 담겨져서요. ^^*

잡화점 씬이 말씀하신대로 영화의 핵심 주제와 계속 맞물렸고요. 캐릭터 설명에도 상당히 이해가 되는 시퀀스였었죠. 이후의 행동들이 모두 이해가 될 수 있는..

이 영화는 <우리들을 위한 나라는 없다>가 맞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모든 세대들을 다 염세적으로 바라보거든요. 토미 리 존스가 어느 노인에게 듣는 대화가 꽤 중요했는데, 1907년에도 총으로 맞아 죽은 무법천지였었다는 말이요.

적지않은 리뷰어들이 오늘날은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이냐고, 노인 세대가 한탄을 한다고 적었던데 저는 그렇게 해석하지 않았어요.
바로 위에 적은 그 대화때문이지요.

어제와 오늘이 다 무법천지인데 그렇다면 내일은 어떨까? 이 부분에 대해서도 코엔 형제는 명확하게 표현을 하더군요. 자전거를 타고 살인범에게 다가오는 두명의 어린이를 통해서요.

정말 이렇게 염세적인 영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암울한 내용이였지만.. 엄지 손가락을 내세울 수 있는 영화였다는 것이 대단했어요. ^^*

말씀해주신 링크를 읽어보았는데요. 저에게는 신어지님의 리뷰가 훨씬 더 가슴에 와닿습니다. 크게 보시면서 영화와 감독을 통찰한다는 점에서, 저는 신어지님의 리뷰에 더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네요. :)

신어지님과 덧글을 주고받다보니, 영화의 정리가 한결 더 잘되는 것 같습니다. 대단한 영화였어요..
Commented by 내삶의 스크린에서 at 2008/02/28 19:52
약간 읽었네요..

아..점점 더 보고 싶어 져요.흑흑.;;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02/28 20:40
내삶의스크린에서님// 허걱! 영화보실거면 스포일러 부분과 덧글은 나중에 읽어보시는 것이 좋으실텐데요. 어디까지 읽으신거예요.
그러시면 아니되옵니다. T.T
Commented by 혈류 at 2008/02/29 02:23
궁금하지만 뭔가 심오할 것 같은 영화? ㅎ 무슨내용일지 궁금해요 ㅎ
Commented by 포케 at 2008/02/29 04:00
일본 방송에서는 아카데미 시상식 때 난리도 아니었죠. -_-; 아사노 타다노부 감독의 <몽골>이었나요. 노미네이트로 일본 기자들 진을 치고 하루 종일 라이브로 방송했습니다.(더불어 아내인 차라씨가 동행해서;;;) 방송중 드문드문 수상작 예고편을 보여주었는데 그 때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예고편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신선한 소재의 영화들이 많이 있었는데 한국에서 평점이 안좋았던 작품들이나 흥행과는 거리가 먼 작품들, 알려지지 않는 작품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취향 문제인지 마케팅의 문제인지 알쏭달쏭 하네요. -_-a
아무튼 기회가 되면 봐야겠습니다.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02/29 09:33
혈류님// 수많은 범죄, 스릴러 장르의 영화들이 있지만요. 정말 '영화는 이렇게 만들어야 한다'라고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할까요.
명불허전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더군요. ^^*

상당히 심오하기는 합니다. 만약 관람하신다면 꽤 집중하셔서 보셔야 할 거예요. 개인적으로는 추천드리고 싶은 영화입니다.
놓치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대단한 영화예요..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02/29 10:33
포케님// 일본이 이번 아카데미에 후보작을 올렸었나보군요. 포케님 덧글 읽으면서 처음 알았습니다. 정보를 찾아보니까 합작 영화로 나오네요. 일본에서는 이번 아카데미 영화제 시청률이 꽤 나왔었겠는걸요. ^^*

우리나라도 OCN에서 생중계를 해줬지요. 보고 싶었는데 또 놓치고 말았네요. 수상 결과들을 보니 비주류 영화인들이 그 재능을 인정받은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는 기뻤습니다. ^_^

우리나라의 경우 해당 작품들에 마케팅으로 돈을 쏟아 부었어도, 아마 박스오피스 성적은 달라지지 않았을 것 같아요. 비주류라 불리는 감독, 배우들이 트로피를 상당수 움켜잡았으니까요. 마케팅을 할 생각 자체를 안한 것이 사실일테고요.

