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호러 영화입니다. 인류가 멸망한 후 홀로 생존했다는 끔찍한 설정도 매우 암울한데, 여기에 더해 윌 스미스는 97분동안 좀비들과 처절한 사투까지 벌여야 합니다.
<콘스탄틴>으로 재능을 보여준 프란시스 로렌스 감독은 화려한 비주얼을 보여주며 장르적인 매력도 잘 살려내고 있습니다.
초반부에 윌 스미스가 스포츠카를 탄채로 폐허가 된 을씨년스러운 뉴욕 도심을 질주하는 시퀀스는, 주인공이 처해있는 상황과 더불어 인류가 어떻게 되었는지 매우 광범위하면서도 동시에 디테일하게 보여줍니다. 여기에 스포츠카의 속도감까지 더해져서 관객들을 극중의 세기말적인 상황과는 달리 오락적인 쾌감속으로 빠져들게 합니다.
AV 퀄리티가 좋은 상영관을 선택하면 이 시퀀스에서 이러한 비주얼뿐만이 아니라, 상영관내의 4개면을 모두 활용하는 청각적인 쾌감도 맛볼 수 있습니다.
장르적인 매력에도 충실합니다. 호러 영화답게 깜짝 놀라게 하는 씬과 서서히 관객을 구석으로 조여가는듯한 스릴까지 적절하게 배치가 되어있는데, 샘(애견)을 쫓아서 들어가게 되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모습들은 주인공이 느끼는 긴장감을 객석으로 그대로 전달해줍니다.
여기에 감독은 한가지를 더 그려넣습니다. 홀로 살아남은 댓가로 묘사되는 고독감과 슬픔, 좌절감이 바로 그것입니다. 거대한 뉴욕항에 좌초해버린 항공모함 위에서의 골프, 낚시, 애견 샘, TV, 그리고 마네킨 등은 이러한 상황들을 훌륭하게 표현하는 도구들로 활용됩니다. 이러한 연출은 이 영화가 말초적인 것들만 자극하는 저질 호러영화의 범주는 결코 아니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최근의 작품 <행복을 찾아서>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액션 배우로만 정형화되는 것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윌 스미스는 매우 휼륭한 연기력을 보여줍니다. 극중에 처해있는 심리적인 묘사를 정말로 잘 표현해내더군요. 개인적으로 그의 팬은 아니지만 이제는 정말 훌륭한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체적인 완성도로 보았을때 어떠한 이유로든 설명될 수 없는 씬들이 일부 보이고, 결말 부분에서 전설이 되기에는 다소 부족한 느낌을 안겨주지만 그러한 것들을 충분히 상쇄하는 장면들로 가득했던 영화였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여기부터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를 안보신 분은 읽지마시길..
이 작품의 백미였다면 좀비가 오히려 유인하는 덫을 놓아서 윌 스미스를 위기에 빠뜨리는 시퀀스가 떠오릅니다. 상영관에서 그 장면을 보면서 조지 A. 로메로 감독의 <랜드 오브 데드>가 떠올랐었는데 스릴감이 증폭되기 시작하더군요. 진화하는 좀비, 생각하기 - 사고하기 - 시작하는 좀비라는 설정은 생각만해도 몸서리쳐지는 일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요즘 극장가의 상영 라인업을 보면 볼만한 영화가 없는 연말이 되고 있는 것 같죠?
<나는 전설이다>가 이맘때에 개봉된 것이 그나마 작은 위안이 된 한주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