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얼음집 안에 서툴게 집어넣은 영화들과 상영관들. (2006.10.23~)
by 배트맨

골든 에이지 (Elizabeth : The Golden Age)

엘리자베스 여왕이 영국의 황금시대를 열어나가는 과정을 그리는 이 작품을 '워킹타이틀'에서 제작한 것이 흥미로웠다. 할리우드가 전세계의 극장가를 지배하고 있는 제국임이 명백한 현실속에서, 영국 영화의 자존심을 지켜나가고 있는 제작사가 바로 워킹타이틀이 아니였던가!

엘리자베스 여왕이 당시 세계 최강국이였었던 스페인을 향해 일갈을 하며 무적함대를 침몰시키고 골든 에이지를 시작한 것처럼, 어쩌면 워킹타이틀도 언젠가는 할리우드를 향해 일갈을 하고 영국 영화의 골든 에이지를 시작하고 싶은 소망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들의 로맨틱 코미디와 <오만과 편견>, <빌리 엘리어트>같은 작품들은 지금도 매우 훌륭하다.

인도인 감독인 세카르 카푸르는 이 영화속에 여러가지 요소들을 담아내며 보여주려 한다.

여왕으로서의 삶과 포기해야만 했던 여성으로서의 삶, 권력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배신과 피비린내 나는 암투, 구교와 신교의 반목 및 충돌을 114분동안 모두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성들 사이에서 비교적 균형을 잃지않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전개를 하기위해서 선택한 캐릭터의 표현은 관객을 조금은 혼란스럽게 만들며 범작으로 그치게 만드는 느낌을 준다. 바로 프란시스 드레이크를 모델로 했다는 클라이브 오웬의 캐릭터가 그러하다. 물론 이것은 그의 훌륭한 연기력과는 무관한 관객이 바라본 완성도에서의 관점이다.

여기부터는 스포일러가 있다.
영화를 안보신 분이라면 읽지 마시길..

극중에서 클라이브 오웬은 무척이나 멋진 남자 캐릭터이다.
모험을 마다하지 않는 탐험가라서가 아니라, 또한 스페인 함대와의 격전에서 용감하게 싸운 모습때문이 아니라 - 자료를 찾아보니 실제로 프란시스 드레이크는 기사 작위를 받고 스페인 함대와의 격전을 훌륭하게 지휘했다고 한다 - 캐릭터가 영화내내 보여주는 한결같은 신의와 인성에서 느낄 수 있는 매력때문이다.

이러한 캐릭터가 엘리자베스 여왕이 아닌, 베스와 사랑을 나누는 모습은 개연성이 매우 부족하다. 그가 영화에서 보여준 캐릭터를 본다면 말이다. 그는 나중에 엘리자베스 여왕과 진심이 가득 담긴 눈과 마음으로 키스를 하고 여왕을 어루만져주는 정신적인 버팀목이다. 그는 두 여자를 동시에 사랑하고, 동시에 사랑받은 복받은 - 또는 파렴치한 - 남자였던가!

영화를 위해서 캐릭터를 재해석하거나 재가공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캐릭터의 정체성 자체가 모호해지는 것은 관객들에게 혼란과 실망을 안겨줄 뿐이다. 스토리를 위해서 만들어진 캐릭터이지만, 그 캐릭터가 보여주는 일부 시퀀스들은 어떤 의미에서든 연결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스페인의 무적함대와의 격돌에서도 엘리자베스 여왕이 보여주는 용기와 기개가 클라이브 오웬의 캐릭터에 상당부분 희석되는 점 또한 아쉬운 부분이다. 이 영화의 부제가 '엘리자베스 여왕과 라일리경'은 아니지 않았던가!

케이트 블란쳇을 가리키며 그녀가 아니면 이 세상 어느 여배우가 이 역활을 맡을 수 있겠는가?라고 감독이 말을 했다는데 영화를 보면 그의 의견에 전적으로 공감이 간다. 이 영화의 전작인 1998년작 <엘리자베스>는 보지 못했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케이트 블란쳇은 이제 연기력만큼은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여배우로 성장을 했다. 10년이 지난 오늘날 이 둘이 다시 만났지만 감독은 이 여배우만큼 성장하지 못한 것 같다.

이 작품을 보면 아카데미 트로피를 움켜쥔 배우가 두명이나 등장하며, 클라이브 오웬도 연기력을 인정받고 있는 배우이다. 워킹타이틀에게 필요한 것은 이제 엘리자베스 여왕같은 배우들이 아니라, 그러한 감독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끝으로 메리 스튜어트를 연기하는 사만다 모튼이라는 여배우의 연기력 또한 발군이였다. 이번 영국 아카데미의 여우조연상은 이 여배우가 움켜쥘 수 있기를 바래본다. 출연하는 시간이 많지는 않지만 대단한 임팩트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by 배트맨 | 2007/11/24 06:33 | 영화를 보고온 후 | 트랙백(2) | 덧글(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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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스테판's Movie .. at 2007/11/24 10:15