기회가 되시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꼭 보시라고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클래스 자체가 다른 영화더군요.
Commented by 내삶의 스크린에서 at 2008/03/01 15:25
좋은 토요일, 일요일 보내세요.^^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03/01 15:39
내삶의스크린에서님// 네 고맙습니다. :)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날씨가 많이 따듯해져서 기분이 좋습니다. 겨울 내내 입었던 코트를 벗어야 할 날이 가까워진 것 같네요. ^o^
Commented by allak at 2008/03/31 09:22
글잘보고 갑니다. ^^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03/31 17:57
allak님// 먼저 반갑습니다. 며칠전에 트랙백을 보내주신 분이시군요. 개인적으로 초면임에도 덧글없이 트랙백만 보내는 소통은 옳바른 예절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allak님 블로그를 찾아뵈었음에도 불구하고 별 다른 인사를 드리지는 않고 왔었습니다.

또 다시 찾아뵙고 싶은 생각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였고요. 글솜씨와 상관없이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예절을 중요하게 여겨서요.

그런데 며칠 뒤 이렇게 덧글을 적어주시니, 저 또한 반가움이 생기며 allak님의 블로그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시네요. 앞으로 다정한 이웃 블로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트랙백과 덧글 모두 고맙습니다. ^^*
Commented by allak at 2008/03/31 18:32
아이고 제가 실례를 범했었군요.
다시한번 심심한 사과를..

받아주시옵소서.

꾸벅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03/31 20:54
allak님// 아닙니다. 그냥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예절일뿐입니다.
덧글이 없이 트랙백만 받으면, 이상하게 저는 별로 달갑지가 않더라고요. 솔직히 이러한 주관적인 마인드때문에, 좀 더 많은 분들과 소통 할 수 있었던 기회를 제가 스스로 줄여버린 것은 사실입니다.

allak님께서 사과까지 하실 필요는 없으신건데.. T.T
제가 오히려 미안해집니다. 트랙백만 보내신 것이 잘못하신 것은 분명 아니니까요. ^^*

이러한 제 성격탓에 이웃 블로거를 맺기가 쉽지않지만, 한번 알게되면 다정한 이웃 블로거를 지향하는 것이 또한 저의 블로깅 방침이기도 합니다. allak님께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꾸벅~ ^^;
Commented by Muzeholic at 2008/07/31 22:33
아...전요...정말 이 영화가 30%도 이해가 안 되더라구요. 제가 평생 그 수많은 영화들을 봐 왔지만 (그리고 초마이너한 것들도 많은데) 이렇게 이해를 못하겠던 영화는 없었던 것 같아요. 제가 아직 젊어서 그런건가 생각도 해보긴 했는데, 도저히 '그래서 뭐 어쩌라는거지;;'에서 더이상 발전이 안 되더군요. 정말 평생 영화를 보고나서 그렇게 좌절스러운 경험은 처음이었습니다.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07/31 23:11
Muzeholic님 뿐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관객들에게도 쉽게 해석되는 영화는 아니였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상당히 집중해서 봐야 하는 영화였고요. 난해하다는 이야기도 꽤 많았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코엔 형제가 여러가지 복선과 영화적인 장치들을 많이 깔아놓았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캐치하면서 보았을때, 내러티브가 풀리는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의도하며 설정한 것들이, 톱니 바퀴처럼 물려가면서 메시지를 전달하거든요.

저 또한 Muzeholic님처럼 어려운 영화였네요. 하지만 올해 관람한 영화중에서는 최고의 작품중 하나였던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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