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터를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은 재난을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크게 2가지 점에서 기존의 재난 영화들과는 매우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기존의 재난 영화들은 인류를 위협하는 절대 절명의 위기속에서도 주인공들의 생사와는 상관없이 결국 극복해내는 과정과 결과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러한 재난 영화의 공식을 완전히 벗어나 있습니다.
제작 의도 자체가 재난의 '충격과 공포'를 마치 관객들이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는 것처럼 만들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이 영화는 85분 내내 관객이 캠코더를 들여다보며 촬영하는 허드의 시점으로 스크린을 보도록 되어있습니다. 실질적인 주인공은 롭이지만, 관객은 롭과 함께 다니는 허드의 1인칭 시점으로 영화에 몰입되게 만들어버립니다. 관객인 내가 캠코더를 들고 롭 일행과 함께 하는 셈이지요.
영화를 통해서 관객이 알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습니다.
연인 사이인 롭과 베스를 비롯한 주변 인물들의 관계를 매우 간단한 설정으로 알려준 후, 바로 아비규환과도 같은 현장속으로 달려들어가기 때문입니다. 괴물이 도대체 어디에서 온 것이고, 어떻게 생기게 된 것인지도 알 길이 없습니다. 롭 일행도 관객들과 마찬가지로 이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전혀 없습니다.
관객은 이러한 여러가지 의문점에 대해서 생각해볼 시간이 적어도 85분안에는 없습니다.
롭을 따라서 나 자신 또한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지옥과도 같은 곳에서 벗어나야하기 때문입니다.
허드가 그랬었던 것 처럼 말이지요.
이와같이 불편할수도 있는 여러가지 실험적인 시도들은 관객을 상영관 안의 좌석에서, 맨하탄의 아비규환과도 같은 현장속으로 끌어당깁니다. 영화의 장르가 호러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말이지요. 제작사와 감독이 의도했던 것들은 매우 성공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설명되지 않고 묘사하지 않는 여러가지 의문점과 완성도 그리고 불편했던 점들을, 이 작품의 실험적인 형식과 구성으로 교묘하게 지워나가기 때문입니다.
저도 재미있게 관람을 했으니 개인적으로도 성공적인 선택을 한 셈입니다.
하지만 영화가 끝난 후 상영관 안의 반응은 대체로 좋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뒷 좌석에 앉았던 어느 여성 관객은 "디워보다도 못한 영화"라고 혹평하는 것도 들리더군요. 하지만 저는 이 영화를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최고의 재난 영화는 아니였지만, 최고로 현장감이 - 리얼함이 - 가득했었던 재난 영화였기 때문입니다.
모든 화면의 구성이 캠코더를 들여다보는 핸드 헬드로 되어있어서 초반에는 짜증이 나기도 했고 당혹스러웠지만, 영화가 끝날때에는 오히려 그 점이 이 작품을 만족스럽게 볼 수 있었던 이유가 되더군요.
제작비가 3천만$에 불과하다고 하던데 그들의 기획력과 상상력, 그리고 창의성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수가 없습니다.
덧말 - 엔딩과 관련이 있는 스탭롤에 숨겨진 음성에 대해서도 곧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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