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영화제의 수상 여부를 떠나서 이미 평단으로부터 대단한 호평을 들어왔었고, 미국 박스오피스에서는 6,200만$를 벌어들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코엔 형제의 영화를 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CGV의 일부 사이트에서만 제한 개봉을 했기 때문입니다. 프린트(필름)의 상태도 별로 안좋더군요. 관객의 입장에서 보았을때 최악의 조건은 모두 안고 출발하는 영화였습니다.
수입과 배급을 담당하는 회사들은 이 작품의 상업성이 의심되고, 감독과 출연 배우들의 티켓 파워가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없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영화라는 취미가 기호적인 면에 좌우되기는 하지만 저는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상업적인 재미도 가득했었고, 연기력을 이미 인정받은 반가운 배우들이 여러명 등장합니다.
완성도, 작품성, 장르적인 매력과 메시지까지 이 환상적인 요소들을 모두 갖추고 있는데 오락성까지 보여주니, 관객의 입장에서 이보다 더 좋은 선택은 없다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최악의 조건에서 최고의 영화를 보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제 기억이 맞다면 122분동안 음악과 음향 효과 같은 것이 전혀 사용되지를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긴장감을 정말 제대로 느끼게 해주더군요. 그 비범한 재능이 놀라웠습니다.
대중성을 보여주는 감독, 스타 배우, 엄청난 제작비, 와이드 개봉을 위한 스크린 점령, 요란한 마케팅 등으로 결과를 내려하는 요즘 영화계에서 이러한 것들에 아랑곳하지 않고 저예산 영화로 보란듯이 수작을 내놓는다는 것. 제가 코엔 형제에게 박수를 아낌없이 보내고 싶은 이유입니다.
여기부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를 보지 않으셨다면 읽지 마시길..
이 작품을 보면 사람은 두가지 앞에서 무기력한 존재가 되어버립니다. 그것은 바로 '흐르는 세월 앞에 서게 되었을 때'와 '돈'입니다. 무료한 말년을 근근히 살아가기 위해서 삭막한 타향까지 마다하지 않은 할아버지가 어느 날 살인마와 조우하게 되자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기분 나쁘게 시비를 걸어와도, 동전 따위로 타인의 삶을 결정하겠다고 해도, 계산을 안하고 나가도 그 순간 그저 살았다는 한숨만 깊게 내뱉을 수 있을 뿐입니다.
히치하이킹을 받아준 노년의 운전자가 "요즘같은 세상에 히치하이킹은 너무 위험하다"라고 나무라듯이 걱정을 해주지만, 그 역시 그러한 세상에서 - 영화 제목의 '나라'는 공간과 더불어 시간이라고 생각됩니다 -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순응한채 말년을 보내는 것 뿐이지요.
토미 리 존스와 살인마가 모텔문을 사이에 두고 - 공간 - 서로의 존재를 알았을때도, 보안관은 선뜻 들어가지를 못합니다. 직업적으로 보았을때, 그리고 상황으로 보았을때 보편적으로 쫓는 자와 쫓기는 자의 행동은 명확해지기 마련이지만 그 공간에서 살인마가 도망갈때까지 대응을 못하는 것은 그 또한 세월이 많이 흐른 시간 앞에 서있기 때문이였습니다.
반면 젊은 세대는 돈 앞에 무력해집니다. 마찬가지로 인간 본연의 가치와 존엄성을 상실하게 되는 것을 의미하지요. 200만 달러와 얽히게 되는 캐릭터들을 보면 그야말로 천태만상을 보여주지만, 어떻게 보면 그들은 자업자득일지라 하더라도 평생동안 손에 만져볼 수 없는 액수의 돈 때문에 무력해지는 경우입니다.
결코 평생동안 만져볼 수 없는 금액이라고 볼수는 없는 현찰 한장에 무력해지는 무리들도 있는데요.
노인들의 나라로 걸어가게 될 젊은이들과 어린 아이들이 그랬습니다. 먼저 3명의 청년들을 보면 그중 한명이 "맥주는 그냥 주자"라고 이야기를 하지요. 언뜻보면 그래도 그중에서는 유일하게 착해보이는듯 했지만, 인간 본연의 모습을 잃지 않았다면 옷도 그냥 주는 것이 맞았을겁니다. 병원 응급실에도 연락을 취해야 했을테고요.
어린 아이들은 청년들과는 달리 옷을 그냥 줍니다. 아무런 조건도 없이요. 끝까지 사양하려고 하지요. 하지만 살인범이 넣어주는 돈 때문에 그 아이들도 결국은 무력한 모습을 보여주게 됩니다. 즉 살인범이 찔러넣어주는 돈은 그들이 커가면서 겪게될 세상의 풍파 - 현실 - 와도 같은 것을 뜻하는 것이겠지요.
사람은 돈과 흐르는 세월 앞에서 비껴나갈 수 있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는 제목이 붙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모든 세대의 캐릭터들이 그렇습니다. 상당히 염세적인 영화였어요. 상영관을 나선 후 영화에 관련된 여러 장치들과 복선 등, 이렇게 여러가지들을 곰곰히 생각하게 만든 작품도 참 오랜만이였던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