제목 : [리뷰] 골든 에이지 (Elizabeth: The ..
돌아온 여왕폐하 9년 전, "나는 영국과 결혼했소."라는 말과 함께 버진 퀸을 선언하며 떠났던 엘리자베스 1세가 돌아왔습니다. 영화 "엘리자베스"가 엘리자베스가 25세의 나이에 여왕의 자리에 오르고, 사랑과 왕권을 사이에 둔 갈등 끝에 버진 퀸으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그렸다면 이번 "골든 에이지"는 여전히 이어지는 정치적 음모와 여자로서의 사랑에 대한 갈망, 영국이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격파하고 "황금 시대"로 나아가게 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more

Tracked from Different Ta.. at 2008/12/26 16:40

제목 : 골든 에이지 (Elizabeth: The Golde..
골든 에이지 감독 셰카르 카프르 (2007 / 영국) 출연 케이트 블란쳇, 클라이브 오웬, 제프리 러시, 사만다 모튼 상세보기 ★★★☆☆ 개인적인 악성 재고 영화들이 몇 편 있습니다. 개봉 당시에 극장 관람을 하지는 않았지만 관심이 있는 영화의 DVD 타이틀을 사놓고는 오랫동안 보지 않고 방치해놓은 것들이죠. 작년 11월에 국내 개봉했던 도 '오랫동안 손이 잘 가지 않았던' DVD 가운데 하나였는데 드디어 성탄절 휴일을 맞아 감상했습니.....more

Commented by 스테판 at 2007/11/24 10:15
이번 "골든에이지"는 스케일은 커졌지만, 이야기 구성이 전작보다 떨어지는 편이죠^^

혹, 전작 "엘리자베스"를 안 보셨다면 한번 보세요~ 개봉에 맞춰서 얼마전에 DVD가 출시되었더군요.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7/11/24 17:14
스테판님// 이 영화의 전작은 꽤 잘 만들어졌다고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감독의 커리어를 보면 1994년작 <밴디트 퀸>이라고 있던데, 이 작품이 평단의 호평을 받아서 TV 등에서 보도되는 것을 들은 기억도 어렴풋이 떠오르고요. <밴디트 퀸>의 호평으로 1998년작 <엘리자베스>를 연출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평단의 기대만큼 성장하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스테판님의 블로그에 덧글로 적었듯이 이 작품의 개인적인 평가는 B-가 맥시멈 평점일듯 싶고요..

영화의 완성도와는 무관하게 영국 아카데미에서 수상 가능성은 있을 것 같아요. 미술상, 의상상, 주연상, 조연상 등에서 트로피를 가져갈수도 있지 않을까 싶고요. 만약 작품상 후보로도 거론이 된다면 그것은 인정하기가 힘들지만요. ^^*
Commented by 혈류 at 2007/11/24 22:00
엘리자베스 여왕이 영국의 황금시대를 열어나가는 과정을 그리는 이 작품을 '워킹타이틀'에서 제작하고 있다면...

아우구스투스가 로마의 황금시대를 열어나가는 과정을 쓰고 있는 이 소논문을 '혈류 연구소'에서 제작하고 있다면...

훗.... 영화보러갈 시간이 전혀 없는 1人.....
(담주부터 시험 시작입니다~)
Commented by 혈류 at 2007/11/24 22:01
그리고 제프리 러쉬라는 이름이 눈에 확 들어오네요~ 캐리비안의 해적 때 인상깊은 연기를 보여줬는데 ㅎ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7/11/24 22:36
혈류님// 배우들만큼은 참으로 탁월한 캐스팅을 보여줍니다. 감독이 영화찍으면서 행복해했을 것 같아요. ^^* 제프리 러쉬도 정말 좋은 배우이죠. 이 영화에서도 캐릭터를 잘 살려줍니다. 혈류님 이 배우 팬이신가보네요. ^^;

다음주부터 시험이시면 이번 주말은 꼬박 새시겠네요. 건강 관리 잘 하시고요. 시험 잘 보세요! 화이삼입니다. ^^v
Commented by 신어지 at 2008/12/26 16:43
역사물을 다루되 딱딱한 내용보다는 인물들의 사적인 감정에 중점을 둠으로써 요즘 관객들에게 어필하는 경향을 따라간 것 같은데 그다지 흥미롭게 보이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사만다 모튼은 <코드 46>에서 처음 보고 최근에 <컨트롤>에서도 인상깊었는데 이 작품에서도 역시나 한 칼 해주는 연기더군요. 클라이브 오웬은 유난히 웃는 얼굴이 많이 나온 작품인 듯. ㅋ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8/12/26 17:22
제작사로서는 전작인 <엘리자베스>의 영광을 다시 한번 기대했었던 것 같은데, 연출에서 그리 인상적인 모습은 못보여주더군요. 배우들의 캐스팅은 나무랄데가 없었던 것 같은데요.

사만다 모튼의 경우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는 몸매에 반했었는데, 연기력도 정말 좋은 배우인 것 같습니다. 다만 요즘에는 주류 영화에서 통 만나볼 수가 없어서 아쉽네요. ^^* (클라이브 오웬은 요즘 살맛나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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